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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12/30 00:25:48
Name Bread.R.Cake
Subject Always Learning: 박사과정 5학기 차를 마무리하며 (수정됨)
   안녕하세요, 그동안 눈팅만 하다가 문득 일기를 공유하고 다른 분들의 조언도 들어보고자 글 남깁니다. 예전에 제가 아직 학부생일 때 간혹 여기에 올라오던 대학원생분들의 글을 읽으며 미래를 꿈꿨던 기억이 나서 여기에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지난 12월 2일에 퀄 시험을 통과하고 PhD student에서 갓 PhD candidate가 되었습니다(야호!). 퀄이란 박사과정 중에 치뤄지는 복합적인 시험을 총칭하는 이름으로, 학교마다 조금 다르지만 저희 학교는 마지막으로 본인이 여태 연구한 것을 발표하고 디펜스 하는 과정으로 끝이납니다. 여기서 패스하지 못 하면 석사학위를 받고 그만둬야하죠. 원래는 퀄 일주일 전쯤부터 일기가 너무 쓰고 싶었는데요, 만약 퀄을 통과한다면 저에게는 인생 최대의 분기점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퀄 전날, 모든 게 이미 마음속에서 끝나버리고, 벅차거나 설레거나 긴장되는 마음 하나 없이 담담하게 퀄을 치르고 났더니, 감사하게도 합격을 받았지만, 왠지 저는 제가 합격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차분하게 그저 다음 목표를 향해 걷다 보니,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고 보낼 때가 되어버렸어요. 그러다 문득 엊그제부터, 한 것 없이 2.5년이 사라졌고,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2.5년뿐이라는 게 덜컥 겁이 났습니다. 매일 매일 할 일에 치여 제 마음을 잘 들여다보지 않게 된 지 1년쯤 지나서, 이제는 한 번 제가 깨달은 것과, 아직 남아있는 의문, 그리고 앞으로의 2.5년을 대할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You are not a student anymore. You are a scientific employee by this school from now." 퀄 통과 후 첫 면담에서 PI가 해준 저 한마디에 어깨를 짓눌렀던 절박함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중도 포기하고 한국에 돌아가야 할 걱정 없이, 제가 사랑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아직 논문이 없어요. 학부생 때는 포스터 발표 한번 해 본 게 전부고, 석사를 하지 않고 다이렉트로 박사과정에 입학했습니다. 입학 후 반년은 코비드 때문에 연구 활동을 할 수 없었고, 그 후 1년은 말 그대로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 박사생이 저뿐이었습니다 - 혼자 방향도 못 잡은 채 시간만 허비했어요. 그러다 올해 1월에 기적같이 다른 연구실로 트랜스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저는 남들 2년 연구해서 치르는 퀄에 고작 9개월짜리 연구를 들고 갔습니다. 이제 와서 보니 아무리 처음 하는 분야라도 9개월이면 시간이 충분했던 것 같은데, 저는 아무래도 감을 잡고 기초를 다지는데 남들보다 느린 것 같긴 합니다. 그간 그 무엇 하나 제 손으로 이뤄낸 것이 없어, 내가 연구에 적합한 사람이긴 한 건지, 그냥 공부가 좋았던 것뿐이었는지, 과연 박사과정을 끝까지 수행 할수 있긴 한건지... 매일같이 자존감이 깎여나가던 모든 고민의 순간들이 "Even your research is not completed, we don't want you to fail. You are passed."라던 committee chair의 말 한 마디에 마음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처음으로 독립 연구자로서 자질을 인정받은 것 같았어요.

   물론, 이제 시작이죠. 이제는 좋은 논문을 내고 박사 학위를 받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능력을 갖추려고 합니다. 다행히 진행하던 연구를 잘 갈무리해 첫 논문을 퍼블리쉬 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동시에 다른 연구 주제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간 배운 게 있다면, 박사라는 이름이 요구하는 능력은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와 정서적 안정, 그리고 미친 시간 관리 능력이 필수라는 것도요. 물론 선배님들 입장에서는 제 글이 우습고 유치할 수는 있겠지만서도, 제가 지금 느끼는 박사과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독립적인 연구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저는 그를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구분해 이해하고 있습니다: (1) 주제의 가치를 정당화하여 타인을 설득하기 (2) 동등한 연구자로서 의견 교환하기 (3) 모든 것을 의심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기.

