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래 제가 쓴 후기들을 보면 항상 회사와 대표부터 디스하는데 이번 팬콘서트는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놀랍게도 말이죠 크크 굳이 트집을 잡자면 밴드 라이브가 아니였다는 점 정도일텐데... 다른팀들 팬콘서트 한거 보면 셋리스트가 10곡 남짓이던데 얘네들 22곡이나 불렀거든요. 원래 계획할 때는 그냥 좀 큰데서 좀 더 오래 하는 팬미팅 정도로 회사가 기획했는데 멤버들이 회의하면서 셋리스트를 늘린게 아닌가 싶어서 이것도 정황상 회사를 디스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거든요.
예 좋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크크크
2. 아무래도 다섯명이서는 처음 하는 공연이다보니 안무 동선이랑 파트 분배 같은데서 수정이 필요했고, 이 지점이 다시 지휘 체계가 바뀐 IST의 역량을 체크해볼 수 있지 싶었는데 믿기지 않지만 잘 했습니다.
특히 덤더럼 도입부나 Mr. Chu 초롱 파트 같은 경우가 제일 궁금했는데 후자는 어차피 이제 콘서트에서밖에 부를 일 없는 곡답게 팬서비스 확실하게 바꿔놨더라고요.
솔로무대 포함 22곡에 달하는 셋리스트들도 배치가 좋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무관중으로 음방을 뛰어야했던 딜레마-덤더럼으로 시작해, 바로 이어서 팀의 아이덴티티 그 잡채 U You로 이어지는 오프닝 무대 그 이후 이어진 이제는 자기들 곡으로 소화 가능한 개인 무대들로 전반부를 채웠습니다. 가장 놀란 개인 무대는 이거였습니다.
바쁘신 분들은 3분쯤부터 보시면 제가 현장에서 놀란 장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15초 가까이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다니 이제 단순 고음만으로는 팬들이 놀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버린 것 같습니다 크크
이후로도 에이핑크표 3연타 노츄럽 붙여부른 것도 좋았고, 그 사이 사이 적절하게 이번 앨범 노래들 끼워넣은 것도 좋았습니다.
팬콘서트라는 이름 붙인거에 비해 팬송은 거의 안 불렀는데, 아마 Candy랑 너의 모든 순간을 사랑해, 나만 알면 돼 딱 세곡 불렀을겁니다.
그럼에도 그닥 아쉽지 않았던 건 그 팬송이 주는 울림을 멤버들이 멘트로 채워줬습니다.
무대 중간 중간에도 뿌듯함과 기특함, 고마움을 모두 담아 객석을 바라보는 눈빛과 함께 말이죠.
물론 저랑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제 동생보다도 어린 오하빵씨가 그럴 땐 살짝 만감이 교차하긴 했는데 흠흠...
어쨌든 너무 좋았습니다.
3. 은지 솔로 콘서트를 가면 앵콜곡에 고정이 되어있는 소녀의 소년이라는 곡이 있는데요.
완전체 콘서트에도 그런 곡이 생긴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판데믹 겪기 전 마지막 콘서트였던 Welcome to Pink World에서 공개한 샤이닝 스타 한국어 버전은 당분간은 앵콜곡에 고정이 되어있지 싶습니다.
노래 자체도 앵콜에 최적화 되어있는데다 한국어 가사도 진짜 좋아요.
에이핑크 일본곡 중 딱 세곡은 일본어알못임에도 주기적으로 챙겨 듣습니다. 그 중 한곡이 이 곡이죠.
다른 두 곡 중 한 곡은 이번 투어 일본에서는 불렀는데 기대해봅니다.
아 진짜 이 곡이나 다른 한곡인 오리온은 한국어버전 녹음이 안 되어있다고 쳐도 샤이닝 스타는 녹음까지 해놓고 음원조차 공개 안 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궁금하긴 합니다.
아 설마 12주년 팬송은 앨범에 실어 19일에 낼거 없으니 그 때 내려고 아껴둔...아 그럴 리가 없는 놈들이지 제가 또 괜한 기대를...
여튼 샤이닝 스타 음원 좀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새로 녹음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녹음 된 것만 풀라고 좀...
4. 코로나 시기 동안 팀에 많은 일들이 있었죠.
이번 팬콘서트 Pink Drive는 그 많은 일들을 겪으며 버텨온 멤버들과 판다들이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는 자리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음방은 1주일만 돌았지만, 오늘도 컨텐츠가 올라와있고 뭐 많이 찍어놨다고 하더라고요.
라디오는 콘서트 하는 주도 꽤 돌았는데 그 중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후배 걸그룹과 같이 타게 됐는데 그 친구들 보면서 보미가 육성으로 '아이고 귀여워라'했다더라고요.
처음엔 빵 터졌다가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 싶어서 여러 감정이 드는 일화였는데, 이번 공연 보면서 왜 그랬는지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사실 팀이 어디까지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이런 고민들이 주는 압박감은 팬들도 받겠지만 당연히 멤버들은 훨씬 더 크게 받을 수 밖에 없죠.
그런 고민을 지난 3년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잘 느껴짐과 동시에 어느 정도 자신들의 결론을 내린 것 같다는 인상도 같이 받을 수 있어서 안심했습니다.
콘서트 마지막 인사가 '지금까지 에이핑크였습니다.'에서 제목에도 인용한 '앞으로도 에이핑크였습니다.'로 바뀐 것도 그 증거겠죠.
그걸로도 모자라서 팬들에게까지 약속을 받아내는 노련미까지 돋보이는 마무리였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곡이 제가 그토록 좋아하는 '네가 손짓해주면'이 아닌 이 곡인 것도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직 한국콘 고마워 직캠은 없어서 지극히 주관적으로 전 세계에서 양갈래가 가장 잘 어울리는 30대 윤보미 홍콩 직캠으로 대체합니다.
멤버들은 결론을 내렸으니 뭐 팬인 저도 그저 응원할 뿐입니다.
그러니깐 멤버들 말대로 올해내로 밴드 라이브로 진짜 찐하게 한번 콘서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만한 역량도 시간이 흘러 갖췄고, 팬덤도 시간이 흘렀지만 유지되고 있는 13년차 걸그룹답게 말이죠.
그리고 원래 에이핑크 콘서트의 백미는 밴드 라이브로 듣는 발라드 넘버들에다 끼얹는 네가 손짓해주면 아니겠습니까?
그런고로 이 글은 이 직캠으로 닫아봅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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