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7/21 14:37:40
Name OrBef
Subject PC방 죽돌이 친구
다 옛일들이죠. 지금은 정말 열심히 살고있는 제 친구이야기입니다.

1. 포트리스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모두 같은학교를 다닌 친구가 있습니다 -_- 뭐 그놈 살리기 위해서 제가 대신 죽어줄 수도 있는 놈이었죠. 지금이야 제가 처자가 있으니 안돼지만요 ^^

하여튼, 그놈은 저랑 많은 취미를 공유했었는데, 유독 스타만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버텼었습니다. 99년이었나.. 저는 반백수, 그놈은 완전 백수였는데, 스타에 빠지면 제대로 망가질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죠.

그래서 그놈이 택한 대안 - 백수기간에 뭔가를 하고 놀긴 해야겠으니 - 은 포트리스였습니다. 캐쥬얼 게임이니만큼, 적당히 하고 놀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시작했겠죠.

근데 어느날부터 그놈이 연락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집에도 없고 전화도 안받고요. 5일 뒤 그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밥사줘'

그렇습니다. 5일 120시간동안 컵라면만 먹고 포트리스만 하다가 드디어 돈이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꾸벅꾸벅 존 시간 합하면 20시간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그놈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2. 스타
제가 포트리스 시스템을 몰라서 그놈의 최종 계급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관은 관인데 금관이었는지 은관이었는지.. 하여튼 포트리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그놈은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친구 : '포트리스 계속하면 나 폐인될까봐 스타하기로 했다 --v'
저 : '담배 끊으려고 마약하는구나. 같이 죽어보자 친구야 -_-a'
친구 : '스타가 아무렴 포트리스만큼 재미있을까봐 --ㅗ'

저.. 리플레이 기능 나오면서부터 흥미를 잃긴 했지만, 나름대로 그때는 스타 좀 했었습니다. 신나서 친구에게 제가 알고있는 모든 것을 주말 2박3일에 걸쳐서 열심히 전수해줬죠. 폐인모드를 방지하기 위해 주중에는 안하기로 약속했구요.

그리고 다음 주말에 만난 친구.. 아직도 못하긴 하지만, 벌써 대충 중수라고 속일 수 있는 초보가 되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저 : '뭐냐? 주중에 연습했냐?'
친구 : '연습은 무슨.. 내가 원래 센스가 좋다 --v'
저 : '--ㅗ 너 배넷했지? 빨랑 불어라.'

stats: 78win 194lose 4disconnect

잊을 수 없는 저 숫자. 합이 276전. 기간 5일.

3. 직장인 대회
이후 저나 그친구나 물론 취직을 했죠. (계속 백수면 곤란하죠 ^^;)

하지만 그 이후에도 둘 다 스타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동네 게임방에서는 저희보다 잘하는 사람을 찾지 못할 정도가 됐었습니다. (아.. 물론 동네의 수준이 떨어지는 탓도 컸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게임아이로 1300~1400 왔다갔다할 정도였죠. ) 그러다 벌어진 온게임넷 직장인 대회!

친구 : 'OrBef야..'
저 : '엉?'
친구 : '저사람들보다 우리가 잘하는거 같지 않냐?'
저 : '그러게.. 되게 못하네'
친구 : '다음 대회 열리면 우리 나가자'

그땐 몰랐습니다. 방송에서 그 삽질하는 분들이 전부 1300점 이상 되는 분들이었다는 걸요.

2차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예선에 참가를 했습니다. 강남 어디였던거 같은데 위치는 기억이 안나네요.

첫 경기는 나이 지긋해보이시는.. 척보기에도 그냥 재미삼아 오신 어르신이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경기에서 가볍게 버스탑승당한 저는 상대분께 여쭤봤죠.

'저.. 게임아이 점수가?'
'1800 인데요.(허헉!) 그쪽은요?'
'아하하하하 긁적긁적.. 전 그냥 아시아 공방에서 놉니다 ^^땀'

도저히 제 아이디를 밝힐 수 없었습니다.

대기실에 나가보니 이미 담배피고있는 제 친구가 있더군요.

친구 : 'OrBef야'
저 : '어'
친구 : '우리 이제 스타 재미로만 하자'

이후 저희는 정말로 주말에만 가끔, 그것도 아시아 공방에서만 즐기는 평범한 스타 유저가 되었습니다.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흐흐흐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5/07/21 14:47
수정 아이콘
저도 처음에 친구랑 1/1 하던 기억이 나는군요^^;
~Checky입니다욧~
05/07/21 15:09
수정 아이콘
담배끊으려고 마약하는...
딱 적절한 대사!!
쥐마왕
05/07/21 15:14
수정 아이콘
5일동안의 전적 .. 덜덜덜 .거의 살인적입니다..
친구분 대단하세요
항즐이
05/07/21 15:43
수정 아이콘
크하하하하

제 동문 친구가 대학교 1학년 때 저 물리 가르쳐주려고 왔다가 제 컴으로 첨 스타 캠페인을 시작해서 15시간인가를.. 밥도 안먹고 했죠.. -_- 전 시험치러갔었고.. 갔다오니 룸메이트 형이 "니 친구 완전 징하다" ㅡ.ㅡ;;

동문 선배님 중에서도 다른 학교 기숙사에서 다른 사람이 스타하는 걸 7시간동안 보고만! 있었다는.. 전설적인.. 왜 봤을까.. 결국 그분 몇 달 있다 스타 시작하시고 7~8개월만에 1000승 찍으셨다죠...

