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7/12/03 06:38:55
Name OrBef
File #1 a.JPG (15.6 KB), Download : 93
Subject 이공계의 길을 가려는 후배님들에게..7 - 능력의 한계



1985년에 만들어진 '아마데우스'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두번 - 이번에 글을 쓰기 위해 한번 더 봤으니 이제 세번이네요 - 보았는데, 처음은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였으니 초등학생 무렵이었고, 두번째는 대학 5학년 때였을 겁니다. 처음 보았을 때에는 살리에리에게 살해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모짜르트가 불쌍해서 눈물을 펑펑 쏟았었던 기억이 나고, 두번째 보았을 때에는 돈 조반니를 상영 금지 시켜놓고 정작 자기는 매번 몰래 관람했다는 살리에리의 회고장면에서 눈물을 쏟았었습니다. 자.. 여기까지만 읽으셨어도 이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제가 무슨 글을 쓰려고 하는지 눈치채셨을 겁니다.

--

만화 역사에 길이 남을 슬램덩크를 보면 여러명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옵니다. 주인공 강백호, 원래는 주인공으로 기획되었다가 라이벌로 중간에 설정이 바뀐 서태웅, 우직한 리더 채치수, 최고의 재능을 지녔지만 2년의 허송세월이 약점이 되어버린 정대만 등이 그들입니다.

그중에서 사람들에 의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대사들을 – 왼손은 거들뿐 빼고 - 남긴 것은 아무래도 불꽃남자 정대만일 겁니다. 그 대사 하나하나가 명품이기도 하거니와, 그 대사를 말하는 사람인 정대만의 인생 역정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만들기 때문일 겁니다.

훌륭한 재능, 극복이 불가능했던 역경, 젊은 시절의 방황, 다시금 불태우는 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는 전성기의 기량 (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뛰어나지만)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지요.

근데… 냉정하게 말해서, 사람들이 정대만에게 교감하고 ‘그래 내가 이렇지’ 라고 말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말이 안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극복 불가능할 만큼의 역경을 겪지도 않고, 방황은 그냥 지가 하고 싶어서 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의지를 다시 불태우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교감하는 캐릭터는 그래서 그 만화에 아주 잠시 나오는 ‘장권혁’ 이었습니다. 중학 시절에 정대만에게 패배하고 절치부심 3년의 시간을 보낸 뒤 마침내 정대만을 다시 만나죠. 그는 그 길었던 3년간 쌓아올린 실력으로 마침내 정대만을 패배 직전으로 몰아넣은 뒤, ‘넌 날 이길 수 없어. 고교 농구를 우습게 보지 마라’ 라고 한마디 던집니다. 하지만 이후 잠자고 있던 재능이 폭발한 정대만에게 5분만에 다섯개의 삼점슛을 내어주고는 팀 패배의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 되어버립니다.

제가 저 사람에게 강한 교감을 (사실 전 거기서 거의 눈물이 날 뻔 했었는데) 느꼈던 이유는, 사실은 저 모습이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

중고등학교때 어떤 분야에 대해 재능을 보이고 그 분야가 크게 싫지 않다면, 인생이 편합니다. 그 재능이 내가 할 일을 결정해주기 때문이죠.

근데 문제는, 그 재능을 발현하면서 해당 분야의 사회로 진출할 수록 그 사회에는 그 재능이 강한 사람이 모여있다는 점입니다. 인문계에 진학하면 평균 학업능력이 높아지고, 좋은 대학교로 올라가면 다시 주변 사람들의 능력이 훨씬 좋아지고, 음악 좋아하던 사람이 예고라도 간다 치면 더이상 내 재능은 주위사람들과 비교해볼 때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이런 벽에 부딪히는 경험을 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 소위 ‘천재’ 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죠. 물론 이런 사람들이 단순히 IQ 260 으로 태어났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신경학을 10년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누구나 정신분석학을 창시하진 못하고, 어른이 된 다음에 무용을 시작했다면 대부분은 마사 그레이엄같은 무용수가 되진 못합니다. ( 천재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천재적 창조성을 발휘한 6명의 사람을 분석한 ‘열정과 기질’ 이라는 책인데요, 지은이인 하워드 박사는 원래는 ‘다중지능’ 이론으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해당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입니다.  )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름 잘났던 자신이 평범해지는 이런 변화는 제법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입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택하는 전략은

1. 과거로 회귀해서 ‘내가 소싯적에는 어쩌고 저쩌고’ 라고 말하며 주변의 인정을 바라거나,
2. 그 집단이 평균적으로 잘 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단순한 니들과는 달리 나는 문학에 대해 깊은 소양이 있는데 어쩌고 저쩌고’ 라는 식으로 자신을 특화하려 합니다.

두가지 모두에 대해 주변의 반응은 동일합니다. 니가 소싯적에 공부(내지는 철학/문학/오덕 게임) 좀 했다 치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

물론 세번째 길도 있습니다.

3. 패배가 예정된 길을 일부러 택한 뒤, 자신의 패배는 운명이 정해준 것이라 외친다.

Underdog 스타일의 사람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승리라는 자체에는 흥미가 없어보일 정도로 불리한 상황에 대한 중독이 심합니다. 이런 부류의 인간은 유리한 상황에서 이기는 것에는 애초에 관심도 없습니다.

근데 이런 인간의 속마음 깊은 곳에는 사실은 패배주의가 내재하고 있습니다. ‘난 불리한 상황에서 싸웠어. 고로 이기면 내가 대단한 것이고, 지면 뭐 그건 운명이 나를 패배시키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거지.’ 이런 마음을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언더독 스타일의 사람이 그럼 유리한 상황에서는 분명히 승리했을 것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한 상황에서 플레이하기를 두려워하죠.

--

네번째 길도 있습니다. 장권혁이 택했고,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가 택했던 길입니다.

