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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8/11/06 21:36:59
Name 불같은 강속구
Subject [서양화 읽기]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운영자주: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본문도 초 장문이었던지라 끝 부분이 잘려나갔습니다.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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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송석희 입니다.
요즘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씨의 파이프 그림에 대해 말이 좀 많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6분의 석학을 모시고 문제의 그림을 보면서 같이 말씀 나눠 보겠습니다.

우선 출연자 소개부터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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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bucket 서양철학사의 큰 기둥이시죠. 플라톤 선생님 나와 주셨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씨와 아주 닮으셨네요.1) 착각할 뻔 했습니다.
손모양은 오해를 부를 수도 있으니 내려주셨으면 좋겠는데...2)
예?... 아... 하늘 위 이데아를 가리키시는 것이라고요? 알겠습니다. 저번에 아테네 학당을 갔더니 제자분인 아리스토텔레스께서는 땅을 가리키고 계시던데...

Photobucket 아하... 이번에 제가 인문학의 발전을 위해서 학당을 하나 세웠는데 오픈 하우스때 오셨군요. 그때 라파엘로씨도 와서 학당 그림을 그리고 갔어요. 내가 선전차 들고 왔는데.....잠깐 소개 좀 드릴까요?

Photobucket 나중에 시간을 좀 드릴테니 그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다음 출연자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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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철학을 재건했다는 평을 듣는 분이죠. 칸트 교수님 나와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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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학을 정립하신 후설 교수님도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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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비즘을 창시하고 발전시키셨죠.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한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피카소 화백 나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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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 언어학의 창시자이시죠. 소쉬르 교수님입니다. 카메라 쪽을 좀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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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한국사회에서 담론, 타자 같은 용어를 유행시키신 포스트구조주의 철학자이시죠.  푸코 교수님입니다.





Photobucket우선 마그리트씨의 그림을 볼까요. 화면 준비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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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Trahison des images (Ceci n'est pas une pipe)
1929, Oil on Canvas, 64.45 × 93.98 cm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이미지의 배반(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저 그림인데요, 작가는 파이프를 그린 다음에 밑에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는 말을 써넣었습니다. 이 그림의 진의가 무엇이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항간에는 파이프를 그리고 파이프가 아니라고 하다니 애들 장난이냐, ‘이것은 파이프이다’ 를 잘못 쓴 거 아니냐. 심지어는 벨기에에서 왔다더니 불어를 잘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신공격성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플라톤 선생님께 여쭤볼까요.

Photobucket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이데아란 무엇입니까?

Photobucket 비유를 하나 들까요. 여기 동굴이 있는데 거기에는 태어나면서부터 팔다리가 묶여 평생을 동굴 안에서만 살아온 죄수들이 있어요. 그 죄수들 뒤편에는 횃불이 타고 있고. 그래서 항상 그림자만 보고 살지. 이제 죄수 하나를 풀어주고 그가 보아온 동굴 벽의 이미지는 그림자였음을 설명해줍니다. 평생을 그림자만 보아온 죄수는 그 말을 쉽게 알아듣지 못할 겁니다. 그림자를 사물의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것으로 고집할 테니까. 그를 끌고 동굴 밖으로 나와 진짜 나무와 산과 들을 보여주면 결국 동굴안의 세계가 모두 엉터리라는 걸 알게 되겠죠.
하지만 그 죄수가 동굴 안으로 들어가 다른 죄수들에게 자기가 본 것을 설명해주어도 그들은 그 말을 믿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그 죄수를 바보로 여기거나 심지어 쓸데없는 유언비어를 유포하다고 죽일지도 모르죠.  내 스승이신 소크라테스는 그래서 몽매한 자들에게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이 비유에서 동굴 속은 현실세계이고 동굴 밖은 이데아입니다.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서 사물의 외양을 보는데 그것은 사실 허상일 뿐이죠. 그 허상들을 존재하게 하는 원본이 바로 ‘이데아’라는 것입니다.

Photobucket 아 그렇군요 .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예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hotobucket 내 이데아론을 잘 생각해보세요.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이데아의 모방입니다. 그렇다면 그 모방의 세계인 현실계를 모방한 예술은 더욱 조잡한 것이겠죠. 그런 것들은 잘못하면 향락과 타락의 길로 이끌 수 있으니 검열을 해야 합니다.

Photobucket 저.......조만간 간행물윤리위원회나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선생님을 모시러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 저 그림을 어떻게 보셨나요?

