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5/28 02:31:12
Name 여기에텍스트입력
Subject [일반] 결혼을 생각하는 자식과 부모님의 갈등, 근데 거기에 ADHD를 곁들인 (수정됨)
안녕하세요. 자게에선 처음 보실 인간입니다. 원래 스연게 댓글란 쪽에서 보셨던 분들이 계실텐데, 거기서도 글을 쓴 적은 없어서 pgr에 쓰는 첫 글이 자유게시판에 쓰는 글이 되었고, 그조차도 좀 무거운... 죄송스럽지만, 어쨌든 그런 글이 되었습니다.

이 글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이며,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어차피 여기 쓴다고 해도 결국 해결해야 하는 건 저라는 것도 잘 알고 있으나, 어차피 이 닉네임 pgr에서밖에 쓰지도 않고... 약간 반고닉? 같은 느낌이라 pgr엔 그래도 쓸만하겠거니 해서 내뱉는 정제가 덜 된 글이니 주의해주세요. 여기서 제 이름은 대충 뫄뫄로 칭합니다. 여기서텍스트입력 중에 뭘로 넣어두기가 죄다 모호해서;


1. 일단 제목에 쓴 '결혼을 생각하는 자식'은 제가 아닙니다. 저에겐 오빠가 있는데, 꽤 오래 전부터 인생계획에 결혼을 생각했던 사람이고 저는 반대로 '나는 글렀다 내 몫까지 살아라...' 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오히려 남성을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하진 않는데, 나부터 일단 먹여살리자는 입장이 우선이 되다보니 그 쪽은 그냥 신경을 잠시 꺼둔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저 먹여살리긴 어려운 입장이라 좀 슬프기도 하고.

2. 여하튼 저는 20대 초반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물론 이 결정에 대해서 어릴 때나 할 생각이지, 하시겠지만... 일단은 읽어보세요), 또 부모님도 당시 기준으로 굉장히 늦게 결혼하신 분들이라 별 신경을 안썼어요. 남자친구가 없어서 외롭다, 혼자 사는게 외롭다 이런 성향도 아니다보니 지금도 그냥 그렇게 살고 있는데 며칠 전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죠.

"뫄뫄야, 니네 엄마 어떡하냐. 내가 1년 전에 가계대출 내 명의로 한 거 전에 말했는데 이제 알았다면서 나한테 화내고 있다?"

3. 오빠가 그런 것과 연관이 있을 사람이 아니다보니 저도 그 얘기 듣고 "뭐? 오빠 대출함???" 하고 놀랐는데, 은행을 낀 대출을 꽤 큰 금액을 이미 질러둔 상황이더라고요. 근데 엄마는 그 얘기를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했고, 오빠는 "난 말 했는데 왜 기억 못하는데?"하고, 엄마는 "내가 누가 그 대출금 갚는거 고생한 걸 봤는데 허락했겠니?" 이런 반응이더라고요. 대출 자체도 처음 들은 얘기고, 두 사람이 싸웠다는 얘기도 처음 듣는 얘기라 중간에 낀 딸 aka 여동생 입장에선 "아니 이게 뭔 상황인데?"하는 상황이었죠.

4. 대충 상황을 정리해보니 오빠는 요즘의 흔한 30대 한국남성답게 대출금으로 금융 쪽을 손을 댄 모양입니다. 공무원 월급 들어오는 게 현타가 왔는지 이걸로는 안될 거 같다면서 나름 소스도 있고 해서 질렀다고 하더라고요. 대충 3년차? 쯤 된 상황이고 이전에 자동차 대출이라던가, 그런 게 있긴 했기에 대출을 또 했을 가능성 자체는 생각도 안했고 무엇보다 30년간 본 오빠가 뭔가 일을 이렇게 크게 저지르는 일 자체가 처음이다보니 부모님도 그렇고 저도 당황을 하기는 했습니다. 그게 손해를 봤던, 이득을 봤던 간에.

5. 뭐, 사실 돈은 중요하진 않습니다. 액수가 크긴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오빠가, 엄마의 반응을 보고 "엄마는 어떻게 매번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냐, 그러니까 뫄뫄가 정신과까지 간 거 아니냐"며 그 날 빽 지르고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엄마는 그걸 보고 생전 처음보는 오빠의 반항(?)에 "얘가 갑자기 왜 이러냐"고 저한테 묻는 상황이었죠.