   저는 모든 논문의 과정이자 목적이 정당화와 타인 설득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 분야의 역사, 중요성, 트렌드와 한계를 이해해야 하고요.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에 대한 가설을 세워 실험을 진행하고, 이 주제가 왜 연구되어야 하는지를 정당화한 후에는 스토리를 잘 세워 그 중요성을 이 분야가 아닌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이 기본 능력인 것 같습니다. "그냥" 해보는 것, 나온 결과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사실 고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저도 이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때에는 궁금한 점도 없고, 질문도 없고, 그냥 음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갑자기 연구실을 바꿔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분야였거든요. 그런데 경험이 쌓이고, 제 실험의 결과를 분석해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어떤 추가 연구를 해야 하는지, 다른 연구자들은 어떻게 접근했는지, 이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속성은 무엇인지 감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연구 주제에도 호기심이 생기고, 질문이 생기고, 그 연구의 가치가 어떤 건지 파악이 되었습니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아는 만큼 중요성을 끌어낼 수 있고 설득할 수 있더라구요. 또한 퀄 동안 제 분야에 속한 키워드들의 대가이신 교수님 두 분과, 제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교수님 두 분 앞에서 제 연구 주제를 발표하고 디펜스를 하면서, 깊게 이론을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현상을 설명할 수 있어야 모르는 사람에게도 상대적으로 쉽고 명료하게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아직은 미약할지라도 일방적으로 배우기만 하는 학생이 아니라 본인의 주제에 대한 주체성을 가지고 연구자의 입장에서 토론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주제는 제가 가장 잘 알고 있고, 그래야만 하고, PI는 그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선배로서 제 논리나 아이디어의 정당성을 평가해주는 안내자일 뿐, 학부생 때처럼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음을 늦게나마 알았습니다. 여름까지만 해도 갈피를 못 잡아서 그저 "이번 주는 이런 측정 해 봤어요. 다음에 뭐 해야 해요?" 같은 멍청한 질문을 자주 했는데, 이제는 "이런 분석을 해봤는데, 이로써 A는 밑받침할 수 있지만 부가적인 정보는 얻을 수 없는 거 같아요. 다른 논문은 B라는 방법을 써봤던데 제 상황에서 유효할지 잘 모르겠어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라던가 "지금 C라는 문제 때문에 더 나아갈 수 없는데 이것 때문에 D를 시도해 보고 싶어요. 허가해주세요." 같이 좀 더 구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대화를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는 드물게 제가 어떤 방법을 시도해 보고 싶다고 할 때 교수님이 본인은 경험이 없어 시도는 해 보되 도와줄 수는 없다고 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직접 다른 데서 배워와서 상세하게 보고하기도 하고요. 다른 학생들의 미팅 발표를 듣다가 실험 테크닉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경험 공유도 해주곤 합니다. 교수님께서도 저에게 그런 부분들이 제가 연구실의 일원으로써 본인에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앞으로 더 도움을 주기 바란다고 하셨으니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근래 레퍼런스 논문 공부하다가 더욱 확신이 생긴 부분입니다. 이제는 드물게 논리적 비약과 부족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간된 논문을 보게 되면 그것을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항목마다 어떤 비약이 있는지, 그것을 단계별로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논리적인 오류는 무엇인지 분석해보고, 그것을 반면교사 삼아 제 연구에 적용하기도 하고요. 가끔 교수님께서도 이론적으로 헷갈리실 때가 있는데, 제가 안다고 확신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끝까지 설명하고 증거를 찾아서 정정하곤 합니다. 이는 실험에도 적용이 되는데, 일반적인 프로세스는 누군가가 가르쳐 줄 수 있지만, 제 샘플들에 최적인 조건과 질 좋고 재현성 높은 데이터를 위한 세팅을 찾는 것은 저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최근에도 새로 다뤄본 측정 장비들이 있는데, 장비 매니저와 포닥이 각각 저를 지도해줬습니다. 그분들과 같이 측정한 결과는 매우 이상했고, 둘 다 어쩔 수 없네, 다른 방법 찾아야겠는걸. 이라고 말했어요. (한 분은 "원한다면 언제든 와서 연습해, 도와줄게"라고 하셨지만요!) 하지만 제가 그 장비들을 이해하고 오퍼레이팅 해 본 게 아니므로, 혼자 시간을 들여 이론을 공부한 후 그에 맞게 변수들을 조절해가며 결국 퍼블리쉬 가능한 퀄리티의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들어 조급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도를 이기는 것은 없으며, 저는 남들보다 기초가 부족한 만큼 정도를 닦아 나가야 한다는 믿음으로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는 만큼 질문도 생기지만, 아는 만큼 비판도 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만큼 제가 아직 헤쳐 나가야 할 우주의 깊이도 더욱 깊어집니다. 예전에는 연구자로써 인류 지성의 경계를 점 하나만큼 밀어내는 것에 대한 선망과 존경심이 있었는데, 박사과정 하면서 제가 그 경계에 서게 되려면 한참 멀었다는 것만 알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봤을 때 스스로 조금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 적어보았지만, 여전히 저에게도 해결하지 못 한 숙제들이 있기는 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연구, 실험, 그리고 공부 사이의 밸런스를 잡는 일이에요. 지금 당장은 실험에 집중하면서 결과들을 분석하고 완결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 같지만, 미래의 연구를 위해서 제가 공부해야 할 것들이 굉장하고,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로 풀근무가 끝나고 나면, 또 가끔 실험에 마음이 조급해 주말도 다 털어버리고 나면 너무 지쳐서 공부하지 못 하게 되기도 하고요. 가끔은 제 체력 이상으로 실험을 몰아붙여서 아예 일주일간 번아웃처럼 퍼져버려 시간을 낭비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퀄이 끝났으니 이 모든 과정이 즐겁기만 하네요. 루틴을 잡고 몇 가지 규칙을 세워 세 가지 모두를 꾸준히 매일 해낼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그런데 이 "공부" 부분에 있어서, 저는 많은 동료와 포닥, 교수님들께 "왜 이걸 공부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이제 얘기하지만, 저는 넓게 solid state chemistry라는 분야에 있습니다. 마음속에 박사 졸업 전 장기적으로 투자해 하고 싶은 연구 주제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저는 제가 물리 공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화학과에 속해있지만, 제 분야는 applied physics이고, 제가 포닥 이후에도 연구자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물리 공부는 필수 불가결이라고 믿습니다. 여기에 동의한 건 제 주변의 물리학자들뿐이었어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학부 지도교수님께서도 "학위과정에서는 그래도 화학 쪽에서의 접근방법을 내버리지 않도록, 그 연구실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도록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어떨까 싶다. 산만해지면 안 돼. Keep focused & produce results."라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지금부터 2.5년을 제가 어떻게 균형있게 보내는지가 제 미래를 좌우하겠구나 하는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제가 물리 공부에 매달리는 게 화학자로서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 도피하려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연구가 안 풀릴 때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연구인 걸까 그냥 공부 더 하는 게 좋았던 걸까 고민도 들기는 해요. 하지만 물리 복전을 하고 싶었는데 겁이 나 하지 않았던 대학교 2학년 때의 선택이 이제와서 저를 괴롭히기에,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며,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가 어떻게든 "했어야했는데" 보다 나은 후회임을 믿기에 제가 선택한 길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당장 제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알 수 없으니,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대한 믿음까지도 훈련하면서 생각한 대로 살고 싶어요.

