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6/27 17:09:14
Name Port
Subject [연재]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聞錄 [# 26회]
  



  26회 - 기만책(欺瞞策) (1)

  
   0. 사념(思念)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들리지도 않아. 오로지 느껴지기만 해.
   추악하고 끈적이고 더러운 느낌이 들어. 하지만 무언가 애처롭고 슬퍼.

   제임스 레이너. 나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를 이용하려고만 한 멩스크와 테란연합 따위와는 달리 나에게 자상한 관심을 가져주었다. 마음속에서 그를 그려본다. 마음속에서 그를 불러본다. 마음속에서 그를······.

  
   1. 조우(遭遇)

   인류 역사상, 프로토스 역사상. 서로의 존재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나 인류 역사상, 프로토스 역사상 그들이 처음 만나서 이야기 한 것은 레이너와 테사다(Tassadar)가 처음이었다. 레이너가 멩스크의 레이스편대에 의해 위협에 쳐해 있을 때, 그 레이스편대를 괴력으로 전멸시키며 공간워프기술로 레이너를 구해낸 프로토스는 다름 아닌 코프룰루 섹터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테사다였다.
   그들은 서로 첫 만남이었으나, 전혀 어색함이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녕하시오. 난 테란의 짐 레이너라고 하오.”

   “레이너, 반갑소. 나는 테사다라고 하오. 이쪽은 그르르르(Grrr), 그르르르 왼편엔 질리아스(Zealias), 내 오른쪽엔 제라툴(Zeratul)이라 한다네.”

   서로 정중하게 인사를 나누고 레이너가 그르르르, 질리아스, 제라툴의 얼굴을 각각 확인하여 기억하려고 하는데 프로토스의 세 전사만 눈에 띄었다.

   “4명이라고? 내 눈엔 3명으로 보이는데? 장난치나?”

   레이너가 눈 씻고 찾아봐도 분명히 3명이였다.

   “아참, 그대 눈에는 안보이나? 제라툴은 어둠의 전사이지.”

   “클로킹 같은 기술인가?”

   테란의 고스트나 레이스는 에너지가 있다면 은폐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클로킹이라 하는데, 레이너는 제라툴을 클로킹으로 생각한 것 같았다.

   “아니. 너희들의 클로킹과는 좀 개념이 달라. 뭐랄까, 너희들의 클로킹이라는 그 기술은 시간이 제한되어있지?”

   “응. 에너지가 다 떨어지면 클로킹상태에서 풀리게 돼.”

   이에 테사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하지만 제라툴은 그렇지 않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몸이 영구히 은폐된다.”

   “뭐? 그게 가능한가?”

   레이너는 놀랐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종이비행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내구성이 떨어지는 레이스가 실로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때가 클로킹상태일 때이며, 고스트가 진정으로 고스트라 불리는 것은 그 클로킹에 이유가 있는데, 아쉽게도 테란의 기술력으로는 클로킹은 영구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영구적인 클로킹상태라니. 이 얼마나 가공할 능력이란 말인가.  

   놀라고 있는 레이너에게 그르르르(Grrr)가 다가왔다.

   “이러고 있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나 나누도록 하지. 마침 넥서스(Nexus)가 워프 완료했다더군.”

   “워프라고?”

   레이너는 또다시 놀랐다. 분명히 아까 전에 이들이 레이스편대를 전멸시키고 공간을 왜곡시켜 이 이름 모를 행성으로 순식간에 이동해왔다. 이들은 워프를 주 기술로 삼는 고도의 문명을 지닌 종족이란 말인가?

   이에 그르르르가 별 신경 쓰지 않고 대답했다.

   “워프는 우리 프로토스의 기본적인 기술이네만.”

   여기에 질리아스가 가세하여 자부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레이너를 또다시 놀라게 했다.

   “우리 프로토스는 반입자 에너지를 다룰 수 있으며, 고도의 정신집중력으로 엄청난 사이오닉에너지를 발휘할 수도 있다.”

   반입자 에너지에 사이오닉인지 뭐시기에 벌써 반쯤 정신이 나가있는 레이너. 여기에 그르르르가 하늘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레이너, 저것 보이나?”