스타는 정말 마약입니다;; 근데 디아나 리니지는 한층 강한 커스텀 블렌디 인 듯;;
05/07/21 15:51
수정 아이콘
리니지!!!

전 택진 사장님을 '길잃은 어린양들을 제대로 쥐어짤 줄 아는 정말 나쁜 악당'이라고도 생각하지만, '피폐한 인간성에 대한 통찰력'이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고도 생각해요.

누구나 게임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을 때, 홀로 어떻게 만들면 좀 더 현실도피처로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자체가.. 정말 천재적이죠.

'펑션키와 마우스만으로, 담배피고 커피마시면서 해도, 많이만 하면, 이세상의 주인은 나!' 정말 대단한 발상 아닌가요?
wingfoot
05/07/21 17:46
수정 아이콘
으하하,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저는 스타에서 디아블로2로 전향하면서 정말 "담배끊으려고 마약하는" 게 어떤 건지 알게됐죠. 아이템에 대한 끝없는 탐욕... 꿈에 윈드포스-아시는 분은 다 아는 궁극의 아이템 중 하나-가 나올 지경이 되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바로 '재활치료' 들어갔습니다.-_-;;
LunartiS
05/07/21 19:44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글 잘 읽었습니다~ ^^;;
하얀잼
05/07/21 19:50
수정 아이콘
저 이런글 너무 좋아합니다~ 다음에도 관련 에피소드 부탁드립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821 여러분은 게임계를 독식?하는 스타크래프트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3] Se.Le.Ne4339 05/07/21 4339 0
14820 스타리그 주간 MVP (7월 셋째주) 결과 [2] DuomoFirenze4097 05/07/21 4097 0
14819 저는 남자입니다. 저는 간호학과에 갈 것입니다. [28] 서지원4898 05/07/21 4898 0
14817 저도 올립니다. 세기의 라이벌전 예상 라인업 [14] 초보랜덤4458 05/07/21 4458 0
14816 다음에 올라온, 아시아나 부기장의 글입니다. [71] juno7621 05/07/21 7621 0
14815 apm 애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러분은 어떤 조합을 쓰시는지요..? [52] stardom4422 05/07/21 4422 0
14814 여러분.APM중 핫키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것이 적당할까요? [50] 비엔나커피4747 05/07/21 4747 0
14813 위화도 회군 (KTF응원글) [8] zenith4073 05/07/21 4073 0
14812 PC방 죽돌이 친구 [8] OrBef4500 05/07/21 4500 0
14811 7월 30일 KTF MagicN's versus SK TelecomT1 엔트리를 예상해 봅시다, [40] 세브첸코.A4326 05/07/21 4326 0
14810 SKY Pro League PO SKT T1 vs GO - 경기만 보자! [14] 호수청년4783 05/07/21 4783 0
14809 2005년 7월 20일 17시 15분. [14] 최유형4641 05/07/21 4641 0
14808 마지막.한번만더. 어제 지오엔트리분석. [85] 포아5239 05/07/21 5239 0
14807 광안리결승에서 만약 7차전까지 간다면? [69] 어...6424 05/07/21 6424 0
14806 [축사]7월30일 하나의 축제로 우리모두 즐기자 [20] [NC]...TesTER4321 05/07/21 4321 0
14805 KTF.. T1처럼 이 꽉 깨물어라 [23] ggum3374991 05/07/21 4991 0
14804 [펌]세상이 이래도 되는건가? [30] 숨...5420 05/07/21 5420 0
14803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윤건. [28] EndLEss_MAy4549 05/07/21 4549 0
14801 광안리 결승이라고? 덜덜덜... [14] siam shade4054 05/07/21 4054 0
14799 조규남 감독님... [15] LoveActually5341 05/07/21 5341 0
14797 오늘 티원이 4:1 로 졌다면? [34] 무탈5090 05/07/21 5090 0
14796 오늘의 논란 GO의 엔트리 - 조규남감독의 책임인가?? [73] XoltCounteR6357 05/07/20 6357 0
14795 프로리그 결승전이 코 앞입니다. [5] Allegro4272 05/07/20 427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