   이번 여름에 제가 "박사과정을 중도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짓눌려 거의 쓰레기같이 아무것도 못 하고 보낸 시간이 있어요. 학부 내내 제 목표는 더도 덜도 말고 딱 "박사가 되는 것"이었거든요. 그 불안함은 퀄 전까지 자주, 제가 제 연구 주제를 사랑하지 않고 학위를 받은 이후에는 이 분야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전이돼, 제가 쏟는 모든 노력과 시간을 제 자신에게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와서 보니 이 얼마나 치기 어린 핑계인가 깨달았고, 제 멘탈리티가 제 생각보다 외부 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고 나약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일희일비하는 것은 알았지만 놓인 상황이 주는 압박감이 사고 과정 전체를 부정적으로 치우치게 만드는 것을 학위과정 하면서 종종 깨닫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그 시기 안에 있을 때는 아무리 그것을 인지해보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퀄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고 나니 제가 이 분야를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게 보였습니다. 애초에 저는 과학을 할 수만 있다면 뭘 해도 상관이 없다는 마음으로 들어온걸요. 하지만 제 손으로 처음 고른 분야와 주제를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되면서 - 연구실을 바꾸는 게 저에게는 생각보다 큰 선택이었습니다 - 언젠가는 거기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불안감과 함께 왜곡돼 지금 하는 분야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문장 하나를 머릿속에 심어놓았어요. 이제는 지금 분야에서 사랑스러운 점을 하나하나 발견해나가며 몰입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또 제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고 주어진 조건이 불만족스럽기 시작하면, 모든 문제는 사실 제 마음가짐과 감정에 달려있음을 상기하면서 잘 컨트롤 해나가야겠습니다.

