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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1/16 22:10:48
Name 귀여운호랑이
Subject [잡담]선거를 준비하면서. . . .
얼마후면 저희 학교에서 총학생회장 선거가 있습니다. 평소 학교에서 하는 이런 선거에
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어느새 제가 그 선거의 한 모퉁이에 서 있군요.

저희 학교는 아주 오랫동안 하나의 특정계열에서 총학생회를 맡고 있었습니다. 거의 6년
정도 대부분 단독 후보로 찬반투표만 했었죠. 사실 저는 그동안 그런거에는 관심도 없었습
니다. 신입생때는 놀기 바빴고, 군대 갔다와서는 제 코가 석자라 신경쓸 겨를이 없었죠. 그
런데 차츰차츰 지금의 학생회가 하는 사업이 영 이상하다고 생각되더군요.(어떤 점이 그
런지는 자칫 논쟁거리가 될 수 있기에 적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학교 게시판에다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학생회가 어떤 점이 잘못되었고 이렇게 고쳐야 하지 않겠
는가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상당히 많더군
요. 물론 모두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지요. 그렇게 모두 각자 학생회에 대해 비판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런 사람들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냥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친목 형식으로 모였는데 그렇게 사람이 모이
고 조직이 생기니 이렇게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한 번 선거에 나가서 우리 스스로 개
혁을 해보는게 어떻겠느냐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런데 그게 가시밭길의 시작이군요
ㅠ.ㅠ

대학교 선거.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네요. 어쩌면 혼탁한 정치판의 모습 그대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적대적인 대립, 상호비방, 어떻게든 서로의 약점을 잡아내려는 노
력. . . . 그저 대학생들간의 깨끗한 선거를 생각했던 제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습니다.

참 힘이 듭니다. 그런 어지러운 모습도 그렇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우리의 힘이 너무 약
하다는 겁니다. 10명 남짓한 인원. . . 자금은 거의 말할 것도 없고. 전 학생회 선거에 그렇
게나 많은 인원과 그렇게나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건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10명
남짓한 사람들끼리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거의 매일 밤새워 일 해야하니 요즘 저희 모습
(저는 좀 게을러서 일은 제대로 않으면서 먹을거 다 먹고 잘 거 다 잡니다--;;)은 완전 거
지입니다.

저희가 이기든 지든 빨리 선거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선거 한달만 하면 아마 우리 회원
들 다 쓰러져 죽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안타까운건 흐려진 정치권의 모습을 닮아버
린 대학교 선거의 모습입니다. 돈이 없어도, 도와주는 사람이 적어도, 능력있고 열심히 하
할 수 있는 사람이 뽑힐 수 있는 그런 선거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는 아직 학생이
지 않습니까.

점점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네요.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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