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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7/14 11:43:40
Name ipa
Subject 이제동 v. 염보성 in 포트리스 입스타



1. 포트리스에서의 2햇 뮤탈 빌드


첫 출발은 이제동은 2햇 레어 뮤탈, 염보성은 1배럭 더블 이후 바이오닉에 힘주는 빌드.

출발은 저랬지만, 전형적인 1배럭 더블 체제의 운영으로 간 염보성과는 달리, 이제동의 운영은 2햇 뮤탈의 전형적 운영과는 좀 달랐습니다. 이제동의 특유의 '판짜기'가 돋보였던 한 판이었죠.

포트리스는 자원지역 간의 동선이 편치 않은 특징을 가집니다.
수송선이 없으면 아예 타격이 불가능한 중립멀티는 물론, 앞마당 지역도 입구가 좁은 편이라 성큰 수비하기가 비교적 괜찮은 편입니다.
더욱이 중립멀티를 가져가는 것 자체는 수송이 필요없기 때문에 아주 빠른 타이밍에 안전하게 가져갈 수 있지요.
그런 면에서 중립멀티를 빨리 가져가는 2햇 뮤탈 빌드는 어쩌면 포트리스에 최적화된 전천후 빌드일 수도 있습니다.
정면 뚫기가 쉽지 않은만큼 공중공격병력의 활용성이 좋은 쪽이 공격주도권을 잡기가 쉬운데, 저그가 테란 상대로 가지는 거의 유일한 강점이 바로 그것이죠.
뮤탈이라는 공중공격병력의 높은 활용성.

저그가 2햇뮤탈을 하면 앞마당 먹고 시작한 테란은 일단 수비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신에 2햇뮤탈을 시도하는 저그 입장에서의 불안요소는 뮤탈 공습 타이밍에 피해를 못주면 엄청나게 불리해진다는 것이죠.
그런만큼 보통 2햇뮤탈을 가는 저그는 확실한 피해를 주어 테란이 공세로 전환할 여력이 없도록 해놓고서야 비로소 뒷심을 기를 자원 확보를 할 수 있어요.
공세가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치고 나오는 테란을 막을 수가 없는지라 뮤탈 충원을 해주면서 공격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멀티를 가져갈 자원적 여력이 쉽지 않고, 해처리는 펴더라도 드론을 쨀 자원적 여력까지는 더더욱 딸리게 된다는 얘깁니다.
2햇뮤탈 빌드를 선택하는 저그에게 승리의 선택지는 두 가지 뿐입니다.
뮤탈 공습으로 테란을 완전히 죽이거나, 혹은 반쯤 죽여놓거나.

그런데 위와 같은 포트리스라는 맵의 특성을 살려서 중립멀티를 빨리 펴면 테란에게 수비를 강요하는 2햇뮤탈을 쓰면서도 가스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그런만큼 공세에 필사적이지 않아도 되게 됩니다.
2햇 뮤탈을 가고도 뮤탈로 피해를 주지 않고 시간만 끌어주면 되는 3햇 뮤탈류의 양상과 비슷하게 운영할 수 있달까요.

포트리스라는 맵에서 이제동의 이런 빌드는 상대하는 테란(염보성)에게 불가피한 딜레마를 강요합니다.
이제동이 투햇 뮤탈을 가면 더블한 테란은 닥수비에 들어갈 수 밖에 없죠.  
근데 투햇이기 때문에 수비방법도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어요.
뮤탈 타이밍이 빨라서 처음부터 꿰뚫어보고 작정하지 않은 다음에야 발키리 대비 타이밍도 어정쩡하고, 4배럭도 어정쩡합니다.
결국 터렛을 존내 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중립멀티들을 타격할 드랍쉽 등등의 확보는 더더욱 늦어지죠.
그렇다고 수비를 안 하고 타이밍을 땅기자니, 상대하고 있는 건 바로 이제동의 2햇 뮤탈이네요.
터렛 숫자 좀 부족하다 싶으면 그냥 뮤탈로 패버리는 선택을 할 수도 있어요.
이제동의 뮤탈이 뜨는 타이밍에 염보성이 맞이한 딜레마는 한 마디로 이것입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어제 이제동은 2햇 뮤탈을 해 놓고도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피해를 거의 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습니다.
포트리스의 2햇 뮤탈+빠른 중립멀티는 말하자면 2햇뮤탈과 3햇 뮤탈의 메리트만 퓨전한 셈이라, 패줄 수 있으면 두들겨 패주면 되고, 피해를 못 줄 것 같으면 시간만 끌면서 뒷심을 키우면 되니까요.
염보성의 수비상황을 본 이제동은 후자를 택했고, 다시 보면 알겠지만 그 관점에서 보면 시간 끄는 뮤탈운영 자체는 기가막히게 잘했습니다.
그니까 염보성이 2햇뮤탈에 거의 피해를 받지 않고도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어버린 게 아니라 -즉 염보성이 못 한 게 아니라-, 2햇뮤탈로 거의 피해를 주지 않고도 상황을 유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버린 이제동의 판짜기가 그만큼 기가 막혔다는 거죠.

