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
2009/08/21 11:12:58 |
Name |
i_terran |
Subject |
[소설] 불멸의 게이머 44화 - 운명의 전장 |
[소설] 불멸의 게이머 44
44 운명의 전장
경기에서 패배한 지옥테란이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말콤박사와 덩치는 출혈에 대한 사후조치를 하면서 여러 가지 기계로 그의 상태를 체크했다.
여러 가지 기계들은 제각각 움직이고 있었고 거기서 나타나는 수치를 바라보는 덩치와 말콤박사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방금 전 지옥테란이 ‘gg'를 연타하며 패배를 인정하는 대 이변이 일어났다.
그것은 그가 스스로 생각할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말콤과 덩치는 그것이 정말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계기를 통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수치들을 번갈아 확인하는 말콤과 덩치.
그리고 그들 중에서 덩치가 먼저 말한다.
“라이프 수치 안정. 자아 회복도 83%... 이정도 회복률이라면?”
말콤박사가 반가움을 누르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는 인간이라고 불러도 되겠지.”
그 얘기를 듣자 덩치도 감개무량한 얼굴이 되었다.
아마 표정을 보면 그런 얘기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것 같다.
마치 식물인간이었던 사람이 의식을 찾은 것을 보고 기뻐하듯이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살펴보며 자신의 감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덩치는 말했다.
“그동안엔 정말 뭘 해도 돌아오지 않았는데...”
“그만큼 이 친구에겐 게임이란 게 큰 비중을 차지했던 거지”
“그런데 정신이 돌아와도 자신에 대해선 별말이 없군요...”
그때 지옥테란이 몸을 들썩 거리는 것을 말콤이 발견했다.
그리고 한 팔로 자신의 얼굴에 해당하는 머리받침대를 매만졌다.
그러나 말콤박사가 그런 지옥테란을 보고 재빨리 의중을 파악하고 키보드를 가리켰다.
그제야 지옥테란은 앞의 키보드를 발견하고 그것을 타이프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외모적으로는 결코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는 지옥테란이었다.
그러나 그가 키보드로 적은 문장은 그동안의 지옥테란이 보여준 것과는 달랐다.
<나를 깨운 건 당신?>
그러면서 지옥테란은 등받이 상반신을 조금 돌려 말콤쪽을 바라보았다.
말콤박사는 그 모습에 속으로는 놀라웠지만 침착하게 질문에만 답했다.
“아니. 게임에서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당신을 깨운 거야.”
지옥테란은 되물었다.
<그러면 게임을 더 하면 내가 더 깨어날 수 있나?>
“아마도.”
그렇게 두 사람은 계속해서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마지막 7set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말콤박사는 지금의 상황.
게임의 상태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옥테란은 방금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마치 방금까진 눈을 뜨고 꿈을 꾸고 있었던 것과 같이 자아는 없었지만,
분명 그것을 경험한 기억을 남기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말콤과 지옥테란은 여러 가지 게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임건호가 어떻게 자신의 약점을 알고 그것을 찔렀으며 어떻게 이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정보를 교환했다.
그리고 지옥테란은 말했다.
<그 임건호라는 소년은 게임을 잘하는 친구로군.>
그 대목에 이르자 말콤박사는 의무감을 지닌 얼굴로 지옥테란에게 말했다.
“혹시 게임전 시간이 된다면 그 친구에게 자네에 대해서 물어 보게.”
<......>
“그 친구가 나보다는 자네를 잘 알고 있을 거니까.”
그 말을 들은 지옥테란은 몸을 약간 기울이며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얼굴도 없고 표정도 없었지만 그냥 무생물과는 다른 확실한 인간의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로서 게임의 양상은 이전과는 달라진다.
----
그러나 임건호 쪽 덕아웃
지옥테란의 자아 회복에 대해서 반기는 말콤박사의 진영과는 달리 임건호 쪽은 입장이 달랐다.