6. 그리고 드디어 ADHD 얘기가 나옵니다. 맞습니다. 제 얘깁니다. 저는 얼마 전 성인 ADHD 판정을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병이 아닌 증상으로 보고 있기에 테스트부터 비급여에 매주 약 2만원씩 진료비+약처방이 탈탈 털리는 중인데, 병원에서 받아온 ADHD가 일반인에 비해서 좀 더 심하게 드러나는 증상들을 보고 있자니 제 얘기가 따로 없더라고요. 이걸 30대가 다 되서야 알았으니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 하고... 누구한테 하소연 하기도 힘들고...
그리고 자식이 ADHD를 가진 부모님이던, 혹은 저처럼 성인 ADHD를 가진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ADHD는 1순위가 유전적 요인, 2순위가 임산부의 임신 중 상황이 어땠냐에 따라 증상이 발생합니다. (참고자료:http://adhd.or.kr/adhd/adhd03.php) 제가 처음 ADHD 판정 받았을 때도 그래서 부모님에게 말을 못했는데, 어떻게 해도 결국 부모의 방임 때문에 알지 못하고 이 지경이 됐다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아서였거든요. 아무리 효심이 부족하다고 해도 일단 자식으로 태어난 도리가 있지 그걸 어떻게 말을 합니까.

7. 오빠가 말한 건 ADHD 진료를 받기 전 갔던 병원을 얘기하는건데, 당시 MMPI 검진 결과가 "내성적이긴 하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의 성향은 아니며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그리고 지금 ADHD 진료받은 병원에선 "우울증까진 아니지만 천성 자체가 조금 자기비관적인 성향이 존재하기는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정도였습니다. 성인 ADHD 환자들이 ADHD의 문제 때문에 내성적이고 자기비하적인 성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태어났을 때부터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것에 가깝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ADHD고 뭐고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의심되서 간 거였는데...?

8. 여하튼 ADHD는 오빠한테도 얘길 안했던 얘기고, 엄마는 또 엄마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 터라 저 또한 거기서 열받아서 질러버렸습니다. 사실 오빠가 진짜로 금액까지 숨기고 말을 했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문제는 저는 오빠보다 좀 더 센서티브한 사람이고 마음 속에 충격완화쿠션 같은 게 없이 누군가 저한테 내뱉는 감정에 대해서 여과가 어려운 사람이었거든요. 몇 년 전부터 저는 독립해서 살고 있지만 오빠는 요 몇 년간 줄곧 집에서 출퇴근을 병행했고, 그동안 이러저러한 충돌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며 대출 이전에도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었다면 오빠라는 인간은 제가 30년 가까이 보면서 느꼈지만 분명 말을 할 사람입니다. K-장남 스탠다드라서 어쩔 수 없어요. "전조로 잡아낼 수 있던 게 분명 있는데 그 큰 금액을 갑자기 말했을 리 없다." 고 하니까 되돌아오는 말이 "자기는 기억을 못한다"라고 하시길래 "그럼 지금이 아니라, 훨씬 더 예전을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둘째치고 오빠는 장남으로 자식된 도리 다 하고 살고 있다고 보는데 성인이 되기 전 훨씬 전에, 대여섯살 때도 우린 분명 그렇게 입꾹닫한 일이 쌓였을텐데 알아채지 못한 건 잘못 아니냐"고 질러버렸죠.

9. 그러면 대출은 왜 했냐면서, 결혼 안할 거냐면서 부모님은 결혼 생각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뭐, 여기서부터도 제가 뒷목잡을 일이 또 발생하긴 하는데... 결론만 말해서 소통의 부재가 일어난 고요속의 외침 같은 상황이지만 위에서 썼듯 오빠는 결혼이라는 것을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찌됐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자친구가 있죠. 그 여자친구와 진지하게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오빠와, "그럴 리가 없다, 걔 인생에서 사실상 첫 여친인데 헤어질 거 같냐"하는 엄마 본인의 생각+고집이... 으아.

10. 결혼이 전제가 되던 말던 간에 오빠는 그 사이 여자친구의 가정에 인사를 하러 간 적이 있었고, 반대로 저희 집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죠. "결혼이고 나발이고 일단 저 쪽 가정은 오빠를 보겠다고 오라고 한 건데, 그럼 우리는?"라고 물어보니 "결혼이 확정되면 보겠다".... 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서부터 또 열받아버린 제가 질러버렸죠. 밑에도 나오지만, 저희 집이 이런 고자세를 취할 상황은 아니거든요.