   요즘은 포닥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인가?가 궁금한데요, 일단 제가 논문을 내고 실력이 쌓인 후의 내년에나 해야 할 고민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저 꾸준히 묵묵하게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단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퀄 이후로 영작 연습도 시작했는데요, 이코노미스트 필사를 하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 남자친구에게 설명을 부탁했거든요. 제가 문법적으로 이게 왜 맞는 건지, 어떤 형태로 변형해 쓸 수 있는 건지 물어보다가 화가 나서 나는 왜 아는 게 없어? 했더니 남자친구가 "Keep learning. Then you'll get there."라고 말해주더군요. 그때 문득 제 학부생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Pearson 출판사에서 출간된 교재들에는 항상 "Always Learning"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그게 너무 좋아서 매일같이 책 표지를 들여다보고, 흔들릴 때마다 어딘가에 적어 붙여두던 기억이 났습니다. 뭔가 초심을 되새겨주는 순간이었어요. 삶은 배움의 연속이고, 학문을 업으로 삼겠다는 선택 또한 오롯이 제 결정이었다는 것을요. 오는 한 해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논문을 쓰는 것에 온전히 몰두하려고 합니다. 박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고 싶습니다.

   아무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뭔가 제 얘기를 주절거리는 게 생각보다 많이 부끄럽고, 지울까 말까 하다가 결국 올려봅니다. 제가 이렇게 긴 글을 쓴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요, 퇴고도 딱히 하지 않아 어색한 부분이 있겠지만, 모자란 글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모두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오는 새해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바라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7-30 10:59)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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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야무인
22/12/30 00:42
수정 아이콘
흔히 석사 졸업자를 논문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하고

박사 졸업자를 논문을 쓸 줄 아는 사람

포닥은 논문 주제를 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하시길 바라며 저처럼 박사과정 중에 체력이 딸려서

두번정도 응급실 실려 가는 사태가 있었는데

그정도까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Bread.R.Cake
22/12/30 01:4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꾸준히 운동하고 잠 잘 자고 잘 먹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22/12/30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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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글에서 성취감이 절절히 느껴지네요. 앞으로도 계속 재밌게 연구하시길 바랍니다
Bread.R.Cake
22/12/30 01:46
수정 아이콘
약간 긍정적으로 마인드셋 하기위해 일부러 그렇게 글을 적은 것도 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는데, 아무래도 매일 자존감이 깎여나가는 일상을 지내다 보니 나라도 나를 부둥부둥해줘야겠다...싶어가지구... 감사합니다!
No.99 AaronJudge
22/12/30 02:01
수정 아이콘
쭉 읽어보니까
이분은 정말 제대로 하시는 분이구나 이런 느낌이 팍 오네요..비록 문외한이지만
Bread.R.Cake
22/12/30 05:55
수정 아이콘
부끄럽네요, 제대로 된 박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일루인
22/12/30 02:51
수정 아이콘
응원을 보냅니다. 분야는 많이 다르지만 저도 박사과정 중에 있는데, 연말이라고 살짝 늘어져 있다가 이 글을 보니 남은 이틀 반이라도 공부해야지 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Bread.R.Cake
22/12/30 05:5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일루인님께도 무운과 건승을 빕니다!
Spike Spigell
22/12/3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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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생각이 나서 댓글 남겨봅니다. 저도 박사할때는 박사만 받자는 생각 밖에 없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시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교수가 되고 싶다면 미국 교수인지, 한국 교수인지. 평범한 교수가 될 것인지. 아니면 네임드를 노려볼 것인지. 각 진로에 따라서 필요한 것이 다르고 (CNS가 필요할 수도 있고요) 유행에 따라 많은 펀드를 딸 수 있는 주제도 다르니까요. 포닥은 그러한 진로로 가기 위해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찬스입니다. 필요에 따라 주제를 바꾸거나 전문성을 더하거나, 또는 좋은 논문을 쓸 수 있는 빡센 랩에 간다거나 하는 로드맵을 잘 그려나가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올라가고자 하는 산 정상이 어딘지 알면 더 쉽게 갈 수 있을테니까요. 보통 목표가 정해지면 해야할 일들은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Bread.R.Cake
22/12/30 05:59
수정 아이콘
앗. 그렇군요... 저는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미국에서 교수가 되고 싶어요. 제 분야를 하는 사람들이 제 논문을 한 번 정도는 언급하는 그런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는게 정말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포닥 시 주제는 바꾸고 싶고, 좋은 곳에 가서 마지막 실력 향상을 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짬내서 찾아보기는 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어니닷
22/12/30 06: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교수가 되고 싶으시다면 포닥때는 랩을 잘 골라서 가셔야 합니다.
미국은 보통 대표논문이랑 교수 추천장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포닥 시 이를 커버해야죠.

