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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08 08:27:30
Name 위제트
Subject 김용대에 관하여...
※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이라 반말투입니다;;; 양해해 주세요;;;


참 운이 없는 선수다.

이동국과 김은중이 지금의 박주영보다 더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던 청소년 대표 시절. 김용대는 그들의 뒤에 서서 골문을 지켰다.

그리고 곧바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대표로 올라갔다.

누구나 예상한 그의 엘리트 코스.

거스 히딩크가 국가대표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2001년에 뽑은 세명의 골키퍼는 김병지, 이운재, 그리고 김용대였다.

축구팬들의 일반적인 예측은 김병지가 주전, 이운재가 서브로 기용되고 젊은 김용대는 큰 대회를 경험하게 해주기 위해 데려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2001년 말, 홍콩 칼스버그컵에 참가하던 도중 김병지가 그 특유의 기질을 못이기고 골문을 벗어나 공을 드리블하다 실점 위기를 초래한다. 비록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히딩크는 김병지에게 더 이상 주전을 확실히 맡기지 않았다.

이운재와 김용대에겐 기회였다.

특히 23세의 김용대는 월드컵 본선에 한 경기라도 나갈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히딩크는 훗날을 위해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는 무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는 철저히 이기기 위해 선수를 기용했다.

운명의 2002년 3월, 월드컵 대표 최종 명단이 발표됐다.

골키퍼는 역시 세명이 뽑혔다.

1번 이운재. 이운재에게 1번을 맡긴 것은 히딩크가 안정감이 있는 이운재를 주전감으로 낙찰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12번 김병지. 비록 히딩크의 신임은 잃었지만 순발력과 판단력 부분에서는 이운재보다 확실히 뛰어난 그에게도 반격의 기회는 왔다.

그리고...

23번 마지막 골키퍼 자리는 김용대가 아닌 대전 시티즌의 31세 노장 골키퍼 최은성에게 돌아갔다.

히딩크는 철저히 실력으로 판단했고, 경험과 안정감을 갖춘 최은성이 젊지만 기복이 있는 김용대를 제친 것이다.

당시 김용대 외에도 이동국, 고종수 등이 대표팀 최종 선발에서 탈락하며 암울한 시간을 보냈다. 고종수는 스스로 자신을 망가트리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동국과 김용대는 다시 한번의 기회가 있었다. 2002년 아시안게임이 바로 그것이었다(이동국과 김용대는 올림픽에는 출전하기 힘들었다. 와일드 카드가 있지만 김용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동국도 포지션상 뽑힐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여기서 우승하면 군 면제를 받을수 있다. 프로 선수에게 있어서 군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축구는 아니었지만 야구의 경우 몇달 전 병역비리를 저지른 선수들이 대거 영창에 들어가기도 했다.

특히 이동국이나 김용대 같이 기본적인 능력이 있고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에게는 군 면제가 절실히 필요했다.

대망의 아시안게임이 시작됐다.

한국은 승승장구하며 4강까지 무난히 안착했다.

8강까지 네 경기(몰디브, 오만, 말레이시아, 바레인전)에서 14득점 2실점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한국 대표팀은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다.

4강 상대는 이란. 이란을 이기면 반대편에서는 일본과 태국의 승자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답답한 전개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로 돌입한 양팀. 첫번째 키커들은 무난히 성공했다. 이란의 두번째 키커가 찬 볼도 이운재가 막을 수 없는 왼쪽 상단 구석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들어갔다.

한국의 두번째 키커는 이영표였다.

이영표는 왼쪽으로 시선을 주면서 허를 찔러 오른쪽 상단 골포스트를 노렸다. 이란 골키퍼는 이영표의 제스쳐에 속았다.

하지만 이영표의 슛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고 말았다.

골대 옆에서 지켜보던 이운재는 고개를 떨궜다.