4. 천재는 천재의 길이 있고, 나는 보통사람들의 챔피언이 될 것이야.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살리에리가 정신병원에서 남겼던 마지막 대사를 조금 바꿔봤습니다)

이 길은 정말로 가기 힘든 길입니다. 왜냐하면, 이 길의 끝에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은 평범함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걷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노력과 의지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견하거나 타이거 우즈가 PGA 우승하기 위해 들인 것에 비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 이 지점에서 의지와 노력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적어두어야 할 듯 합니다. 저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불굴의 의지를 발현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좀 궤변같죠.. 하지만 이런 면이 분명히 있어요.

잘난 사람은 패배에 대해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볼 수도 있지요. 힐러리 경과 내가 에버레스트 산을 첫번째로 등정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가정하고, 제가 이번에 17번째로 등정에 실패했다고 칩시다. 아마도 저는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내가 이번에 에버레스트 산에 등정하는 것에 대해 또 실패했지만, 어차피 아직 힐러리도 올라가보지 못한 산이야. 고로 한번 더 해보자’ 라고요. 이런 '잘난 나 vs 잘난 다른 사람'의 경쟁이라는 상황은 패배를 극복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2007년에 에버레스트를 올라가려는 노력을 제가 했고 17번째로 실패하고 나면, 위에 적은 불굴의 의지를 발현하기가 훨씬 힘듭니다. 이건 잘난 나 vs 잘난 다른 사람 의 구도가 아니라 '평범한 나 vs 아웃오브안중' 의 구도이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이 말년에 통일장 이론을 평생 파다가 실패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들은 '위대한 나 vs 신의 언어'라는 자기 최면이 가능하기에 평생도 쏟아부을 여력이 생깁니다. 하지만 인수분해가 이해가 잘 안가는 경우에는 그런게 아니죠. '인수분해도 못하는 나 vs 아웃오브안중' 의 구도가 됩니다. 결국 극복해봐야 보통, 못하면 못난놈이 되는 그런 셈이고, 이럴 때에 불굴의 의지를 발현하는 것은, 제가 단언하건데, 잘난 사람이 동일한 의지를 발현하는 것보다 훨씬*20 힘듭니다.

--

바람의 검심에 보면 ‘우스이’ 라는 장님 검사가 나옵니다. 극중 최악의 악당인 시시오 마코토와의 결투에서 눈을 잃은 뒤, ‘시시오 마코토를 암살할 기회를 노리기 위해’ 라고 떠벌이며 시시오 마코토의 부하로 활동하고 있는 검객이죠.

우스이는 극의 후반부에서 더티 히어로인 사이토와의 대결에서 목숨을 잃습니다만, 이 결투가 시작하기 전 사이토가 우스이에게 말했던 대사가 일품이었습니다.

‘네놈이 왜 시시오의 부하가 되었는지 대충은 알지. 넌 니가 시시오에게 영원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근데 패배를 인정하기는 싫었지. 그래서 말로만 그를 암살하기 위해 부하가 된다는 명분을 걸고 놈의 부하가 된거야. 그럼 적어도 남들은 네놈이 졌다는 것을 모를테니까. 어때? 정확하지는 않아도 크게 틀리진 않지? 싸워보지도 않고 꼬리를 내린 똥개 주제에’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취하게 되는 어떤 태도에 대해 너무나도 정확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등이 되라고 가르치는 사회에서 진짜 일등을 뺀 나머지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 모두들 패배자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수많은 거짓을 만들어내죠. '내가 원래는..', '내가 소싯적에는..', '쟤가 알고보면..'

우리는 우스이처럼 살다가 그렇게 죽고싶지 않습니다.

-

살리에리가 며칠을 들여 작곡한 곡을 모짜르트가 한번 들어보더니 몇군데 고쳐서 훨씬 훌륭한 곡으로 바꿔주는 장면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이건 평범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몇십 몇백번씩 겪어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적어도 인간이라는 종이 한걸음 더 딛기 위해 범해야 하는 이만칠천육백이십오가지의 시행착오 중 하나를 내가 범함으로써, 6년 뒤에 나를 비웃으며 앞으로 나아가 모든 영광을 차지할 누군가의 시간을 5분정도 절약시켜줄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 월급도 타구요.

끗.

수정 :
고무신님의 댓글에 대한 답변의 성격이 되겠습니다만, 저는 '자.. 일은 이정도 해두고 인생을 즐기며 살자' 라는 입장이 절대로 틀렸다거나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선택의 문제이지 좋고 나쁘고가 아니죠.