Photobucket 저 그림은 현실의 모방입니다. 파이프라는 것의 이데아가 있다면 그것을 모방한 것이 현실세계의 파이프이고 그 현상(現象)의 파이프를 모방한 것이 저 그림이란 말이죠. 즉 화가는 동굴 벽에 비춰진 파이프를 보고 그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저 그림은 ‘파이프’라는 것의 실재(實在)의 참모습이 아니겠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써놓은 걸 보면 르네 어쩌고 하는 화가가 내 이론을 잘 이해하고 있나봅니다. 그런데 영등위에서는 언제쯤?...

Photobucket 그럼 다음은 칸트3) 교수님께 질문 드려볼까요. 교수님께서는 ‘물자체’(Ding an sich)라는 것과 ‘현상’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Photobucket 우리는 사물에서 비롯되는 감각자료들을 눈, 귀 같은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입니다. 이 감각기관은 일종의 거울이죠. 이 거울에 비친 사물의 모습을 ‘현상’이라고 하는 겁니다. 휘어진 거울이나 얼룩진 거울을 통해 사물을 보면 그 사물도 휘어지거나 얼룩이 묻어있는 것처럼 보이겠죠? 그게 현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물의 본질이나 궁극적인 실재를 알 수는 없습니다. 현상을 넘어서는 본체에 대해서 우리는 어떠한 경험도, 지각도, 인식도 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거울에 비춰지기 전의 완전한 사물, 근본적인 실재를 ‘물자체’ 라고 개념 지은 겁니다.

Photobucket 말씀을 들어보면 앞서 플라톤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신 이데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 어떤가요?

Photobucket 예, 이데아와도  중세철학에서의 보편자와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다만 플라톤 선생님은 철인들의 경우 이데아를 인식할 수 있다고 하셨지만 저는 철인이고 뭐고 물자체를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 눈에 비치지 않는 것을 볼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순수이성의 힘으로도 사물자체를 꿰뚫어 볼 수는 없는 겁니다. 플라톤 선생님 이래로 우리는 거울에 비춰진 모습이 물자체와 일치하느냐를 고민해왔습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얼룩이 묻어있는 거울에 얼굴을 비추면 ‘얼룩 있는 얼굴’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얼룩있는 얼굴이 원래의 진정한 얼굴의 모습과 일치하느냐 아니냐를 고민할 것이 아니고, 우리가 왜  얼룩있는 얼굴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는지 그 판단방식을 연구해야...

Photobucket 그건 칸트씨가 진정한 철인이 아니기 때문이지. 철학자의 이성은 이데아의 세계를 인지할 수 있다니까.

Photobucket 저...플라톤 선생님, 다른 분이 말씀하실 때는 경청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발언기회를 나중에 또 드릴 테니까요.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오해의 여지가 있으니 손을 좀...
칸트 교수님 계속 말씀해주시죠.

Photobucket 음...음...  어쨌든 말이죠, 저 그림에 보이는 파이프의 모습은 어느 한쪽의 모습입니다. 저 일면만 그려진 물체가 파이프의 실체냐 아니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저것을 파이프라고 생각하게 하는 우리의 판단형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죠. 즉 진리는 외부의 대상에서 찾을 게 아니라 대상을 만드는 우리의 판단형식에서 찾아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앎의 근원은  인식 주체의 바깥에서 온다는 게 기본적인 믿음이었죠. 실체는 언제나 그 자체로서 존재하고 정신은 그것을 인식의 대상으로 삼을 뿐이라고요. 하지만 저의 발상은 그런 구도를 완전히 뒤집어서 정신이 대상을 구성한다고 보는 겁니다. 저는 이것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Photobucket 코페르니쿠스는 무슨...

Photobucket 플라톤 선생님!

Photobucket 우리의 정신 안에는 대상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매커니즘이 존재하거든요. 그것을 선험적 종합판단이라고 하는데 좀 더 설명을 드릴까요?