그리고 주변에 비슷한 분야에 임용되시는 분들 잘 살펴보세요.
그래야 아 요즘은 커트라인이 어떻구나 하는것에 감을 잡으실 거에요.

마지막으로, 한국에 돌아오실 생각이 지금은 없으시겠지만
보통 기나긴 포닥생활 거치면서 다들 생각이 많이 바뀌십니다.
한국은 논문의 질도 중요하지만 양이 더 중요하니 참고하세요.
(무조건 양이라기 보다 한 두개 질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그 다음부터는 양)
Bread.R.Cake
22/12/3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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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감사합니다, 일단 포닥때 무엇을 하고싶은지부터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저는 정 안되면 미국에서 그냥 취업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NSpire CX II
22/12/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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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질문만 드려서 죄송한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한국 귀국을 고려하지 않으시는 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도 비슷한 루트를 생각중이라서 이래저래 궁금한 점이 많네요 ㅠㅠ
Bread.R.Cake
22/12/31 00:05
수정 아이콘
어... 애초에 박사 유학은 한국을 떠나기 위한 방법이었어요. 사적인 얘기긴 하지만, 제가 가진 조건에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정착할 가능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NSpire CX II
22/12/31 07:06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저도 사실 가진 것이 STEM 전공 하나 뿐인데 그걸로 이민을 고려중이라서..

조언 감사합니다!
Spike Spigell
22/12/30 08:51
수정 아이콘
미국 교수 하실거면 먼저 영주권(NIW)도 생각해보시는걸 추천드려요. 영주권이 있는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하더군요. 그리고 티칭 경험은 어떻게든 쌓아두시는게 좋습니다. TA하는것도 큰 도움이 되고요. Instructor 기회도 중요합니다. 그 다음은 네트워크인데, 학회 가서 발품 많이 파시는걸 추천드립니다. 과마다 포닥의 시간이 좀 다른데, 교수가 포닥들에게 grant proposal을 쓸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는 랩이면 더 좋고요. 또한, 대학의 네임 밸류도 중요하니 포닥때는 그것도 생각해보면 좋을거 같네요. 양질의 논문은 기본이니 준비하셔야하고요. 힘내세요~
Bread.R.Cake
22/12/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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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박사 받고 미국 내에서 포닥 합격 통지 받으면 NIW 신청할 계획이 있습니다. 저희 학교 저희 과에서 instructor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TA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사실 저는 RA보다 TA를 좋아하긴 해요, 사람들과 계속 커뮤니케이션 하는 연습이 잘 되더라구요.) 어서 빨리 좋은 논문을 내고 학회 발표하러 가야겠네요. 첫 두 논문 쓰고나서 가고싶은 연구실부터 탐색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조언 감사드립니다!
smalltalk
22/12/3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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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노력해서 뭔가를 얻어낸 사람들만이 쓸수 있는 내용 같아요. 도전이 되네요. 앞으로도 갈길이 멀겠지만 화이팅하시고 더 큰 성취 얻으시길 기원합니다.
Bread.R.Cake
22/12/30 08:31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NSpire CX II
22/12/30 07:51
수정 아이콘
저 혹시 몇가지만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혹시 현재 랩은 어떻게 컨택해서 합격하셨는지(진짜 GRE가 크게 중요한지) 궁금하구, 저는 언어적 문제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보니 그런 문제는 어찌 해결하셨는지도 좀 궁금하네요. 그리고 사실 사적인 문제일수도 있지만 박사는 펀딩 문제도 있는데.. 이것도 어찌 해결하셨나 궁금하네요.

혹여 괜찮으시다면 답변해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Bread.R.Cake
22/12/30 08:40
수정 아이콘
컨택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이 아쉽게도 없습니다, 이야기하자면 길지만 저는 컨택하는 과정 없이 입학했고, 지금 연구실은 제 사정을 알고 계시고 코스웤 때 저를 좋게 봐주신 교수님께서 먼저 제안해 주셔서 트랜스퍼 했습니다.

GRE는 제가 약간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학교 합격자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면 그 이후는 크게 상관 없는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퀀트에서 하나라도 틀리면 문제가 되겠지만 버벌 좀 못 한다고 문제될 것 같진 않아요.