   레이너가 그르르르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니 엄청나게 육중한 전투기 하나가 공중 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전투기인가? 무척이나 강력하게 생겼는데? 테란의 최고전투기인 베틀크루저와 1:1로 싸워도 비등비등하겠는데?”

   “하하하, 그런가? 우리는 저 전투기를 전투기라 안하는데. 그저 정찰기로 쓴다네.”

   “뭐, 뭐라고? 그러면?”

   레이너는 또다시 경악을 하고, 프로토스들은 레이너를 놀라게 하는 재미에 맛 들였는지 계속해서 놀라게 하였다.

   “우리의 전투함선의 최고봉은 캐리어(Carrier)라고 한다. 캐리어는 사령선의 용도로 제작되었음에도, 수많은 소형 인터셉터(Interceptor)들의 위력이 매우 막강하여 적함선 하나 둘 정도는 순식간에 소멸시킬 수 있다. 하지만 캐리어보다도 더 강력한 함선이 우리에게 하나 있는데 그 이름은.”

   “아비터(Arbiter)다.”

   그저 방관만 하던 테사다가 그르르르, 질리아스의 이야기에 껴들었다.

   “아비터는 프로토스 과학기술의 총집합체이다. 아비터 한 대가 전장에 뜨면 그 아비터 주변의 시공은 일그러져서 그 주변의 모든 프로토스의 존재들은 은폐가 된다. 게다가 아비터는 공간을 자유자제로 이용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전사들의 워프라든지, 상대 적군을 한동안 다른 공간에 가두는 것 등등이 가능하다.”

   아비터의 존재는 레이너에게 충격 이상의 것을 선사하였다.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아 떡하니 벌리고 있는데 문뜩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이놈들 허풍떠는 거 아닐까? 이토록 강한 존재들이 캐리건에게 졌단 말인가?’

   캐리건은 벌쳐와 탱크를 자유자재로 적절히 활용하여 프로토스의 군대를 순식간에 괴멸시켰다. 그녀의 그런 능란한 전술구사가 승리의 원동력이었겠으나, 저들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결코 캐리건에게 질 이유가 없었을 터.  
   혹시 이들과 만난 것이 꿈은 아닐까 생각하여 볼을 세게 꼬집었는데 무척 아팠다.

   “시시콜콜한 얘기는 그만두고 넥서스로 가자. 거기 가서 앞으로의 일을 논의해야해. 우려하던 것보다 일이 더 복잡해졌어.”

   테사다가 서둘러 넥서스로 들어가자 그르르르, 질리아스, 눈에 보이지 않는 제라툴이 뒤를 따랐고, 레이너도 서둘러 그들의 뒤를 따랐다.
  


   2.


   넥서스라고 불리는 건물에 들어온 프로토스의 네 전사와 레이너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선 레이너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간 것이 있는데, 캐리건은 공격했으면서 왜 나는 왜 살려주었나? 저의가 뭐지?”

   멩스크와의 악연 때문에 남들을 믿지 못하는 의심의 싹이 레이너의 마음속에 무럭무럭 자라 있었다. 비록 이들이 친절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과연 이들과 같은 배를 탄 동지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이에 테사다는 담담하게 대답을 했다.

   “오해하지 마라. 우리는 캐리건을 공격한 적이 없다. 너희들이 우리를 먼저 공격한 것이다.”

   “뭐? 오해라고? 캐리건이 너희들 때문에 죽었는데도 오해라고 할 수 있을까?”

   갑작스럽게 화를 내는 레이너의 반응에 프로토스 전사들은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역시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 나갔다.

   “우리는 너희 코프룰루 섹터를 더럽히는 저그들을 소탕하는데 그 목적이 있을 뿐, 너희들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제멋대로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은 너희들의 수장 멩스크였다. 그리고 캐리건은 우리와의 싸움에서 능란한 전술운용으로 승리를 거뒀는데 왜 우리가 캐리건을 죽였다 하는가?”

   그들의 논리정연하고 차분한 대답에 한풀 기세가 꺾인 레이너였지만, 아직까지 의심의 눈초리는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왜 나를 구해주었는가?”

