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12/21 05:12:30
Name 오후2시
Subject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위해 (수정됨)

제 군생활을 돌아보니, 결정보다 설득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설득의 도구는 말과 글이었고, 저는 글을 더 선호했습니다.
말은 형체가 없어 시간의 흐름 속에 왜곡되거나, 사라지지만
글은 시간이 흘러도 제모습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 작성 -> 수정지시 -> 재작성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 글쓰는 원칙을 세우지만, 부족함을 느낍니다.

저만의 글쓰기 원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결론을 먼저 말하고 핵심만 요약한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게 뭐야?'
     : 저는 업체에서 생산한 무기체계를 평가해
       사양을 확인하고, 결함 및 개선점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업무 특성상 1년에 평가하는 무기체계는 다양했고, 
       무기체계 당 확인해야 하는 종목은 200건이 넘습니다.
       결국, 지휘관 입장에서 받야야 하는 보고가 많아집니다.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A4 용지 수장 분량의 내용을 한 단락으로 요약했습니다.

2) 한 문장은 3줄 이상 넘지 않았습니다.
    '글이 많이 어렵군'
    : 번역서에 흔히 있는 긴 문장(3줄 이상)의 경우,
       문장 뒷부분을 읽다가 앞부분을 잊어버리고 다시 읽어야 합니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고된 노동처럼 느낍니다.
       예) 이러한 오해들을 바로잡고 전 세계의 금융위기가 그 중심지인
            북대서양 연안지역을 벗어나 서계로 퍼져나갔으며 2008년에서 2012년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는 사실을 증거들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도전 과제다.   /  아이고 숨차다....

3) 한자 사용은 피했습니다.
    '00아, 이거 좀 찾아 줄래?'
    : 일부 규정, 책의 경우 상당 부분이 한자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저의 경우 한자 교육받아 읽을 수 있지만, 사무실 동료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동료들을 도와 주면서 전태일 평전의 한 구절을 떠올립니다.
       '근로기준법이 어렵고 한자가 너무 많아 읽는데 시간이 오래걸린다.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

4) 어려운 단어 사용은 피했습니다.
    '이거 무슨 의미냐?'
     : 고급스럽지만,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단어는 교체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단어는 한자단어인 경우가 많았고, 
       많은 내용을 한 단어에 압축하는 점에서 편하긴 했지만
       읽기에는 불편했습니다.
       예) 점증 -> 점점 증가하는 / 명징 -> 선명해지는, 확실한

5) 글과 맞지 않는 문장은 지웠습니다.
     : 글을 쓰다보면 참신한 표현이나,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애착이 가는 표현을 살리기 위해 글이 어색해 지면
        일부를 위해 전체를 희생하는 것 입니다.
        표현은 나중에 쓸 기회가 있고 글에 집중하는게 좋습니다.

6) 수준이 높은 글, 책을 찾아 읽습니다.
     : 어디선가 읽은 내용인데, 동의합니다.
        '읽기와 쓰기는 학습이다. 읽는 수준만큼 글이 나온다. 길게보면 그렇다.'
       퓰리처상 수상작이나, 한 분야의 거장이 쓴 책을 읽으면서
       저도 높은 수준의 글을 쓸수 있도록 바랬습니다.


이 외에 숙달되고 싶은 원칙 입니다.

1) 문장이 끊기지 않고 리듬감이 살아야 합니다.
     : 문장들의 연결이 매끄럽고 읽는데 거북함이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어떻게 리듬감을 살릴지 모르겠습니다.

2) 문단의 분량은 일정하고, 주제의 흐름에 맞게 정렬한다.
    : 글을 쓰다보면 체계적인 사고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주제를 향해 주장, 내용, 근거가 막힘이 없이 흘러야 하지만,
      저는 그렇게 쓰질 못합니다.



여러분 나름의 글쓰는 요령이 있나요?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7-23 00:1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눕이애오
22/12/21 06:09
수정 아이콘
글을 잘 못 쓰는 편이라 종종 아쉬운데 항상 원칙을 되새겨야겠습니다
NSpire CX II
22/12/21 06:15
수정 아이콘
설득력이랑은 큰 상관 없을 거 같고 사소한 테크닉이지만, 저는 주술호응에 조금 신경쓰는 편입니다

지적하는 거 같아서 죄송하지만 본문 문장을 예로 들자면

제 임무는 업체에서 생산한 무기체계를 평가해 사양을 확인하고, 결함 및 개선점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