그들은 놀라움과 동시를 우려를 보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를 패배할 경우에 나타날 참혹한 현실에 대해서 고민해야할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특히 아마트라의 말을 통해서 드러났다.
“능력치 측정기의 수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겠지만,
상대도 인간이라면 너와 같은 방식으로 해석된다고 봐야 할 거다.
어쨌든 컨트롤이나 생산력은 말할 것도 없고 게임내 잠재력이나 다른 부분을 모두 합해서 그는 너보다 강력하다.”
아마트라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골자는 자아를 찾은 지옥테란은 지금까지의 모든 상대와 다르다는 것이다.
게임 내적인 전략성 컨트롤 모두가 건호가 가진 것을 상회하고 있다.
방금 전까지 싸운 지옥테란을 포함하여 이전 상대들은 모두 게임성을 두고 볼 때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게임 능력에 약점이란 존재하지 않는 더 강한 상대와 싸워야 한다.
아마트라는 건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거냐?”
아마트라는 참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질문을 했다.
경기에 대해서, 이제는 지옥테란과 자신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과연 지옥테란을 이길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해서,
하지만 그런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질문에도 건호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단 한가지만을 답했다.
“이제 카르마 앞에 두 명의 인간이 있어.”
“......”
“확률은 더 높아진다.”
하지만 문제는 무엇인가하면 건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아마트라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트라는 그것에 대해서 다그쳐 묻기를 포기했다.
이제는 그런 궁금증을 즐기게 되었다. 건호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스포일러 없이 경험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마트라가 그렇게 마음을 먹자 이번엔 건호가 힌트를 주는 것이었다.
건호는 아마트라를 보고 힐끗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있어. 혹시 악마를 그만둘 생각은 없어?”
“뭐”
“그냥 이제부터는 악마를 그만 둘 생각이 없느냐고...”
“너...”
아마트라는 언젠가 자신이 건호에게 말했던 것처럼 건호가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트라는 자신의 생각보다 건호가 더 말도 안 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아마트라로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건호가 이어서 말했다.
“구태여 이유를 대자면, 아마트라 형한테는 악마가 어울리지 않으니까.”
처음엔 주종관계 비슷한 것으로 묶여 있던 두 사람. 하지만 수많은 고생을 치르며 그것을 뛰어넘었다.
아마트라 역시 악마로서 그동안 많은 일을 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자신이 악마로서는 자각이 부족하다는 것을 항상 생각했고 특히 임건호를 만나며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아마트라는 아무 말도 못하고 피식 웃고 있었고 그렇게 두 사람에게 작은 어색함이 지나갈 무렵,
진행요원이 얘기했다.
“시간 됐습니다. 착석해주세요.”
건호 역시 아마트라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이며 경기석으로 이동했다.
----
같은 시간
카르마 앞에 선 두 명의 인간. 그러나 또 한명의 인간이 여기 있었다.
그 인간의 이름은 바로 아나이스.
혼자인 아나이스는 계속해서 대기실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 전 전에 대기실에서 건호와 많은 비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이야기에 따라서 아주 충실히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신이여...’
그녀는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이 없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성경문구를 운운하며 신에 대해서 언급을 했었고
결국 지금 신의 존재자체를 진지하게 인정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에게 기도를 하고 있다.
악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신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 생각도 역시 아니다. 단지 그녀는 마치 습관처럼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
그리고 지금 그녀는 뭔가 기억해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저주를 받아 어떻게 기억이 사라졌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기억이 어떻게 돌아오게 되고 왜 돌아오게 되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뭔가 기억해내며 깨달은 것을 혼자서 중얼거린다.
“난...난... 건호를 만났었어.”
그녀는 스스로 놀라움에 몸을 떨고 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확실히 기억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마치 어떤 시점이 되면 모든 기억이 다 돌아올 것을 정해놓기라도 한 듯이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오늘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 모든 기억이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모든 일이 예정이라도 되어 있었던 것처럼 오늘. 그리고 마지막 경기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깨달은 것 또 한 가지를 조용히 말한다.