다만, (조금 심한 단순화가 되겠습니다만) 인생에서 각 개인이 중시할만한 것들이, 자기 직업에서의 성취 vs 자기 개인 생활에서의 즐거움 으로 크게 분류된다고 할 때, 전자의 성취라는 것을 중시하는 분들은 대부분 제가 본문에서 언급한 벽을 언제고 한번쯤 느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취에서 자신의 가치를 느끼고 싶은 욕구는 남아있는데, 그 성취가 점차 요원해지면, 사람은 비겁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거나 회피하는 여러가지 모습에 대해 이 글에서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애초에 저런 것들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글 전체가 무의미한 것이 되겠죠. 그런 입장은 그 자체로 인생을 사는 하나의 훌륭한 방법입니다.
* Timeless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12-04 18:14)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7/12/03 07:06
수정 아이콘
감동입니다. ㅠㅠ
지금부터
07/12/03 07:35
수정 아이콘
언제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글이군요. 잘 보았습니다.
07/12/03 07:45
수정 아이콘
지금부터님/
전.. 제가 마음이 편하면, 그 자체로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말하자면 스트레스 중독자인지라.. 글도 그렇게 써지네요. 하지만 맨 끝에 잘 봤다고 써주셨으니 폐를 끼치진 않았다고 믿겠습니다.
고무신
07/12/03 07:55
수정 아이콘
......그냥 평범한 현실에 안주하며 한때의 과거를 안주거리로 회상하며 살아가는게 나쁜건가요?
성야무인
07/12/03 08:01
수정 아이콘
일단 공감은 합니다.. 이공계분야에서, 공학, 물리, 수학 이분야는 정말 천재라는 사람들이 수재혹은 노력하는 수재를 따라갈수 없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도대체 20살초반의 저런사람들이 어떻게 나타났냐 할정도로, 무섭습니다만, 의생물분야는 천재라도 실적을 내기 힘듭니다. 이분야는 정말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천재라도 생물 실험이라는 커다란 난관이 존재합니다. 제아무리 계획을 비상하게 짜도, 예상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며, 그만큼 실험하지 않으면 (똑같이 해도 결과가 비슷하게 나오지 똑같이 안나옵니다) 데이타를 만들수도 없습니다. 의생물분야는 아무리 뛰어나도 20대초중반 커녕, 30대 초중반에 교수되도 정말 대단하다고 봅니다. (대부분 30대중반후반 혹은 40대초반에 교수되는 학문이라) 만약, 자신이 이공계를 택하고, 노력의 천재라고 생각되시는 분은 의생물분야를 택하시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노력한만큼 성과가 나오는 분야중에 하나니까요. (돈버는 부분은 제외하고~~)
지금부터
07/12/03 08:17
수정 아이콘
OrBef님/
폐라니요.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많은 글 부탁드립니다^^
07/12/03 08:31
수정 아이콘
고무신님/
짧은 리플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듯하네요. 님의 질문은 댓글로 답할 성질이 아닌듯하여 본문 마지막 부분에 첨언을 약간 해두겠습니다.
07/12/03 08:32
수정 아이콘
성야무인님/
저도 실험쪽에 절반쯤 발을 걸치고 있기 때문에 많이 공감합니다. 이론 분야가 내재적 재능에 많이 지배받는 반면에 실험쪽은 엉덩이 무거운 쪽이 이기는 경우가 많죠. 투입한 시간에 정직하게 비례한다는 면에서.. 농사에 가까운 분야랄까요..??
명왕성
07/12/03 08:35
수정 아이콘
저처럼 1등이나 인생의 승리자가 되는거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1등이 된다고 해서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걍 주어진대로 사는거지요.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재능에 길들여져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
07/12/03 09:19
수정 아이콘
저도 이공계 대학원에 몸을 담그고 있는 입장에서 일부 공감하는 글입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꽤나 수재라는 소리를 들었고,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면서 좋은 학교로 알아주는 곳에 들어갈 수 있었죠. 그런데, 대학교에서 저보다 훨씬 능력이 좋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대학교 때는 그런 것을 별로 크게 느끼지 못했었는데 대학원에 오면서 확실히 뭔가 '벽'이라는 게 느껴지네요. 글에서는 천재라고 표현했습니다만... 뭐랄까.. 어쨌건 넘기 힘든 벽을 일부 사람들에게서 느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는 글에서의 4번의 길에 공감하는 편인데요. 모든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굉장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천재들은 천재의 길이 있다는 말처럼 그 사람들은 그 분야에서 굉장한 재능을 보이면서 각종 이론이라거나 괄목할 만한 실험 결과를 발표하게 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러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실패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시다시피 이공계라는 분야는 엄청난 이론 한 개, 굉장히 의미있는 실험 데이터 하나만으로 큰 발전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저는 공대 쪽이라 더한데.. 그런 큰 이론을 바탕으로 굉장히 세밀한 부분의 변화라거나 각종 조건에서의 결과 같은 것들이 쌓이고 쌓였을 때 그것들이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모든 것들을 극소수의 천재들이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천재들이 해낸 일을 못했다고 해서 모두가 좌절감에 휩싸여서 '이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이럴 필요는 없다는 거죠.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할 일이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위 천재들과 저의 '벽'을 느낀 이후로는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꽤나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었기 때문에 경쟁심도 매우 심했습니다. 조금만 뒤떨어져도 초조하고 뭔가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고 싶어했고.. 그랬었죠. 그런데 대학을 거치고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약간 그런 것이 마모된 느낌이 듭니다. 현실 순응이라고 해도 좋겠죠. 하지만 그건 패배감과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능력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그래봤자 넌 패배자야!'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
07/12/03 09:56
수정 아이콘
814님/
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이 글의 원문에서는 4번의 길에 대해

'네번째 길도 있습니다. 장권혁이 택했고,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가 택했고, 제가 택하려고 노력하는 길입니다'

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근데 업로드 하면서 수정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위대함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돈키호테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이 보기에는 4번의 길 역시 현실 순응의 길(814님께서 말씀하셨듯이)이기 때문에, 저것을 '내가 오래 생각해보니 저것이 정답'이라는 투로 제시한다면 너무 교만한 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814님께서 아마 마지막 부분의 '일등을 뺀 나머지 모두는 패배자입니다' 라는 문구가 마음에 걸리셔서 댓글을 다신 것으로 보입니다만, 사실 그 부분은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그것이 초래하는 불필요한 피해의식을 지적하려고 넣은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피해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고, 그 있지도 않은 패배를 덮어버리려고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814님처럼 읽게될 여지가 다분하군요. 제가 여기서 수정해버리면 814님의 댓글이 붕 떠버리니 본문은 수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원래 취지는 이 댓글에서 말씀드리는 내용대로였다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My name is J
07/12/03 10:53
수정 아이콘
피와 살에 유전자까지 몽땅 이공계가 아닌지라..^^; 잘 공감할수는 없는 내용입니다.
더군다나 인생의 목표역시 직업적, 사회적 성취를 목표로하지 않으니...더더욱이요^^;;;아하하하=

하지만 무언가 이루고자 한다면 늘 좌절해야 하고...나보다 앞서가는 이들을 보며(그들과의 출발선이 다름에 우울해하고..)
안타까워하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경우는 있지요.
뭐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꼭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살아가는건 아니니까...
07/12/03 11:01
수정 아이콘
많은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전비록 인문계열이지만, 공감이 갔습니다.
볼튼 원더걸스
07/12/03 11:07
수정 아이콘
저는 장권혁도 아니고 정대만도 아닌 강백호류의 인간입니다.

