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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1/25 17:26:24
Name sylent
Subject [sylent의 B급칼럼] 본좌 vs others
[sylent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sylent의 B급칼럼] 본좌 vs others

나는 ‘황제’ 임요환으로부터 시작해 ‘천재’ 이윤열, ‘괴물’ 최연성, 그리고 지금의 ‘마에스트로’ 마재윤으로 이어지는 이름 없는 아우라를 (그 어원이 어찌되었든) ‘본좌’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본좌’의 자리를 향해 고속 질주를 했으나 팬들의 인식에 전환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하지만 또 다른 의미의 포지션을 만들어낸 이들이 있다. 이를테면, 박성준, 강민, 조용호, 박정석 같은.


본좌 vs others

‘부자환상’에 빠진 이시대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재산이 얼마면 부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다면 어떤 대답을 쏟아낼까. 전체적으로 동의하는 대략의 수치가 있겠지만, 그 수치의 이면을 뜯어보면 결국 ‘나는 이 정도 돈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주관적 생각의 발로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본좌’에 관한 일련의 의견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차피 본좌의 정의라는 것이 주관적이라면, 한 번의 내려씀으로 확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최소 3개월 이상 승률이 70% 이상이었다든지, 양대리그 우승이라든지 하는 숫자놀음으로는 더욱 설명할 수가 없다. 누군가 “본좌는 최소 1년간 65% 이상의 승률을 유지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64%의 승률을 가진 누군가는 본좌가 아니라는 말인가? 또 다른 누군가 70%의 승률을 요구한다면, 65%는 본좌 논쟁에서 퇴출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혹은 누군가 “최소 양대리그 우승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한다면, 이윤열의 팬이 “그랜드 슬램 달성이 본좌의 척도다”라고 말할 때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기도 하다.


나의 본좌

나는 위에서 명시한 본좌의 라인업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차이점을 ‘느낌’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들이 이미 본좌가 되기 전부터) 본좌들의 경기를 대하는 나의 관심은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그리고 마재윤의 승리 방정식이 아니었다. 나의 안테나는 도대체 누가, 어떻게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그리고 마재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그래서, <네오포비든존>에서 ‘영웅’ 박정석이 임요환을 이겼을 때, <채러티>에서 ‘몽상가’ 강민 선수가 이윤열 선수를 이겼을 때, ‘투신’ 박성준이 <노스텔지어>에서 최연성을 이겼을 때, ‘신동’ 조용호가 <라이드오브발키리>에서 마재윤을 이겼을 때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미 준본좌가 되기 전부터) 박성준, 강민, 조용호, 박정석의 경기를 볼 때에는, 이들이 어떻게 상대를 요리할까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박성준 선수의 미칠 듯한 전투력, 강민의 거짓말을 참말로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전략, 온 맵을 뒤덮는 조용호의 생산력, 그리고 박정석의 카타르시스. 이들의 경기는 팬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들이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었고, 그 방법론에 환호하고 싶었다.

‘본좌’를 가르는 나의 기준은 이렇다. 지는 모습이 궁금한 사람은 본좌, 이기는 모습이 궁금한 사람은 준본좌. 그리고 이런 분류의 결과가 그럴싸하게 느껴지고 있다. 그래서 ‘대인배’ 김준영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나는 김준영이 어떻게 이기는지보다, 누가 김준영을 꺾었는지가 더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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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25 17:29
수정 아이콘
명쾌하네요. 저의 기준과도 비슷하구요. 근데 저는 김준영선수는 아직도 어떻게 이기는지가 궁금하네요.
Den_Zang
07/01/25 17:31
수정 아이콘
공감 -0- ~
블러디샤인
07/01/25 17:32
수정 아이콘
그럼 제겐 이윤열 최연성 마재윤선수가 본좌고
임요환 박지호 박성준 강민 박정석 선수가 준본과네요..
음.. 이 기준표도 상당한데요??
07/01/25 17:32
수정 아이콘
참 공감이 가네요;; 특히 마지막 3줄의 본좌의 기준에 대해서 많이 공감이 갑니다
상어이빨
07/01/25 17:35
수정 아이콘
언제봐도 참 글 잘 쓰시네요.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글을 쓰기란 참 힘든건데 말이죠.
설사 본좌 기준이 다르다해도, 이렇게 부드럽게~ 쓰니 아~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겠군요.