“하지만 건호는 날 만나지 못했어...”
갑자기 그녀에게 슬픔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기도하는 것.
인간으로서 건호의 승리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다. 지금 그녀가 할 일이라고는 그것밖에 없다.
그것이 그녀를 슬프게 하는 일이 될지라도 그녀는 지금 건호의 승리를 위해서 기도를 해야 하는 것을 안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직 알 수 없는 기억의 마지막 블랙박스를 생각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다르잖아>
언젠가 꿈속에서 건호를 닮은 사람이 아나이스에게 한 말이었다.
이제부터 그녀는 서서히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깨달아가기 시작한다.
----
건호는 게임석에 착석하였다. 이미 상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salesman terran
아직은 완벽한 세일즈맨테란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아직 그는 지옥테란이다.
하지만 세일즈맨테란의 기억을 찾아가고 있는 지옥테란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예전에 그를 지옥테란으로 부를 때의 뉘앙스가 ‘지옥 그 자체인 테란’ 이라는 것이었다면,
건호가 지금 지옥테란을 부르는 뉘앙스는 다르다.
‘억울하게 지옥에 감금되었고 이제는 지옥을 탈출하고자 노력하는 테란’이다.
적어도 건호의 입장에서 지옥테란은 오랜 시간 동안을 ‘고통의 순례자’로 지내야 했던
세일즈맨테란의 또 하나의 이름이 될 수 있었다.
적어도 건호가 바라는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그런 고통을 끝내게 되기 전까지 그는 여전히 지옥테란일 것이다.
그런 지옥테란이 건호에게 채팅으로 말을 걸었다.
<나를 알고 있나? 난 누군가?>
건호는 감격하였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지금 상대에게 말해줄 것이 없었다.
지금은 그것보다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므로 건호는 그것에 대해서 말했다.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는 승부에 집중해야 합니다.
절대로 끝까지 지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게임을 하는 것 그게 중요해요.>
라고 건호는 채팅 메세지를 보냈다. 한동안 대답이 없다가 지옥테란은 물어왔다.
<왜?>
<그래야 합니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서 싸워야 합니다.>
<......>
건호도 속시원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채팅창에 그 중요한 내용을 적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건호는 그것과 똑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말을 적는다.
<그리고 참고로 하나 말할게요. 난 옛날에 님에게 한 번도 지지 않았어요. 지금도 역시 내가 이길 겁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지옥테란이 침묵을 흘러 보냈다. 그리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까 꼭 이기고 싶어졌어.>
그렇게 두 사람의 대결은 성사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채팅으로 문자 도배를 하면서 ‘키보드배틀’을 시작했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지옥테란과 건호는 서로서로 숫자가 들어간 복잡한 문자를 타이프하면서 대결한다.
그러면서 건호는 깜짝 놀랐다. 상대의 손이 신급 컨트롤에서 인간급 컨트롤로 내려왔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지옥테란이 복잡한 문자를 찍어내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것은 초인급 컨트롤 이었다.
건호가 그렇게 지옥테란의 경이로운 손빠르기에 놀라고 있을 무렵 중계진의 리드멘트가 들려왔다.
“이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승부입니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경기 7set Destiny 시작합니다!!!”
관중들이 함성이 들리고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5...4...3...2...1
지옥테란 테란 선택. 임건호 프로토스 선택.
----
7번째 경기맵 Destiny
일반 맵과 달리 로딩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그것은 건호가 사용하는 컴퓨터와 지옥테란이 사용하는 컴퓨터가 카르마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구동되는 일종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건호와 지옥테란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카르마에 연결되어 있고
두 사람이 소원을 입력한 컴퓨터가 바로 지금 두 사람이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컴퓨터이다.
“카르마가 내린 최후의 전장은 과연 어떻게 생겼습니까?!”