Photobucket 아...교수님.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습니다. 간략하게 정리를 좀 해주시죠. 그럼 저 그림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Photobucket 에...예를 들어 선글라스를 끼고 세상을 본다고 합시다. 이때 선글라스는 과연 세상에 속한 것입니까?... 아니면 세상을 보는 사람에 속한 것입니까?... 우리에게 씌워진 선글라스는 ‘선험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선글라스의 색깔대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파이프라는 물건의 실체가 어떻든 우리 눈에 저것이 파이프로 보이는 한 저것은 파이프입니다. 우리들 모두가 쓰고 있는 선글라스가 저 물체를 파이프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 선글라스를 저는 ‘선험적 조건’ 이라고 부릅니다.  결론을 얘기하면 우리는 그렇게 우리에게 드러난 현상만을 가지고 인식의 내용을 구성할 수 밖에 없고 이를 넘어서는 ‘물자체’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플라톤 선생님의 생각대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는 문장을 ‘실체를 모방한 이것(파이프 그림)은 파이프(이데아,물자체)가 아니다’ 로 해석하여 저 명제를 옳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죠.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아니다 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Photobucket 사회자 양반 !!

Photobucket 아...이번엔 발언을 요청하시려고 손을 드셨군요. 칸트교수님께서 플라톤 선생님의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셨으니까 다시 말씀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Photobucket 진리를 그렇게 주관화 하면 말이죠,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Photobucket 시간관계상 자세히 말씀은 못 드렸는데요.
모든 주체가 선험적으로 가지고 있고 경험과 인식의 기초가 되는 공통된 필수형식이 있습니다. 따라서 진리의 주관화이면서 주체의 객관화죠. 그 필수형식이라는 것은...

Photobucket 거 참...남 얘기하는데 끼어들지 말고, 그럼 우리 존경하는 칸트교수님이 얘기하는 현상과 물자체는 어떤 관계인가요?

Photobucket 그러니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니까요.

Photobucket 그럼 우리가 진리라고 간주하는 것들이 누구든지 오인하는 선험적 허구일 가능성은 없나요? 모든 사람이 다 공유하는 선험적 허위는 진리로 간주해도 되냔 말이죠.

Photobucket ...................................;;;;;;;;;;;;;;;;;;;;
어...어쨌든 저는 전통적인 형이상학이 현상계에만 적용할 수 있는 개념들로 본체의 세계까지 다루려고 한 것은 잘못이라 봅니다.

Photobucket 아...계속 같은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요, 이제 두 분 말씀은 그쯤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Photobucket 제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Photobucket 예, 후설 교수님 말씀하시죠.

Photobucket 제가 현상학을 정립한 사람으로 유명한데요, 칸트교수님이 말씀하신 분야로 좀 좁혀서 말씀드리죠. 현상학적 인식이라는 것은 사물자체에서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감각자료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의식내에서 경험적 현상을 종합하는 것입니다. 이때 그 인식의 진리성도 대상에서 구해지는게 아니라 의식의 종합적 판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원뿔은 옆에서 보면 삼각형이고 위에서 보면 원입니다. 그런데 이 원뿔을 원뿔로서 인식하도록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옆에서 본 삼각형과 위에서 본 원을 한데 뭉뚱그릴 수 있는 의식 내부의 작용입니다. 우리의 의식은 주어진 현상을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죠.4)

Photobucket 저는 후설 교수님의 이론은 잘 모르지만 지금 말씀을 들으니, 제가 했던 작업이 바로 현상학적 작품이라고 봐도 되겠군요. 제가 그린 그림을 하나 들고 왔는데 보여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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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Demoiselles d'Avignon
Paris, June-July 1907, Oil on canvas, 243.9 x 233.7 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아비뇽의 처녀들> 이라는 그림인데, 최초의 큐비즘 작품입니다. 착각하는 분들이 좀 있는데 아비뇽 유수라고 옛날에 교황청이 옮겨왔던 프랑스의 그 아비뇽은 아니고요, 제 고향인 바르셀로나의 거리 이름입니다.
여성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얼굴의 윤곽이나 눈은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이지만 코는 옆을 향해 있거나 얼굴은 옆모습인데 눈은 정면이거나 또는 얼굴은 정면인데 몸은 등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저는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깊이를 담으려는 전통적인 회화의 방식을 과감하게 바꾸어 원근법을 버리고 오히려 2차원성을 강조했습니다. 대신 그 2차원 평면과 3차원 공간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본 시각적 단편을 모아 하나의 평면에 종합했습니다. 전통적인 회화기법을 무시한 평면화의 의도는 마티스도 같았지만 그 친구는 색채의 변형을 꾀했고 저는 형태의 변형을 추구한 것이죠. 저와 이러한 뜻을 같이 한 친구가 브라크이고 둘이서 이 생각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것이 분석적 큐비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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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que, Georges
Man with a Guitar
1911, Oil on canvas, 116.2 x 80.9 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브라크의 그림인데 제목이 없으면 뭘 그린건지 금방 알 수 없죠. 예? 제목을 봐도 모르겠다고요? 마음이 착한 사람은 다 보입니다.
선배인 세잔의 가르침을 따라 대상을 순수하게 조형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각각의 면으로 분해하고 재구성 한 겁니다.
이로서 인상주의에서부터 차츰 허물어지기 시작한 ‘재현’ 이라는 회화의 강박이 저로 인해 완전히 깨어졌습니다. 이후로 저의 영향을 받지 않은 화가는 없을 겁니다. 껄껄껄.