   “그대의 능력은 테란 중에서도 발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테사다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레이너가 끊어먹으며 소리를 질렀다.
    
   “결국 너희들도 내 능력을 보고 구해주었다는 것인가? 그럼 너희들이 멩스크와 다른 게 뭔가!”  

   역시 테사다는 몇 백 년을 산 존재라서 그런지, 상대의 어떤 반응에도 전혀 동요되는 바 없었다.

   “왜 화부터 내나. 우리는 멩스크와는 다르다. 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결코 멩스크의 야망과는 근본이 다르다. 우리의 목적은 순수하다. 그저 저그를 박멸하는데 그 목적이 있을 뿐이다. 멩스크와 비교하지 마라. 기분 나쁘다.”

   어찌되었건 레이너가 절체절명의 위기순간에 구해주었던 존재들이 저들이며, 최소한 저들에겐 악의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바, 레이너는 한 번 더 속아보는 심정으로,

   “알았다······.”

   라고 대답한 후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 BGM은 삭제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케미
05/06/27 22:15
수정 아이콘
다시 본편! 잘 읽었습니다^^
후루꾸
05/06/28 01:54
수정 아이콘
오 재미있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074 [UZOO 펌]강민, 올 시즌 첫 10-10 달성 [26] 이지아5884 05/06/28 5884 0
14073 보면 TV 부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영화는 어떤게 있을까요? [132] 정테란5426 05/06/28 5426 0
14071 요즘 박지성 선수를 보면서 [16] 대마왕처키6244 05/06/28 6244 0
14068 슥하이배 후로리그.그 첫번째 리그를 알리는 개막전. [34] legend4858 05/06/28 4858 0
14067 프로게임단 감독의 역할과 자질 문제. [44] sora aoi7045 05/06/28 7045 0
14065 안경과 군대. [31] SSeri5582 05/06/27 5582 0
14064 KTF 의 승리를 축하드리지만...이윤열선수 힘내십시오 [28] 제일앞선6151 05/06/27 6151 0
14061 오늘경기에 미뤄본 에버 결승전 예상 [19] Gidday4891 05/06/27 4891 0
14060 수요일 프로리그 KTF VS GO 더더욱 기대가 되네요 [25] 초보랜덤5531 05/06/27 5531 0
14059 e네이쳐탑 팀의 병명은? [38] 결함5869 05/06/27 5869 0
14058 공포 영화에 대한 몇가지 소견(약간 섬뜩한 사진 있어요. 주의 요망) [21] 네로울프4786 05/06/27 4786 0
14056 [연재] Reconquista - 어린 질럿의 見聞錄 [# 26회] [2] Port4718 05/06/27 4718 0
14055 위대한 축구선수가 우리나라에 있었네요 [152] 에토12065 05/06/27 12065 0
14053 자게에 올라온 [개구리 소년]이란 글을 보셨습니까? [15] Ex_Edge6264 05/06/27 6264 0
14052 비가 오면 더 푸르른 숲처럼 [10] 총알이 모자라.4885 05/06/27 4885 0
14051 해외 다국적 선수로 구성된 ToT길드와 국내 길드인 Sea.길드의 대결 결과가 나왔네요... [40] 한방인생!!!7875 05/06/27 7875 0
14050 생겼다, 생겼다, 생겼다! [19] 사랑인걸...4939 05/06/27 4939 0
14049 이번주 올스타전 사진과 후기입니다 ^^ [9] Eva0104417 05/06/27 4417 0
14047 반갑다 내영원한라이벌.. [8] 우걀걀4379 05/06/27 4379 0
14046 [잡담] 베트맨 비긴즈 - 판타지의 실종(스포일러?) [31] My name is J4952 05/06/27 4952 0
14045 김동준 해설의 해설 스타일 분석. [54] 나야나♡5911 05/06/26 5911 0
14044 프로게이머 6월 랭킹이 나왔네요 [31] 마동왕8098 05/06/26 8098 0
14043 PRIDE FC 미들급 GP가 방금 끝났습니다. - 경기 결과 - [34] FTossLove5499 05/06/26 549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