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5/24 20:20:54
Name 박아제™
Subject 이보다 더한 절망이 있을까?
어제 학원 수학시간....

선생님 왈 "프로게이머? 개뿔이나... 너... 저... 누구냐? 임요환이처럼 1등 할 자신 있냐?"
나 왈 "1등이요? 자신이야 있지요..."

고등학교 연합고사와 인문계 & 실업계로의 행보로 시작된 선생님과 아이들의 상담(?)은 자연스레 저의 장래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그거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알지요!"
"프로게이머 하는 놈이 얼마나 되는 지 알기나 하냐?"
"200명 정도..."
"꼴랑?"
"아니, 정식 등록된..."
"그래... 그렇다 치자. 그 밑에 프로게이머 할라고 난리 치는 놈들은 몇 명이나 되는 줄 알아?"
"알지요!"
이 때까지는 당돌하게, 어떻게 생각하면 건방지게(?) 대답을 했습니다...
"프로게이머... 쉬운 줄 아냐? 임요환이처럼 돈 받고 게임 하는 놈들 몇이나 되는데... 맨날 PC방에서 폐인처럼 생활하면 머가 되냐?...밑바닥에 있는 놈들은 자기가 대회 찾아가서 하는데...(중략)..."
(너무 많이 말씀을 하시다 보니 다 기억을 못하겠더군요...)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내가 니 꿈을 버리라고 하는 건 잘못된건데... 내가 잘못한 건데... 포기 할 수 있을 때 포기해라..."
이 말은 들은 전.... 그냥 쓴웃음만 지었습니다.... 대답도 못하구요...그 때 생각했던 건....
'이보다 더한 절망이 세상에 또 있을까?'...이거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왜 그리도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최초의 체육관 스타리그 결승전"
"결승전 2만명 운집"
"프로리그 점유율 30%"
"프로게이머 최초 억대 연봉"
이런 말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프로게이머 배고프다"
"위기의 한국프로게임리그"
"프로게이머... 비전이 없다"
"겜티비 폐업..."
오히려 이런 말들만 제 뇌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참 부질없는 생각을 했네요.... 저보다 날고 기는 사람들 많은데 프로게이머 한답시고,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하려 했던게... 모든 것을 다 지워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듯 합니다.... 제가 갈 수 있을만한 학교들 알아보고 적절하게 선택해야 할 듯 하군요.... 혹시나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른 어떤 것에 미쳐서, 혹은 공부라는 핑계로 "대한민국 프로게임리그"에 대한 지금까지의 애정, 열정을 모두 버리고 모른체 하고 떠나버릴지도.... 하지만 그렇게 되긴 싫습니다.... 제가 그나마 가장 좋아했고, 가장 열성적이었고, 저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는데...

며칠 전이었나? 국어 선생님도 그러시더군요... 프로게이머... 비전이 없다고... 그래요... 비전없습니다... "잘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지금까지의 문제들을 대충 넘어왔다고 생각됩니다... 대안을 생각해보니... 역시나 돈이 문제군요... ㅡㅡ...

2년 전이었나요?(어느새 2년이군요...) 정일훈님이 한빛배 끝나고, 은퇴소동을 벌였을 때, 카페에 남기셨던 글이 생각나네요...

"프로게이머들을 PC방에서, 주유소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보기 싫습니다..."

근데 이 말이 점점 현실화 되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군요... 정말 혼돈의 연속입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우리들의 추억을 지키기 위하여...

덧붙임 : 혹시나 희망이 있다고 그러시는 분들도 계시겠군요... 그러면 전 할말 없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라시드
03/05/24 20:26
수정 아이콘
솔직히 프로게이머 너무 힘듭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들은 정말 피땀과 노력을 퍼부었습니다.. 당신에게 그정도 정열이 있다면, 그것을 차라리 공부에 투자하십시오. 프로게이머는 훗날 당신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때라도, 충분히(최고는 힘들겠지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사장이 되고, 대기업의 사장이 되어서 프로게임계를 도와주십시오.
박아제™
03/05/24 20:31
수정 아이콘
라시드님 // 예... 수학선생님도 그러시더군요...
"그 정도 열정으로 공부 함 해봐라... 걔네들 연봉의 몇 십배는 된다... 프로게이머? 저리가라해... 차라리 나 같으면 그렇게 하겠다" 이렇게요...
저도 한 때 마케팅을 공부해서 프로게임리그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막상 인문계로 가서 공부할 자신이 없네요...
김연우
03/05/24 20:31
수정 아이콘
솔직히 프로게임계만큼, 우리나라에서 발전-_-이란걸 하고 있는곳이 없습니다.