<아비뇽의 여인들>에서 제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여인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입니다. 전통적인 회화에서처럼  특정 시점에서 본 모습만 그린다면 삼각형이나 원만 그려놓고 원뿔이라고 하는 격이죠. 후설 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경험적 현상을 의식이 종합하듯이 저는 여러 시점을 2차원 평면에 종합한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저 그림은 파이프의 전체적이고 완전한 모습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서 본 그 일부분일 뿐이고 지금 그려진 파이프 만으로는 실제의 파이프 할 수가 없겠네요. 저라면 저렇게 그리진 않았을텐데...

Photobucket 예, 말씀 잘들었습니다. 아 ! 소쉬르 교수님께서도 말씀 하시겠습니까?

Photobucket 우리는 ‘담배를 넣고 불을 붙여 그 연기를 빨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기구’를 흔히 ‘pipe’ 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순전히 우연입니다. 즉 기호와 그 지시체 사이에는 아무런 필연적 관련이 없습니다. pipe라고 하지 않고 moon이라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pipe를 pipe라고 부르는 것은 그것이 필연적인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 언어체계에서 정해진 약속 때문입니다.  pipe를 bird라고 부른다고 그것이 날아다닐 수는 없는 것이죠. 즉 언어가 실제의 그 대상을 지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낱말자체에는 본질적 의미가 없기 때문에 낱말의 의미는 언어체계속의 다른 낱말들과 맺는 관계를 통해서 정의됩니다. ‘화요일’은 월요일과 수요일로 인해 의미가 규정됩니다. 또 밤이라는 개념 없이 ‘낮’을 알 수는 없습니다. 언어는 고정된 의미가 없고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저의 이런 언어학이야 말로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고들 합디다. 칸트 교수님처럼 자칭이 아니고 후학들이 그렇게 평가 해준다네요. 헐헐.5)

Photobucket 그놈의 코페른지 뭔지는 참 잘도 갖다 붙이는구먼. 언어기호가 자의적이라는 것은 나도 말한 적이 있는데.....

Photobucket 플라톤 선생님~~!! 나중에 발언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Photobucket 이렇게 볼 때 마그리트씨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한 것은 우리가 파이프라고 부르는 저 물체를 파이프라고 하던 ‘빨대’ 라고 하던 ‘굴뚝’ 이라고 하던 어차피 실제의 의미를 표시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봐야겠죠.

Photobucket 예, 그럼 여기서 방청객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분이 말씀해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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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Photobucket 예, 자기소개 간단히 해주시죠.

Photobucket 서울에 사는 진중건 이라고 합니다.

Photobucket 예, 진 선생님. 어떤 의견이 있으십니까?

Photobucket 우선 대상언어와 메타언어를 구별해야 합니다.

Photobucket 대상언어와 메타언어 라는 게 무엇인가요?

Photobucket 현실의 대상을 가리키는 말을 대상언어라고 하고 이 대상언어를 가리키는 말을 메타언어라고 합니다.
‘ceci n'est pas une pipe’에서 ceci(이것)를 대상언어로 사용하면 ceci 는 그림속의 파이프=Photobucket를 가리키게 됩니다. 그러니까 'Photobucket 은 파이프이다’ 라고 해야 참이고 파이프가 아니라고 하면 Photobucket= ~Photobucket(A=~A)가 되는 셈이니 거짓인 문장이죠.
하지만 ceci를 메타언어로 보면 대상언어인 ceci라는 단어자체를 가리키게 되죠. 그래서  ‘ceci라는 단어는 pipe가 아니다’ 의 의미가 되니까 참입니다. ceci≠pipe 이니까요. 여기서 대상언어와 메타언어를 구별해서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6)

