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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2/20 02:25:09
Name 후루꾸
Subject 12.19. 저의 일기를 그대로 펐습니다.
느낀게 많아서 퍼보았습니다.

제 일기를 그대로 펀 관계로 반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참고로 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근무중입니다.

..

몸이 불편하여 차로 투표소까지 태워주고

투표하는걸 도와달라는 전화가 2건 있었다.

하나는 맹인부부, 하나는 다리가 불편한 아주머니 였다.

처음엔 귀찮았다. 그냥 안하고 말지하고.

..

오전에 맹인부부 집을 찾았다.

처음엔 맹인 둘이 어떻게 살까 싶었지만,

막상 가보니 집이 보통의 집과 전혀 다를게 업었다.

내가 갔을때 tv도 켜져있고, 빨래도 널려있었으며 집도 무척 깨끗했다.

오히려 내 선입견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 부부의 얼굴은 믿을 수 없이 밝았고 친절했다.

사실 처음에 맹인용 투표기구를 보았을때,

맹인이 무슨 투표를 해?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부가 투표하는걸 보고

저 기구 만든 사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난 아주머니를 부축하다가 물어보았다..


`아주머니..이렇게 두 분다 안보이는데 불편하지 않으세요?`

`아이구..다 불편한데로 사는거죠 머. 우리보다 더 안좋은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요..`


이런 분들도 이렇게 밝고 만족하며 사는데..

내 자신에게 약간은 씁쓸함이 느껴진다.

그 부부는 너무도 고마워하며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난 생각에 잠겼다..

보통의 부부들보다 저 부부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오후엔 다리가 불편하다는 아주머니 집이었다.

사실 가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다리를 다친모양인데.. 택시를 타든지, 안하면 될것을..하고.

가보니 아주머니는 다리를 구부릴수 없는 심각한 장애인이었고

집은 심한 언덕 한가운데 있었다.

아주머니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항상 웃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아주머니는 걷는 속도가 너무도 느린데다 턱이나 계단을 넘을수업어

짧은 거리임에도 부축하느라 힘이 들었다.

..

아저씨는 아주머니가 힘들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투표할때는 거의 돕지 않았다.. 참 야속하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투표후 다시 집으로 모셔드리는 차안에서

아저씨가 아주머니께 한 말은 다시 나를 생각에 잠기게했다.


`봐라 이렇게 투표하니까 얼마나좋아? 너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이렇게 투표도 하고 바깥바람도 쐬고 얼마나좋아?`


..


아마도.. 스스로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나 보다..

그때 그 부부가 얼마나 대단해 보였는지,

얼마나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는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


...후루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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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20 03:49
수정 아이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똘레랑스
02/12/20 16:50
수정 아이콘
따뜻한 글입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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