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먼저 제가 말하고 싶은 싸구려 문화라는 것은 흔히 얘기하는 클래식한 문화에 비교되는 대중적인 문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값싼 감정을 자극하는' 문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글자를 읽기시작하면서 만화에 열광하고 클래식보다는 kpop을 좋아하는 제가 문화의 질에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말도 안되지만 최근 몇 가지 계기로 '이 시대의 코드'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제가 정말 싫어하는 프로그램이 '느낌표'라던가 '러브하우스'라던가 하는 얄팍한 감상을 건드리는 그런 종류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내세워 시청자를 눈물을 쏟게하고 인테리어를 해주고 이제 그들이 행복해졌다고 말하는 정말이지 싸구려 프로그램 말입니다. 보편타당한 감상으로 묘하게 사람을 자극하죠. '왕자와 결혼해 그후 계속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식의 결론으로 말입니다. 행복해지고 세상이 좋아지는 정답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닌데 우리는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체로 속아 넘어갑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신데렐라 스토리는 다 뻥이라는 걸 다 알면서도 똑같은 구조의 '감동 만들기'에는 모두 다 속아넘어간다는 겁니다.

"유치해야지 팔립니다. 대중은 유치해요. 그냥 초등학교애들에게 얘기한다 생각하고 만들면 됩니다" ----> 이 누군가의 말이 이 시대의 코드와 다양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첫번째 주범. 확실히 저는 유치한걸 좋아합니다. 뭐 재밌잖습니까. 유치한게 나쁜 것도 아니고 꼭 저질이라고 할 수도 없구요. 가볍고 유치함. 저는 열렬하게 환영합니다. 하지만 '가벼움'='수준낮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벼움에도 철학이 있고 유니크함이 있죠. 그것이 가벼움을 가볍게 만들지 않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요. 그래서 유치해야 팔린다는 말에 별로 동의 안했습니다. 유치하고 가벼운 것에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오늘 꽤 오랜만에 pgr에 왔습니다. 주간 pgr리뷰부터 시작해서 그저 대충 둘러보는데 유게에 올드보이 패러디가 있었습니다.---->이것이 두번째 주범. 좀 재밌네하고 생각했는데 모두 좋은 글이다 추게로 보내라라는 리플이 붙어있어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끝까지 읽었습니다만 전혀 추게감이 아니었습니다.(아니 pgr의 추게감이 어떤건지 단언할 수 없지만) '재미'에서 시작해서 감동을 끼워 맞추는, 소위 전형적인 '뻔한 한국영화' 형태를 가지고 있는 그저 그런 글이었습니다.

확실히 지금은 가벼움의 시대입니다만. 언제나 한국사회가 그래왔듯이 다양함이 부족한, 그저 재밌으면 됀다. 거기다 울게하면 더 좋다. 이런 식의 결과물, 그리고 그런 요소로 호응을 얻으면 모두 좋은 결과물이 되고 추천감이 되는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 같아 좀 아니다 싶더군요.

물론 이것은 개인의 취향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만. 말했듯이 저 또한 누구보다 유치하고 싸구려 문화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가벼움'에도 다양함이 있고 섬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은 똑같이 값싼 문화를 즐기면서 그 안에서 괜히 줄긋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쏟아지는 가벼운 문화의 홍수 속에도 그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는 얘길 하고 싶은 겁니다. 그것이 만화가 예술로, 게임이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무엇이 되는 거겠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것조차 귀찮아하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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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달린 리플들을 보면서 표현을 좀 순화시켰습니다. 원래 올린 글을 다시 여러번 읽는 편이지만 이글은 확실히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겁니다. 그것은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