또 다른 측면에서 말씀드릴 것은,  칼리그램(calligram) 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글을 통한 '말하기'와 이미지를 통한 '보여주기'를 동시에 함으로써 도상과 문자라는 두 개의 끈으로 ‘대상과 기호’ 사이를 단단히 동여매려는 시도입니다. 전형적인 칼리그램의 예를 보여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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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PhaNt 라는 문자를 코끼리의 이미지와 겹쳐놓았죠. 여기 계신 피카소 화백과도 친분이 있는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칼리그램으로 된 시를 여럿 남겼습니다. 시의 공간화를 추구하여 시의 시각적인 가능성을 부각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죠. 유명한 작품 하나를 보실까요. ‘시’ 이지만 ‘보기’ 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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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다(Il pleut)> 라는 제목의 시인데 시를 읽으면서 시각적으로도 비가 내리는 풍경을 느낄 수 있죠.

저 마그리트씨의 그림도 문자(ceci n'est pas une pipe)와 도상(Photobucket)이 공존하기 때문에 일종의 칼리그램입니다. 하지만 그림이 가리키는 것을 문자가 부정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칼리그램과는 다르죠. 이 칼리그램에서는 문자와 도상이 서로 충돌하고 그래서 기호는 현실을 가리키는 데에 실패합니다.7)

마그리트씨의 다른 작품을 들고 왔는데 보시죠.
Photobucket       Photobucket
<꿈의 열쇠>라는 일련의 작품들입니다. horse를 door로 clock를 wind로 표시해놓았습니다. 이름과 상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마그리트의 세계에서 ‘유사성’은 현실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파이프의 그림은 더 이상 파이프를 가리키지 못합니다. 가방은 하늘(ciel)이 되고 주머니칼은 새(oiseau)가 되고 나뭇잎은 탁자(table)가 됩니다. 이렇게 칼리그램으로 칼리그램을 파괴하는 것이죠. 이로써 마그리트씨는 근대적 사유와 예술의 종언을 말합니다. 파괴된 칼리그램은 텍스트를 ‘자연의 거울’ 로 만드는 재현적 인식론과 작품을 ‘자연의 모방’으로 보려는 재현적 예술론의 죽음을 암시합니다.8)

제가 마그리트씨와 좀 친분이 있어서 그 분의 작업노트를 좀 봤는데 “사물은 이름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그보다 더 적합한 이름을 찾을 수 없는 건 아니다” 라고 써 놓으셨더군요. 그런데 왜 각각의 네 번째 그림에서는 이름과 형상을 일치시켜놓으셨나요? 라고 물어봤더니  “사물은 그것의 상과 마주치고, 또 그것의 이름과 마주친다. 사물의 상과 이름이 서로 우연히 만나는 수가 있다.” 고 하더군요.9)
즉 우연히 만날 뿐이고, 말은 사물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Photobucket 오! 내 생각과 같군요.

Photobucket 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방청객이신데 아주 많은 준비를 해오셨고 마그리트씨와도 잘 아신다니 패널로 모실걸 그랬습니다. 실례지만 진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Photobucket 미학을 전공했습니다. 원래는 여기저기 글도 쓰고, 대학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하는데 요새는 쥐를 잡느라고 아주 피곤합니다.
이놈의 쥐가 옆 동네 공사판에서 이것저것 주워 먹고 큰 놈인데 몇 달전부터 갑자기 우리집에 들어와서 부엌이고 화장실이고 하수구를 다 갉아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더럽히는 통에 아주 골치가 아파요. 얼마 전에는 쓰레기통에서 상한 고기를 물고 들어오는 바람에 촛불까지 켜고 이곳저곳 쥐약을 많이 놓았거든요. 그걸 처먹고 거의 빈사상태까지 갔다가 요샌 다시 살아났는지 또 설치고 다니네요. 이러다 집 못쓰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Photobucket 설마 쥐 한 마리 때문에 집을 못 쓰게 되기야 하겠습니까.

Photobucket 근데 이 놈의 쥐가 옆집 교회에서 패거리들을 데리고 왔어요. 제가 해외에 나갈 일이 있어서 집에 달러를 좀 찾아다놨는데 교회에서 건너온 쥐가 그걸 왕창 갉아먹고 난리도 아니네요. 저번에 '어린쥐'를 내쫒기는 했는데 두목쥐가 버티고 있으니 소용이 없습니다. 빨리 쥐를 잡아 묻고 침을 뱉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요.

Photobucket 참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아무쪼록 하루빨리 쥐를 퇴치하셨으면 좋겠네요.

