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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8/28 03:25:58
Name 초콜렛
Subject '팬'이라는 이름으로
Pgr을 들락날락 거리면서 스타리그와 프로게이머에게 정말로 많은 사랑을 쏟아 붓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당연히 그게 게임리그의 존재 이유겠고 게임계와 게임팬 모두에게 큰 자부심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요. 가끔은 그 와중에서 조금은 잘못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임요환 선수의 글도 공감이 갔고 무엇보다 pgr에서 알게 모르게 그런 ‘착각’을 하시는 분들을 종종 목격하기 때문입니다.

게임계를 키운 것도 우리니까 그걸 죽일 수 있는 것도 우리다.

그런 걸까요? 팬들에 과연 절대적인 권력이 있는걸까요? 팬이라는 이름으로 뭐든지 할 수 있고 그게 바로 네티즌의 힘인걸까요?

진짜로 팬은 뭐든지 알아야 하고 꼭 팬의 뜻대로 게임계가 나가야 하고 팬의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는 ‘프로의 자격’을 박탈해야 하는 것일까. 이곳에 꾸준하게 올라오는 그런 종류의 글들을 떠올리다보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게임계의 갖가지 운영과 정책이 가질 수 있는 방만함은 소비자인 팬들이 가장 예민하게 느끼고 또 잘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팬이 가지는 영향력은 적지 않고 어느정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가치 있는 현상과 삐뚤어진 애정은 다른 얘기입니다.

목소리를 높이며 모든 문제를 모두 ‘프로게이머’에게 돌리는 글들을 자세히 읽어보면 수상한 점들이 눈에 많이 띄지요.

팬의 입장에서 실망과 불편을 느낀다면 당연히 왜 우리가 그런 불편을 느꼈는지 그것의 문제가 대체 어떤 것인지 알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그게 꼭 선수들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몇몇 글들에는 이런 노력보다는 ‘누구 때문에 너희가 억대연봉을 받는 것인데. 그러니까 항상 우리에게 감사한 줄 알아라.’라는 식의 일방적이고 오만한 논리가 가득합니다.

게임계는 우리가 만든 것이다.라는 말은 맞을 수도 있겠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수요가 있었고 공급이 따라준 것 뿐이라는 얘기도 됩니다. 그리고 그 수요가 순전히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문득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고 그러니까 그걸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라는 것은 얼른 들어도 잘 납득이 안갑니다.

선수를 때리는-_- 철모르는 어린 여자애들과 마찬가지로 몇몇 글들도 게임계를 위한 애정이나 자부심과는 거리가 먼, 애정대상자에 대한 소유욕일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막말로 선수가 바뀌듯이 팬도 바뀝니다. 게임계의 시장성이 꼭 지금 현재의 팬들에게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소비자가 최우선으로 고려 되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비자가 모든 권력을 가졌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팬들이 지적한 단편적인 사항들은 대부분 맞는 말이겠고 그런 글을 보는 것도 별 거부감 없습니다만, 게임계에, 특히 '프로게이머'에게 팬들이 무소불이의 권리를 가지고 있어서.라는 이유가 일반화되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자식은 부모의 은혜로 태어나지만 그렇다고 자식이 언제까지나 부모의 소유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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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하시
04/08/28 11:46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 동감하는 바가 큽니다. 놀랍네요...
Mintbluː
04/08/28 11:57
수정 아이콘
일리 있는 글이네요. 뭐랄까.. 게임계는 게임팬들이 만든게 맞긴 하지만, 그렇다고 팬들이 재미없고 볼것도 없는 게이머들의 경기를 그들을 위해 봐준게 아니거든요. 게임팬들은 그저 재밌고, 즐거우니까 게이머들의 경기를 보고 즐긴거고, 그 결과로 게임계가 지금 모습이 된거겠죠..
뭐랄까.. 저같은 경우는 저에게 즐거움을 준 게이머들에게 도리어 고마움을 느낍니다만.. 모든 분들의 생각이 같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The Siria
04/08/28 11:57
수정 아이콘
새로운 글을 남기기 보다 여기에 제 생각을 밝히게 나을 듯 싶습니다.

왜, 지금의 일에 대해 분노 하는 것인지,
그것은 하나입니다.
상도,원칙.
그리고 배재와 소외.

상도와 원칙은 공존을 말합니다. 스타리그 없애자는 소리 아닙니다. 스타리그와 다른 리그가 같이 가는 형태를 보자는 의견입니다.
어떤 분들은 다른 리그 그냥 10월에 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십니다.
그러나,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기반을 줄 기회 없이,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하는 바로 그 방식을 비판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상도와 원칙의 손상입니다.

배재되고 소외된 것은 바로 다른 종목의 선수들만이 아닙니다.
팬들도 결정에서 배재되어 있습니다.
왜, 팬들의 의견은 보지 않는 것입니까.
결정에서 배재된채, 그저 주는 대로 받아서 구경하라....

자식은 부모의 은혜로 태어나지만,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말에는 동감합니다.
그러나, 자식의 만행과 공존을 거부하는 태도에는 단호하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의 망나니 짓을 두고 볼 부모가 과연 있겠습니까.

ps. 알려주십시오.
선수협의 홈페이지가 어디인지 알려주십시오. 가장 어의없는 것은 선수협이 자신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공개조차 하지 않는 그런 단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초콜렛
04/08/28 14:03
수정 아이콘
The Siria//이글은 특정 글들을 읽고 난 다음에 쓴것이 맞지만
특정사안과 별로 관계가 없고 그런 논의를 하고 싶지 않아서요.
그저 다양한 의견의 하나로 이해하시는 게 좋을것 같습니다.

아...그리고 ps...저(원글 작성자)에게 하시는 질문일까요?....-_-;;;;;
04/08/28 19:34
수정 아이콘
제 생각과 가장 가까운 글을 PGR에서 읽게되어 매우 기쁩니다.
현재 상황이 매우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 역시 여러가지 욕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충돌해서 생기는 현상으로 생각합니다.
팬들의 욕구가 어떤 방향인지 알게 된다면 다음 번에는
좀 더 좋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모든 상황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도 분명 있었을 것이고,
혹은 팬들의 욕구가 맞는 일도 있었을 테니까요.
깡통오렌지
04/08/28 21:59
수정 아이콘
"자식은 부모의 은혜로 태어나지만 그렇다고 자식이 언제까지나 부모의 소유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지막 이 한줄이 모든걸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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