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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6/18 05:36:17
Name 해원
Subject 난 너의 팬이야
이 제목은 러브풀님의 글 제목 중 하나입니다
^^; 참 마지막에 무언가를 남기는 그런 글이었지요
그 글에 나오는  러브러브-_-와는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온게임넷 게시판에는 참 별별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독 몇몇이 그 게시판을 주름잡고 있는데
그 중에 저그매니아로 추정되는 어떤 소년이 있습니다
그는 늘 말도 안되는 -_-+ 얘기로 저그만을 침튀기게 칭찬하고 저그유저만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그의 글은 저에게 있어서 유머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보고 있으면 재미있기도 하고
푸핫~ 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하더군요
그 소년은 말도 안되게 다른 종족 유저들을 깎아내리기 일쑤라
그가 글을 올리는 것은 테란매니아들 또는 프로토스 매니아들과 싸움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6월 10일 늦은 밤.. 그 소년이 또 글을 올렸습니다
그날은 강도경선수가 듀얼토너먼트에서 탈락한 날이었지요

[대마왕님 힘내세요
제가 보약이라도 한 첩 지어 올릴까요?
저는 다른 백 명의 저그유저들이 잘해도
대마왕님이 부진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부디 힘내서 저그의 위대함을 다시 알려주세요]


대충 이런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거참...
그 날 올라온 글은 강도경선수의 부진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강도경선수까페는 제외입니다)
이 글을 보면서 저는 평소처럼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방금 전 저는 그에 부진에 대한 분노를 겨우 삭혀가며
조금은 지나친 비판조의 글에 동의글을 쓰고 왔었기때문입니다
스타관련 게시판에 가득 메운 것은 강도경선수의 부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습니다
그를 감싸주는 단하나의 글은 바로 그 소년의 것이었습니다
그 글은 지금 삭제되고 없습니다
그 때 게시판 운영자님께서 글을 지웠었는데
다른 글들이야 지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 글까지 지웠는지 의문입니다
  

연애에 실패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 좋아하는 마음 그것이면 다 될 줄 알았어..."

진정 그를 위한다면 현명한 사랑을 해야하겠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지금 위로를 해야하는지 충고를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겠지요
하지만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런 나의 어리석음은 그를 보며 느끼는 감정들로부터 피어오릅니다
그의 승리에 끝없는 기쁨 환희
그의 패배에 불타오르는 분노 아쉬움
그 모든 것이 현명한 팬이 되려하는 저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한 까페에 글을 적었습니다
믿음? 질책? 격려 무엇을 선택해야하는가 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매듭지은 그 글에
어떤 분께서 리플을 달아주셨더군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솔직함을 지니신 분이군요
그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멋진것이라고 생각해요]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른 채 헤매는 저에게 이 리플은 참 고마운 것이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진심어린 응원뿐
이런 단촐한 결론에 도달한 저에게 그 말은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골치아픈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생각해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가끔은 나도 xxx짱! 이라고 외치면서
막무가내로 그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누가 황제야
아니야 누가 황제야
라고 싸우는 어린아이들의 모습도 가끔은 부럽습니다 (가끔입니다 -_-+ 아주 가끔!)

맹목적인 사랑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라고 능숙하게 말할 수 있는
꽤 머리가 굵어진 나에게 철없는 사랑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러이러하므로 내가 그를 응원하고 있고
이러이러하므로 내가 그의 승리를 점치고 있으며
이러이러하므로 나는 그가 좀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라고 복잡하게 생각을 하고
횡설수설 장황하게 나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실 나는 그가 이기는 것을 보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것을 멋지게 포장하여 떠들어 대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그에 대한 믿음과 애정은
알고보면 아주 초라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때 내가 좋아하던 한 게이머의 패배 앞에서
내가 실망감에 휩싸여 쉽게 그의 노력을 업수이 여겼을 때
그를 감싸주던 것은 내가 평소 웃어넘기던
그 소년의 글

나는 어떤 팬이되어야 할까요?  


사랑은 진화합니다
나의 이 보잘것 없는 사랑도 2000년부터 시작하였으니
꽤 철이 들 법도 합니다

사랑은 참 신비한 것입니다
그 사람의 미소 하나에
또는 예쁜 얼굴 하나로부터 ,,,
작고 사소한 것으로 시작되지만
나중에는 모든 것을 감싸는 위대한 존재로 발돋움 하지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그렇게 커가고 있는 내 사랑의 증거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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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토끼
03/06/18 08:06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그러므로...

예쁜 미소의 서지수님, 사랑합니다. 나의 사랑을 받아조~(-_-;;욕들어 먹겠다. 텨텨텨~)
PenguinToss
03/06/18 08:31
수정 아이콘
^^; 공감하긴 합니다.. 그러나..

역시.. 너무 게시판을 어지럽히는 초등학생들은.. 못 봐 주겠다는 생각이.. ^^; (온겜넷 게시판도 아니고.. )

삭제된 게시물에 가서 한 번 읽어봐야 겠군요..
후크의바람
03/06/18 09:07
수정 아이콘
전 게시물 제목보고 "어 이거 러브풀님 글제목인데?" 이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맞군요^-^
기다림...그리
03/06/18 11:46
수정 아이콘
당당하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걸 표현할수 있다는건..... 나이가 먹어갈
수록 힘들어지는일 같습니다 왜 그런지는 알수없지만요..........
03/06/18 14:00
수정 아이콘
윽 밤에 쓰다보니 감성1000%로 썼네요 -_-+ 왜 썼는지 ㅠ_ㅠ 밤이 되면 사춘기적으로 돌아가는 기분입니다... 펭귄토스님.. 온게임넷게시판에도 삭제물게시판이 있나요? ;; 그 저그매니아는 온게임넷게시판죽돌이랍니다 ^^ 늙으면..헛.. 아니 나이가 들수록 왠지 성격이 배배꼬인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좋아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 왜그런지.. 저도 궁금합니다 그리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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