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5/28 19:05:19
Name 주영훈
Subject 금요일 7시...그리고 기다려지는 그의 플레이
언제나 이맘때쯤이면 긴장과 기대감으로 금요일을 기다리게 됩니다.

금요일 7시는 스타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는 시간이겠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금요일이 다가오면 마냥 즐겁습니다. 여전히 즐겁구요^^

프로야구. 프로농구는 시즌이 끝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스타리그는 1년내내 공백기가 거의 없는 장점도 가지고 있기에

매주 금요일은 어느새 제겐 의미있는 날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다른요일 다른리그도 있지만 처음 경험해본 리그...지켜보며 애정이 생긴 리그...

다른이들은 어떻게 생각할는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금요일 7시에 펼쳐지는 경기들이야 말로 최고의 경기가 되었습니다



몇 년전 처음 시청을 하기 시작할 땐 그냥 승패에 관계없이 누구를 특별히 응원하지

않고 봤었더랬습니다. 제 의지로 본것도 아니고 동생이 흥미있게 지켜보기에 그냥 봤었으니

스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플레이어들의 이름들도 생소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처음 한 선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쟤가 요즘 제일 잘나가..진짜 잘하더라...'

의외였습니다. 지금까지 방송을 보면서 동생은 칭찬을 한번도 하지 않았었으니까요.

유일하게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는 쌈장(광고를 통해서지만요^^)에 대해서 물어봤을땐

전략과 전술을 많이 개발했다고 그냥 시큰둥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플레이어에겐 과도한 칭찬을 하더군요...

그래서 그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동생없이 본 경기가 한빛배 결승전이었지요.




그때부터 스타리그를 프로야구 보듯했습니다.

워낙 두산베어스를 좋아하기에 두산베어스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꼬박꼬박 체크하며 보곤 했었습니다.

그렇게봐야 프로야구를 더 재밌게 즐길수가 있으니까요.

두산베어스를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구단들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야구가 좋으니까요. 다만 두산의 선수들이 조금더 잘해주길 바랄뿐이지요.

스타도 그렇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 선수를 응원하며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3:0으로 패한 장진남선수가 젤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그의 경기를 빠짐없이 보기 시작했으며 웃는모습이 정말 개구쟁이 같기도 해서

더욱 끌렸습니다.

대단히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하진 못했지만 (종족최강전은 대단히 좋았지만요)

그의 경기 자체가 좋았기에 그냥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스타리그도 커지고 스타선수도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특별히 누굴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기보다 그냥 재미로 봤습니다.

진남선수야 첫 번째로 응원했던 선수이기에 애정은 있었지만요.

사실 그때까지 선수들이 얼마나 멋진 플레이를 하는가를 몰랐습니다.

스타를 전혀 몰랐던 제겐 당연한 것이지요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 홈스틸을 한다고 해서 대단하다 생각하지 않는것처럼

그냥 잘했다고 하니까 느끼는 것처럼

그냥 그런정도였다고 할까요.



그러다가 언제나 이기기만 하고 질줄을 모르기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한 선수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냥 무적일것만 같았던 그가 당연히 우승만 할것같았던 그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그의 명성과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줄 알기에 조금은 충격이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불패투수 선동렬을 좋아했지만 응원하진 않았습니다.

허재를 굉장히 좋아했지만 코트의 경기에선 반란이 일어나기를 항상 꿈꾸었습니다.


그의 플레이를 좋아했지만

항상 변수가 생기고 질것같은 조금은 약해보이는 이가 이기기를 바라며 경기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면 경기들을 조금은 더 재미있게 볼수가 있거든요(물론 경기를 지켜보는 제 자신만의 방법이지만)


그런데 그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그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패자에게 보내는 연민도 아니요(당연히 많은 승리와 우승을 했던이가 한두번 졌다고 해서 패자라 부를수도 없
고)

다시 승리하기를 바라는 기대도 아니었습니다.



제 스스로 이유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에게 빠져들었습니다.

시간이 한참이나 흐른뒤에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의 경기에는 항상 사람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그의 경기에는 다 끝난 경기라 느껴져도 기대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그의 경기에는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드는 시간이 존재합니다.

그를 좋아했기에 이 감정들을 느낀 것이 아니라 ...

이 감정들을 그의 경기에서 발견했기에 그를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벌써부터 내일 모레가 기다려집니다.

그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경기가 기다려집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라이벌과의 단 한판의 싸움....

그가 좋은 이유 한가지를 더 하자면 항상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치르는 경기가

많다는 거지요.

영화의 클라이막스와도 같은 상황을 자의든 타의든 많이도 만들게 된다는 거지요

이길수도 있고 질수도 있습니다.