다른 직종도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의대,한의대에만 사람이 죽어라 몰리는 거겠죠
김연우
03/05/24 20:39
수정 아이콘
그리고 어른들 말대로.-_- 그냥 인문계 가고, 대학간 다음에 하는게 좋을듯 싶습니다. 이주영선수, 대학생이면서 뜨잖아요~
박아제™
03/05/24 20:41
수정 아이콘
김연우님.. // 저도 그렇게 생각해봤습니다... 집에서도 그러시고... 근데 그 전에는 학업으로 인하여 프로게임계와 잠시 멀어질 것 같은데요... ㅡㅡ;
박아제™
03/05/24 20:42
수정 아이콘
어쨌든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NarabOayO
03/05/24 20:55
수정 아이콘
솔직히 몇몇선수 말고는 프로게이머로 먹고 살기는 힘들죠....너무 매달리시는 프로게이머분들보면 좀 그렇습니다..
대학휴학해놓으시구 하시는분들은 그래도 괜찮은데..고등학교때부터 프로게이머되겠단 일념하나로
.....우리나라에서(전세계적으로 봐도겠죠;;) 프로게이머로 먹고 살긴 힘들겠죠..
이름알려서 겜방사장하면 어느정도 돈은 벌고 살겠지만 프로게이머로 먹고살정도로
돈 버는 선수는 20명도 안될듯합니다..
기다림...그리
03/05/24 21:10
수정 아이콘
비단 프로게임계에만 궁한된 문제가 아닌듯 합니다 프로게이머뿐만이
아닌 모든 운동선수들이 겪는 문제가 아닐까 하네요 인기있는 야구나
농구 축구같은 종목까지도......... 일단은 기반이 튼튼해져서 최소한의
생활유지를 할 정도의 수입은 보장이 되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hi-ya_eritz
03/05/24 21:25
수정 아이콘
가슴아프네요...그렇게 좋아하는 게임에 다른 한면을 받아드린다는게 말이죠..
정일훈
03/05/24 23:56
수정 아이콘
박아제님, 저예요 ^ ^
미래란 말이죠. 누가 만들어 주는게 아니예요. '내' 미래니까 ! 기죽지 마세요. 프로게이머를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그것이 타인이 이야기하는 성공과 가깝든 그렇지 않든 후회하지 않는, 행복해 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다만 한가지! 그 일,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것을 함으로써 따라올 것으로 기대되는 명성과 부와 사회적 성공과.... 그런 것들을 사랑하는 것일까요? 세상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사람들의 특징 하나는 '성공을 위해 그것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더군요....
信主NISSI
03/05/25 00:25
수정 아이콘
하고싶은 것을 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당연히 하고싶은 것을 하자면 그만큼 어느정도를 감수해야합니다.