Photobucket 예,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Photobucket 방청객 의견이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푸코 교수님 말씀도 들어볼까요?
교수님께서는 저 그림에 대해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는 제목의 비평서도 내셨다고 들었는데 설명좀 해주시죠.

Photobucket 칼리그램은  알파벳을 보완하고 , 수사학의 도움 없이 되풀이하고, 사물을 이중적 書記의 덫으로 사로잡기라는 삼중의 역할을 합니다. 그림이 재현하는 것을 텍스트로 하여금 말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수사학처럼 같은 것을 다르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동어반복입니다.
칼리그람은 우리의 알파벳 문명의 가장 오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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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06 21:52
수정 아이콘
일단 Quick quick 으로 읽어 봤는데... 좀더 정독을 해봐야 겠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샬.D.티치
08/11/06 21:53
수정 아이콘
pgr의 수많은 능력자들 중 한 분이시네요.
위의 다섯 권의 책 중 3권이나 읽었는데도 읽고 나면 내용이 뭔지 기억이 나질 않으니 참...
08/11/06 21:54
수정 아이콘
PGR 은 매거진을 출간하라~ 출간하라~
가끔은 아날로그로 읽고 싶은 글들이 너무 많아요 :)
A2인조
08/11/06 21:57
수정 아이콘
대단하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게로...
08/11/06 21:59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위 Third님 말씀처럼 교양지식을 넓힐수 있는 좋은 글들이 종종 올라오던데 모아서 한번 시도해보시면 안될까요?^^
아니면 따로 게시판이라도~
08/11/06 22:00
수정 아이콘
아....읽다가 진중건씨 나오는 부분에서 잠시 숨 좀 골라야겠습니다;;
금영롱
08/11/06 22:00
수정 아이콘
제가 평소에 알지못한 이런 지식들을 한눈에 알기쉽게 이렇게 써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보고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것이...^^그래도 잼있을것 같아 천천히 정독해야겠습니다.
다시한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무채색
08/11/06 22:03
수정 아이콘
환타~스틱하고, 엘레강~스 합니다.

제목을 보고 나름의 감을 잡고 봤는데...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시는군요.
08/11/06 22:1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08/11/06 22:14
수정 아이콘
진중건씨가 짱이군요;; (풉풉...)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지나가다...
08/11/06 22:28
수정 아이콘
일단 추천부터 찍고...

이제 정독해 봐야겠습니다. 제가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
Arata_Striker
08/11/06 22:40
수정 아이콘
이게 피지알의 맛이죠.

감사합니다.

추게로~
소년장수
08/11/06 22:49
수정 아이콘
우와라는 말밖에 않나오는 글이엿습니다만 쥐얘기가 옥의 티랄까.......
sometimes
08/11/0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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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 쭉 내리기만 했는데도 포스가 장난이 아닌데요...
내일까지 제대로 정독하고 다시 리플 달아야겠습니다.
항상 좋은 글 써주셔서 잘 읽고있습니다~~
The Greatest Hits
08/11/0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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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딧세이 다시 한번 봐야겠군요.....
제대로 다시 한번 정독해 봐야겠습니다.(난독증에 걸린건 아닐텐데...)
감히 추천하나 날리고 갑니다
Anarchie
08/11/0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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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청자가 지존...
08/11/07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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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하는 친구덕에 최근에 미학오딧세이 읽어봤는데,,,
후와 이건,,, 우선 추천부터^^,,, 좋은글 감사합니다~
08/11/0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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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게로~
양정현
08/11/07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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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쥐얘기가 옥의 티라는 점에 공감합니다만 심정적으로는 지지하고 싶네요 :)

전 나뭇잎을 보면 항상 신기합니다. 부분이 전체를 반복한다는 말이 저렇게 잘 어울리는 일이 있을까요?
눈팅만7년째
08/11/07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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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궁금한데 뭐 하시는 분인가요?
정말 덜덜덜한 글입니다^^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저에게도 정말이지 손가락이 저절로 올라가는 글입니다.(플라톤과는 다른 손가락;)
수업 시간에 이 주제로 발표한다면 대박칠 것 같아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글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08/11/07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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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아무 생각 없이 클릭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유머부터 쉬운 설명에 마무리까지 대단하시네요.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글 언제쯤 쓸까 한탄하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Minkypapa
08/11/07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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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독했습니다. 강속구님은 가운데 직구아니라 직구 코너워크가 되는것 같은데요.
이런 글을 읽어야 이공계 무식하다는 소릴 덜 듣게 될테니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누르고 갑니다.
그나저나 idea가 제일 중요하군요.
08/11/0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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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할배 완전 귀엽습니다. >_<

푸코의 데칼코마니 설명을 듣다 좌절할뻔했는데
진중권씨의 설명으로 살았습니다 -_-;

"마그리트의 작품은 ‘유사’로서 실물을 지시하는 대신에, 그 수직적 의무에서 풀려나 ‘상사’의 수평적 놀이를 즐깁니다."
"유사가 근대 의식철학의 원리라면 상사는 그것을 대체한 현대 언어철학의 원리"
아 킹왕짱이에요.