카르마는 매경기 플레이어의 승패와 스코어를 판단한다.
카르마는 결승전의 두 플레이어의 승패를 관전하고 승패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 스스로 7경기 맵을 세팅한다.
그리고 그 맵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승부를 결정짓고 그 결과를 통해서 양 플레이어의 승패를 판단한다.
그렇게 승패를 판단한 후, 해당 플레이어가 사전에 입력한 소원을 받아서 그것을 이루어주는 것이다.
“과연 누가 자신의 소원을 카르마에 업로드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로딩화면이 끝나고 화면이 열렸다.
----
건호는 재빨리 일군을 나눴다. 건호의 눈에 보이는 카르마는 평범해 보였다.
미니맵의 사이즈를 보면 가장 흔한 128*128의 맵이었다. 본진의 미네랄은 8덩이. 그리고 1개의 가스.
그리고 건호가 걸린 스타팅은 일반적으로 6시라고 불리는 곳에 가까웠다.
정확히는 5시반지역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맵타일을 보면 정글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본진의 지형이 high-dirt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스타팅 포인트는 아마도 언덕 지형에 존재하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별다른 특징은 안보이네...’
스타팅 포인트가 맵의 중간이나 다소 엉뚱한 곳에 있지 않고 가지런히 맵의 사이드에 해당하는 6시에 있는 것도
이 맵의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건호는 8파일런 서치를 보낸다.
하지만 건호는 보다 효율적으로 정찰을 하고 싶었다. 생각한다.
이맵의 안정성을 감안함에 있어서 상대의 위치를 짐작하는 것이다.
자신의 위치가 6시 그렇다면 아마도 상대의 위치는
그에 대칭을 이루는 곳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카르마가 만들어낸 이 맵은 정성들여 만들어낸 최후의 전장이니까.
‘12시로 보낸다.’
건호는 파일런을 지은 일꾼을 곧장 12시로 보냈고 다른 일꾼 하나를 더 빼서 본진 근처의 지형을 탐색했다.
과연 본진은 언덕 위에 있었고 일반적인 크기의 언덕 입구1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건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앞마당 멀티와 제2멀티.
하지만 이상하게도 앞마당 멀티라고 할 만한 것을 찾기가 어려웠다.
보통 스타크래프트 맵에서 이제 앞마당 멀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면 이제 게임 자체가 성립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맵에선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건호는 생각했다.
‘앞마당 멀티가 없다면 프로토스가 유리하다.’
건호는 북쪽으로 보낸 첫 번째 정찰 프로브를 열심히 주시했다.
정찰프로브는 별다른 장애물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넓은 센터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리고 맵의 중앙 지역에 가까워지자 맵에 거대한 글자가 차례로 적혀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F-4
F-3
F-2
F-1
F-0
F-!
F-2
F-3
F-4
건호는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며 위의 거대한 글자가 땅에 인공적으로 쓰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F-0이란 글자가 적혀진 곳은 살짝 높은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이즈는 약간 일반적인 본진의 1/2크기 정도. 그리고 그것은 이른바 스타크래프의 확장 언덕으로 이루어진 고지였다.
눈치를 보건데 이곳은 맵의 정중앙이라고 생각되었으며
아마 이곳을 통과해야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지나갈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건호는 그때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후에 테란이 저 고지를 선점하면 골치가 아플 수도 있겠다.’
건호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실제로 바로 그 F-0라는 지형은 이 맵에서 가장 중요한 지형이었다.
그런데 건호는 그 지형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할 찬스를 잃었다.
게임을 시작한 지금 현재 더 중요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찾았다. 상대 본진.’
바로 12시에 지옥테란의 본진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건호는 생각보다 빨리 상대의 본진을 발견한 이득을 그대로 가져갔다.
건호는 아주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호는 단지 상대 본진을 일찍 발견한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되었고 그래서 그 즉시 그 전략을 실행하였다.