이기면 당연히 좋겠지만

진다고 하더라도 듀얼토너먼트에서 그를 만날수가 있으니까요.

거기서 또 진다면 챌린지리그가 기다리고 있을것이며

거기서 또 진다면 챌린지예선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가 정상에 있을때부터 그를 좋아했기에 .....

처음부터 시작하는 그를 보는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가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고 플레이하는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즐겁기에

대회의 규모나 경기의 중요도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제까지나 그가 게임에 대한 열의만 가지고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성적은 나빠지더라도 항상 도전적이었던 그를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경기에 패한후 인터뷰에서

'다시 이렇게 큰 무대에서 겨루고 싶다'고 말하며 빛나던 눈빛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덧글....저는 그의 광팬이기는 하지만 ....다른선수들도 좋아합니다.
      프로게이머 모두가 제겐 두산베어스의 선수들과 같거든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넋업샨
03/05/28 19:27
수정 아이콘
그가 누구지..
03/05/28 19:31
수정 아이콘
저도 두산팬입니다..그치만 이젠 야구장 가는게 두렵습니다..
아니, 지금은 솔직히 팬인지 잘모르겠습니다..
경기에 져서 화나기보다는..기죽어 보이는 선수들때문에 마음이 아팠고..
성적과 관계없이 그저 자신이 오비팬인게 너무도 자랑스러웠던 적도 있는데..
최근엔..자꾸만 외면하게 되더군요..
창피해서가 아니라..화가나서가 아니라..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20년 넘게 한결같은 마음을 보냈던 구단에 대한 실망이 분노로 바뀌고..
한껏 애정을 보내던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을 다른팀 유니폼과 함께 조우하게 될때..
한명 두명 떠나 보낸 저의 사랑하는 선수들이 어느새 그 수가 정도를 벗어나고 난 뒤에는..
야구장으로 발걸음이 향해지지를 않습니다..
언제나 시즌 시작전에 한해의 스케줄표를 신문에서 오려 책상위에 붙이고..
우편으로 받아든 팬북을 다른 어느책보다 소중하게 여기던 제 젊은 날들을..
팔아넘겨진 몇몇 선수들과 함께 잃어버린듯 합니다..
몰두하는게 버릇인지 어느틈엔가 그 열정은 스타리그로 옮겨갔고..
최근엔 워3리그에 더 한껏 애정을 쏟고 있습니다..
'나의 두산'은 어쩌면 이젠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가버린 사랑의 감정과 같이 이따금 스포츠면을 들여다보긴 하지만..
마음아프기 싫어 외면하게 되버리고 마네요..
스포츠채널대신 게임채널을 틀어놓기 시작하면서부터..
직장 때려치고 야구가 너무 좋아 모해설위원 사무실에서 일했던 그 시절들은..
정말 사라져버린듯 합니다..
갑자기 마음이 아프네요..조만간 야구장엘 한 번 다녀올까 싶어요..^^
허걱, 댓글이 지나치게 길었군요..죄송합니다..
내가 누구게 ^_^
03/05/28 19:33
수정 아이콘
요번에 임요환 선수와 결혼하셨다던 그분인가 ^_^a
카나타
03/05/28 20:03
수정 아이콘
내가 누구게님 무슨 소리신지...-_-;;
임요환선수가 결혼을 하다뇨?...-_-;;
전 그런 얘기 처음듣는데요?
내가 누구게 ^_^
03/05/28 20:08
수정 아이콘
^_^; 아니 조큽니다 ^_^;;;;;
요환동에서 그러한 글을 얼핏 본지라 ^_^
암튼 직접 뵌적은 없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 영훈님^^
주영훈
03/05/28 20:1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결혼을 하니 좋기는 한데...
스타를 시청하는데 있어서는 하나의 장애물이 생겨버리기도 ....
내가 누구게 ^_^
03/05/28 20:21
수정 아이콘
^_^ 영훈님 너무 하십니다 저는 그런 장애물 바라만 볼수 있어도 원이 없겠습니다 ㅠ_ㅠ
03/05/28 21:27
수정 아이콘
주영훈님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팬이란게 그런거겠죠?^^ 글장님과 공룡님과 같이 영훈님 글 기다리구 잇겠습니다.
불가리
03/05/28 21:58
수정 아이콘
천토님~ 반갑습니다. 저는 77년부터 롯데(실업팀)를 응원해왔으나 올해 야구관련 잡지 2박스 반을 버렸답니다. 저도 모 해설위원과 같이 일한 적이 있어서... 반갑네요. 언제 술한잔 하시면서 야구얘기로 꽃을 펴 보시지요.~
