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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06 03:56:56
Name 비엔나커피
Subject 군대시절에.. 영창이란곳에 갔었읍니다.
나름대로 억울한 죄명으로.. 미결수..(15일 영창이랑 틀린겁니다)
생활을 6개월간 했었읍니다. - 군단 기록이 더군요.재판이 이리저리 어렵게 되서..

결국 무죄로 나오기는 했읍니다.덕분에 제대도 제날짜에 했구요.
6개월간 정말 힘들었읍니다.햇빛 안들어오는 지하감방에서 4평남직한 공간에 15~25명이
생활한다는것..
그기간동안 첫날 절 무지하게 때리던 폭력범부터 시작해서 여러죄명의 사람들이 제
기억속에 들렀다 떠나갔읍니다.

보통 한달~두달사이에 재판결과가 나오고 유,무죄가 가려져서 교도소나 자대로 가게되니
제가 3턴 정도의 "미결수"들을 보게되었지요.그중에 기억에 남는 "미결수"들이 있어
글로 함 써봅니다.

옥천에서 온 열여덟 먹은 김모군이 있읍니다.
더운날 미결방에서 최고참이 되어있던 저는 티비시청을 하고 있었더랍니다.
강원도 모 부대에서 무장탈영.뉴스속보 더군요.
해안경계 부대의 특성상 실탄과 수류탄,조명지뢰까지 가지고 나가게 되는데..
이등병이 같이 나간 사수(상병)가 자는틈에 근무지 이탈을 해서 택시를 잡았더랍니다.
기사를 총으로 위협해서 트렁크에 태우고 집으로 무작정 가던중 기사가 트렁크를 열고
탈출(다리가 부러졌답니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군 헌병대 특공대와 대치(인질까지..)
그 과정에 민간인 4명부상.
결국 체포되어 군 지프에 실려 가는 모습이 나오더군요.

대략 30분정도후 제가있던 영창에 그 무장탈영병이 들어왔읍니다.
순간... 분위기 싸하더군요.
통제할수 없는 누군가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것이..
무서웠읍니다.

그후로 두달정도를 같이 지냈읍니다.
"너 왜 그랬냐.."물어보니
"그냥..형..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하며 울더군요.
할말이 없었읍니다.뭐라고 해야할지..

결국 김모군은 재판결과 단기 15년 장기 18년의 형을 받았읍니다.
(미성년은 그런식으로 한다더군요.)
그때가 96년도였으니 잘하면 2011년..길면 2013년에 나오겠군요.
서른 셋이나 서른여섯의 나이에..

두번째 기억에 남는 사람은 여호와의 증인으로 "집총거부"를 한 27살의 형이었읍니다.
저와 두달을 같이 있었지요.그 시간동안 많은 이야기를 했읍니다.
나이에 맞지않게 무척이나 순진하더군요.
"저는 누구에게 총을 겨눌수는 없읍니다.그러나 사회에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고 살려합니다.각오하고 온곳이긴 하지만 한편 억울한 맘 금할수가 없읍니다.."하더군요.
나이는 어리지만.. 그곳에선 제가 형이며 선입이었읍니다.
"그렇지만 사회에선 피해안주는 사람을 바라지 않아.. 그 일부가 되어줄 사람을 원하고
아닐경우엔 도태시키는것 같아.."저의 말이었읍니다.

매주 일요일이면 사단 교회에서 위문을 왔읍니다.그때 항상 오시던 분이 그 교회 집사이자
중령이셨던 분인데 .. 그분은 그 형을 무척이나 안타까워 하시더군요.
보통 집총거부 여호와의 증인은 2년 6개월형을 받게됩니다.길지요??

그 형이 재판을 받을때 우습게도 그 중령님이 재판장을 하셨읍니다.
그리고 형량은 2년이었읍니다.
기독교 교회의 집사셨지만 "이단"에 대해서도 이해를 해주시던 그분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네요.또 그 살벌하고 무거운 재판정에서(군사재판..무섭습니다.) 자신의 무죄를 말하고
허나 믿음을 위해 죄를 받겠다고 말하던 그형을..
그것이 사이비건 아니건을 떠나 말이죠..

세번째는 한 단기사병(방위하고 하죠.)이었읍니다.
영창에 들어오는데 무슨 목발에 약꾸러미를 한웅큼 들고 오더군요.
편의상 이모군이라 할까요.
이모군은 방위병을 하던중 퇴근후에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드라이브를 했더랍니다.
엘란트라였나.. 뒷자리엔 아가씨 3명을.. 조수석엔 친구를 태우고 말이죠.
7번국도를 운전해보신분은 알지만 순간 실수하면 바로 절벽으로 떨어지죠.
음주운전 주제에 160Km를 밟다가 핸들을 놓쳤답니다.

그결과로..
자신은 갈비뼈 전부가 으스러지면서 폐에 4개의 뼈가 꽂히고.. 조수석의 친구는 하반신 불수가.. 뒷자석의 아가씨중 2명이 즉사했읍니다.
그때 그친구의 나이가 스물이었읍니다.아가씨들은 열 아홉..

불쌍한 친구였읍니다.
저와 함께있던 한달동안.. 그친구는
"전 이제 끝났어요.. 제 몸도..인생도.."하고 하더군요.

그러나 전 그친구가 너무 미웠읍니다.
덕분에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두생명이 너무도 아쉬웠기 때문에요.
몸만 건강했다면 제가 맞은것의 두 세배 정도는 패주고 싶었지만..
보고 있으면 불쌍하고 눈물만 나더군요..저걸 어쩌나..저거 어떻게 사나..생각에요..