“아 임건호 선수 가스러시 성공합니다!”
“아아 지옥테란 막지 못했네요.”
약간 아슬아슬했지만 가스러시에 성공했다.
지옥테란의 손속도는 컴퓨터 플레이 신급 컨트롤 시절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인간적으로 변해 버렸다고 건호는 생각했다.
----
일반적으로 가스러시를 당하면 테란의 테크가 매우 느려진다. 수세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맵의 경우엔 그렇게 된다면 테란이 더욱 불리해진다.
왜냐하면 수세적으로 웅크리며 가져갈 앞마당에 멀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세적인 입장을 취해서 가져갈 이득이 전혀 없는 것이다.
가스러시를 당한 테란 자신은 멀티를 못하고 상대 멀티를 견제할 수단이 늦는 반면 프로토스는 타지역에 멀티를 할 수 있다.
지금 건호의 2번째 정찰 프로브가 그것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건호는 상대의 입구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임건호 선수 첫 번째 드라군 입구를 두드립니다.”
지옥테란은 가스러시를 당했지만 고전 메카닉테란처럼 입구를 막고 플레이했기 때문에
오히려 드라군에 러시에 대한 방어는 괜찮았다. 아니 괜찮아야 했다. 현실이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위태위태해 보이는군요.”
“마린! SCV와 엉키더니 잡혔습니다.”
“이런....!!!”
상대는 생각보다 당황한 모양인지 수비가 좋지 못했다.
의외로 마린이 치고 빠지는 컨트롤이 좋지 못해서 첫 번째 마린이 잡힌 것이었다.
그래서 러시거리가 꽤 먼 편인데 지옥테란은 수세적으로 플레이하게 되었다.
사실 건호는 처음엔 너무 공격적으로 할 생각은 없었다.
드라군으로 정말 적당히만 괴롭히고 멀티를 가져가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성과를 내자 상대의 마린을 더 잡아내고 두드려도 좋을 것 같았다.
건호는 전방의 드라군 컨트롤에 더 집중했다.
“임건호 선수 드라군 입구를 두드립니다.”
“과연 지옥테란 방어가 괜찮을까요?”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계속해서 드라군으로 밀고 당기기를 했다. 상대의 추가 마린을 잡거나 일꾼을 잡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다른 성과를 얻어냈다. 상대가 입구 뒤에 벙커를 짓은 것이었다. 그건 분명히 좀 오버였다.
아무리 느려도 곧 탱크가 나오면 방어가 가능할 텐데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건가?
역시 건호의 컨트롤이 좋았고 상대의 거기에 두려움을 느꼈던 것일까?
아무튼 상대가 벙커를 지었으니 그만큼 자원이 소모된 것이고 테크는 더 느려질 것이다.
건호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어냈다고 생각해서 흡족했다.
“어쨌든 지옥테란은 방어가 이제 완벽합니다. 이제 임건호 선수는 어떻게 할까요?”
“두고 봐야죠.”
“자 이제 보죠.”
물론 중계진의 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건호는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우선 상대의 정찰 SCV가 아직도 건호의 본진에 도착하지 않았다.
건호처럼 도박적으로 대칭지역을 찍어서 보낸 게 아니라면 여기저기 스타팅을 1시부터 돌거나 하면서 헤맬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간까지 건호 자신의 본진에 도착하지 않은 것은 확실히 이상했다. 그때였다.
두드드드드드
‘!’
상대 본진 지역, 지옥테란이 방어 벙커에서 마린을 갑자기 뽑아서 드라군을 일점사하고 다시 언덕으로 올라갔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건호가 어택 반응을 보고 재빨리 맞는 드라군을 빼지 않았으면 HP가 낮은 드라군은 죽을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이제껏 지옥테란은 가스러시와 드라군 견제에 시달리던 때의 모습과 달리 이번엔 매우 [절도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두드드드드드드드드드
계속해서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사실 게임에서 서로 다른 곳에서 아주 약간의 시차를 두고 어택을 당하게 되면 두 번째 어택 메시지는 미니맵에 그래픽으로만 표시된다.
