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에버배 4강전을 기억하십니까?

저는 4강전 자체도 기억하지만 그 이후 최연성 선수의 인터뷰도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1경기에 대해서 최연성 선수에게 묻자 "물량에서 밀린건 처음이다. 정말 할 말이 없다 "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거 같습니다.


주위 사람들과 스타를 하다보면 (아는 사람들과 돌아가며 여러판을 하다 보면) 각 사람들 마다 정말로 스타일이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저랑 같은 테란을 주종로 하는 대학선배형은 정말 더블을 좋아하시고 팩토리 폭발 타이밍을 최대한 당겨서 물량으로 승부를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동생은 저그 유전데 드론 보다는 유닛을 최대한 많이 뽑는 공격적인 승부를 좋아합니다. 저 또한 최연성 선수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물량 중심의 빠른 멀티를 선호하고 게릴라, 전략 보다는 센터싸움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런 저에게 가장 큰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상대는 전략중심의 선수가 아닙니다. 바로 제가 자신있어하는 물량전에서 저를 힘으로 압도하고 내리 찍어 누르는 상대들이 가장 무섭습니다. 게임에서 진후 이런 경기들의 리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 아 ~ 담에는 센터 싸움에서 컨트롤을 더 잘할껄... " 이런 생각 조차 들지 않고 그냥 힘이 쫘악 빠지면서 기가 꺾입니다.




오늘 박정석 선수가 의도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경기에서 확실하게 물량으로 최연성을 압도한게 오늘 경기 전체의 승리에 큰 영향을 준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시판의 글들을 읽어보니 최연성선수가 평소보다 못했다는 말도 많은데 그건 아마  " 그래, 내 별명이 원래 물량 토스 였어. 나도 물량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한번 물량으로 해보자 " 식의 캐리이 한대 나오지 않았던 지상병력 물량전에서의 압승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연성 선수 입장에선 1경기에서 완패가 심리적으로 큰 위축을 가져온게 아닐까요?



5판 3선승제라는 승부에서 1경기를 "어떻게" "이기느냐" ...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Anyway 박정석 선수 최고 입니다. 소름과 전율이 돋을 만한 경기네요.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