제 임무는 업체에서 생산한 무기체계를 평가해 사양을 확인하고, 결함 및 개선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라고 하면 조금 더 매끄러워질 거 같습니다.
오후2시
22/12/21 06:23
수정 아이콘
'임무는 ... 했습니다.' 이 구조 어색하네요.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저는 ... 했습니다.'가 어울리겠네요.
22/12/21 12:40
수정 아이콘
온화하게 말씀하셨지만, 비문이 없어야 하는 건 최소한의 선이지요. 주술호응을 잘못 쓴 문장이 기사문, 공고문 등에도 점차 자주 보이고 있어서 걱정스럽습니다.
Jedi Woon
22/12/21 06:19
수정 아이콘
일단 문장이 짧을 수록 명확하고 이해가 쉬워지죠.
가끔 제 학사 졸업 논문이나 수업 리포트 읽는데, 왠 문장이 그리 긴지....
그 당시엔 뭔가 있어 보이려고 긴 문장으로 글을 썼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저는 글 쓰기 전 간략하게 꼭 개요를 작성 합니다.
노둣돌
22/12/21 10:25
수정 아이콘
저도 긴 문장에 대한 부작용을 인식하고 고치려 노력하는데도 잘 안됩니다.
저는 주로 보고서와 특허를 쓰는 입장이라 크게 지적을 받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보다 정확한 표현을 추구하다 보니 만연체가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되긴 합니다.
밀리어
22/12/21 16:07
수정 아이콘
만연체를 쓸땐 다섯줄정도씩 문단을 나누고 제일 위나 아래에는 내용을 요약하라고 배웠습니다.
jjohny=쿠마
22/12/21 07:09
수정 아이콘
좋으네요.

저는 '레퍼런스를 잘 활용한다'를 덧붙여보겠습니다.
집으로돌아가야해
22/12/21 07:26
수정 아이콘
'소리내어 읽어보면 어색한 문장은 티가 난다.'
화서역스타필드
22/12/21 08:51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23년 탈퇴예정
22/12/21 07:40
수정 아이콘
그런데 6처럼 수준이 높은 책들은 대부분 1~5를 위반하지 않나요. 러시아 소설이나 독일 철학같은 놈들은 특히 심하고. 그게 아니라도 다들 중언부언 번역체가 많던데요.
오후2시
22/12/21 07:53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글이 엉망인데 내용은 훌륭한 경우가 많죠.
이런경우 논리와 체계에 집중하려 합니다.
L'OCCITANE
22/12/21 08:00
수정 아이콘
부산대학교에서 만든 맞춤법 검사기 돌려 봅니다. 의외로 언급하신 점들을 (일부는) 알아서 고쳐 주더라고요
우리는 하나의 빛
22/12/21 08:01
수정 아이콘
글을 잘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댓글을 달기 민망하기는 합니다만..

1. 같은 뜻을 가진 다른 표현이 있다면, 하나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피한다.
2. 주어-동사 또는 목적어-동사가 잘 읽히는지, 잘못쓰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본다.

글을 작성하거나 댓글을 쓸 때, 이 두가지는 확인하려고 합니다.
여수낮바다
22/12/21 08:09
수정 아이콘
여러번 반복해서 제가 쓴 글을 보고 고치고 또 고칩니다.
그게 되지 않은 글은 나중에 보면 곳곳에서 고치고 싶은게 새로 보이죠.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고친 글도 다시 보면 또 어색한 곳이 보입니다.
22/12/21 08: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1. 과거 모셨던 팀장님 왈
글, 특히 보고서는 읽는 사람에게 가치가 있어야 한다.
독자나 상사가 시간과 공을 들여서 네 글을 읽고 무슨 가치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라. 그러려면 네가 하고 싶은 말 이상으로 독자에게 필요한 말을 고민하라.

2. 이거는 약간 제 강박 같은 거고 곁다리에 불과합니다마는,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지 않으려 합니다. 한 문장 안에서는 물론이고 한 문단 내에서도요.
예컨대 A를 확인하고, B를 확인했다
->A를 확인하고, B를 점검했다
식으로요.

3. 벌써 10년도 더 전에 KBS 기자님의 기자 지망생을
위한 특강을 다녀왔는데요, 글쓰기의 핵심을 한 마디로 '꾹 참고 퇴고를 합니다' 라고 정리해 주시더라고요.
오후2시
22/12/21 08:18
수정 아이콘
1번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글쓸 때 무시하기 쉬운 원칙 이네요.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쉽게 얻기 힘든 덕목 이네요.
22/12/21 09:38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1번. 특히 PT장표를 그릴 때, 각 슬라이드마다 보고받는 사람입장에서 무슨 가치, 인사이트,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지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고 스스로 되뇌입니다.
22/12/21 10: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말 나온 김에, 1번의 그 팀장님 가라사대
Ppt 한 장 내용을 한 줄로 요약 가능하도록 만들어라. 핵심이 두 줄 세 줄 넘어가면 발표자도 헤매고 듣는 사람도 어지럽다.

실제로 그 분은 ppt 만드실 때 장표 하나에 단어 하나, 문장 하나, 표나 그래프 하나만 띄우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ppt는 보는 사람의 시선 처리가 편해져서 집중도 잘 되죠.