"물론 난 천재니까."
07/12/03 11:08
수정 아이콘
그나마 한가지 위안이 되는건.. 제가 여태까지 사회생활 하면서 겪은 바로는..
그런 '천재'들이 전부 다 성공적인 삶을 살거나,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만큼 엄청난 업적을 이루는건 아니라는 점이죠.
재능이 엄청나게 뛰어난 것과, 어떤 '기회'를 잡고,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서 성과를 이루고, 성공의 길을 가는건 별개라는거죠.
물론, 재능이 뛰어난 사람의 경우에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잘 붙잡아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긴 하지만요.

그리고, 최고의 재능이 아니더라도 꼭 '보통사람'으로만 살아가야 하는것만은 또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마데우스'를 보면서 느낀 점이.. 살리에리가 모짜르트를 보면서 죽음과도 같은 고뇌를 느꼈다 하더라도...
살리에리가 모짜르트보다 불행한 삶을 살았는가... 라는 물음에는 꼭 "그렇다" 라고 말 할 수는 없다는 거였거든요.

살리에리는 궁정음악가였고, 왠만한 명문가 귀족 못지 않은 생활을 하면서, 당대 음악가들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자였죠.
모짜르트의 재능에 못미치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괴로웠다고 해서, 그게 불행한 삶이었을까요? 객관적으로?
마술사
07/12/03 11:10
수정 아이콘
이공계 대학원생으로써 200%동감하는 글입니다.
아침부터 좋은글 읽고 추천한방 넣고 갑니다.
07/12/03 11:13
수정 아이콘
AhnGoon님/
전 개인적으로 '천재' 를 '천재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기 보다는 '천재적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고.. 긍까 결과론적인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게으른 천재라던가 천잰데 주변에서 안 알아줘라던가 하는 얘기는 믿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집에 금송아지 있다라는 얘기랑 다를 것이 없죠.

살리에리의 인생은 사실 많이 행복한 편이었죠. 살리에리와 모짜르트의 실제 관계는 영화에 비하면 훨씬 좋았다는 얘기도 있구요. ( 여담이지만, 언젠가 친구하고 아마데우스 얘기를 하다가 친구가 '솔직히 살리에리도 보통 사람은 아니지.' 라는 말을 했었는데, 사실 맞는 말이라능... )
07/12/03 12:1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지구사랑
07/12/03 12:43
수정 아이콘
OrBef님의 글이 가슴이 시리도록 다가오네요. 언제나 OrBef님의 글을 읽으며, 이 정도의 글 솜씨라면 보통 사람은 아니지, 하고 생각해 봅니다. :)

저는 이러한 문제가 세상이 통합되며 일어나는 것으로 봅니다.

인류가 살아/진화해 온 대부분의 기간은 수백 명 정도의 집단이 보편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집단에서는 특정한 분야에서 1인자가 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한 마을에서 돌을 제일 잘 던지는 녀석, 한 마을에서 제일 머리가 좋은 녀석, 한 마을에서 제일 힘이 센 녀석, 한 마을에서 제일 발이 빠른 녀석, 각자 나름 긍지가 있고,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같은 나이 또래를 위 아래 두어 살 정도로 보았을 때, 해 봐야 이삼십 명인데, 그 안에서 자기가 가장 잘 하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나름 찾을 수 있죠.

하지만 세계가 통합되어 가며 경쟁해야 하는 모집단이 커지면서 이런 낭만의 시대는 이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인가요, 마이클 조단이 그렇게 연봉/광고료를 많이 받은 이유는 세계가 통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죠. 전 세계가 시장이기에 1인자는 그만큼 부와 영광을 많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렇기에 과거에는 보다 작은 시장에서 1인자가 될 수 있었던 수많은 2인자들이 과거 자신의 몫이었을 것을 1인자에게 내줄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러한 의미에서 승자 독식/ 빈익빈 부익부가 세계화의 가장 큰 폐해라고 봅니다.

꼭 "이공계의 길" - 저도 이공계입니다 - 이 아니더라도 이런 폐해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약간은 농담이지만 저는 연예인들에 대한 신드롭도 비슷한 범주로 봅니다. 예를 들어 김태희씨, 우리 나라 수천만 명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김태희씨를 보고 눈이 높아진 (저도 포함해서 ^^;;;) 남자들, 또는 김태희씨를 보며 좌절하는 (모든 분들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여자들, 100년 전만 해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죠. 수백만 명 중의 하나에 불과한 늘씬한 모델들을 본따라 다이어트하고 성형수술하는 것도 다 이런 범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문제에 대한 해법은 개인적으로는 결국 각자의 자존감을 높이는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나보다 잘난 그 누가 있더라도, 그가 나를 대치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보다 잘난 누구에게, 니가 내 대신 내 부모님께 효도해라, 내 여친에게 잘 해 줘라, 결혼해서 얘가 있다면, 내 자식들에게 잘 해 줘라,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 세상에 나는 단 하나 있을 뿐입니다. 아무리 잘난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나는 나 자신, 하나의 우주이며, 하나의 세계입니다. 부처님이 말하시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의미를 저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나를 힘들게 하고 어렵게 하는 것은 나 자신이며 내가 이기고 극복해야 하는 대상도 나 자신입니다.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산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사족으로, 승자 독식/ 빈익빈 부익부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해법이 필요합니다. 세계화 자체는 대세라, 이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겁니다. 진화의 법칙상 이미 시작된 세계화를 거스르는 집단은 경쟁에서 이탈하겠죠. 세계화에 의해 환경 파괴가 이루어졌다면 환경 보호도 세계화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위의 폐해도 세계화를 이용해서 완화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세계화의 정점에 서 있는 미국의 부자들이 달리 기부를 하고 감세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폐해를 줄이지 않을 경우 사회 전체가 공멸할 것이라는 것을 그들도 아는 거죠. 문제는 아직은 그 해법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 21세기 인류에게 주어진 화두겠죠.
07/12/03 13:31
수정 아이콘
그리고 한가지 사족을 달자면....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것은, 불행해지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길이다." 라는게 나름대로의 개똥철학인지라....
이공계에 있다보면 '굇수님들'도 많이 만납니다만, 그 사람들 때문에 내가 치명적인 손해만 안 입는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그 사람은 그 사람 갈 길을 가게 놔두고, 저는 제 길을 가는거죠.

