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 이라는 게임이 있다. 벽에 구멍을 뚫어서 각각의 스테이지를 통과하는 일종의 퍼즐 게임이다.
남들에게 떠벌리고 다니진 않았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 했기에 후딱 끝내고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자 생각했었다.
다른 사람들 후기를 보니 포탈1은 플레이 타임이 대략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길래… 훗 난 네시간에 끝낸다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게임에 임했다. 하지만 다섯시간을 넘겨도 엔딩을 보진 못했다. 아씨. 뭐가 잘못됐나? 자문해 보았다. 답은 금새 나왔다.
런닝맨에서 모지리라고 놀리면 발끈하는 양세찬 이광수가 지금 내 모습이었다.
텅텅빈 머리를 부여잡고 겨우 엔딩을 보았다. 플레이 타임은 8시간 이었다.
내가 너무 쉽게 봤나? 2편은 제대로 해야겠다. 마음을 다잡고 도전하였다. 2편의 플레이 타임은 대략 10시간 정도였다.
심기일전하며 도전한 나는 이내 벽에 부딪쳤다. 공략을 볼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에도 플레이 타임은 흐르고 있었다. 갈등하던 나는 결국 게임을 껐다. 시간을 오버하는 것보다 공략을 본다는게 더 자존심 상했기 때문이었다. 며칠 뒤 다시 켜 본 그 스테이지는 시간을 두고 다시 바라보니 의외로 쉽게 풀렸다.
‘그땐 왜 안 보였지?’
이 후 막힐 때마다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며칠 뒤 다시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스테이지가 등장했다. 이번에 당면한 문제는 쉬이 풀리지 않았다. 삼일 뒤 마주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뒤에 노려 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 스테이지 에서만 수백, 수천, 수억번 재도전을 하였다. 하지만 모조리 실패하였고 그런 나를 마주할 면목이 없고 또 너무 부끄러워 술 먹고 피시방에 갈 뻔 하기도 했다.
그 스테이지는 그렇게 나에게 화두를 남겨 주었다. 내 마음속 화두는 가끔씩 번뜩이는 답을 내 놓긴 했지만, 원펀치 잘 치는 권투 선수 말처럼 계획대로 되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반년 정도 흘렀을 때에야 비로소 겨우 풀어 낼 수 있었다. 희열 같은 건 없었다. 그냥 상스러운 말만 나올 뿐이었다.
‘이리 간단한 걸 못 푼거야?’
이후에도 쿵떡쿵떡 어찌저찌 여차저차 해서 게임을 한지 일년 후 결국 엔딩 보는데 성공하였다. 플레이 타임은 이미 의미가 없었다. 그간 마음속으로 시뮬레이션 한 것만 수십, 수백 시간은 되었을 테니.
어느 비오는 날, 멍때리고 있는데 문득 인생이 퍼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여전히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작은 개미이고.
내 인생은 소중하기에 이번엔 주저없이 공략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런건 없어 보인다. (설마 있나?)
벽에 부딪쳤을때 수백, 수천번 도전하여 결국 클리어 했던 게임과는 달리 내 인생은 게임이나 나가수가 아니기에 재도전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이 순간에도 플레이 타임이 꼬박꼬박 쌓여만 가고 있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내가 왜 이런 뻘 생각을 하고 있지?
옆에 있는 조이스틱을 들고 서둘러 큐를 돌렸다.
이내 대진이 잡혔고 내 주 캐릭을 골랐다.
그제야 혼란했던 마음이 안정되고 마음이 편안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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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하면서 퍼즐의 맛을 참 잘 느꼈습니다. 포탈처럼 직선구조가 아니다 보니 다른 사당들 돌고 오면 풀릴 때도 있고... 여전히 못푼 사당도 있고 그런데...
저는 끈기가 부족한지라 공략을 보곤 합니다. 근데 공략을 보면 퍼즐을 풀기 위한 사고력이 안 늘어나는데... 시간은 또 무한정이지 않으니 골치가 아프죠.
아무튼... 인생이 제일 어려운 퍼즐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답의 존재성부터가 의문이네요.
포탈2 정말 퍼즐 푸는 재미와 우울한 세계관이 잘 어우러진 명작으로 기억합니다. 개빡치는 상황에서 설마 이걸 이렇게? 하면서 했는데 풀릴때의 쾌감은 정말 크크크크
이걸 래벨 다자인이라고 한다면 정말 유저 학습 곡선을 잘 만든거라고 생각합니다. 만만하네 히히히 > 어?! 뭐야 이건 >설마 이렇게?! > 만만하네 히히히 > 이하 반복...
그리고 스토리와 엔딩 곡이 진한 여운을 남겨줬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