앞으로 포트리스에서 저그의 이런 운영이 유행 좀 타지 않을까 싶네요.



2.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이제동표 플레이들


대 조병세 투혼전에서부터 주목하기 시작한 이제동만의 사소한 플레이들이 몇 있습니다.

우선 꼼꼼한 드랍대비.
테란의 드랍 동선에 단순히 스컬지만 패트롤 시켜두는 게 아니라, 드랍 동선 전체의 시야를 밝혀 둡니다.
오버로드와 스컬지의 콤보를 이용해서요.
스컬지만 띄워뒀을 때는 시야가 사시인 스컬지가 드랍쉽을 눈뜨고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동은 이걸 오버로드 시야로 커버합니다.
어제 경기에서도 1시 쪽 드랍대비를 보면 동선의 중앙에 오버를 띄워두고 그 양쪽으로 시야간격을 두고 스컬지 두쌍을 띄워 뒀죠.
염보성이 디펜시브를 걸고 들어왔기에 결국 내리긴 했지만, 스컬지를 맞긴 맞았어요.
저런 식으로 방어를 해 두면 웬만한 난전상황 아니고서는, 웬만큼 저질의 미니맵 시야가 아니고서는 스컬지로 드랍쉽을 놓치기가 외려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물론 손이 많이 갑니다. 신경도 한 번 더 쓰이고.

다음으로 빠른 커널.
이제동은 멀티 펴면 거의 드론 뽑듯이 반사적으로 커널을 뚫습니다.
해처리가 깨지더라도 크립 가시기 전에 해처리보다 커널부터 뚫어놓곤 해요.
당연한 것 같아도 은근히 이걸 안 해주는 저그들이 많아요.
최근에 커널 제때 못 뚫어서 털린 저그경기만 대체 몇 경기인지.
커널 뿐 아니라 성큰도 하나 정도는 잊지 않고 박아줍니다.
커널이 버틸 시간, 커널을 타고 병력이 이동할 시간을 벌어줄 사소하지만 중요한 팁입니다.
심지어 멀티가 많아서 하나쯤 내줘도 되는 상황에서도 꼼꼼이 커널, 성큰을 잊지 않죠.
그 당연한 걸 매번 잊지 않고 정확히 해주는, 그런 게 바로 기본기가 아닐까요.

세번째로 빠른 플레이그 개발, 그리고 뮤탈 생산.
최근 이제동의 경기들을 보면 부쩍 플레이그 개발 타이밍이 당겨진 느낌이 듭니다.
어제 경기 뿐 아니라, 최근의 테란전이 대부분 그러합니다.
어제 경기에서는 드랍도 상당히 빠른 타이밍에 개발되었는데, 모든 테크와 어빌리티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운영, '토탈워' 스타일이 점점 이제동의 테란전 아이덴티티가 되어가는 듯 하네요.
전상욱과의 오드아이전이 그 신호탄이었던 듯도 하구요.
이게 되려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자원의 최적화 배분 능력일 테죠.
더불어 플레이그를 뿌려놓고도 막타 칠 병력이 없어서 엠씨 용준으로 하여금 "막타! 막타!"를 피처링 하게 했던 게 대부분의 테저전에서 보여졌던 익숙한 양상인데, 미리 뮤탈 한 기를 뽑아서 홀드시켜 두는 것은 참신하고도 유용한 발상이에요.
역시 손이 한 번 더 갑니다. 신경도 한 번 더 쓰이고.