"아니, 결혼이고 뭐고 일단 저 쪽에선 보겠다고 오빠 불렀다며, 그럼 저 쪽 집은 뭐가 되는데. 오빠 여자친구도 그 집에서 곱게 자란 딸자식인데 그 집 생각은 안해?"

11. 그래서 그저께 통화가 대충 정리되고(사실 2차전을 위한 휴식타임이지만)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집에 시집을 올 사람이 있을까.
2020년 초반의 가정으로 치기에는 가부장적의 극한을 달리는 집안, 1년 4차례의 제사(설+추석 포함, 2번의 제사는 고작 1~2주차이), 묘소 관리는 장남이라는 이유로 오빠가 해야 하는 일로 당연시했을 정도의 가정환경, 그리고 그 집 딸로 태어난 저는 대충 10살 때부터 명절마다 차례요리 준비를 도왔죠. 집에 여자가 없다고 그 쪼끄만 애 손까지 빌리다가 남자분들이 차례준비 돕기 시작한게 저 고등학교 즈음 같은데, 말이 되냐 싶으시겠지만 제가 겪은 게 그런데 뭐 어쩝니까. 그런 와중에 맞벌이셨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가 저희 둘을 키워주셨지만 저는 할머니 제사 지내는 10년 넘도록, 제 손으로 술을 따라올린 적이 한두번? 밖에 안될 정도입니다. 저 대신 올릴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좀 그렇긴 하죠.

12. 아무리 생각해도 노답인 거죠. 물론 부모님도 맞벌이를 하셨고, 오빠 또한 만약 결혼한다면 맞벌이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데 자기 일을 가진 2020년대의 여성이, 사실상 '남의 집'인 곳에서 그런 가정의 대소사를 전부 챙길 여유가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봤는데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겁니다. 저는 그런 가정에서 자라왔다 해도 제 학력 특성상 친구들 또한 여자애들 뿐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저희 집 같은 환경이 안보여요... 물론 모든 가정이 같은 환경을 가지고 있거나 그러지야 않겠지만, 유독 튀는 것을 부정하는 건 어렵더라고요.

13. 그 모든 것을 오빠는 인내한다고 쳐도, 미래의 아내분이 그걸 다 받아들이겠냐는 또 다른 문제인데 그런 와중에 지금 사귀는 분이 무슨 일을 하는지, 그런 것들이 또 마음에 안든다고... 그러시는 걸 보니까 '아, 이대로는 안된다. 뜯어고치진 못하더라도 부모님이고 오빠고 서로 알아는 둬야 하는 일이다' 싶어서 어제 또 양 쪽으로 전화를 했죠.

14. 글이 벌써 3400자가 넘어가네. 줄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어쨌든 부모님 쪽에선 대충 정리했을 때 제 ADHD에 관한 얘기를 니가 노오오오력이 부족해서로 정리해주셨고(하하), 제가 나와서 사는 원룸의 전세비가 어느정도는 부모님의 빚이니 내년에 내려올 바엔 지금 내려오는 게 낫겠다며 경제권으로 우위를 다지려 하질 않나해서 '아, 말로 이기려 들질 못하니까 저런 식으로 찍소리도 못하게 하려고 하는구나, 저게 '부모'가 '자식'한테 할 수 있는 말인가...?'라는 생각을 들게 했고, 저는 어찌됐든 겪어온 세월도 있고 해서 오빠의 편에 가깝지만 '오빠가 그 분하고 결혼을 하건 말건 우리 집이라는 가정이 처한 상황은 보편적인 건 아니다, 오빠는 받아들였을지 모르지만 오빠의 아내가 되는 사람은 결혼을 해도 결국 남이고 그걸 받아들이냐 마냐는 다른 문제니까 지금 사귀는 분도 그렇고, 나중에 사귈 분도 그렇겠지만 결혼이란 걸 할 생각이 있다면 진지하게 생각해봐'라고 한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나는 먼저 나와서 산다 치지만 오빠도 어쩌면 마음의 병이 있을 수도 있다. 여유 되면 병원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고 한 정도.