이란과 한국의 3, 4번째 키커는 모두 정확한 슈팅을 구사해 성공했다. 스코어는 4 - 3. 이란의 다섯번째 키커가 슈팅을 성공하면 한국은 무조건 진다.

이때 김용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동국은 초조히 이운재가 공을 막고 한국의 다섯번째 키커인 자신이 슛을 할수 있기를 바랬을 것이다. 김용대는 과연 어땠을까? 막든 못 막든 자신이 한번 나서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을 무참히 무너뜨리고 이란의 다섯번째 키커는 완벽한 슛으로 한국을 넉다운시켰다. 5 - 3. 이 스코어는 한국이 결승에 갈 수 없다는걸 뜻했다. 결국 이동국과 김용대의 꿈은 사라졌다. 3, 4위전에서 태국에게 3 - 0 승리를 거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동국은 월드컵 탈락과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 실패의 아픔을 잊기 위해 일찌감치 입대한다. 하지만 김용대는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부산 아이콘스의 선배 골키퍼 정유석이 입대해서 광주 상무로 가는 바람에 골키퍼가 그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2002년에는 여러 대표 차출로 팀에서는 얼마 뛰지 못했다. 선배 정유석이 워낙 잘한 탓도 있었다.

2003년부터는 부산의 골문을 풀타임으로 지키게 된 김용대. 하지만 그는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우성용, 이민성, 마니치, 하리, 노정윤, 안효연 등 많은 동료들이 떠났다.

2003년 그의 첫 풀타임 시즌 성적은 13개팀 골키퍼 중 최악이었다. 36경기에 54실점. 경기당 1.4골 가까이 되는 무안한 실점률이었다. 사람들은 김용대를 잊어 가고 있었다. 이운재는 '언터쳐블'의 주전이었고, 청소년 대표의 김영광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축구 전문가들은 김용대를 가리켜 '키만 클 뿐 포지셔닝이 전혀 안 되고 안정감이 없다'며 그를 평가절하했고, 부산의 감독 이안 포터필드마저 그를 다음시즌 주전으로 써야 할지를 고민했다.

김용대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었다.

2004시즌이 시작됐다. 김용대 이외의 대안이 없는 포터필드는 그를 주전으로 기용했다. 전반기에는 역시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실수가 속출했다. 한경기에 4실점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는 달랐다. 포지셔닝이 눈에 띄게 좋아졌으며, 4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부산의 골문을 꽁꽁 틀어막기도 했다. 2004년 정규리그 성적은 23경기 17실점. 경기당 한골 미만으로 전 시즌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된 모습이었다.

국가대표에서도 기회가 왔다.

코엘류부터 본프레레까지, 그는 대표팀에 꾸준히 뽑혔다. 비록 이운재와 김영광에 이은 넘버 3 골키퍼였지만, 나락까지 떨어졌던 그는 대표팀에 다시 발탁됐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2005년 시즌, 포터필드는 김용대에게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3년간에 걸쳐 시도한 포백 수비가 유기적으로 맞아떨어지고, 김용대가 안정감만 찾는다면 상위권 도약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결과는 그 이상이다.

부산은 리그 최소실점의 짠물수비로 7년여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김용대는 리그 9경기에 단 6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이운재는 6경기 12실점, 김영광은 11경기 11실점, 김병지는 12경기 11실점으로 모두 김용대에 못미친다).

특히 부동의 주전으로 꼽히던 이운재의 급격한 노쇠화는 김용대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운재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던 '안정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본프레레 또한 그에게서 확실한 믿음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과연 나락으로 떨어졌던 김용대가 강력한 선후배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주전 골키퍼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주전이니 비주전이니를 따지기보단 김용대의 팬으로써는 단지 그가 2006년 월드컵 본선 23인 엔트리에 포함돼서, 본선에서 한 경기라도 필드에 나서는 걸 보고 싶다.