현대미술이 이렇게 과하게 해석을 해야 즐길수있는건지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마그리트는 철학자를 낚는 그림을 그렸던거군요. -_-;

아 예술은 사기군요 -_-;(이상한 결론...)


쉽지 않은얘기를 유머까지 곳곳에 배치하셔서 풀어주시는 센스,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서 다시 풀어주시는 배려.

감사합니다.

손석희씨에게 묻습니다.
제가 감탄한건 마그리트의 그림입니까? 진중권의 말입니까?

PS. 저한테 글 지적할 깜냥따윈 없습니다.
08/11/07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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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구성하는, 그리고 여러분이 그것을 읽으려는 순간에는 그것들이 파이프에 이름을 붙여주기를 여러분이 기대하게 되는 이 문자들, 이 문자들은 자기들이 이름 붙이는 것과 그토록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어떻게 자기들이 파이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단지 씌어진 글씨일 뿐이어서, 오직 자기와만 닮은 것이고, 자신이 말하는 것을 위해 특별한 값어치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머릿속에 인지를 방해하는 문자들 ...
참... 정의내리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마그리트씨...

거울을보며 오늘부터 말하겠습니다. "속지 않아~" (이런 못생긴 뇨자가 나일리 없어~)

문득 마그리트의 그림이 경매에서 비싸게 팔렸다는 기사가 떠오르면서
마그리트 그림이 경매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게 되려 아이러니 하군요.

어차피 상사고, 언어철학인데~ 원본이 뭔소용~(괜히 딴지중)
08/11/0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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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글이네요..! 분량이 상당해서 나중에 다시 정독해봐야겠습니다.

머리안쓰고 눈으로만 읽었더니 눈에 띄는건 '송'석희와 '브라끄(braque)' 밖에 없군요;;
Ms. Anscombe
08/11/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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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많아서 스크롤의 압박이 있지만, 차분히 읽으면 분량이 과한 것도 아니고, 내용을 쉽게 전달하고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은 대단히 독창적인 생각을 표현하거나 기존의 생각을 잘 전달하거나인데, 이 글은 후자의 측면에서 매우 좋은 글이네요. 어려운 내용들을 쉽게 풀어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니까요. 난해한 내용을 정리하는데 이런 식의 틀을 만들어서 재미있게 구성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도 다른 분들께서 이런 저런 지적을 해주신다면" 이라고 하셨지만, 겸손이겠죠? 미학에서 가장 오래된 주제인 '재현'에 대한 좋은 설명인 듯 하네요..

다만, 후설은 단 한 마디 뿐이라 불쌍하다는 생각이..
sometimes
08/11/0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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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스크롤만 내려보고 아껴 읽으리라 찜해놓고
오늘 다시 읽어봤는데.. 우와~~ 정말 킹왕짱이네요!
이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한 번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멋진 글입니다.
전에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셨는데 나중에 묶어서 책 내셔도 되겠는걸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반대칭어장관
08/11/0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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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저런 사고들을 개인적으로 “말장난 철학” 으로 부르며 무시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그리트와 다른 철학자들은 저러한 지적 사고를 통해 (제가 이해못하는)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느꼈을 수도 있겠네요..
마그리트는 철학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미술이라는 언어로 표현하려고 했던걸까요?
아니면 자기 사고방식과 지적 즐거움에서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꼈던 것일까요?
전혀 무관해 보였던 미술과 철학이 이렇게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걸 보니 재미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아우디 사라비
08/11/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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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십니다.....

작아지는 느낌....
08/11/0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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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철학과 인문학을 최고의 학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봤습니다.
추천누르고 갑니다.
불같은 강속구
08/11/0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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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님을 비롯해서 천천히 정독해주시고 좋은 말씀 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Minkypapa님, 무채색님, sometimes 님, 아우디 사라비아님, 반대칭어장관리상태님 같은 분들은 댓글로나마 종종 뵙습니다. 덕분에 제가 이런 게시물 올릴때마다 쓸데없는 짓하느라 시간 낭비했다는 후회를 씻게 됩니다.