그리고 저도, 본좌기준에 공감이 갑니다.
블러드샤인님 // 저랑 같네요 ^^
sway with me
07/01/25 17:36
수정 아이콘
아주 그럴싸한 기준입니다.
김준영 선수에 대한 느낌은 저와는 조금 다르시군요.
저는 아직도 김준영 선수는 '이길까?'가 궁금한 쪽입니다.^^
블러디샤인
07/01/25 17:37
수정 아이콘
상어이빨 >> 그건 그렇고 ^^;; 사실 박지호 선수는 빠져야 되는데... 저랑 상어이빨님이 박지호선수에 빠져 있어서 -ㅁ-;;
난감하네요 ^^ 그냥 준본좌 박지호선수 하죠 머 -_- a
Qck mini
07/01/25 17:38
수정 아이콘
"지는 모습이 궁금한" 본좌들이 그 포스가 사그라든 후에는 이기는 모습이 보고싶어지는군요
07/01/25 17:40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네요..
김준영 선수, 정말 스무스하게 지기 전까진 왠지 지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벨로시렙터
07/01/25 17:41
수정 아이콘
암요. 지는게 이상한 선수는 본좌라는 소리를 들을만 하죠.

전 정말 박정석선수가 마재윤선수를 이기고 화려하게 부활했으면 좋겠습니다...
07/01/25 17:44
수정 아이콘
천잰데..공감이 가네요. 전성기 최연성이나 지금의 마재윤은 과연 질까? 하는 생각이 드는 선수죠..
나두미키
07/01/25 17:44
수정 아이콘
적절한 글입니다..항상 감사 ^^
07/01/25 17:46
수정 아이콘
글이 참 공감이 가네요. 잘 쓰십니다.....
07/01/25 17:46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그리고 댓글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길 바랍니다.
AstralPlace
07/01/25 17:52
수정 아이콘
깔끔한 글 잘 봤습니다.
본좌논쟁에 대한 명쾌한 정의!
부들부들
07/01/25 17:59
수정 아이콘
그래서 본좌는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거죠~
글 잘봤습니다.
07/01/25 18:02
수정 아이콘
글자체는 매우 깔끔 명쾌 하지만 이런 본좌 논쟁은 정말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군요.
07/01/25 18:07
수정 아이콘
글 잘 쓰시네요.

사실 아래 글에서 댓글 중에 "절대 안 질 것 같은 포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데, 그걸 굉장히 스무스하게 쓰셨네요.