가벼운 예를 들자면 전 일주일에 한번을 쉬면서 하루에12시부터12시까지 새벽에 피씨방에서 알바를 합니다. 월급은 한달에 45만원. 다른 사람들 보면 이해하지 못합니다만, 집에 컴터도 없고, 케이블도 안나오는 제 입장에선 게임리그를 마음 놓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한 것입니다.
사실 피씨방비 절약만으로도 +15만원정도는 보고 있죠.(애초에 한달에 10만원씩 들었고, 다른 알바를 구했어도 한달에 5만원 쯤은 썼을 테니까요...)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십시요. 단, 그때부터는 어리다는 핑계는 들어먹지 않습니다. 보다 더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면 시키는 것을 하십시요. 아직 고등학교에 진학할 나이에서는 어느것을 선택하던지 욕을 먹을 일이 아닙니다.
기묘진
03/05/25 01:30
수정 아이콘
정일훈님 말씀이...정말.....정말 가슴에와서 콕콕 박히네요.
세상 사람들의 잣대로 본 성공.. 단지 그 성공을 위해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일훈님은 게임중계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현재 최고의 게임캐스터가 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03/05/25 03:27
수정 아이콘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러나 몇 가지를 냉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실패하면, 그것은 내 책임이 됩니다. 적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핑계를 갖다대거나 그럴 여지는 없게 되는 거지요. 그런고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합니다.
또 다른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전에 명확하게 해야 하는 것은 이 것이 과연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가..라는 것입니다. 하고자 하는 일을 선택할 때는 다음의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1. 하고 싶은 일
2. 내가 할 수 있는 일
3. 내가 잘하는 일
4. 내가 못하는 일
5. 하기 싫은 일..(이건 구색으로 넣은 항목 -_-;;)

1번과 3번이 겹치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내가 할 수 없기 때문에 하고 싶어하는 많은 경우들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가장 현실적인 답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즉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더욱이 남들 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은 그 일을 실제로 해나가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다릅니다.

아마도 이 글을 쓰신 박아제님은 남들보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게임에 대한 인식'이 높으리라고 짐작해봅니다. 주변의 통념과 싸우시려면 강해지셔야 합니다. 그리고 깊이 생각하셔서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서서히 만들어가고 충분한 실천을 통해 주변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기나긴 여정을 떠나야 합니다. 힘내세요.
이동헌
03/05/25 17:28
수정 아이콘
저와 같은 생각,갈등을 하고 계신분이 있었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9559 이제는 다음 스타리그를 준비할때... [2] 저녁달빛1588 03/05/25 1588
9555 워크3 확장팩, 무엇이 다른가? [6] lapu2k1155 03/05/24 1155
9554 요새의 본진-미네랄-가스류 맵들 [21] 김연우1445 03/05/24 1445
9552 이보다 더한 절망이 있을까? [14] 박아제™1543 03/05/24 1543
9551 피지알 자유게시판에 대해 [37] nowjojo2305 03/05/24 2305
9549 저는 임요환 선수의 팬입니다. [4] flyhyun1445 03/05/24 1445
9548 어제 오늘 일에 대한 몇가지 잡담.. 레멍 +_+1271 03/05/24 1271
9547 [잡담]어제의 논쟁을 보면서... [12] Teferry1255 03/05/24 1255
9545 어제,오늘의 임요환선수.. [6] No.1...1447 03/05/24 1447
9544 음 요환님에 대한 글이 많네요.. [9] 딸기준이1271 03/05/24 1271
9542 어...어라? pgr이 언제 복귀했죠? 딸기준이1209 03/05/24 1209
9541 온게임넷 스타크래프트 해설자 분들 성향 분석 [15] Fischer3114 03/05/24 3114
9540 오늘 프로토스가 저그상대로 역전승 하는걸 첨봤습니다. [8] ScreamTerran1368 03/05/24 1368
9539 아~~!!~~ 송병석!!! 눈물납니다....ㅜ.ㅜ [6] 떠나가라~1272 03/05/24 1272
9538 내가 보는 어제의 경기. [21] Normal1077 03/05/24 1077
9537 [연재]게임속으로...(제 2 화) [7] 카제미돌쇠1397 03/05/24 1397
9535 [예상]다음 주에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part 2(홍진호 패) [1] 왕성준1218 03/05/24 1218
9534 프로토스 살리기 - 약간 새로운 방법 [5] 이카루스테란1512 03/05/24 1512
9543 [re] 프로토스 살리기 - 약간 새로운 방법 [2] 스타매니아1106 03/05/24 1106
9531 보라인간이 본 임요환 vs 장진수 [8] 밍보라1451 03/05/24 1451
9530 온겜넷 해설진... [4] TheInferno [FAS]1345 03/05/24 1345
9529 온게임넷 4강 대진 모든 경우의 수입니다. [5] 지나가다1107 03/05/24 1107
9528 그래도 축하하고 싶습니다 [3] 해원1341 03/05/24 134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