게임 개발자로서.. 꼭 존 카막, 팀 스위니, 시드 마이어, 빌 로퍼 같은 사람이 되지 못하더라도...
제 나름대로 제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루면서 살 방법은 또 있는거거든요.
세상은 무조건 한줄로 서서 달려야만 하는 곳은 아니니까요. 샛길도 있고, 지름길도 있고, 반칙(?)도 할 수 있는거죠 ^^;
07/12/03 14:02
수정 아이콘
꼭 그 문구가 마음에 걸렸다거나 반박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었구요, 그냥 이런 관점도 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성공이란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전세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길에서 성공할 수 있고 그렇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어차피 모두가 모짜르트가 되는 사회는 불가능할 테니까요. 천재들과 비교될 수 있는 범인(凡人)들도 있어야 천재들도 더 빛날 거구요. ^^;;
성야무인
07/12/03 14:14
수정 아이콘
만약 천재 과학자가 되고 싶으면 남이 하지 않는 분야를 해라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솔직히 천재와 수재 혹은 범재 이런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자기가 하는 분야에서 천재가 있고, (대학원생 정도라고 생각하신다면) 자기가 그걸 못따라가지만, 대가가 되고 싶다면 두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그냥 하는 분야를 해서 편안하게 수긍하면서 산다와 아니면 과감하게 아예 남이 하지 않는 분야를 택해 그분야에서 일인자가 된다정도인데, 물론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전자의 경우 자존심이 강할경우, 오히려 자기가 불행할수도 있고, 후자의 경우 자기가 잘할수 있는 분야를 찾는다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 찾으면 정말 천재라는 소리를 듣겠죠) 허나, 대부분의 대학원까지 혹은 박사까지 가는 사람들은 어릴때 부터 위에서 OrBef님이 말씀하셨듯이, 공부로만 따져도 초등학생때부터 상위 적어도 상위 3%안에 들었던 사람들일겁니다. (전 아니지만 제주위만 봐도, 엄친아급의 전교 1등은 기본이요 초등학교때부터 대학 졸업할때까지 올A급 성적도 몇명있습니다. 그런 괴물들도, 천재라는 인간들앞에서 설래설래 기더군요!! T_T!! 학교신문에 났던 한 학생이 2주일만에 것도 과수업 프로잭트 일환으로 만든 프로그램을 300만달러에 팔아 버리는 괴력을 지니니 말 다했죠!!) 그런만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것입니다.
07/12/03 15:23
수정 아이콘
이제 겨우 공대에 입학한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애기입장에서 1편부터 이글까지 다시 읽어봤습니다. 하지만 가장 제게 힘든건 과연 orbef님이 말씀하신 그런 재능들이 제게 얼마나 있고 어떤길이 제가 뛰어난지 스스로 알기 힘들다는 것이겠죠. 그런면에서 orbef님은 어떻게 판단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구사랑
07/12/03 15:39
수정 아이콘
FLUXUS님// 저의 경우 물리학과를 갈까, 공대를 갈까, 고민하다가 공대를 택했었습니다. 공대를 온 순간 대체로 4번을 택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변의 동기들보다 제가 훨씬 낫다고 느꼈다면 대학원 때 다시 물리학과를 갔겠지만, 저의 경우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지금은 OrBef님이 언급하신 "이만칠천육백이십오가지" 시행착오 중에서 제가 개선할 수 있는 한 두 가지를 개선하며 나름 만족하고 살고 있습니다.
07/12/03 15:53
수정 아이콘
많이 공감이 갑니다. 저는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한 걸까요?
COurage0
07/12/03 16:32
수정 아이콘
심히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흠흠... 노력을 했나 싶기는 하지만.. 노력을 하려는 의지도 잃어버리고..
그래 나중에 재미있게 하자라고 생각하고 결국 다른 길을 찾아 떠나버린 과거 공대생입니다.
여기 와서 느낀 건데 이거 저한테는 꽤나 재미있고 잘맞기도 하더라고요.
천재로 일컬어질 만큼 특출난 재능은 아닐지라도 누구나 몇가지의 재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혹 힘들면 다른 길을 기웃거리며 자신의 재능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시간은 많이 걸리고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게 되지만요.
아무리 자신이 사랑하더라도 열번을 찍어도(열번은 커녕 한번이나 찍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베어지지 않는 나무를 바라보며 나중에 사람들이 넘어뜨렸을 때 그 결과나 분석하고 즐기자고 결정한 사람이었습니다.
07/12/03 16:44
수정 아이콘
공대생은 아니지만 저는 3번입장에 정이 가는군요. 개인적으로 Underdog가 더 편하거든요. 일단 잃을게 없으니깐 더욱더 모티베이션이 되고 적극적이게 되니깐요. Favorite의 입장에선 무언가 하기가 꺼려지는게 반드시 무언가를 성취해야 본전이기 때문에 무척 부담스럽습니다. 그런의미에서 유리한 조건에서도 불리한 조건에 있는 사람보다 보다 더 많은걸 얻지 못한 이들을 보면 가끔은 한심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지적하신대로 잃을게 없기 때문에 무언가 성취를 하지 못할경우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비평하기는 커녕 '나는 남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했으니 이 정도면 ok이지 뭐' 이런 자기합리화를 너무 쉽게 하게 될수 있는게 맹점이지요.
Ms. Duff
07/12/03 16:59
수정 아이콘
음 전 이공계도 아니고 해서 잘은 모르지만, 나름 의견을 달자면 이렇습니다.
"천재라도 평생 동안 행복하지 않다."
자기 자신이 천재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나름 열심히 일 해서 돈 벌고, 좋아하는 이성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려서 아기자기하게 살면 그게 곧 행복 아니겠습니까? 주변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그 사람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에서 평균보다 조금만 더 열심히 노력을 기울인다면, 나쁜 대우도 받지 않을 것이며 행복할 것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전 '아마데우스'의 모짜르트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스파이더맨'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만큼 큰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입니다. 천재인 사람들은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이유로 사회에 환원할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무책임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일단 능력도 안 될뿐더러 복잡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천재들은 커다란 책임을 지는 만큼 또 커다란 고충을 짊어져야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어쨌든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저희들의 길만 가면 되는 것입니다.
07/12/03 18:14
수정 아이콘
이런 류의 글을 볼 때 마다...과연 천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어릴 때 부터 머리 좋다는
소리 꽤 들으면서 자랐지만 역시 대학에 오면서 꽤나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그래도 나름 나도 혹시 천재란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란 착각(!) 속에 꽤 행복하게 지냈었던 적도 있습니다.(크크)

