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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20 03:28:20
Name 또치
Subject 아쉬움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이라 존칭을 쓰지 않았습니다. 혹 불편하신 분은 죄송하지만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다른 스타커뮤니티를 들어갔다가 우연히 눈에 띄는 글을 클릭했다.
'박명수 만큼은 봐줘야하는 거 아니냐' 식의 제목이었다.
클릭할 당시의 심정은 '일벌백계해야지. 뭐 잘한게 있다고 봐주니 마니 하는건가...'정도였던 것 같다.

팀평가전에서 딱 한경기 조작한거고, 그나마 돈도 아직 받지 못했다는 내용에
그저 빠심에서 나온 글이었구나..싶어 스크롤을 내리는데,,

박찬수, 명수 형제 어머니가 편찮으시고 수술도 하셨다는 댓글에 멈칫하게 된다.
리얼스토리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가족들 분위기가 그닥 밝지 않았다는 말에 마음이 쓰리다.
가난이 지은 죄를 정당화하는건 아니지만,
지독한 가난을 겪어본 자들만이 알 수 있다는 그 뼈저린 아픔이 잠시 스쳐지나간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번 승부조작 관련 협회의 대응이 엄정하고 최선이었다는 의견들도 종종 보았다.
그러나, 내가 이런 의견에 찬성할 수 없는 까닭은
협회가 승부조작을 검찰에 의뢰한건 스타커뮤니티에서 조작설이 돌고 모언론사에서 기사를 띄운 후이다.
정황상 협회가 기사가 뜬 시점 이전에 승부조작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바로 다음날 타언론사에서 십여개의 기사로 상세하게 승부조작에 관해 기사를 냈다는 사실에서
이미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으며 그저 묵인해왔을 것이라 짐작하게 된다.
요약하자면, 협회는 이번 일련의 사태를 좀 더 빨리 처리하지 못해서 곪고 커지게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실은
이번 수사에서 고작 몇건의 승부조작 게임과 관련한 내용이 전부라는 것이다.
승부조작과 함께 또다른 쟁점이었던 '리플레이 유출'에 대한 수사내용은 빠져있다.

리플레이 유출은 승부조작보다 범행이 용이하다.
또한 코칭스태프 등 팀의 중심축까지 매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에 따라서 승부조작보다 중요한 수사가 될 수 있다.
내가 A팀의 코치인데, 다음주에 B팀과의 프로리그 경기가 내정되어 있다.
브로커가 나에게 접근해서 B팀의 주전급 선수들의 리플레이를 여러개 넘겨준다고 하면
거절은 하겠지만, 1g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긴 힘들다.
그리고, 10여개팀의 수십명의 코칭스태프 모두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긴 더더욱 힘들다.
이미 승부조작까지 할 정도로 신뢰가 깊은(?) 자들이 리플레이 몇개 빼돌리는게 그리 어려울까?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특정 선수의 리플레이가 대량 유출되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을 정도의 대량유출은 이미 리플레이가 처음 몇차례 거래될 당시의 비밀성이 희석될만큼
돌고, 돌고, 돌았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즉, 리플레이 거래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꽤나 활성화되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 검찰 수사결과에서 리플레이 유출에 관한 건은 빠져있다.
대한민국 검찰은 상당한 권력과 명예를 손에 쥐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양의 업무에 시달리는 피곤한 직종이기도 하다.
간단한 절도사건도 어지간한 책 여러권 두께의 수사서류가 만들어지고
이번 사건처럼 피의자와 관계자가 많은 사건은 마트점원들이 짐나르는 바퀴달린 캐리어로 서류를 이동해야 할 만큼
수사서류만도 엄청난 양이 만들어지는 수사이다.
반면에 이스포츠의 위상(?)은 김미화씨의 라디오인터뷰나 아침마당 사건 등 수차례 확인했듯 아직은 바닥권이다.
검찰 입장에서 수사의뢰인이 적극적으로 수사요청을 하지 않는 한
승부조작은 도박이라는 사회범죄인 만큼 알아서 잘 하겠지만, 리플레이유출 수준의 (그들 입장에서)잡범은 굳이 애써
잡을만큼 중요한 건수는 아니다.
앞서 나타난 정황에서 협회의 태도를 감안하면, 리플레이유출에 대한 수사요청이 있었는지 여부도 의문이고
요청이 있었더라도 협회의 적극적인 수사요청이 없는 상황이라면 그리 심도있게 다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은,, '신뢰의 상실'이다.
이스포츠팬들의 상당수는 이번 수사결과에 대해 미덥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차라리 협회가 처음부터 이번 사건에 주도적으로 대처하고 팬들에게 수사결과를 상세히 공표했으면,,
승부조작에 깊이 관여하고 브로커 역할 등 각종 쓰레기짓을 서슴치 않았던 자들의 행태를 낱낱이 공개했으면,
지인의 간곡한 사정으로 그러면 안되는줄 알면서도 돈을 받지 않고 개인리그 딱 한게임만 져주기로 했을지도 모를 귀 얇은 초범들도
엄정한 법과 팬들의 심판을 받을지언정, 정상참작할 사정도 어느정도는 받아들여줄 따뜻한 팬들이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죄질이 나쁜 선수들의 범행조차 믿지 못하는, 혹은 그럼에도 동정하는 팬들의 글들을 보면 더욱 아쉽다.


-p.s : 특정 선수에 대한 동정 혹은 용서를 목적으로 쓴 글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선수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을지 모르는 선수의 팬입니다.
         그저 협회와 팬들 사이의 신뢰가 상실된 현실때문에 지금 상황이 더더욱 아프게 와닿는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에 써 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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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블루
10/05/20 09:20
수정 아이콘
동정은 갑니다만 박찬수 박명수 형제의 가정 사정이 그렇다 해도 용서해줄 일은 아닌게 분명하죠. 돈이 꼭 필요했다면 선수로서 연봉을 올려받을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한다던가 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고.. 꼭 그런 유혹에 흔들려야만 하진 않았을 겁니다. 어린 쌍둥이 형제가 집안의 큰 문제에 경제적 부담을 모두 전담하거나 하지도 않았을테구요.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것이고 죄질은 죄질.. 앞으로 두 형제가 무슨 일을 하건 성실하게 열심히 살길 바랍니다. 물론 죄 값은 달게 받고 난 후에 말이죠.
10/05/20 10:47
수정 아이콘
동감하고 성난 팬들도 어느정도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분명 이들을 용서하자는 말은 없었지만,
쌍둥이 형제에 대한 비난이 주도자인 마씨이나 원씨보다 덜하면 덜했지 더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리리 몇몇 주동자들의 소식보다 이들의 소식에 더 실망했다면 모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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