PGR21.com


Date 2003/05/23 18:19:19
Name 해원
Subject 평화로운 pgr...?

영국 어느 사교모임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귀족과 장군이 이야기 도중
햄릿의 지은이가 누구인지에 관해 말다툼이 일어났습니다
귀족은 햄릿의 지은이가 셰익스피어라고 하였고
장군은 절대 아니라고 다른 누군가의 이름을 대며 둘이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자리에 참석하고 있던 대학교수를 보자 그 둘은
교수에게 지은이가 누군지를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 햄릿의 지은이가 누구입니까? 셰익스피어 작품 맞지 않습니까? "
라는 귀족의 말에
교수는
" 아 저는 잘 기억이 안나는군요. ^^; "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후에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어떤 이가 교수에게 다가와 물어보았습니다
" 교수님 답이 뻔한데 왜 답을 가르쳐주지 않으셨습니까? "
그러자 교수는
"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저 장군은 집에 가서 햄릿의 작가는
셰익스피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굳이 이런 자리에서 망신을 당할 필요는 없겠지요"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정말 옳은 것이 옳은 것이다 라고 끝까지 칼같이 얘기하던
혈기넘치는 청소년시절의 저에게 아버지가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교수의 처세술이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고
두번째 이 이야기를 생각할 때
서양의 황희정승이로세 라며 그를 비꼬았고
세번째 이 이야기를 생각했을 때
귀족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와 자주 논쟁을 벌였던 저에게
이 이야기는 늘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버지가 이 이야기를 해준 의도를
깨닫고는 나름대로의 중도(?)를 알아갔던 생각이 듭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지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왠만하면 나의 생각에 박수를 쳐주는 사람이 좋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저는 화술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 오해를 가끔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는 나의 의도를 오해하는 바람에 논쟁이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었고
너무 밀어붙이는 듯한 저의 말에 늘 아버지는 자중을 강조하십니다
사람이 분명 잘못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저 위의 교수처럼 장군을 감싸주는 아량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잘못을 너무 몰아세우는 것은 온라인 상에서 가지는 또다른 상처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틀린 생각을 지닐 수도 있고
다른 생각을 지닐 수도 있고 틀린 것이 옳은 것인양 알고 있ㅇ르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한걸음만 물러나 생각해보십시요
사실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정말 어이가 없군요 라던가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라는 극단적인 표현은
감정적인 싸움을 충분히 일으킬 소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데에 굳이 감정적인 표현이 섞일 이유는 없습니다
정중한 표현은 pgr 특유의 개성(?)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비꼬는 것이 더더욱 염장지르는 것임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표현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 이것이 죽어도 옳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글에서도 세상천지가 개벽한다해도 햄릿의 작가는 셰익스피어가 맞습니다
그럼에도 교수가 보여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정말이지 멋진 것인 것 같습니다
(틀린 것을 맞다고 넘어란 말이 아니란 건 잘 아시죠? ^^; )

잘 모르는 제가 이런 글 나불나불 써대는 것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마시고 ^^;
서로 편안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pgr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p.s. 밑에 있는 제 글에 달린 최임진님의 리플을 읽고 저도 기뻤습니다
상당히 아슬아슬한 주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좋은 생각들이 오갔었고
역시 pgr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저도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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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3/05/23 18:21
수정 아이콘
아무리 퇴고를 해도 오타가 늘 납니다,. 이해해주시길... 윽 갑자기 온게임넷 화면이 왜 이런거지 ㅇ0ㅇ; 아악...
03/05/23 18:25
수정 아이콘
/ㅇ.ㅇ/ 계속 좋은글
Judas Pain
03/05/23 19:35
수정 아이콘
아직은 전 교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이인가 봅니다, 무엇보다 맞는것은 맞는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충분히 부드러운, 그리고 이해할수 있는 어조로 말할 능력이 교수에게는 있어보이기 때문일까요
불가리
03/05/23 19:51
수정 아이콘
그게 지금 이 상황에 맞는 비유글이냐... 식의 리플이 안달렸으면 합니다.
좋은 글이었습니다.
03/05/23 19:59
수정 아이콘
맞는 말 같습니다..언제나 사람과 사람사이의 생각에는 간극과 틈이 존재하고 논쟁은 그 틈과 간극을 매꿔주는 도구로 쓰여야지 그것을 좀 더 벌려주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됩니다..그러기엔 서로의 무기(글에 쓰이는 단어등)에 너무 날을 세워 상처를 내기보다는 펜싱처럼 정정당당히 칼끝은 뭉퉁하더라도 상대방 논리의 비약한 곳을 찔러주는 스킬이 필요한거죠..논쟁은 분명 필요한 것이지만 감정적이며 자기중심적이며 남을 인정하지 못하고 지기싫어하는 자기 맘가지고 상대방과 싸운다면 더 이상 논쟁은 불가결하죠..다만 상대방의 반응을 보기전의 자기 자신의 글을 한번 더 냉정하게 볼 수 있는 눈도 길러야할듯 합니다..이 pgr속의 여러 분들은 참 냉정하며 좋은 무기들을 가지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우며 글을 읽고 있습니다..헤헤..언제나 논리틑 첨예하게 대립되더라도 서로 상처 안받는 서로가 이기는 논쟁이 계속 되길 바랍니다..(뭐..거의 pgr은 그래왔죠)
Judas Pain
03/05/23 23:16
수정 아이콘
^^;; 난감
03/05/23 23:3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 중도를 지키는것, 참 어려운 일이죠.
기다림...그리
03/05/24 02:39
수정 아이콘
저를 되돌아 보게 하네요 전 다른 사람의 틀린점을 매번 지적해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인데..... 매번 이건 아닌데 생각만 하고 못고쳤는데
이번기회에 확실히 고쳐야 겠습니다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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