15. 결국 요 며칠 제가 부모님한테 오빠보다 더 화낸 건 위에 썼듯 제 인생에 결혼이란 건 지금도 생각이 없지만 이런 과정을 되풀이한 저랑 오빠는 어쨌든 부모님이 낳은 자식이니 일정 부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다 쳐도 오빠와 결혼할 미래의 아내분이 이런 문제에 직면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저는 성인 ADHD로 그나마 끝난 일 정도라면 이것조차 가벼워 보일 문제가 일어날까봐 부려본 약간의 오지랖이고 결혼이란 게 인생계획에 없는 여동생으로써 해줄 수 있는 최선?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충돌로 끝날 거라는 생각은 들지도 않고 이제 시작이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16. 이게 뭔데 16번까지 왔지; 어쨌든 긴 이야기는 "아무리 자식과 부모라는 혈연이라고 해도 '당연한 것'은 없다", "자식은 부모의 감정쓰레기통 취급 받을 이유가 없다"... 는 결론이 되었습니다. 전 이럴려고 태어난 게 아닐텐데 말이죠. 모 연예인이 먼 이야기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자급률
22/05/28 02:50
수정 아이콘
제사가 1~2주 차이로 있으면 집안 어른이 유도리있게 그냥 한번에 같이 지내는 경우도 간혹 보이던데, 이런 부분은 역시 집안에 권위있는 어른이 정리를 해주고 안해주고 여부가 커서 복불복인것 같습니다.
여기에텍스트입력
22/05/28 02:54
수정 아이콘
그 어르신이 저희 아빠신데.... 가부장의 끝을 달리셔서요 하하. 자식 둘은 저 고집 살아계실 때 꺾지 못하겠구나 하고 체념했습니다. 사실 저도 그 부분이 제일 걱정되고요. 저도 어느정도 도와준다 해도 분명히 저거 미래의 오빠내외가 감당해야 할 일이 될텐데...
몇 년전에도 이미 나온 얘기긴 하지만 오빠랑 저는 만약 한 쪽으로 합친다면 어느 쪽으로 합칠지 이미 의견이 잡혀있는 상황입니다.
정회원
22/05/28 10:24
수정 아이콘
제사는 아버지대에서 책임을 지도록 선을 그어야 할겁니다. 앞으로도 오래 사실거잖아요.
성균관 유생 수준의 아버지께서 거동이 힘드시니 성당에서 합동미사로 대처하는 수준까지 내려왔네요. 저는 제사 안한다고 선언한지 10년쯤 되었네요.
여기에텍스트입력
22/05/28 17:33
수정 아이콘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 오빠가 나서고 제가 거드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가도, 오빠의 성향상 그냥 인내할 타입이라(그래서 제가 병원에 가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고 권유한 거기도 하고요) 제가 먼저 나서서 질러버리기 참 모호하더라고요. 아빠는 제 결혼에 대해서 큰 기대는 전부터 안하고 계시는 거 같은데, 사실 자라면서 느끼지만 제 성격이 점점 아빠 쪽을 닮아가고 있긴 해서 크크 아무렴 본인도 30대 후반에 결혼하셨는데 애초에 자식들한테 그런 얘기 꺼내실 입장은 아니시니까요
친가도 외가도 저런 식의 꼬장을 부리는 분들이 있고 가부장적인 게 맞아떨어져서 부모님이 결혼을 하게 된 거겠지만 저희 세대는 또 아니니 아마 오빠랑 좀 얘기를 오래 해봐야 할 듯 합니다.
카미트리아
22/05/28 06:01
수정 아이콘
오빠분이 여자친구를 집에 소개 안하는 이유가
여기에텍스트입력님이 이야기 하신 집의 문제 때문일수도 있겠다 싶네요..