-거기에 이제동의 디파일러 테크닉은 정말 쩔어준다는 말 밖에는.
특히 디파일러 잘 쓰는 저그들로 김정우, 김성대가 있는데, 이제동의 경우에는 워낙 다른 능력치도 사기라서 특별히 부각되지 않을 뿐, 저 두 저그들과 최소 동급, 개인적으로는 그 이상인 듯 합니다.
마치 김연아의 테크닉이 마오의 그것에 비해 부각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죠.-

또 한 가지는 집요한 테란의 멀티 견제.
최근의 테란은 자신이 3,4가스를 확보하는 순간 지킬박사에서 하이드로 변하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그래서 최근의 이제동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후반 가면 테란의 자원을 예방하고, 차단하고, 깨부수는 걸 집요하게 해냅니다.
어제의 경기에서도 염보성은 3시쪽 멀티와 거의 동시에 5시쪽 중립멀티를 시도했었습니다.
그런데 옵저버가 잡아주지는 않았지만, 미니맵을 보면 센터가 완성되어 갈 무렵에 염보성의 하얀 점이 이제동의 빨간 점에 지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앞뒤 전황을 미루어보건대 이제동의 앞마당 쪽으로부터 쭉 타고 내려온 가디언과 소수 드랍병력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동선이나 공격지형으로 보면 차라리 위쪽으로 돌아서 3시쪽이나 본진 쪽을 타격하는 게 더 적합했을 것 같음에도, 굳이 먼 길을 돌아 5시를 경유해 앞마당 쪽으로 간 거죠. 아무래도 애초부터 5시 쪽 멀티를 예상하고 견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어쨌든 테저전에서의 '이제동 클래식'은 단순히 컨트롤과 쩌는 멀탯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뿐 아니라, 저렇게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깨달음들과 그것들의 완벽한 구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감이 깔끔한 거죠.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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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s_YiRuMa
10/07/16 09:12
수정 아이콘
이 좋은 글을 보고 댓글을 달고 싶었는데 pgr이 죽었다가 인제 살아나서 ㅠㅠ..
이제동의 경기 리뷰를 볼때마다 사소한 것, 남들도 할수 있지만 귀찮아서 안하는 것을 더더욱 열심히 하는것 같더군요.
블루스톰에서 택동록 할때도 플레이그와 저글링히드라러커가 계속 움직이고,
러시아워에서 리쌍록 붙을때도 플레이그와 히드라로 베슬 계속 떨구면서 sk병력에 압박 계속 받으면서도 러커 두세기 빼서 견제 계속 넣고..
그런 사소하다고 생각하는것을 잘 하기 때문에 이렇게 장기간 저그 원탑이 될수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복구되고 제가 첫 리플이군요. 으하하)
포트거스 D 에
10/07/16 09:19
수정 아이콘
지금 피지알 되나요? 으음; 아니면 잠깐 차원의 틈이 열린건가..??
띠꺼비
10/07/16 09:20
수정 아이콘
어제 잠깐 열렸을때 댓글 달려다가 실패했는데 오늘은!!??
10/07/16 10:05
수정 아이콘
좋은 분석글 감사합니다.
나름 손스타를 자부하면서 경기를 분석하며 보는 저도, 이 경기는 그냥 이제동에게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후덜덜...
아지다하카
10/07/16 12:00
수정 아이콘
저도 포모스 평점과 댓글들 보고 봤는데 정말 후덜덜했습니다. 이제동은 이제동이더군요.
10/07/16 13:04
수정 아이콘
글 수정이 왜 안 될까요...?

수정을 누르면 새 글 쓰기가 되어버립니다....ㅠ.ㅠ

고치고 싶은 부분이 많은데....
좋은풍경
10/07/16 14:5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제목만 보이고 읽고 싶어도 못읽어서 답답했었는데.
오늘에서야 읽게 되는군요.

서버 이전 이후 참 많이 불안해진거 같아요. 피지알이.. ㅠㅠ
요즘 일주일에 한번꼴로 문제가 생기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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