항상 떠올리는 경구가 있는데 "천재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열정만큼이다" 라는 것이죠. 결국은 어떤 것에 미쳐서 나아가든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서 실험을 하든 뭘 하든...."열정"이 있지 않으면 천재란 것도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게으른 천재는 없을 겁니다. 다만 게을러 보일 수는 있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서도요.

세상에는 정말 수 많은 "분야"가 존재하고 다만 오래 앉아 생존할 수 있었던 "운"으로 천재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반면,
정말로 치열하게 하지 않으면 천재는 커녕 "수재"라는 소리도 듣기 힘든 분야가 있긴 하더라구요.
다행히 저는 진도는 느리게 나가도 되지만 결과물은 빡세게 만들어 내야하는 분야라 천재건 뭐건 상관없게 되었습니만.

요사이 느끼는 것은 삶은 생각보다 꽤 길다는 겁니다. 송유근군이 학교 자퇴를 결심했다는 뉴스를 아침에 봤는데요.
과연 인생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천재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더군요.
내 인생의 성과물은 과연 몇살 때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그것을 꼭 20대, 30대에 이뤄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게 빨리 빨리 성과를 이뤄내야 천재라는 것이 증명이 되는 걸까요. 아니면 천재이기 때문에 그래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천재들은 그렇게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갑갑해서 미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공실이
07/12/03 22:33
수정 아이콘
음.. 천재적 업적을 남기기위해 너무 압박받지 마라. 다들 그런거고.. 원래 힘든 길이다..

이글 에서 말하는말도.. 왠지 구슬프게 느껴져요..
07/12/03 22:51
수정 아이콘
noir님/
프로이드는 중년의 배나온 아저씨가 되고 나서야 유명해졌고 그리고나서는 바로 오만 태클이 달리면서 살았죠.. 더 나아가 니체는 정작 유명해졌을 무렵에는 이미 정신병에 걸린 후였으니까.. 천재가 인정받는 시점은 다 다른거 같습니다. 뭐.. 확실히 '천재 = 부와 명예' 라던가 '천재 = 행복' 의 도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 싶어요.
이재열
07/12/03 22:54
수정 아이콘
추천누르고 갑니다.
좋은글입니다만...
해답은 각자의 몫이겠죠.
07/12/03 23:02
수정 아이콘
Fluxus님/
AhnGoon님의 글에 대한 댓글에서도 달았지만, 저는 천재라는 개념은 부자라던가 회사 사장같이 성취해내는 결과물이지 미리 주어진 환경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머리 좋다고 동네에서 나름 인정받고 사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기껏해야 '오호 그놈 참 기인이야.. 노력만 잘 했으면 뭐가 돼도 됐을건데' 라는 말을 듣는 것으로 자기 위안을 삼으며 끝나거든요. 제가 부러워하는 사람은 끝까지 살아남은 진짜 천재들이지 중간에 거꾸러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근데 애로사항은, 자신이 평범한지 아니면 뭔가 비범한지는 직접 부딪혀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점이죠. 뭐에 비범한지도 미리 알 수가 없구요. 커트 실링께서 운동에 재질이 있다고 해서 축구를 하셨다면, 지금같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바로 여기에 많은 사람들의 비극이 있지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우선 몇년을 쏟아 부어봐야 자신의 그릇을 알 수 있다는 점이요.
07/12/03 23:25
수정 아이콘
Ms. Duff님/
맞아요. 제 대학 동기들도 많이들 그런 길을 갑니다. 한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아예 낙향해서 농부가 되었죠.

전 그런 인생을 '선택한'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많이 부러워하구요.

제가 안쓰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이든 개인적이든 성취라는 면에 큰 가치를 두지만 그게 잘 안돼서 '난 재능이 없어 흑흑흑' 이라고 말하면서 불행해하는 사람들입니다. 불행해하지 마세요.
07/12/03 23:31
수정 아이콘
지구사랑님/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얘기로, 현대인의 행복 지수가 낮아지는 것은 '원래 동물로서의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고픈 욕망' 과 '사회 문화적으로 권장 허용되는 욕망' 의 갭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죠.

