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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01 04:29:10
Name DEIC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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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우리는 무엇을 보고 남아 있습니까?



KT 팬 여러분! 여러분을 '우리' 라 불러 봅니다.
한때는 E-sports 의 레알 마드리드로 불리며, 다른 팀과 팬들의 원망섞인 눈초리를 받아야 했던 팀을 우리는 응원했습니다.
지금도 듣기만 해도 설레이는 이름들이 우글거렸고, 전무후무한 23연승의 신화를 쌓아갔던 막강한 팀.
그런 팀을 선택하고, 응원했던 우리들은, 어쩌면 조금은 염치없어 보였을런지도 모릅니다.
우승이라는 영광까지 예정되어 있는 수순을 밟아, 예정되어 있는 기쁨을 맛보려는 염치없는 팬들.
우리는 그렇게 보였을런지도 모르고, 어쩌면 스스로도 조금은 그런 우월감과 뿌듯함을 가지고 있었을런지도 모릅니다.



2004년 2월 IBM 팀리그 준우승.
2005년 2월 SKY 프로리그 3라운드 준우승.
2005년 7월 SKY 프로리그 전기리그 준우승.
2006년 2월 SKY 프로리그 그랜드파이널 준우승.


몇번의 대회를 거치며, 세상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좀더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신감 가득 휘두르던 두 주먹은 애절하게 그러쥔 기도하는 손이 되었고
뻐기듯 내밀었던 가슴은 조그맣게 오그라들다못해 타들어갑니다.
그리고, 우리가 응원하던 팀에게는 이상한 별명이 붙었습니다.



'희망 고문의 KT'



우리는 누구나 처음에는 강한 것이 좋아 KT 를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KT의 강함이 싫지는 않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세상이 많이 바뀌어 우리가 자랑스러워 하던 KT의 '강함' 은 어디론가 흘러 들어가버렸습니다.
그 옛 추억을 곱씹기에 지쳐 지금은 그 '강함' 을 좇아 떠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또한 누군가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KT의 '강함' 이 아닌, 무엇을 보고 남아 있는 것일까요?



내가 대체 왜 이 팀을 응원해가지고... 후회될 때도 없잖습니다.
선수들이야 당연히 이기고 싶겠지만, 그 마음 안다 쳐도, 이 친구들이 어지간히 우리를 괴롭혀야죠.
몇몇 경기 이겨서 상승세를 좀 타나 싶다가도
어이없이 중요한 길목에서 3:0 으로 진다던가 하면 속이 다 뒤집어집니다.
응원이고 뭐고 때려치고 싶고, 답이 없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하지만 그래도 경기가 있다면 빼꼼히 목 내밀어 바라보게 되는 것이, 사람 마음 참 이상합니다.



그 팀이 오늘은 멋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단순히 이겼다고 멋지다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또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만들고, 무엇인가를 끊기지 않고 이어지게 만들어 주어서 멋지다 칭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아예 포기하지도 못하게 또다시 우리를 가슴 졸이게 만듭니다.

하지만 여느날처럼 그 '고문' 이 괴롭다고 불평하지 못할 것은,
오늘 이영호 선수가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실낱같이 경기 내내 붙들고 있던 그것이
바로 우리들이 KT 를 떠나지 못하게 붙들고 있는 그것.
우리가 KT에게서 보고, 남아 있게 하는 그것과 꼭 닮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10%도 안 되는 희망이었는데 그 희망을 물고 늘어져서 역전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 이영호 선수의 인터뷰 中





우리가 무엇을 보고 남아 있냐고요?



예,

우리는 희망을 봅니다.