뜬금없이 이 밤에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요.
이유는 제가 소주한잔을 해서.. 이기도 하고,
이제 군대 가시는 분이나.. 지금 인생의 갈림에서 힘들어 하시는 분들에게
삶을 망치는 길의 표본이 되리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전 가치있는 사람은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삽니다.
아직 젊은 당신들은(늙으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가능성이 저보단 많겠지요.
고로 저보다 가치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의 가치를 소중히 하시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해주시길 바래요.
아직 저도 인생의 반도 못산 넘이지만..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침에 보면 주정이다 싶겠네요.
하지만 어둠과 술의 기운을 빌리지 않으면 어찌 이런글을 써보겠읍니까.
읽어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와 사과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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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06 04:00
수정 아이콘
실수를 용서받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겠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SlayerS_[Dragon]
05/08/06 04:03
수정 아이콘
도움될만한 글 감사합니다^-^;;
멋쟁이어빠~
05/08/06 04:16
수정 아이콘
음...좋은이야기..
읍니다==>습니다.
이분 맞춤범을 습니다.를 읍니다로 아시는것같네요..한두군대가아니라 모든곳에..;;;한 90년대초에 쓰이던..?고치셔야겠네요..옛날분이라는느낌이.;;
그리고 늙으신분들보다는 연세가있으신이나 나이가 있으신으로.;;;
늙으신이라는 억양이;;
EpikHigh
05/08/06 04:59
수정 아이콘
이야 굉장히 좋은 글이네요.
05/08/06 05:08
수정 아이콘
이런말씀하면 기분나쁘실지도 모르시겠지만....
많은경험 하시고 오셨네요.. 앞으로 살면서 많은도움되실것같아요..
저도 새벽에 봐서 그런지 이글이 굉장히 좋게 느껴지는군요..
제게 도움되는글인것도 같고요.. 감사합니다 ㅇㅇ/..
아레스
05/08/06 05:09
수정 아이콘
군제대한지 벌써 여러해가지났지만, 어젯밤에도 군대꿈을 꾸었습니다..
요즘따라 계속이네요..
왜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말입니다..
우걀걀
05/08/06 05:43
수정 아이콘
무장탈영하면 즉시사살이라고들었는데..
그어린나이에 군대에가서 잠깐실수했다고 15~18년동안 교도소생활
하다니...나오면 서른셋~서른여섯...아 정말 안됬습니다
그리고 사고난 그분도 같이타있던 여자분들도 친구분들도
너무 안되셧습니다 정말 인생은 한순간실수는 돌이킬수없는거같네여
많은생각을 하게되는글 잘읽었습니다
05/08/06 07:20
수정 아이콘
군대 시절 군사령부 근무에 정보과 보안계라는 보직 특성상 수시로 들락거린 곳이 법무부, 기무반, 헌병대입니다. 그 쪽 수사관님들하고도 무지 친했죠.. -_-;; 거의 80~90% 그 쪽 시스템 아는데 미결수 6개월 이라니 엄청나네요. 무죄라시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미결수라지만 TV시청이 허용되는가 보군요? 음.. 그건 좀 제가 아는 바랑 많이 틀려서... 머 어쨌뜬. 엄청난 경험 하신 거라 생각되고.. 진짜 군법은 무서워서 사건 사고 사례와 그 처벌 보면서 많이 놀랐었습니다. 한번의 실수로 평생 멍을 지고 살게 되는 사람이 꽤 많았죠. 참 안타까웠습니다.
05/08/06 09:0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05/08/06 09:12
수정 아이콘
억지로 끌고가서는 무죄판결나셨는데.. 보상도 없으면 그야말로 ㅡ.,ㅡ;;
꿀꿀이
05/08/06 09:17
수정 아이콘
영창6개월이나...15일있는것도 엄청힘들다고하던대..
05/08/06 09:23
수정 아이콘
허허허.. 제가 법무실에서 근무중이죠
옛날엔 정말 살벌했군요
05/08/06 09:51
수정 아이콘
도움되는글 감사합니다~
D.TASADAR
05/08/06 10: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견습마도사
05/08/06 11:03
수정 아이콘
그저 추게로 갔으면 좋겠네요
손가락바보
05/08/06 11:35
수정 아이콘
예비역이면서도 이런쪽으로 무지했는데...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좋은 글인듯 싶습니다. 군대에선 그냥 저냥 참고 개기는게 최고예요..
05/08/06 12:13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엽기토끼
05/08/06 12:23
수정 아이콘
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김성태
05/08/06 13:0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다시 제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지를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05/08/06 14:15
수정 아이콘
좀 더 알게되고 좀더 생각하게 되네요... 인간이란 존재가 참 별 것 아닌데, 순간의 실수로 누구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건데 뽐내고 으스대며 사는 사람들이 어리석게 느껴집니다.
이제다시
05/08/06 14:49
수정 아이콘
추게로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이쥴레이
05/08/06 16:54
수정 아이콘
위병소에서 위병조장으로 근무하다가 선임과 시비가 붙어 싸웠고, 그걸 재수없게 지나가던 대대장님이 보셔서... 선임은 10일, 저는 5일 영창 갔다 왔죠..

덕분에 03년 12월 30일 제대가 04년 1월 4일 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예비군 훈련 1년 늦게 받게된 예비군 1년차 =_=

원래대로라면 2년차일텐데.. 흑흑..


영창에서 5일 나름대로 짜증나던 생활..
05/08/06 16:57
수정 아이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초록별의 전설
05/08/06 23:13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전 군대말년때, 소원수리때문에 동기들 몇명이 영창을 가는걸 지켜봤는데요... 같이 말년휴가 계획짜면서 기대에 부풀했었는데, 후임애들한테 많이 화도나고,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오랜만에 동기들한테 안부전화나 좀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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