인간은 그저 날씨 따뜻한 곳에서 적당히 과일따다 먹고 가끔 고기가 고프면 사냥해서 잡아먹고 뭔가 거시기하면 삐리리하고 -_- 그러면서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존재인데, 그런 동물로서의 인간을 넘어선 존재가 되고 나니 몸이 본능적으로 '어어 이게 아닌데..??' 라고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는 얘기였는데, 단순한 논리지만 그만큼 더 설득력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07/12/04 00:08
수정 아이콘
OrBef님// 제 댓글은.. 진짜 천재고, 성취도 많이 이뤘고, 그 성취를 모두가 인정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객관적으로 봤을때...) 사람들도 많다는 뜻이었습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모짜르트'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재산도 많이 모으지 못했고, 그 당시 음악가들의 최고 명예인 궁정음악가도 되지 못했으며,
건강도 좋지 않아서 단명했고, 부부관계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하죠...
그의 엄청난 업적들도, 멘델스존이 모짜르트를 재발견하지 못했다면, 후대에 그렇게까지 알려지지 않았을수도 있었습니다.

전,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라... 후세에 길이길이 이름이 남는 역사적인 인물이 되는 것 보다는...
제 몸 하나 잘 건사하고, 우리 가족 화목하게 살며, 남들 부럽지 않게 돈 벌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천재는 말이죠... 굶어죽기 십상이래요~ 흐흐흐..
07/12/04 00:25
수정 아이콘
AhnGoon님/
흐흐 그렇군요.

본문에 잠깐 언급했던 '열정과 기질'에도 비슷한 언급이 나옵니다.

< 뛰어난 창조성은 반드시 당대에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그럼 혹자는 물을 지도 모른다. '아니 자기 당대에 인정을 받아야 의미가 있지 그게 아니면 뭔 의미가 있나요?' 이런 질문 말이다. 하지만 이건 창조성 보다는 출세라는 개념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닌가? >

뭐 이런거였죠. 말씀대로 천재적 성취가 꼭 행복으로 이어지진 않죠 ^_^

저도 돈 잘벌고 가족 화목하게 살기 >>>>> 천재적 성취 의 순서로 가치를 매깁니다. 다만, 그래도 결국 뭔가 강렬한 무엇인가를 가지지 못하게 되면 언제나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공허함은 남기 마련이죠. 안군님은 이미 그 수준을 초탈하신 듯 합니다만.. :-)
07/12/04 00:44
수정 아이콘
OrBef님// 뭐, 종교인이다 보니 초탈해 버렸다고 해두죠 흐흐흐..
그리고, 나름대로... 재능의 부족 때문에 좌절해본적은 아직 없달까요?
"안돼. 이건 도저히 못하겠어"라는 경험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제 분야에서는요.
물론, 제가 한달 걸려 성취하는 일을 일주일만에 해치우는 사람도 분명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남들이 평균 두달 걸릴 일을 한달 정도만에 해치울 정도의 재능은 있거든요. (자랑입니당~)

P.S: 얼마전에, 외주 받은 프로젝트를, 다른 프로젝트 2개와 병행 진행 하면서, 2달 만에 끝내버리고, 이사님한테 "이 인간은 인간이 아냐~" 라는 멘트를 들었답니다~ 메롱~
07/12/04 03:50
수정 아이콘
AhnGoon님//
아니 이분이!!

Hangul i an doe yo T.T
김용만
07/12/04 03:55
수정 아이콘
fascinate....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라는 말이 있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궁정음악가인 살리에리가 모를리 없죠...
그러나 어쪄겠습니까.. 이미 자신은 격변하는 번뇌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데...


이미 유명한 글이지만 OrBef님의 글에 동감하신다면 이현세 화백의 '천재들과 싸워 이기는 법'이라는 짤막한 글도 추천합니다.
AstralPlace
07/12/04 14:5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단기 암기력을 바탕으로 갈수록 성적을 올리는 기형적인 성과를 거두었으나
(제 성적은 중학교때가 초등학교 때보다 좋고, 고등학교 때가 중학교 때보다 좋습니다.)
역시 대학까지 오고 나니 느껴지는 것은 '벽' 그 자체더군요.
지금은 컴퓨터공학에서 사마외도(?)의 주요 코스인 게임 기획 및 개발쪽으로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다행히 전 아직은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라고 생각합니다.)
07/12/04 22:5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아주 가끔 술 한잔 사달라 찾아오는 후배들한테 하는 소린데 글로 쓰시니 저도 정리가 되네요.
퇴근하고 안 그래도 후배들이 찾아와서 말하다 들어왔는데 이 글 읽으니 참 감회가 많이 새롭네여~
07/12/05 01:55
수정 아이콘
그리고.. 이공계를 지망하시는, 또는 그 길에 들어선 학생분/사회 초년생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일단,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좌절하지 마세요. 특히나 자기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들과 자신과의 능력 비교는 절대 금물입니다!
경력이 밥 먹여 주느냐고요? 경력이 밥 먹여 줍니다! (...)

지금 부딪힌 벽 때문에 낙심하지 마세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이상으로 훌쩍 뛰어넘어 있습니다.
지금 뭔가 풀리지 않아서 "안되는걸까? 이건 무리다!" 라고 외치던 그 문제.
그냥 놔두고, 내년 이맘때쯤 다시 보면.. 그냥 우스운 문제가 되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대부분 그렇게 됩니다.
그리고, 이 바닥에서 경력 8년~10년 이상 되기 전에는, 스스로를 "프로"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학생의 자세로 달려드세요!
(천재가 아닌)이공계인이 "난 프로페셔널이야!"라고 말 할 수 있는 시점은... 제 생각에는 사회 경력 8년차부터입니다.
뱃살토스
07/12/05 18:19
수정 아이콘
저도 이공계인데 많이 공감이 됩니다.
정말 경력이 밥먹여주는것 같네요.^^
이쪽엔 정말 천재같아 보이는 사람이 넘 많은거 같아요 ^^;
07/12/06 02:12
수정 아이콘
저도 지금 공대에 재학중이고 소프트웨어 전공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심도있게 진행해가는 프로그래밍을 배울때 전공교수님께서 한마디 하시더군요.