당연히 화려하고 이쁜 장표는 질색팔색하셨고요. 그런거 탬플릿 찾을 시간에 급한 업무 더 하라 하시더군요. 아니면 차라리 나가서 쉬고 오라고 크크크
22/12/21 08:17
수정 아이콘
여기저기서 보니 결국 제1원칙은 독자를 명확히 하고 그를 이해하라 인 것 같더라구요
22/12/21 08:30
수정 아이콘
사소한 저만의 원칙을 하나 덧붙이자면 글을 다 쓰고 나서 접속사와 부사를 삭제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접속사가 글 쓸때는 꼭 있어야할 것 같은데 의외로 지워도 어색하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스윙남
22/12/21 08:39
수정 아이콘
말하려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그리고 '왜'와 '어떻게'를 이용해 내용을 이어간다.

말하려는 지식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려 하지 마라. 자신의 관점으로 편집하고 포인트를 넣는 등 '재구성'을 해서 전달하라.

제가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은 아니고 글쓰기 책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내용을 끄적여봤습니다
22/12/21 09:36
수정 아이콘
회사 생활을 하면서, 글쓰기=보고서라고 생각되는데요

가장 완벽한 보고서는
모든 내용이 빠짐없이 들어간 보고서가 아니라, 더 이상 빼거나 줄일게 없는 보고서

이 말이 저의 첫번째 보고서 작성의 원칙입니다
른토쁨
22/12/21 09:39
수정 아이콘
제목과 내용이 좀 다르다고 느껴지는데 내용은 완성도 높은 글쓰기를 위한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고, 실제로 설득력과 관계되는 측면들은 상대방의 감정을 어루살피고 공감하는 것, 부드러운 어조나 주장하는 내용에서의 타협과 같은 부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후2시
22/12/21 11:53
수정 아이콘
보고 중 지적받아 수정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다 보니,
양식/테크닉에 관련된 내용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결재=설득이라는 전제조건이 있었네요.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22/12/21 12:57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 만나거나 전화하면 잘 안싸우는데

톡하면 싸우는 빈도가 잦아요

근데 서로 오해함

화 안났는데 화났다고 오해하고...
무한도전의삶
22/12/21 13:07
수정 아이콘
퇴고를 50번씩 하면 됩니다.
22/12/22 10:22
수정 아이콘
조선시대 선비가 임금한테 상소문 올릴 때야 그렇게 할 수 있었겠지만 현대 기준으로는 현실적이지 않은 충고네요.
무한도전의삶
22/12/22 10:34
수정 아이콘
50번 퇴고하는 게 50번 쓰는 것처럼 배로 시간이 들지 않습니다. 횟수가 반복되면서 빨라지고, 다른 게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 있습니다. 횟수야 사람마다 글의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오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2/12/23 05:38
수정 아이콘
정리, 정제를 위한 노력이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661 웹소설의 신 [19] 꿀행성13008 23/02/01 13008
3660 60년대생이 보는 MCU 페이즈 1 감상기 [110] 이르13505 23/01/31 13505
3659 도사 할아버지 [34] 밥과글13874 23/01/31 13874
3658 전직자가 생각하는 한국 게임 업계 [83] 굄성14646 23/01/30 14646
3657 엄마와 키오스크. [56] v.Serum13308 23/01/29 13308
3656 워킹맘의 주저리 주저리... [17] 로즈마리13157 23/01/28 13157
3655 육아가 보람차셨나요? [299] sm5cap13754 23/01/28 13754
3654 라오스 호스텔 알바 해보기 [26] reefer madness14905 23/01/12 14905
3653 나에게도 큰 꿈은 있었다네 – MS의 ARM 윈도우 개발 잔혹사 [20] NSpire CX II13866 23/01/03 13866
3652 첫 회사를 퇴사한 지 5년이 지났다. [20] 시라노 번스타인14272 23/01/04 14272
3651 더 퍼스트 슬램덩크 조금 아쉽게 본 감상 (슬램덩크, H2, 러프 스포유) [31] Daniel Plainview13394 23/01/08 13394
3650 지속불가능한 우리나라 의료비 재원 - 지금부터 시작이다. [145] 여왕의심복13642 23/01/04 13642
3649 Always Learning: 박사과정 5학기 차를 마무리하며 [56] Bread.R.Cake15252 22/12/30 15252
3648 개같은 남편 [63] 마스터충달16285 22/12/24 16285
3647 Ditto 사태. [45] stereo15626 22/12/24 15626
3646 여성향 장르물에서 재벌과 왕족이 늘상 등장하는 이유 [73] Gottfried15465 22/12/23 15465
3645 교육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 몇 개 [23] 토루14450 22/12/23 14450
3644 (pic)2022년 한해를 되짚는 2022 Best Of The Year(BOTY) A to Z 입니다 [42] 요하네14392 22/12/21 14392
3643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위해 [30] 오후2시14486 22/12/21 14486
3642 요양원 이야기2 - “즐기자! 발버둥을 치더라도!” [4] 김승구14271 22/12/15 14271
3641 빠른속도로 변화되어가고 있는 일본의 이민정책 [33] 흠흠흠14682 22/12/14 14682
3640 [풀스포] 사펑: 엣지러너, 친절한 2부짜리 비극 [46] Farce14437 22/12/13 14437
3639 팔굽혀펴기 30개 한달 후기 [43] 잠잘까16021 22/12/13 1602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