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방적으로 이기는 걸 좋아합니다.
물론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일방적으로 지는 건 싫죠.
그래서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잊고
무조건 응원하는 쪽이 일방적으로 이겨야 하고
매번 이겨야 합니다. -_-;

한국 축구는 이와 같은 이유로 싫어합니다.
이탈리아전같은 건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겨서 망정이지 그거 졌으면... 에휴.

프로게이머를 응원하는 것도 항상 최강자를 찾아야 하죠.
임요환 선수마저도 성에 안 찼습니다.
임요환 선수가 한참 날리던 때 저는 김정민 선수를 응원했죠.
위의 설명과 약간 모순되긴 하지만
어쨌든 김정민 선수는 이길 때 가장 기분좋게 이기는 선수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찾아낸 것이 이윤열 선수입니다.
남들이 인정하기 이전부터 보자마자
'임요환+김정민'이라고 생각하면서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식견의 제가 생각한 것이지만
놀랍게도 무적으로 군림하며 3개 메이저를 휩쓸어버리더군요.

그러나 그러던 그도 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때부턴가 그의 생방송을 안 보기 시작했고
원래 PGR도 안 찾던 제가 찾게 된 이유는
순전히 게임 결과를 본 뒤 이겼을 때만 재방송을 보기 위해서였죠. -_-;
남들은 경기 결과 있다고 뭐라 해도 전 그게 얼마나 고맙던지~

근데 말이죠...
시간이 지날수록 이윤열 선수에 대한 게임 얘기는
그가 져야만 나오는 것같더라 이겁니다.
'누구누구가 이윤열을 이겼네'하면서 말이죠.

그는 이기면 당연하고 지면 그를 이긴 선수가 주목받게 되는
그런 선수가 되어 있더라는 겁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접고 간만에 생방으로
질레트 스타리그를 봤습니다.
강적 나도현 선수를 상대로 정말 좋은 경기 운영으로 이긴 이윤열 선수에게
아주 흡족한 마음을 느끼면서 게시판을 둘러봤는데
뭐 이래... ㅜㅜ

뭐 맨날 이겨야 하고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겨야만 한다는 팬이니까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허허허)
이윤열 선수의 경기를 조목조목 분석하고
칭찬 만땅때려주는 풍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히~

부쩍 늘어난 아슬아슬 대역전 경기 때만 주목받거나
예상못한 패배 또는 엄청난 명경기였으나 패배 등등은 전혀 반갑지 않아요.
그런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으니까
가끔은 그래도 되지만
어제같은 경기 자주 부탁해요~
레퀴엄전은 경기 결과 보고 보려 해요.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