예전에 김용대라는 선수가 있었다는걸 모두가 알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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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멋쟁이
05/08/08 09:01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요새 이운재선수의 움직임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데
왜 김영광선수나 김용대선수를 기용하지 않는지...
과거 올림픽팀에서 김용대선수의 대활약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2002년 월드컵팀에선 휴가 후 몸이 불은 김용대선수를 보고 히딩크감독님이 김용대선수를 포기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김용대 선수 정말 아쉽습니다

아..그리고 김용대 선수를 용대사르라고 부르는데 왜 용대사르인가요?
또 윗 글에서 2001년 골드컵이 아니라 2001년 홍콩칼스버그컵으로 알고 있는데요...
김효경
05/08/08 09:05
수정 아이콘
확실히, 불운한 선수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가 대학 시절 보여줬던 능력을 아직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젊은 선수기 때문에 아직 보여줄 수 있는 찬스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파르마!
위제트
05/08/08 09:06
수정 아이콘
나멋쟁이님//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실수했네요;;; 수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용대사르는 김용대 선수가 체격이 키가 크고 팔이 길어서 반데사르처럼 공중볼 처리에 능해서 붙은 별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05/08/08 09:10
수정 아이콘
용대선수 얼굴도 미남이신데, 용대브란트가 더 어울릴 것 같군요.
아무튼 골리교체보다는 골리경쟁이 필요합니다.!
난다앙마
05/08/08 09:13
수정 아이콘
희딩크 자서전에 보면 원래 김용대 선수에게 무한 애정(칼스버그 컵에서의 선방과 유럽적신체조건)을 가지고있었는대 김용대 선수는 희딩크가 원하는 훈련방식 을 못쫓아갔다고 하더군요 내성적 성격 또한 한몫하고 이에 비교 하여 최은성 선수는 팀내 분위기 메이커에 모든훈련을 근성으로 수료.. -_-;; 희딩크는 보면 하려고 하는 적극적 의지를 갖은 선수를 좋아하는듯..^^;
오케이컴퓨터
05/08/08 09:15
수정 아이콘
나멋쟁이님//용대사르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골기퍼 반 데 사르의 이름에서 따온걸로 압니다. 반 데 사르는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죠.
Connection Out
05/08/08 09:31
수정 아이콘
불운으로 따지자면 서동명 골키퍼도 만만치 않습니다. 청소년-올림픽 대표팀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하다가 팀에서도 트레이드, 게다가 수비중 포스트에 머리를 부딪히면서 큰 부상 당하고 부진에 빠진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초중반까지 골키퍼가 모자라서 프로리그에서 외국인 골키퍼가 득세하던 상황과 비교해서 좋은 골키퍼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분명 다행입니다.
이디어트
05/08/08 09:37
수정 아이콘
김용대선수 작년인가 제작년 k-리그 올스타때 모자쓰고 나와서 키퍼하던 선수 아닌가요...??
위제트
05/08/08 09:38
수정 아이콘
이디어트님// 그분은 아마 이용발 선수가 아닐지;;;
05/08/08 11:36
수정 아이콘
고종수선수는 실력으로 밀린게 아니죠.. 히딩크호 초기 가장 큰 활약을 펼치며 부동의 주전자리를 챙기고 드디어 그 큰 재능을 꽃 피우는가 했다가 큰 부상한번 당해서...(이름은 잘.. 십자 어쩌고;)부상이 아니었더라면 고종수선수의 당시 포스를 봐서 대표팀엔 올랐을것 같은데요 참 아쉽네요..고종수선수도 김용대선수도(그러고보면 수없이 까여도 이정도 자리를 되찾은 이동국선수가 대단해보이는..)
초록추억
05/08/08 13:22
수정 아이콘
예전에 축구를 보면서 누나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었죠.
'안정환과 김용대가 동시에 국대경기를 치루면, 공격할때는 안정환 얼굴이 잡히고, 수비할때는 김용대 얼굴이 잡히니까..국가이미지가 엄청 좋아질꺼야 ㅋ'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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