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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5/14 00:54:47
Name Timeless
Subject 내가 나이가 든다는 것..
올해도 어김없이 한 살 더 먹게 되었지만 정작 제 자신은 작년보다 더 어른이 되긴 한건가 싶습니다.

하지만 주위의 다른 일들로 제가 나이가 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몇 년 전까지 탄탄한 근육을 자랑했던 아버지의 팔뚝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볼 때..

주무시는 아버지의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을 볼 때..

언젠가부터 한 쪽 어깨가 잘 안올라가서, 손들고 벌서는 것도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며 웃으시는 어머니를 볼 때..

형이 머리가 빠지는 것 같다며 '동생아 너는 피부과 의사를 해야만 한다' 라는 형을 볼 때..
(이것은 사실 나름대로의 유머-.-;;)


그리고.. 나이가 든다는 것을 가장 많이 느낄 때가 주위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을 볼 때입니다.

고등학교때만해도 주위에 돌아가시는 분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주위에서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친구들, 지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벌써 부모님이 돌아가시다니..'

라고 상을 당한 지인들을 측은해하던 어느 날 제 아버지께서도 병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아버지가 평소에 잘 낫지 않는 구강 궤양과 피부 질환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심한줄은 몰랐습니다.

'따로 살고 있으니까 모를 수도 있지' 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제 아버지인데 말이죠.

아버지께서는 '베체트 병'이라는 아주 드문 류마티스 질환을 진단 받았다고 합니다. 암 같이 무시무시한 병은 아니지만 평생 고생하는 병입니다. 교과서를 찾고, 저널을 찾아봐도 효과있는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병이라 안타까운 마음과 그동안 아버지가 겪은 고생(뒤늦게 물어보니 작년에는 구강 궤양 때문에 밥도 잘 못드시고, 혀는 염증으로 많이 손상되어 있었습니다..)을 알지도 못했다는 것이 너무 죄스러웠습니다.

부모님과 같이 사시는 분들은 부모님 어디 불편하신지 아십니까? 혹여 저처럼 1달에 1번 정도 부모님을 보는 분들은 부모님 어디 불편하신지 아십니까?

잘 모르신다면 지금이라도 물어보세요.

식사할 때 불편한 것 없으신지, 머리가 아프시지는 않으신지, 체중이 감소하고 있지는 않으신지, 관절이 불편하진 않으신지, 숨이 가빠지거나 기침을 하지는 않으신지, 가슴이 뛰는 것이 느껴지거나 아프거나 하지는 않으신지, 변은 잘 보시는지, 밤에 잠은 잘 주무시는지.. 손 발 감각에 이상은 없으신지.. 등등

내가 나이가 든다는 것.. 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PS. '웃으면 복이 와요'란 말도 있지만 '웃으면 건강해진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내가 모니터를 보며 웃고, 친구들과 놀며 웃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을 웃겨 드리고 나도 따라서 함께 웃는다면 정말 당대의 거장이
      그린 어느 풍경화보다도 아름답고 또 유쾌한 그림이 그려질 것 같습니다^^

모두모두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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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05/05/14 01:34
수정 아이콘
얼마전 제 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죠... 나이를 먹을수록 사는게 힘드네요
바람의 빛
05/05/14 01:55
수정 아이콘
언제나 말없이 지켜봐 주실꺼라 믿던 어머니...

언제나 든든한 나의 버팀목이 되주실꺼 같던 아버지...

이 분들의 달라진 모습을 볼때마다...

제 자신이 부끄러워 집니다....

여러분 어버이 날은 비록 단 하루지만 맘속의 어버이 날은 언제나 였음

좋겠습니다.
Ms. Anscombe
05/05/14 01:59
수정 아이콘
흠.. 제 경우는 (부모님이)심적으로 워낙 힘든 일이 있으신지라 육체적으로도 같이 힘드시죠..(집안 전체가 문제에 휩싸인 상태이긴 하지만) 희귀병 하니, 로렌조 오일이 생각나네요. 루 게릭 병 같은 무시무시한 병이 아니라는 점은 자그마한 위안이 되겠지만, 앞으로 커다란 위험 없이 무사한 삶을 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어느덧 2주에 한 번 뵈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05/05/14 02:09
수정 아이콘
눈물나네요.....지금 이순간 반성하지만 내일이 되고 아침이 되면 다시 부모님을 속썩일 제가 미워집니다.........
사람 맘대로 안되더라구요.....말도 툭툭내뱉게 되고........
05/05/14 03:25
수정 아이콘
추게감입니다..이러한 글들이 다른글들에 의해 뭍히지 않고 여기 들어오는 모든사람들이 한번씩 읽어봤으면 합니다.
Dr.protoss
05/05/14 10:04
수정 아이콘
몇 개월 전에 아빠가 되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우는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며, 안고 달래면서 우리 부모님도 내게 이렇게 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 생각에 순간 울컥하고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 올라오더군요. 그리고 그 동안의 부모님에 대한 저의 행동들이 후회스러웠습니다.
관절염이 있으신 어머니, 이가 안 좋으셔서 발치를 하고 틀니를 하셔야 되는 아버지... 점점 약해지시는 그 분들을 보며 가슴 한 군데가 허전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정말 잘해 드려야 할텐데요...
발바리 저글링
05/05/14 11:09
수정 아이콘
제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님은 뜨게질 가게를 하시지요... 쉰이 넘어서면서 부터는 눈이 침침해서 뜨게질코도 잘 안보인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매일마다 가게에서 손을 바삐 움직이시며 손님들 뜨게질 가르치랴 셈플만들고 주문들어온 옷 만들어주랴... 어께가 아프시다네요. 아휴~ 제가 어머님께 해드릴수있는 거라곤 가끔 어께 주물러드리는것 밖에 없습니다. 헌데 어머님은 아들녀석이 어께도 주물러 준다고 매일마다 가게에서 자랑하시는것 같습니다. 이 세상은 그런 부모님들이 있기에 돌아가는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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