03/05/29 00:07
수정 아이콘
영훈님을 여기에서도 뵙게되니 상당히 느낌이 새롭네요 ^______^ 그는 잘해낼 거에요....그럼요....그리고 좀 잘못하면 어떻습니까...그담에 잘하면 되죠...^______^ 그리고 두산.....으....눈물이 앞을 가립니다...ㅠ.ㅠ
03/05/29 00:07
수정 아이콘
두산의 부진은 사실 예상됐던 결과입니다. 선수를 그렇다 퍼다 나르면서 그렇다고 제대로 된 스타우트 하나 해오는 것도 없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가 없지요.
박용오 총재가 그룹 회장을 맡고 있음에도 구단 지원이 그렇게나 없다니 참 뭐라고 해야할지 =ㅍ= !
롯데 팬임을 밝히는 것은 커밍 아웃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우스개 소리를 씁쓸한 마음으로 접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야구팬으로서 두산이 구단의 지원 부족으로 팬들마저 등져버린 롯데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 저는 엘지팬입니다. 라이벌 두산이 맥을 못추니까 엘지도 덩달아 맥을 못추는 느낌이라서 답글 남겨 봤습니다.
고로록⌒⌒
03/05/29 01:48
수정 아이콘
아아 영훈님 결혼 하셨군요^^ 몇개월 전에 하신다는 얘기만 들었는데...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도 잘 봤어요. 행복하세요!
CounSelor
03/05/29 05:48
수정 아이콘
이번에 그는 누구인가요...?
soulmate
03/05/29 10:46
수정 아이콘
과도한 스케줄이 맘에 걸리긴 하지만, 그의 눈빛이 모니터를 뚫어버리길;(표절입니다__*) 다시 한번 바래야지요.
야구는.......롯데팬이었으나 지금은 안봐지네요...despite님 말씀 마음 아프지만, 동감할 수 밖에 없어요ㅠ.ㅠ
120%coool
03/05/29 13:17
수정 아이콘
soulmate님, 저도 롯데팬이었으나 요즘은 안봐지네요.ㅠ.ㅜ 염종석 선수가 날리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9662 저그의 로망....강도경 [15] 연*^^*1561 03/05/29 1561
9660 오늘 MBC게임 W.A.U라는 프로그램에서 Pgr운영자분들 나오신다네요; [4] V-_-V1153 03/05/29 1153
9658 [잡담]7일의 신비함... [1] 박아제™1050 03/05/29 1050
9656 PGR21.com [6] IntiFadA1069 03/05/29 1069
9655 온게임넷 프로리그에 대한 몇가지 의견(추가) [10] Dabeeforever1382 03/05/29 1382
9654 [잡담] '메모광'이라는 수필을 아시나요? [10] 온리시청3292 03/05/29 3292
9652 오늘 스타리그보다.. [2] gam1162 03/05/29 1162
9651 요즘 알고지내는 전직 프로게이머 형님이 한분 계십니다.. [9] 미사토2991 03/05/29 2991
9650 [연재] 최면을 걸어요 (1) [19] 공룡1205 03/05/29 1205
9647 [이야기] 이야기를 해보죠 [14] 고드방, 스코1161 03/05/29 1161
9646 전적이 업데이트 되었군요. [8] strawb1206 03/05/29 1206
9645 비밀 번호 찾았습니다.^_^ [12] 글장1134 03/05/29 1134
9644 좋아하는 게이머에 대한 글을 쓰고선... [4] 信主NISSI1334 03/05/29 1334
9643 조심성이란. [1] La_Storia1100 03/05/29 1100
9642 내가 좋아하는 프로게이머들...^^ [14] NarabOayO1679 03/05/28 1679
9640 暴風降臨 (폭풍강림) 蚩尤平天下 (치우평천하) [10] 종합백과2691 03/05/28 2691
9638 프로게이머, 인라인 마라톤에서 승부 펼친다! [5] Madjulia1704 03/05/28 1704
9637 블리자드는 과연 스타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가? [5] 프토 of 낭만1394 03/05/28 1394
9636 [잡담] 나이와 잣대 [5] 온리시청1180 03/05/28 1180
9635 금요일 7시...그리고 기다려지는 그의 플레이 [15] 주영훈1623 03/05/28 1623
9634 오늘 같이 무더운날 시원하게 스타를 즐기는 법.. [5] icarus[RanGer]1024 03/05/28 1024
9632 오늘 방송하는 온게임넷 Click Arena 2003.. [4] 러브민트1219 03/05/28 1219
9631 [잡담] 혼자 살기 [25] 해원1720 03/05/28 172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