언어에 대해서는, 저는 한국에서도 계속 영어회화학원이나 스터디 그룹에 참여해서 어떻게든 말을 뱉어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읽기와 듣기, 말하기, 쓰기 모두 다른 방식으로 공부했고, 미국 와서는 생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다보면 늘어나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한가지 더는 일부러 한국인 친구들을 만들지 않은 게 있어요. 어떻게든 영어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저를 몰아세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영어공부에 대한 글도 한 번 적어 보겠습니다만, 지금 댓글로는 제가 어떤 부분에 대해 의견을 드릴 수 있을지 조금 애매한 거 같아요.

제가 좀 안일하게 준비한 거 같기도 하네요, 펀딩에 대해서는 고민해본적이 없어요. 그냥 학교에서 스타이펜드 받고, 어차피 학교등록금은 다 학교에서 충당해줘서 그냥 근근하게 살고있습니다.

도움이 될 부분이 없는 거 같은데...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네요...
NSpire CX II
22/12/3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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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풀펀딩 받으시는 거 같은데 대단하시네요..
22/12/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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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아마 GRE 안 넣어도 되는 학교가 크게 늘었을겁니다.
GRE와 박사과정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학교에서 많이들 생각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GRE 를 받았을때도 거의 신경안쓰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저희 학교 교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펀딩은 전공에 따라 다르겠지만, 왠만큼 큰 대학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돈이 나올테고, 모자라는 부분은 조교를 하거나 해서 충당하게 할겁니다.
랩실이 펀딩이 충분하면 왠만큼 커버해줄겁니다.
NSpire CX II
22/12/3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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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막 빡빡하고 그러지는 않은가보네요. 열심히 찾아봐야겠습니다.
22/12/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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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리고 혹시 가고 싶으신 학교가 있으시면 학교 웹사이트 찾아보시면 한국인 대학원생이나 교수님을 찾으실수 잇으실 겁니다.
연락해보시는것도 나쁘지 않을겁니다
NSpire CX II
22/12/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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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감사합니다! 지금은 어느 분야를 연구하고 싶은지 구체화시키기 시작하는 중인데 슬슬 윤곽이 잡히려고 하네요.
에이치블루
22/12/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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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에 필요한 마음가짐이 이미 오롯하십니다. 저희 딸에게 언젠가 읽어주고 싶은 구문들, 특히 안했어야 했는데보다 했어야 했는데가 더 후회된다는 부분, 많이 와닿네요. 건승하세요.!!
Bread.R.Cake
22/12/3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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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힘내보겠습니다!
22/12/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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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건승하십시오.
Bread.R.Cake
22/12/3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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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박사 후보생이지만 언젠가 닥터를 이름 앞에 붙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아행행
22/12/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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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교수하시고 싶으시면 아이디어랑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어떤 일이 중요한지 계속 고민해보시고 그 고민한 바를 말과 글로 풀어내는 걸 계속 연습하세요.
Bread.R.Cake
22/12/3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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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저도 요즘 프로포절과 논문, 레포트 작업하면서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찾는 것도 힘든 일이더라구요.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새강이
22/12/3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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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2.5년의 과정을 나눠주심에 감사드리며..
당신의 열정에 응원을 보냅니다 박사님 :)
Bread.R.Cake
22/12/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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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꼭 좋은 박사가 되겠습니다.
22/12/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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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저는 이제 7학기가 끝나고 8학기에 접어들어 제가 최근에 느낀걸 적어보자 합니다.
저는 생물과라 화학과와는 다를수도 있겠지만, 주변에 물어보면 대학원 생활은 거의다 비슷하더라고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Qual이 통과 되었다는것은 내가 어떤 주제에 대하여 아이디어를 내고 이런식으로 연구를 해나갈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만, 문제는 그 아이디어대로 연구를 해도 생각보다 잘 되지는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에 안 되는 경우도 있더군요.
보통 그걸 Post-Qual syndrome 이라고 하던데, 생각대로 되지 않아 힘빠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벌써 논문낸 동기도 있는데, 나는 지난 3년반동안 해놓은게 없구나 하는 생각에 힘들기도 하고요.

다만 한가지 말씀드릴것은 중요한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인가 싶습니다.
요새 드는 생각은 박사과정이라는것은 하나의 success를 위해 만번의 failure를 견딜수 잇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잘 되는 조건만 찾으면 그 이후에는 물리적인 시간만 들이면 데이터는 나오지만, 그 조건을 찾는 과정에서 계속되는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이게 안 되서 안 되는 건지, 원래 되는 건데 내가 멀 잘못해서 안 되는 건지, 아니면 나만 안 되는 건지.
저는 사실 학계에 남은 생각은 원서를 넣을때부터 조금도 생각이 없고, 다만 회사에서 일하다가 들어와서 다시 회사 혹은 학계를 제외한 다른 분야로 가고 싶어서 들어와서 굳이 top-tier 저널에 논문을 내야한다는 압박감도 없는대도 쉽지 않더라고요.
어쨋든 중요한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고, 주변에 대학원 생활 즐거웠다는 사람 한명도 없는대 그래도 다들 하는거 보면 먼가 또 있구나 싶기도 합니다.

