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8/07/26 23:44:30
Name vendettaz
Subject 축하받을 자격있는 우승자, Never_V_

이번 MSL 4강 무렵부터, 박지수 선수는 본의아니게 '악역'이 되었습니다.
(물론 초지일관 박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도 분명 많았습니다만)

이제동vs이영호 초특급 결승 떡밥을 망가뜨린 죄(?),
장기전 정석 운영이 아닌, 날카로운 빌드로 최종병기를 꺾은 죄(?),
그리고 파괴신의 본좌로드에 흠집을 낸 죄(?),
덩달아 테란인 죄(?)까지.

개인적으로 이제동vs이영호 매치를 원했고, 오늘 결승에선 이제동 선수를
열렬히 응원했던 저로선 화가 날 만큼 얄밉게 플레이하는 박 선수가
내심 못미더웠습니다만, 경기 후 소감이며 매체에 전해진 인터뷰를 보니
"이 선수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지수 선수는 이제동 선수와 입단 동기입니다. 더구나 입단할 당시엔
원래 지명하기로 했던 스파키즈팀이 감감 무소식으로 나오면서
프로게이머 데뷔 자체가 무산될 뻔한 위기를 겪었다고 합니다.
박선수 부모님이 사정사정한 끝에, 다행히 조정웅 감독이
마지막 지명권을 행사하면서 르까프의 일원이 된 것이지요.

빠른 90년생 동년배인 이제동 선수는 데뷔부터 화려했습니다.
프로리그 신인왕-다승왕-MVP에 스타리그 로열로더-양대리그 우승의
초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케스파 1위까지 오릅니다. 소위 본좌 후보가 됐습니다.
같은 기간동안 박선수 역시 양대리그에 차례로 이름을 올리긴 했습니다만
뚜렷한 각인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아니, 하나 남겼지요.
대 강민戰에서의 버그 사건으로 불명예스러운 별명만 하나 붙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승부욕이 있습니다. 특히나 승부를 업으로 삼는 프로게이머라면
그 정도는 더할 것입니다. 같이 데뷔했고, 같이 생활하는 동료가 잘나가는 모습에
축하의 마음과 더불어 남모를 부러움과 열등감이 함께 했을 겁니다.
마치 같이 입학한 친구는 매 학기 장학금 받고 주변의 칭찬이 끊이지 않는데,
내 성적은 변변찮고 누구 하나 관심을 주지 않을 때의 그 기분이랄까.



이번 MSL이 개막할 즈음, 박지수 선수의 우승을 예상했던 이는 극히 드물었을 것입니다.
그저 토스전 좀 하고, 적당히 이기고 지고 하다 적당히 탈락할 선수.
16강에서 염보성 선수를 꺾었을 때, 많은 이들은 박지수 선수의 경기력보다는
염보성 선수의 해묵은 개인리그 징크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김구현 선수와의 8강엔 '명경기'란 칭호가 붙었지만, 그렇다고 박지수 선수에게
'우승후보'의 감투를 씌워주진 않았습니다. 다음 상대가 이영호 선수였으니까요.
그 이영호 선수를 꺾어낸 날마저도 '꼼수'라는 볼멘 소리가 뒤따릅니다.

어느 분야보다도 팬들과의 오고 감이 활발한 이 바닥에서, 자신에 대한
달갑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는 건 박지수 선수 자신이 더 잘 알았을 겁니다.
하루 30~40경기씩 준비해서 이겨놓고도 환영받지 못하는 자신을요.
오늘 결승전은 모르긴 몰라도 칼을 가는 심정으로 준비해왔을 겁니다.
상대에게 완전히 치우쳐진 관심과 예측을 무너뜨릴 각오로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5전제 테란전 무패를 자랑하는 현존 최강의 저그이자
같은 팀의 에이스, 본좌후보 이제동 선수를 3:0으로 완파합니다.
늘 뒷편에 가려져있던 자신이 처음으로 맨 앞에 서게 된 순간이자
누구도 예상치 못했으며 기대하지 않았던 우승자가 탄생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아무 생각이 안난다는 박지수 선수는 하루쯤 지나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합니다.
제동이한테 미안하다, 운이 좋아서 이겼다는 겸손한 인터뷰와 함께말이죠.