지금 건호의 상황이 그랬다. 마린의 총소리가 들리는 것은 바로
“임건호 선수 본진 프로브 당합니다....”
“반응이 늦었습니다!”
“지옥테란이 앞에 전진한 드라군을 살짝 때리면서 이걸 유도했어요.”
두드드드드드드드드드
건호의 본진엔 전진 배럭스가 건설되어 있었고 몇 마리의 마린이 프로브를 털고 있었다.
동시에 SCV가 미네랄 뒤에서 벙커를 건설하고 있는 것도 보였다. 마린이 5마리....
그리고 또 한마리 추가되어 6마리...
건호는 몰래 전진배럭스 전략에 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건호는 또 한 마리의 SCV가 건호의 본진으로 기어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추가 정찰 SCV일 것이다.
----
“아 임건호 선수 자원을 채취하지 못합니다.”
“드라군 사업이 곧 완료되겠지만. 상대 입구 앞에 나간 드라군까지 모두 불러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이미 죽은 프로브도 문제지만 지금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빨리 밀어내야 해요”
“러시거리가 있으니 드라군이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리네요.”
드라군은 뒤뚱뒤뚱 회군 시키며 건호는 이 열불 나는 상황에 대해서 찬찬히 추론해 보았다.
‘우선’
지옥테란 역시 건호와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상대의 본진이 대칭지역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 말이다.
그런데 차이가 있었다. 그건 2가지다. 지옥테란은 일꾼을 건호보다 훨씬 일찍 정찰 보냈다.
아마 5번째 일꾼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후에 다른 일꾼으로는 자신의 본진을 둘러보면서 본진이 생긴 모습을 관찰했을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로 정찰을 떠난 일꾼은 대칭에 스타팅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건호의 본진에 숨어들어 테두리를 타고 들어와
미네랄 량만 클릭하고 나서 상대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그 후에 본진의 구석에 숨김 배럭스를 지은 것이다. 프로브의 시야는 SCV보다 1이 길다.
하지만 SCV가 프로브가 일하는 미네랄의 반대편에서 서서 미네랄량을 살핀다면 프로브의 시야에 걸리지 않고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부분에선 지옥테란이 매우 세심하게 플레이했죠.”
“자신의 본진을 정찰하고 나서 대칭형이라면 이런 몰래 정찰이 가능하다고 판단을 한 거죠.”
그리고 후에 지옥테란은 전진배럭스 전략을 택한다.
그러면서 상대에게 가스러시를 아슬아슬하게 허용하고
이어 건호가 자신의 본진에 신경을 잘 쓰지 못하도록 일부러 어설픈 컨트롤을 보여주면서 상대가 드라군 컨트롤을 열심히 하도록 유도한다.
건호는 상대가 첫 번째 마린을 일부러 던져준 것도 모르고 신이 나서 드라군 컨트롤에 집중한다.
하지만 상대는 슬쩍 밀리는 듯한 액션을 보이면서도 결정적으로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그리고 막는 게 무섭다는 식으로 입구에 벙커를 짓는다.
사실 그건 본진에는 상대 본진에 전진 배럭스를 했기 때문에 본진엔 팩토리가 없는 이유로
안정적인 방어를 위해서 벙커를 지은 것뿐인데 그것을 건호는 잘못 해석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플레이의 절정은 본진에서 마린이 달려들기 직전이었다.
“지옥테란의 심리전이 대단했죠. 상대의 반응 속도의 사각을 만드는 것.”
지옥테란이 건호의 본진에서 마린이 프로브를 털기 공격하기 아주 조금 전에.
전방에서 대치하는 드라군을 마린으로 한번 때려주었다.