Th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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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파괴자
09/07/01 04:35
수정 아이콘
아, 그 질주하는 연승에.. 정말.. 에결에서 대놓고 나오는 강민을 못막는 시절이 그립습니다
강민해설... 그떄 참 스타를 보며 꿈을 꾸었던 기억이 참 그립네요
모모홍차
09/07/01 04:40
수정 아이콘
강민해설이 선수시절때 KTF로 이적하면서부터 KT의 팬이 된 팬인데요
예전의 잘나가던 포스를 잃었는데도 아직도 KT의 팬인거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더더욱 골수 팬이 되었다고 해야하나요

저도 종종 KT의 팬을 왜 하지 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사실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왜 KT를 버리지 못하냐고 물어보면 KT한테는 희망이란게 있어서라고 할까요
팬들의 희망을 언젠가 이루어줄 저력이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기에 팬질을 못끊는 것 같네요
최종병기
09/07/01 05:05
수정 아이콘
저도 박정석 선수가 이적하면서 자연스레 KT팬이 되었고
지금은 이영호 선수 응원하는 맞에 KT 경기는 다 라이브로 볼 정도로 광팬입니다.
오늘 이영호 선수의 근성과 인터뷰를 보면서 플옵진출은 반정도 포기하고 있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앞으로 남은 2경기 다 지더라도 원망하지않고 케빠 계속 할랍니다.
이영호 선수를 필두로 케이티 선수들이 우승을 달성하는 그 날이 오길 희망고문? 하면서요 ^^
09/07/01 07:06
수정 아이콘
최종병기님// 저랑 같은 케이스네요. 저도 02sky 박정석 선수 보면서 프로토스를 하게 되었고 쭈욱 박정석 선수와 한빛을 응원하다가 KT로 옮겼죠.. 지금도 박정석 선수 나오면 박정석 선수 응원하지만, 여건상 별로 나오지 못하고... 어느덧 KT와 이영호 선수의 빠가 된 것 같습니다.. 플토빠인 제가 플토가 아닌 선수를 응원하게 될줄이야... 정말 멋진 선수입니다. 이영호 선수^^
가만히 손을 잡
09/07/01 07:54
수정 아이콘
전 어제 KT팬 분들이 단체로 중독되는 것을 보았다는...
이래서 팬질은 못 끊는 거예요.
09/07/01 08:42
수정 아이콘
저도 박정석 선수의 이적과 함께 KT로 넘어온 경우 입니다.
덕분에 멀티는 웅진과 공군인...
정말... 희망고문에 가슴치는 나날이 더 많지만.
KT 팬인것을 후회할 날은 앞으로도 없을 듯 합니다.
데프톤스
09/07/01 09:16
수정 아이콘
모모홍차님// 저도 강민 선수때문에 KT팬이 되었지만 지금은 오로지 이영호 선수때문에 보는거 같습니다..
09/07/01 09:23
수정 아이콘
저역시 정석선수가 이적한뒤로 쭈욱 KT팬입니다.
정석선수가 잠시 없지만 여전히 KT를 응원하고 있는건 이영호 선수 때문입니다.
데뷔때부터 남다른 포스를 풍기는 매력에 푹 빠져서 완전 광팬이 되버렸네요;

어제 에결 시작전에 잠깐 생각을 했습니다.
대체 우리 팬들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언제까지 이런 고문을 시키냐고,
근데 그런 생각을 한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영호가 포기하지 않고 이겨줬습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해낼수 있다는 영호의 말처럼
우리가 우승하는 날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그게 몇 년이 됐든 언젠가 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또 그렇게 믿고 있기에 KT를 버릴수가 없네요.
권보아
09/07/01 09:49
수정 아이콘
이맛에 KT팬하는거죠

외워라 임이최마호 할때까지 달리는겁니다~!
sweethoney
09/07/01 10:15
수정 아이콘
공군을 응원하면서도 동시에 KT를 응원하는건 박정석 선수가 제대후 돌아올 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팔할은 이영호 선수 때문이네요.^^;
ZergLing
09/07/01 14:19
수정 아이콘
강민 때문에 시작한 KTF팬질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1人...
지금은 역시 이영호죠..그 희망에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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