오늘 경기 후에도 여기저기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특히 맵에 대한 논쟁, 아주 터무니없는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맵과 형평성의 문제는 분명 논의가 필요하며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논의에만 치우쳐, 역경을 딛고 (모 신문에선 '인간승리'라는
타이틀까지 붙이더군요) 프로게이머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우승자에 대한 짤막한 축하가 묻힌다면, 이 또한 애석한 일일 것입니다.

천적을 꺾었고, 전대회 준우승자를 꺾었으며,
케스파 랭킹 1위의 당대 최강 테란을 물리친 것도 모자라
전대회 우승자까지 셧아웃시킨 '중고신인'.
무엇보다 자신을 향한 비우호적인 여론과 예상까지
극복하고 정상을 찍은 박지수 선수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새로운 테란 본좌의 등장일 수도, 반짝 우승자의 해프닝일 수도 있습니다.
그건 앞으로의 박선수 활약 여부에 따라 결정될 일이겠지요.
어찌됐든, 오늘 그리고 당분간은 우승의 감격에 맘껏 취했으면 합니다.
다음주 오프라인 예선도 분발해서, 오랜만에 스타리그도 컴백했으면 하네요.



더불어 이제동 선수도 오늘의 충격 딛고 업그레이드하십시다.
제가 믿는 5대 본좌는 파괴신입니다.



* 이건 전혀 딴소린데, 이번 시즌 스타리그 도재욱, MSL은 이제동 선수 응원했건만
두 선수 모두 0:3 셧아웃 당했습니다(..) 다음 시즌부턴 잔말 말고 그냥 보렵니다 프헐..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8/07/26 23:5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그리고 박지수 선수 우승 축하합니다.
彌親男
08/07/26 23:50
수정 아이콘
진짜 우승할때의 대진운은 02 SKY 박정석 선수에 버금가게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전시즌 우승자, 준우승자, 케스파 랭킹 1위, 상대전적 5:0이었던 천적까지. 더군다나 그런 선수들을 상대로 전체 대회 13승 4패, 승률 76.5%.

거기에다가 경기들마저 재미있었죠. 요즘의 획일화된 경기운영을 다 집어치우고 전성기 시절 한동욱 선수의 모습에다가 토스전 업그레이드 판을 보는 것 같은 날카로운 타이밍의 공격성.
08/07/26 23:52
수정 아이콘
확실히 역대 최악의 대진운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정도였습니다.
자신의 천적인 선수 염보성 -김구현 -이영호 - 이제동. 이 선수만큼 한 시즌에 테란,프토,저그전 세종족 상대로 강한것을 증명한 선수도 드물겁니다.
08/07/26 23:53
수정 아이콘
맵 밸런스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 이 선수의 실력까지 묻힐까봐 좀 섭섭한 면이 있네요 . MSL에서 우승하기 까지의 과정은 충분히 우승자감이였습니다. 결승에서 저그를 만났단 이유만으로 이 모든것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로게이머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우승자에 대한 짤막한 축하가 묻힌다면, 이 또한 애석한 일일 것입니다. (2)
펠릭스~
08/07/26 23:57
수정 아이콘
글쎄요 진짜 원죄는 맵의 불공정으로 인해서
재미있는 경기 박선수를 최고의 테란으로 인정받게 할만한 경기를
보여줄 기회를 뺏겼던것 아닐까요
08/07/27 00:06
수정 아이콘
설령 박지수 선수가 다음시즌에 허망하게 무너진다 해도 이번 우승이 폄하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박지수선수의 지금까지 대진을 봐도 그렇고, 맵밸런스가 깨졌다 해도 이제동이란 현재 최고의 저그에게 첫 결승전 무대에서 3:0으로 완벽하게 승리한 결과를 보면 우승자가 되기에 흠잡을때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박지수선수와 비슷한 선수들이 우승을 하고 난후 성적이 안좋으면 유난히 운으로 취급되어 버리는게 안타깝습니다.
본좌급 선수들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되면 더 좋은 대진이나 맵에서 우승하는 경우도 많은데도 말이죠.
이선수들에게 운빨 이였다고 말하는건 그당시 리그와 상대 선수들까지 무시하는거라 생각합니다.
1회 우승자들이 당대 최고의 선수였다고 말하고 싶은게 아니라 2달이 넘는 기간동안 리그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줬던 선수들의 노력이 한낱 농담거리나 무시당하는 이유가 되는게 아쉬워서 적습니다.
MistyDay
08/07/27 00:07
수정 아이콘
우승 축하드립니다.