16과는 약간 다른 이야기로
독립해서 부모와 몇달에 한번 볼때 사이가 더 좋은 경우도 있더군요...
매일같이 싸우고 전쟁이던 친구가
거리가 멀어지니 관계가 회복 되더군요
여기에텍스트입력
22/05/28 06:46
수정 아이콘
대충 보면 아시겠지만 저도 그런 이유로 독립을 한 거거든요(경제적으로는 못했지만)
저랑 부모님이랑 에너지 레벨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완전히 상극이거든요. 위에 썼다시피 저는 내성적이고 약간의 자기비관적인 천성을 갖고 있는데 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가게 된 것도 이 천성을 이해하지 못한 부모님이 하다하다 못해서 가게 된 거였던 거라...
그리고 저는 그 받아들이는 그릇 자체가 오빠보단 작고 섬세한 편이었기에 더 충돌이 많았고 이러다 다른 걸로 죽겠다가 아니라 가족 때문에 사람이 피말릴 수 있겠다 하는 느낌을 때때로 느껴서 어떻게든 나가려고 기를 썼긴 합니다. 그렇게 좀 안보니까 나아지는 과정을 저희도 거쳤지만 보시다시피 뭐, 같이 살고 있는 오빠가 이렇게 펑 하고 터졌더라고요.
무한도전의삶
22/05/28 08:24
수정 아이콘
오빠님 입장에서 보면 결혼 성공 및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려면 무조건 가족과 거리를 둬야겠네요.
아마 충분히 인지하고 계실 것 같고...
윤석열
22/05/28 08:56
수정 아이콘
남일 같지가 않네요..
살려야한다
22/05/28 08:58
수정 아이콘
답은 얻지 못해도 이렇게 털어놓는 것 만으로 충분할거에요
여기에텍스트입력님의 삶에 행복을 기도합니다
22/05/28 09:29
수정 아이콘
이야기의 아주 일부지만, adhd의 삶을 살아가면 내가 많은 말을 놓치고 실수로 말을 안하고 하는 삶을 살아와서 말을 했니 안했니에서 쉽게 인정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내가 한 말도 안했다고 하고 못들은말도 들었다고 하는 일이 가까운 가족에게서 일어나더라구요. 중요한 얘기는 카톡으로 증거를 남겨야..
여기에텍스트입력
22/05/28 17:40
수정 아이콘
위에 썼듯이 adhd란게 일반인들도 가지고 있는 것들이 좀 더 심각하게 드러나는 증상이라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는 '병'으로 보고 있기는 합니다. 물론 한국은 아니지만 저도 딱히 이걸 병....? 병인가? 라고 하긴 좀 모호하다고 생각하고 그간 겪어본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 특히 엄마 쪽이 adhd 유전이 있지 않았나 싶기는 하더라고요. 다만 천성의 차이로 서로 뻗어나간 방향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사실 adhd를 떠나서 아빠의 의사가 대부분 엄마라는 중간필터를 통해 알 수 있는 수준의 가정이 정상적이지 않단 사실이야 어릴 적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adhd로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이 가정에 있고, 그걸 모른 채 지난 세월간 그것들을 감내해야했던 오빠나 다 커서 성인 adhd 판정을 받은 저나 좀... 불쌍하더라고요.
상하이드래곤즈
22/05/28 09:48
수정 아이콘
본문 잘 읽었습니다.
지난 슈카월드 방송을 보다보니 저도 성인ADHD증상에 많이 해당되어서 ‘난가?’했던 시청자 중 한 명인데,
사는데 큰 지장 없어서 따로 병원을 간다던가 하는 관리는 안하고 있습니다.
근데 약으로 어느정도 치료가 된다는 얘기를 들으니,
더 어릴 때 진작 알았다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페로몬아돌
22/05/28 09:48
수정 아이콘
아이고 저도 투덜투덜 하고 살았는데, 만족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네요. 다들 인생이 쉽지 않은...
SAS Tony Parker
22/05/28 10:20
수정 아이콘
본문 길어도 됩니다 피쟐인들은 긴거에 익숙합니다
어후 제가 다 갑갑하네요...
이경규
22/05/28 10:40
수정 아이콘
제사 너무 싫어요...
22/05/28 11:06
수정 아이콘
이런 저런 이유로 집안에 제사가 없는데 최소한 저는 부활시키지 않을려고요
22/05/28 11:1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
이쥴레이
22/05/28 12:15
수정 아이콘
음 반대로 저희집은 너무 자유스러워서 별다른 터치가없습니다. 결혼이나 뭔가 집안일 대소사에 있어 부모님도 그렇고 형제들도 모두 제각기인데 이건 아버지 영향이 큰거 같습니다. 학교나 직장 결혼등 모든게 그냥 각자 알아서 했거든요.
나쁘게 이야기하면 방치인데 좋게 말하면 또 자유인지라...
그리고 개인주의가 강하고 서로 터치를 안합니다..

유난히 친척들중 저희집만 그러고 나머지는 다들 열심히(?) 어릴때부터 공부시키고 재테크들 하시고 뭔가 빡빡하구나 인상들을 주셨는데... 다 잘사시고 사촌들도 학력이 전부 쩔다보니..지금은 그냥 대단하구나 합니다. 뭐 그래도 그 아버지 자유스러움으로 저나 형제들 그럭저럭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로 주직업을 삼아서 결혼하고 애들낳고 살아가고 있으니...