감탄하고 추천 한방 때리고 갑니다.
My name is J
07/01/25 18:08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김준영선수는 늘 기대를 끌어올렸다가 우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먼산-
늘 응원은 하고 늘 그를 이기는 상대들이 궁금하지만 늘 그가 이겨줬으면 하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생전 처음 강자를 응원하는 어색함이랄까.
(라고 말하고....준영선수는 간이 너무 작...ㅠ.ㅠ)
07/01/25 18:08
수정 아이콘
완전 공감~!!
07/01/25 18:13
수정 아이콘
본좌에 대해 다룬 글 중 가장 맘에 드는 글이네요..
글 참 잘 쓰십니다.. 부럽다... ^^;;
비류현인
07/01/25 18:15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해서 본좌<<이말자체가 잘못쓰이고잇죠 본좌란 자기자신을 높여부르는말인데...이말이 지금 E-Sports는 최고의 선수로 되어잇죠
그냥 최고의 선수그러면 될것을 왜 하필 본좌라는말을써서
07/01/25 18:16
수정 아이콘
이 글로 인해 이제 본좌논쟁이 안나왔으면 좋겠어요 ;; 그래도 정 그렇다면 추천 게시판에 본좌에 관한 어떤 분이 적은 글을 읽어보심이 ;
07/01/25 18:18
수정 아이콘
비류현인님//뜻이야 다 아는데 그냥 다들 그렇게 쓰니까요. 엽기적이다 할 때 엽기가 원래 그런 뜻이어서 지금 의미로 쓰이는 건 아니죠.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류현인
07/01/25 18:20
수정 아이콘
천마님//물론 PGR에서는 알겟죠 하지마 스갤이나 파포에가보면 낫냐와 낳냐를 구별못하시는분들도 많은데 과연 본좌라는말에뜻을알가 하는생각에서 써봣습니다
07/01/25 18:21
수정 아이콘
비류현인님//스갤 사람들도 PGR분들과 대부분 겹치는데 다들 아시면서 장난 치는겁니다;;;; 진짜 낫냐와 낳냐를 몰라서 그러는게 아니죠. 일부러 알파벳 틀리게 쓰는 게 정말 몰라서 그러는게 아니죠. 대표적 예) 'G.P'나 '낳냐' '글 쌌다'
07/01/25 18:33
수정 아이콘
본좌 논쟁에서 조금 빗겨간 선수들의 분류엔 약간 신경을 덜 쓰신 것 같은데(관심사에서 조금 떨어져서), 이 분류 방식이라면 보통의 프로게이머는 이길지 질지 여부가 가장 궁금할 것 같네요. 결국 '객관적인' 본좌논쟁은 없고, 각자의 주관에 따른 시간낭비...라는 건가요.
07/01/25 18:46
수정 아이콘
본좌라는 말이 요즘 본래의 쓰임새와는 많이 다르게 사용되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죠. 요즘 이상한 의미의 단어가 한두개
인가요? 김준영 선수의 "대인배"라는 별칭도 알고 보면 참 이상하죠
소인배라는 말은 있지만 대인배라는 단어가 원래 있던가요..
해바라기
07/01/25 19:08
수정 아이콘
전 본좌논쟁~ 참 재밌던데요 ^^; 본좌가 누구니~ 부터 본좌 어원이 어쩌구 저쩌구~ 해탈한거겠죠?^^;
그나저나, 오늘 이재호 선수 정말 잘하네요~ 본좌 등극입니다! 이 선수 누가 이길수 있을까요?
07/01/25 19:3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본좌논쟁과 관련된 글을 읽고난 후 유쾌해지는 것은
이글이 처음인 듯 하네요.
왠지 비과학적인듯 하면서도 공감이가는 글,
기분좋게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제맘속의 레전드를 꼽으라면 김동수선수입니다.
물론 어떻게 이길까가 궁금한 선수이죠.
BuyLoanFeelBride
07/01/25 19:42
수정 아이콘
별로 명쾌한 정리라는 생각은 안드는데... 차라리 위의 상금랭킹 1위 글이 훨씬 나아보입니다. '어떻게 이길까' '어떻게 질까' 여기서부터 주관이 들어가니 뭐... 임이최박마강은 둘째치고 잘나갈 때 박정석 홍진호도 어떻게 질까 생각은 어느 정도 들었었다는...
카이레스
07/01/25 20:04
수정 아이콘
명쾌-_-b
김영대
07/01/25 20:22
수정 아이콘
우와 최고 ㅠㅠ
존경스럽습니다.
특히 마지막 세 줄에서 신금을 울리네요.
와...
07/01/25 20:23
수정 아이콘
대인배 선수도 왠지 아스트랄 해지는거 같아..

그분와 닮아 갈까봐 두렵습니다..ㄱ-.

그리고!

개인적으로 본좌논쟁과 관련된 글을 읽고난 후 유쾌해지는 것은
이글이 처음인 듯 하네요(2)
라구요
07/01/25 20:50
수정 아이콘
본좌논쟁을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만하자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제맘속의 본좌를 올리기 위한 노력일뿐이죠..
언제봐도 필력에 감탄을 금하고 갑니다...
07/01/25 22:10
수정 아이콘
글쓴분 의견에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비슷한 논리로, 내가 팬이아닐때 저 선수는 제발 져라 라고 하는 선수는 본좌고, 그냥 오 또 이겼네 하는 선수는 준본좌? -_-;
여자예비역
07/01/25 23:15
수정 아이콘
내맘속의 본좌는 언제나 홍진호.. (누가 뭐래든요..;;)
라벤더
07/01/25 23:36
수정 아이콘
여자예비역님// 저도요.. 누가 뭐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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