[이 글과는 약간 별개의 얘기가 될수도...;]

"어려워서 못하는게 아니고 공부를 안하니까 어려운거다."

....사실 이 글을 적는 이유가 뱃살토스님과 안군님의 글을 보고 갑자기 떠올라서 쓰는데

그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완전 수업깽판치고 아 어려워서 이건 못하겠다고 책을 덮었는데

지금 다시하나하나 되짚어서 공부해 나가니까...못할수준은 아니다...란 것이었습니다.

천재같아 보이는 사람중에 진짜 천재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천재같아 보이는 사람중엔 미치도록 책상앞에 매달려서 설계 알고리즘작성 코딩 디버깅 코딩 디버깅 다시 재작성[까진 안가겠지만 첨엔..;;]

을 반복한 사람이 많고 그렇게 해야만이 제대로 된 프로그래머가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서 다시 접었던 책 하나하나 코딩이나...orz
07/12/06 10:36
수정 아이콘
EZrock님// 저도 프로그래머라서, 소프트웨어 전공하시는 분을 만나니 반갑군요 ^^;
제가 후배들한테 늘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니 컴퓨터에, 습작 폴더가 200메가가 넘기 전까지는, 프로그래밍이 어렵다고 징징대지 마라."

참고로.. 제 컴퓨터 습작 폴더는.. 1기가군요;;
장삐에르주네
07/12/06 11:07
수정 아이콘
근데 성야무인님//

님의 맨 처음 댓글 중
"이공계분야에서, 공학, 물리, 수학 이분야는 정말 천재라는 사람들이 수재혹은 노력하는 수재를 따라갈수 없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이 문장이 좀 잘못된게 아닌가요?

다음 글을 봤을 때 문맥상 "노력하는 수재가 천재를 못따라간다는 얘기"여야 하는데
윗 문장은 천재가 노력하는 수재를 못따라간다는 얘기 처럼 보입니다만..

"수재를"이 "수재가" 정도로 바뀌어야 될 듯한데요 ^^;; (물론 앞에 쪽 조사도 좀 바뀌어야 더 자연스럽겠지만)
태클은 아니고 좋은 글들 읽다가 궁금해서요.
와후-만세
07/12/06 16:26
수정 아이콘
이공계에만 굳이 국한시켜 생각하지 않아도 될 듯 싶습니다.
이공계가 아니라도 뛰어난 천재들과 그들이 이룬 업적은 분명히 있으니까요.
이공계쪽을 바라보고 쓴 글로 보이긴 하지만, 이공계열쪽 사람들만이 아니라도 충분히 도움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147 [관전평] OSL EVER 2007 스타리그 4강 김택용 vs 송병구 관전평 [9] ls7063 07/12/15 7063
1146 [팬픽] 새벽의 사수 [6] kama5292 07/12/14 5292
1145 [단편] 프로토스 공국(公國) 이야기 [19] 설탕가루인형6250 07/12/13 6250
1144 우주 전쟁, 시대의 흐름, 그리고 새로운 도래 (수정) [14] Akira6991 07/12/13 6991
1143 Starcraft Stocks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31] 프렐루드7330 07/12/12 7330
1142 임요환의 열정, 그리고 신희승 [26] Aqua11627 07/12/08 11627
1141 [관전평] OSL EVER 2007 스타리그 4강 신희승 vs 이제동 관전평 [20] ls7313 07/12/07 7313
1140 [팬픽] 불꽃의 비상 [8] kama6252 07/12/07 6252
1139 MSL 4차 곰티비 서바이버 박지호vs이성은 해설에 오류가 있어서 글을 남깁니다. [135] 밀가리20072 07/12/05 20072
1138 2007년 11월 Monthly COP - 송병구(삼성전자) [3] 프렐루드5457 07/12/03 5457
1137 33혁명에 대한 원론적 접근 [23] Observer218707 07/12/02 8707
1136 이공계의 길을 가려는 후배님들에게..7 - 능력의 한계 [48] OrBef12901 07/12/03 12901
1135 [연애관련] 소심하게 앉아있지 말고 DYD [51] 스코8586 07/12/02 8586
1134 [영상]마재윤 통곡의벽(에버 스타리그 2007 8강 c조 2set) [16] UZOO10372 07/12/02 10372
1133 [관전평] OSL EVER 2007 스타리그 8강 2주차 [13] ls6417 07/12/01 6417
1132 스타의 중심에 아웃싸이더 우뚝 서다!. 아니..우뚝서길 응원한다. [6] 김정규6048 07/12/01 6048
1131 [관전평] OSL EVER 2007 스타리그 8강 1주차 [8] ls8371 07/11/25 8371
1130 [명맵,명경기] 그 날의 감동을 다시 한번… #.6 네오 알카노이드 : 마재윤vs변형태 [26] 점쟁이8291 07/11/24 8291
1129 예상에 맞춰 본 MSL 결승전 [18] 디미네이트6523 07/11/23 6523
1128 피지알 유게인들의 오랜 숙원 챠콜류 유머를 제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80] Plug In Baby12835 07/11/23 12835
1127 러브포보아의 초중급자를 위한 컴퓨터 조립 추천부품입니다~!!(작성완료~!!) [86] 러브포보아10261 07/11/24 10261
1126 영원한 강자는 없다 [9] 로바로바8592 07/11/18 8592
1125 오랜만에 다녀온 MSL 결승전 사진과 후기~! -ㅂ-)/~ [11] Eva0108195 07/11/18 819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