끝으로 건강 조심하세요.
최근에 코로나로 아팠는데, 소파에 앉아서 이거 왜 하고 있냐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야 가족이 있어서 힘이 됫는데, 해외에 나와 계시면 특히 아프면 멘탈 나갑니다.

좋은 연구하세요
Bread.R.Cake
22/12/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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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길고 따뜻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wet lab 생활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싶어요. 저도 사실 지금 qual 통과한 주제가 생각보다 난항이라 괴로워 하고 있어요. 이 주제 덕분에 최대한 모든 가능성을 뚫으려 노력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자괴감이 종종 드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게 연구인 것을 어쩌겠어요, 말씀하신 내용 깊이 공감합니다.

저는 제가 아픈 것은 상관없는데 (어쩌다 코비드를 두번이나 걸려서, 아픈 동안 서럽다가 아니라 건강관리도 못 하고 시간이나 낭비하는군 하면서 제 자신에게 화가 나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라...) 제 가족이 아프기 시작하면 멘탈이 나갈 거 같아요. 연구실 포닥이 유러피언인데, 몇 달 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대요. 지난주에 겨우 크리스마스 휴가 받아서 본국 돌아가면서 "드디어 할머니 묘지에라도 갈 수 있어, 다행이야." 라고 하는데 그게 아직 마음에 사무치네요.

아무튼 SSTAL님도 무사히 남은 학기 보내시길 바랍니다, 좋은 데이터만 나오길 기원할게요.
콩탕망탕
22/12/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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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어 보이는 학문의 길을 가는 사람은 어떤 느낌일까.. 늘 궁금했습니다.
미래의 박사님, 응원합니다.
Bread.R.Cake
22/12/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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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열심히 잘 해내겠습니다.
리안드리
22/12/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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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건승하세요 !
Bread.R.Cake
22/12/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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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쿠아스점안액
22/12/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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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과 대학원생 출신이어서 제 경험과는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한 마디는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논문 쓰시고 빨리 졸업하세요!
Bread.R.Cake
22/12/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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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좋은 논문 충분히 내고 졸업하고 싶어요!
애플프리터
22/12/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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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교수는 논문이 많이 없으면 지원자체가 불가합니다.
지금까지 잘 참으셨고, 첫논문을 빨리 쓰세요.
행운을 기원합니다.
Bread.R.Cake
22/12/3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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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가 논문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남은 기간 다작은 아니더라도 괜찮은 두세편은 꼭 쓰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2/12/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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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나름 반가운 옛 생각이 나서 댓글을 씁니다.

Solid state chem이라 하면은 보통 Nat mat. Nat nanotech, ACS Nano, Nano lett 등에서 Condensed matter physics와 겹쳐 화학과에서 나온 논문을 많이 봤던 기억이 나네요. 제 친구는 오히려 정반대로 학부때 화학공부좀 해놓을걸 많이 후회하더라구요 흐흐

뭐 저도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고 제 경험 상 당연히 가장 중요한 건 논문이니 논문을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도 안 좋아요! 주위보면 탑스쿨 박사가서도 논문 없다가 포닥가서야, 그걸 넘어 2번째, 3번째 포닥 가서야 논문 제대로 나오시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그러니까 논문을 위해 노력하긴 노력하되 (당연히 가장 중요하니까) 너무 스트레스는 받지 마시고 침착하게 하시면 언젠간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Bread.R.Cake
22/12/3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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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분야 특성상 노력하면 1년에 한 편 정도는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적당한 긴장감 아래에서 즐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2/12/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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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이상하고 심지어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는 듯 합니다. 오래전이긴 하지만 아마도 제 개인적인 시간들이 꽤나 즐거웠기 때문에 저만의 필터로 글을 읽어서 그런거 같기도 하지만요. 저는 공부하고 연구하는 과정과 시간들이 참 즐거웠고 이 즐거움을 능가할 것은 없다고 그때도 지금도 생각하는 지라..