본문 후기에 말씀드렸지만 이 글은 예전에 교양철학서를 읽으면서, 이 사람들의 사상체계에서라면 마그리트의 그림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생각에 혼자 끄적거렸던 낙서를 기초로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인문학적 소양이 지극히 부족한 저같은 놈이 저 대가들의 생각을 꿰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글을 쓰면서도 과연 이게 맞는 접근인지 확신이 안서더군요. 저 대가들의 생각을 너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기에 논리적으로 어긋남이 있는것은 아닐지, 이런 쪽에 정통하신 분들에게 욕이나 먹지 않을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이번 글 역시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들이긴 했지만, 많은 분들의 과도한 칭찬을 받기엔 부끄럽습니다.

뜬금없는 쥐이야기를 지적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진중권 교수님이 등장하기에 써넣은 것입니다. 설치(齧齒)정부(이번 정부를 부를 말이 없다고 하는데 저는 이렇게 부릅니다)가 들어선 이후, 그리고 저번 촛불정국을 거쳐 지금까지 오면서 대중적 영향력이 있는 지식인들 중 진교수님 만큼 현 정부의 또라x 짓에 대해 통쾌하고 줄기차게 독설을 퍼붓는 분은 별로 없으니까요. 인수위원장의 '어린쥐' 라던가 조모시기의 글을 비웃는 진교수님의 책에서 따온 '침을 뱉는다'는 말은 나름대로 신경 쓴 유머랍시고 넣었는데 에러라고들 하시니 제 유치한 유머감각이 죄입니다. 또 혹시 정치적입장이 저랑 달라서 불쾌하셨던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원래 저의 불규칙연재인 [서양화 읽기] 라는 타이틀을 달아야 되는데, 그러면 보시는 분들이 별로 없을까봐 제목에 쓰지않았습니다. 강속구가 아닌 변화구를 던졌는데 이제 다시 바꿔야되겠습니다.
불같은 강속구
08/11/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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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저 폴딩치트 기능은 왜 저모양인지....
소스를 퍼다가 이용한건데 미리보기에서는 잘 됩니다. 그런데 왜 실제 글에서는 저렇게 나오는지 알 수가 없네요.
한번 원문보기나 닫기를 클릭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제대로 되는데 처음에는 이상하게 나오는군요.
저 소스대로 태그연습장에 해봐도 잘 되던데 말이죠.
Ms. Anscombe
08/11/07 14:31
수정 아이콘
불같은 강속구님// 타이틀 때문에 들어오는 분들은 님의 아이디만 보고도 글을 읽을 것입니다. 타이틀은 보기에는 좋은데, 필터링이 너무 강하죠.. 조회수가 올라가는 게 실제로 사람들이 글을 정독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클릭할 뿐일지도 모릅니다만.. 그래도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것 같고..

연재해오신 글들은 미술 글이다보니 그림이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그로 인한 스크롤 압박이 부담을 주는 경향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글 자체만 모아놓고보면 결코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죠.. 쥐 얘기는 재밌게 보았습니다..
불같은 강속구
08/11/07 14:50
수정 아이콘
Ms. Anscombe님// 앗 실시간 댓글을 써주셨네요. ^^
Ms. Anscombe님 이나 happyend님 같은 분들이 pgr의 내공인들이십니다.
댓글 감사히 봤습니다.
밑힌자
08/11/07 17:17
수정 아이콘
아폴리네르 작품을 보니 옛날옛적 대학 초년생때 곰링어 작품들 붙들고 씨름했던 게 생각나는군요 - _-;
낭만서생
08/11/07 17:45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런 맛에 자게오는거죠
오소리감투
08/11/07 19:15
수정 아이콘
갑자기 손석희교수 사진이 떠서 놀랐네요~
이 글을 보면서 고딍시절 철학시간에 누워 잔 게 후회되네요 ㅠㅠ;;
피지알 자게의 능력자십니다!!
좋은 글 올리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08/11/07 21:32
수정 아이콘
어려운 내용들이 정말 쉽게 이해되네요.
마그리뜨는 미술사 공부했을때도, 대충 이런얘기를 하나보다 하고 지나갔었는데..
깊게 배우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새강이
11/09/21 01:12
수정 아이콘
ㅠㅠ 미학 오디세이에서 읽다가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글이 잘려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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