그 잠깐의 두드림으로 인해서 본진을 더 늦게 보게 되었고 건호는 일꾼을 더 많이 잡힌 것이다.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지옥테란은 정말 달라졌다.
‘정말 치사한 플레이군.’
건호는 이를 악물면서 지옥테란의 마린병력을 밀어내었다.
지옥테란은 역러시의 힘이 약해지도록 이번에 드라군을 강제어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건호는 그 모습에 다시 분노하면서 이 승부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승부보다 고달플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다짐했다. 절대로 지지 않겠다고
----
“밀어내긴 했습니다만. 임건호 선수 다음에 뭘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군요.”
“그렇죠. 뭔가 빨리 결정을 해야죠.”
건호는 자신이 뭘해야할지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것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본진에서 지옥테란의 병력을 밀어냈다.
일꾼도 많이 잡혔고 문제가 많았지만 건호는 아직 지지 않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맵엔 앞마당 멀티가 없다. 상대도 테크가 늦어서 당분간 나오지 못한다.
그러면 건호는 그동안 다른 지역에 멀티를 하면서 본진을 추스르면 결국 불리하더라도 어영부영 차이가 줄어들게 된다.
테란은 프로토스에 비해서 먼 곳에 멀티를 하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지옥테란의 전략은 괜찮았어도 맵의 특성에 맞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임건호 선수 멀티를 찾지 못하고 있나요?”
“아마도 그런 것 같군요.”
“설마....”
중게진 역시 맵의 모습을 모른다. 선수들과 함께 추정해 보는 것 뿐이다.
건호는 상대 본진에 보냈다가 죽은 프로브 외에 자신의 본진 근처를 정찰했던 2번째 프로브로 이맵의 추가 멀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건호는 조바심이 나서 또하나의 프로브를 빼서 정찰을 보냈다. 없는 살림에 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이기려면 멀티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승산이 없다.
하지만 건호는 거의 맵의 전지역이 다 밝혔진 것을 보았고 이 맵이 그게 남과 북으로 나뉜 맵이라는 것도 발견했다.
특히 F-0라는 지역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은 대치를 할 수 있는 구도로 맵이 짜여져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건호는 발견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애타게 찾고 있는 것. 멀티.
건호는 설마 아니겠지 생각했지만, 섬멀티로 여겨지는 지형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혹시 이 맵 노멀티 맵?’
건호는 간담이 서늘해져 왔다.
처음에 이 맵에 앞마당 멀티가 없는 것을 보고 건호는 좋아했다.
아무래도 프로토스가 테란보다 먼 곳에 멀티가 있으면 그것을 가져가기 편하니까.
그런데 아예 멀티가 없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프로토스가 확장을 안 하고 테란을 이길 수 있나?’
건호는 갑자기 큰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죽어버린 일꾼 프로브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자원이 된다.
그냥 삭제되어 사라지는 자원인 것이다. 그렇게 건호는 초반에 크게 일꾼 피해를 받았다.
그래서 불리해졌다.
‘근데 정말 불리한가?’
하지만 상대로 결국 그만큼의 돈이 날아갔는데 그래서 가져간 이익이 뭐가 있을까?
초반에 자원을 많이 가져갔으니 더 빠른 전진? 안 된다. 결국 테크가 느리니까. 못나온다.
그러면 앞마당 멀티를 해야 하는데 이맵엔 앞마당이 없다. 그럼 이런 맵에서 상대의 플레이는 결국 이익인가? 불이익인가?
그리고 건호는 결론을 내렸다.
‘한 번도 그런 게임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모른다.’
맞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그런 경우 뭐가 더 옳은 것인지 판단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동안 스타크래프트의 선구자들은 그런 패러다임에서 옳은 판단을 맨먼저 보여준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어떤 선구자도 노멀티 맵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알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건호가 고민을 하면서 마법유닛 조합을 통해서 자원을 넘어서는 공격력을 가지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화실표?’
건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