제가 어른이 되고 아버지 나이대가 되어 자식보고 생각하는건 우리 아버지 진짜 별걱정 없이 그냥 사셨구나 합니다. 흑..
본문보니 가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여기에텍스트입력
22/05/28 17:36
수정 아이콘
많은 답변들 감사합니다. 일일이 답을 달아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기도 하고... 워낙 개인사적인 문제라 예고없이 내용은 삭제될 수도 있긴 하지만 애초에 커뮤니티 잘 안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제가 유일한 인터넷 망령이다보니 피쟐 정도는 못보겠지 싶어서 쓴 거기도 합니다 크크
써놓고 나니까 좀 낫기는 해도 아마 다음주에 진료받으면서 이 얘기를 말로 꺼내놔야 그제야 제대로 진정할 거 같긴 합니다. 정리된 글을 다시 검토하고 읽는 것만으로도 뒷목이 땡길 정도로 제가 스트레스받을 줄 몰랐네요.
라라 안티포바
22/05/28 22:34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힘내세요.
밀리어
22/05/29 01:18
수정 아이콘
제사는 조상들 대대로 이어지는 전통이라 안할순 없지만 결혼에 대해서만큼은 부모님이나 가족의 영향력이 최소한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평가할때 제3자의 입장에서 봐주는건 고마운 일이지만 참고하는 정도만 조언해줘야지 개입을 해선 안된다는 거죠.

오빠분이 아직은 결혼의사가 있지 않다고 하니까 지금 신경쓸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여자친구 집에 인사를 드렸다고 했지만 단순하게 연애를 한다해도 본인에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자신을 소개해야 되었을테니 오빠의 그 워딩은 달리 해석할수도 있습니다.