다만 저는 그 시절 젊다못해 어린 시절의 치기라면 치기고 그저 새로운 것을 익히고 깨닫고 나만의 지식으로 만드는 과정들이 즐거워 건강에 너무나도 소홀했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공대고 프로젝트들도 유독 많은 편이라 저의 연구와 프로젝트들 수행을 모두 문제없이 소화하느라 2-3일씩 밤새우는 건 일도 아닌 시절들을 몇년간 보냈는데 덕분에 건강을 너무나도 많이 잃었어요. 시간이 꽤나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때 잃은 건강 덕분에 여전히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적당히 할까? 라는 자문을 가끔씩 해봐도 대답은 또 달라지지 않더라구요. -_-;;

위에 쓰신 댓글을 보니 건강 관리를 이미 잘하고 계신듯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건강 관리 잘하시며 학문세계를 즐기시길 기원드립니다. 또한 어쩌면 축제 같기도 하고 고문 같기도 한 학위 디펜스가 완전히 끝나고 지도교수가 악수를 청하며 Congratulations, Dr. ** 라 칭하는 그 찰나의 짜릿한 순간도 맘껏 즐기시길 미리 기원드립니다.
Bread.R.Cake
22/12/30 22:26
수정 아이콘
앗 그런데 사실 저도 지금 굉장히 행복하고 재밌게 지내고 있어요. 항상 제가 이 길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미 학부생 때 정신이고 육체고 많이 망가져봐서 지금은 지속가능한 유연한 삶을 만들고 지키려 애쓰고 있어요. 기분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퍼티님 처럼 열정넘치는 학자가 되겠습니다.
해바라기
22/12/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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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후보생이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잘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만 하시면 다 잘 될거에요.
Bread.R.Cake
22/12/3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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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길 잃지 않고 정진하겠습다.
식물영양제
22/12/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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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은 대충 써놓으면 교정을 잘들 봐주니까 너무 영어때문에 골머리 썩히지는 마세요. 교정을 안보내도 그래머리가 얼추 잡아줍니다. 지도교수가 왜 있겠습니까. 본인이 쓰신 논문 잘 교정봐주십니다. 교수님 바쁘시면 공저자 옆자리 친구 영어 교정 볼 사람은 많아요.

결국에는 주제와 데이터가 좋아야 썰도 잘풀리는 법이니 내공 잘 쌓으시고 굵직굵직한 큰질문 많이 던지는 박사과정이 되셨으면하네요. 즐거운 박사과정보내시고 너무 즐거워서 저처럼 8년이나 박사를 하는 우는 범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Bread.R.Cake
22/12/30 22:31
수정 아이콘
음, 저는 미국에서 계속 살고싶고, 글쓰기든 말하기든 원어민과 비슷한 수준이 되어 커뮤니케이션의 효율과 정확성을 올리고 싶어요. 제가 영어로 발표를 하거나 글을 쓸 때 마다 제 생각을 아직 완벽히 영어로 담을 수 없다는 점, 또 속도가 원어민보다 느려 같은 시간에 더 적은 양의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 스트레스예요. 하지만 영어가 당연히 주는 아니구요, 시간이 나면 하루에 한시간 정도 연습합니다.

좋은 주제를 고르고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습니다. 저도 세미나나 미팅에서 포닥이나 교수님들이 중요한 질문을 던질 때 마다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2/12/30 18:58
수정 아이콘
힘내십시오!
Bread.R.Cake
22/12/30 22:3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힘!
하야로비
22/12/31 11:11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하루종일 연구 때문에, 혹은 논문 때문에 머리 싸매고 고민하다가 다 포기하고 내려간 퇴근길 주차장에서 갑자기 '그분'이 오시는 경험을 여러번 겪었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결국 '그분'은 정신적 압박이 풀린, 하지만 아직 과학적 생각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은 그 순간 찾아오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

앞으로도 좋은 연구 하시길 바랍니다:)
카케티르
24/07/31 01:38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말씀대로 앞에 Dr. 붙일때 까지 더 정진하세요

전 내진관련으로 논문 써서 박사가 되었는데 전 지도교수님의 도움을 좀 받은 편에 속합니다.

어느정도 주제가 정해지고 레퍼런스들을 수도없이 읽어보면서 나름의 확신이 생겼고 논문제출자격시험과 발표를 통해 통과하고

간신히 박사학위 받았는데 레퍼런스에서 이상적으로 하고 공학적인 감에 의한 여유분으로 나온 설계코드에 대한 나름의 반박을 찾느라....

온갖 방법을 고려하고 실험 설계하고 컴퓨터로 모델링 해서 돌리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파이팅 하세요 좋은 연구자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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