한 리그에서 각 종족 최강의 선수들을 모두 꺾고 우승했다면 실력은 검증됐다고 봅니다.

다음 시즌이 기대됩니다만...전 사정상 다음리그는 못볼듯합니다 ㅠㅠ
유대현
08/07/27 02:04
수정 아이콘
가끔 어쩌다 프로리그에서 경기 하는 것을 보고 '잘한다'고 생각한 정도였는데 이제 개인리그에서도 그 실력을 보여주네요.

축하합니다.
PT트레이너
08/07/27 02:50
수정 아이콘
이제 1번우승했는데 벌써부터 새로운본좌가 탄생할수도 있다느니 (그 뒤에 .. 활약을 보고 한다고 하셨지만..)
그런말을 좀 삼가해주심이

본좌떡밥 너무............
암튼 박지수선수 축하합니다 !!!!!!!!!
푸르른곳
08/07/27 03:40
수정 아이콘
박지수 선수 정말 많은 강자들을 꺾고 우승까지 차지했죠~ 뒷얘기가 있는 결승이지만 상관말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한이 없습니다. 그 동안 열심히 연습한 흔적이 엿보였고 1회 우승만이 아닌 본좌로드를 걸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츠는달리신
08/07/27 11:36
수정 아이콘
맵탓 어쩌고 하지면 어차피 우승기록만 남는 것일 뿐...
박지수 선수 수고하셨습니다.
얼음날개
08/07/27 13:44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이로써 르까프는 모든 종족에서 우승자 한 명씩을 배출한 팀이 되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307 기적의 스파키즈 결승진출 축하합니다 [11] 신동v4299 08/07/27 4299 0
35306 [관전평] 온게임넷 스파키즈의 결승 진출을 축하합니다. [8] 레이3785 08/07/27 3785 0
35305 보이지 않았던 전상욱, 믿었던 투토스의 패배 [42] 랄프로렌7340 08/07/27 7340 0
35303 곰 TV 클래식 4강 손찬웅 VS 이영호 [137] SKY925245 08/07/27 5245 0
35302 SKT T1 VS 온게임넷 Sparkyz 플레이오프 (2) [378] SKY924957 08/07/27 4957 0
35301 양대리그 통산 커리어랭킹에 점수를 한번 부여해 봤습니다. [41] 테란이좋아요4231 08/07/27 4231 0
35300 문제는 저그유저 간의 실력차라고 생각합니다. [45] 戰國時代5287 08/07/27 5287 1
35299 SKT T1 VS 온게임넷 Sparkyz 플레이오프~ [434] SKY925413 08/07/27 5413 0
35298 갈길을 잃은 MSL [45] H.P Lovecraft6921 08/07/27 6921 2
35296 맵밸런스에 대한 생각 [35] 프렐루드4650 08/07/27 4650 0
35295 장문의 독백성 및 저징징성 글: '맵'과 '저그'의 관계 2 [25] wkdsog_kr5679 08/07/27 5679 5
35294 이번 엠겜맵 구성은 이상했습니다. [85] 펠릭스~7139 08/07/26 7139 2
35293 축하받을 자격있는 우승자, Never_V_ [12] vendettaz4575 08/07/26 4575 0
35292 MSL 결승전의 끝을 보면서. [3] The Siria3961 08/07/26 3961 0
35291 2008년 7월 26일 아레나 MSL 결승전 다시보기 [36] 질럿은깡패다6002 08/07/26 6002 5
35290 맵의 형평성에 대해.... [15] 자이너3568 08/07/26 3568 0
35289 맵 밸런스 논쟁에 관해. [50] 王天君5161 08/07/26 5161 0
35287 과연 르까프가 개인리그 결승 양대 팀킬을 만들어 낼것이냐 [22] 처음느낌4760 08/07/26 4760 0
35286 아레나 MSL 결승전 이제동vs박지수 [750] SKY928953 08/07/26 8953 0
35285 공방에서의 팀플.. 그리고 드랍핵... [18] GaRaeTo[HammeR]4614 08/07/26 4614 0
35283 2008. 7. 26. (土) 16주차 pp랭킹 택용스칸4217 08/07/26 4217 0
35282 15차 MSL 서바이버 토너먼트 오프라인 예선 대진표(수정버전) [24] 마음이6397 08/07/25 6397 0
35281 인크루트 스타리그 예선 대진표 (수정버전) [33] 마음이6494 08/07/25 649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