물론 30대 남성은 결혼을 준비할 나이긴한데 본문에서 여자친구쪽의 반응이 언급되지 않은걸로 미뤄볼때 10번에서 13번은 급전개가 된 느낌이네요.
여기에텍스트입력
22/05/29 03:2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맞습니다. 실제로 급전개는 맞습니다만, 만약 저 부분에 대해서 살면서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먼저 나서서 도와주려는 제스쳐를 취했을텐데 아쉽게도... 음, 살면서 그런 적은 없었거든요.
물론 저야 혈연이긴 한데, 혈연이라고 해도 어떤 일이던 당연한 일이라는 건 없죠. 가볍게는 부모님이 집을 비웠을 때 오빠 끼니는 니가 챙겨줘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부터(애초에 전제 자체가 반대가 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명절 전날 부엌에서 거의 나오지도 못한 채 약 6시간동안 끼니는 음식 만드는 거로 대충 퉁치면서 제사음식 준비를 돕는다는 전제 자체가 당연한 일인 게 아니듯이요. 애초에 명절 때 말고 부엌에 가지도 않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애가 거기서 뭘 안다고 '돕고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잖습니까. 그걸 그래야 하는 이유로 만든게 '이 집에서 유일한 여자애'라는 지금보면 이게 말인가 싶은 이유인데다 그 때 제가 할 줄 아는 요리다운 요리는 물 조절도 못하는 라면이 다였는데도요. 더구나 그 일이 몇 년에 한 번 있는 일도 아니고 1년에 최소 두 번 이상씩 있는 일인데, 사람이 하는 일이니 당연히 매번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지만 제가 하던 일을 저 대신, 그대로 도와준 기억 자체가 없었거든요.
혈연이 기억하는 게 이런데 결혼적령기에 들어선 인간이 슬슬 결혼을 어렴풋하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이게 극적으로 바뀔까 싶더라고요. 물론 좀 더 미래의 오빠는 더 어른스러워져서 그런 것도 배려할 줄 아는 어른이 될 수도 있지만 그건 지금으로썬 잘 몰?루는 일이니까요.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얘기를 할 일이 별로 없었지만 대출이다 결혼이다 집에서 얘기가 나오는 걸 보자니 그 전에 한 번은 짚어줄 일이라 생각해서 언급해준 것 뿐입니다. 혈연 간에도 당연한 게 없고, 혈연이 아닌 사이에서도 당연한 일이라는 건 없을텐데, 사소한 것으로 여기던 일이 사실 사소한 게 전혀 아니었고 그래서 뭔가 큰 사건으로 터질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이번 일은 마침 그 전조증상? 같은 느낌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렇게 말했지만 제가 여자친구분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오빠의 연애사에 참견할 수준으로 잘 아는 것도 아닙니다. 정확히 말해서 신경 자체를 안쓰는 쪽에 가까워요. 저런 일이 터졌다 해도 제가 그 분에 대해 아는 건 저보다 한두살 더 어리댔나...? 하여간 이런 식의 단편적인 정보 말곤 아는 게 없습니다. 이번에 얘기한 건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자라왔느냐를 조금 멀리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 정도고 아마 좀 더 뒤에, 결혼 전제로 사귀는 분이 있다면 저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언급할 거 같긴 합니다.
22/05/29 22:59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유전과 환경이 대부분의 인생을 결정하죠.
나라는 [자아]도 유전과 환경에서 태어난거라, 실제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더라고요.
이런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하면 결혼도 참 어려워지더라고요. 결국 유전과 환경인데.... 내가 좀 그런 경향이면 자식도 그럴 꺼 같고....
내가 하는 생각을 결국 내 자식도 할 꺼 같아서요.
내가 바껴야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내 자식에게도 뭔가 할 말이 있을 꺼 같아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5725 [일반] 친구의 결혼식 [55] 로즈마리10296 22/05/30 10296 55
95724 [일반] 가정의 달 맞이 15회차 글쓰기 이벤트 공지 (주제: 어린 시절) [6] 간손미3428 22/05/01 3428 10
95723 [일반] [15] 작은 항구도시에 살던 나의 어린시절 [7] noname118986 22/05/30 8986 32
95722 [일반] (노스포) 톰 크루즈 형님의 톰 크루즈 영화 탑건: 매버릭 보고 왔습니다. [36] 물뿔소10124 22/05/30 10124 16
95721 [일반] 박찬욱 감독의 전작 『아가씨』를 봤습니다 [18] 라울리스타10843 22/05/29 10843 8
95720 [일반] 경제학적 상상력- 조슈아 벨 실험의 경제학적 조악함 [40] darkhero11115 22/05/29 11115 9
95719 [일반] [팝송] 시그리드 새 앨범 "How To Let Go" [2] 김치찌개4570 22/05/29 4570 0
95718 [일반] (노스포)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파트1 간단후기 [22] valewalker8850 22/05/28 8850 1
95717 [일반] 요즘 본 만화 후기(스포) ​ [3] 그때가언제라도6911 22/05/28 6911 0
95716 [일반] [15] 아이들을 파블로프의 개처럼 다루면 좋은 이유 [19] 판을흔들어라8570 22/05/28 8570 37
95714 [일반] 연애하는 팁? 이 어떤 게 있을까요? [70] 대장햄토리11277 22/05/28 11277 0
95713 [일반] 현대사회에서 연애와 섹스가 어려운 이유 [84] 데브레첸18013 22/05/28 18013 22
95712 [일반] 이중언어 아이와의 대화에서 느끼는 한국어의 미묘함 [80] 몽키.D.루피9574 22/05/28 9574 31
95711 [일반] 결혼을 생각하는 자식과 부모님의 갈등, 근데 거기에 ADHD를 곁들인 [23] 여기에텍스트입력11759 22/05/28 11759 17
95710 [일반] '양산형 남친'의 시대 [134] 이그나티우스18335 22/05/27 18335 17
95709 [일반] 보다가 픽 웃은 만화. [3] 공기청정기6678 22/05/27 6678 0
95708 [일반] 30대 초반, 주변 결혼한 친구들의 모습 [45] 노익장17251 22/05/27 17251 15
95707 [일반] 그때의 난 미쳤었다랄까? [3] 쎌라비5508 22/05/27 5508 9
95706 [일반] 맑은 하늘 따뜻한 봄날씨 [10] 2004년6235 22/05/27 6235 0
95705 [일반] 경찰의 무대응으로 불타는 미국 총기사건 [77] 건방진고양이16402 22/05/27 16402 2
95704 [일반] [성경이야기]기드온의 승리와 의도치 않은 결말 [9] BK_Zju9604 22/05/27 9604 15
95702 [일반] 일본, 6월 10일부터 외국인 관광객 입국 재개 (내용추가) [64] Dresden14503 22/05/26 14503 1
95701 [일반] [15] 개똥철학 [2] 집으로돌아가야해4475 22/05/26 4475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