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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2/19 01:09:52
Name 엘런드
Subject 스타리그, 저그의 한(恨)은 아직 남아있다.

안녕하세요. 피지알 눈팅 7년;만에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네요.

저는 기욤 선수의 전성기부터 스타를 보아왔고 특별한 선수의 팬이라기 보다는 저에게

감동을 주는 선수 모두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나이 서른;을 바라보는 팬입니다.

다음 주에 있을 스타리그 결승전에 대한 기대감에 마음이 설레고 있지만 어느 쪽을

응원해야할 지 도무지 마음을 정할 수 없네요ㅜㅜ. 그래서 마재윤 선수, 이윤열 선수

에 대한 기억을 이것 저것 되살려보다 갑자기 쓰고 싶은 말이 있어 이렇게 첫 글을

남깁니다.

보다 주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 스타 역사를 온게임넷으로 한정하고 몇몇 선수를

중심으로 서술한 것에 대해서는 양해 부탁드립니다.

--------------------------------------------------------------------  

1. 스타리그 저그의 恨의 중심 : 폭풍 저그, 홍진호

           "이것은 홍진호의 문제가 아니라 저그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이다"

에버 스타리그에서 임요환 선수에게 삼연속 벙커링으로 허무하게 무릎 꿇은 후,

홍진호로 대동단결되었었던 저그 팬들은 홍진호에 대한 원망과 함께 위의 같은 푸념

을 늘어놓았습니다.  코카콜라배에서도, 그리고 올림푸스배에서도 홍진호는 결코

상대 테란보다 기량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패자였고

눈물을 흘렸고,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는 당시 다른 저그 유저에 비해 뮤탈 게릴라도

잘했고, 다른 저그 유저에 비해 빈집털이도 잘했고, 다른 저그 유저들에 비해 운영 센스

도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저그  유저에게서 테란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없었습니다. 혼자서 모든 테란들을 상대로 해법을 찾아내야 했으며, 상대 테란이 저그

를 상대할 수 있는 최신 카드들은 홍진호를 상대로 많이 시도되었습니다.

그는 너무 외로웠고 힘들었습니다.  혼자였습니다.

그 당시 무탈 뭉치기를 누군가 발견했더라면,

그 당시 디파일러의 재발견을 누군가 보여줬더라면...

저그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하지만 아무도 그를 도울 수 없었습니다. 혼자였습니다.



그리고 시대는 흘러 저그 진영은 박성준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내놓았고 그는 홍진호

의 염원인 스타리그 첫 우승을 가져갑니다. 하지만 상대가 프로토스였기에 홍진호

선수는 포기 하지 않았습니다. 테란을 상대한 우승을 할 수 있다면 첫 우승을 빼앗긴

것에 대한 아픔을 보상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벙커링으로 3패, 그것도 자신에게 이미 큰 상처를 준 적이 있는 임요환에게..

그도 인간이었기에 서서히 지쳐가게 되었고 저그 팬들은 어느새 기대를 버리고 체

념하게 됩니다.

' 저그는 스타리그 결승전과 같이 준비된 무대에서 테란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 '  



2. 저그의 恨을 풀었다... 풀었다... 풀었다??? : 투신, 박성준

홍진호 선수가 홀로 몇 년을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한 선수가 등장합니다.

그는 질레트배에서 최연성 선수를 4강에서 극적으로 꺽고 결승에서 박정석 선수를 꺽으

며 그토록 염원한 저그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많은 팬들이 축하의 박수를 보냈지만 저그팬들은 마음 한 편이 씁쓸했습니다. 프로토스

는 그들이 원하는 복수의 대상이 아니었고 박성준 선수는 그들이 생각하던 주인공이 아니

었습니다. 몇 년 만에 등장한 홍진호 이상의 저그, 대부분의 팬들이 그의 실력을 인정

했으나 너무 급작스러웠기에 마음 속으로 그에게 정을 줄 시간이 조금 부족했던 것입니

다.

하지만 실력은 실력, 조금 시간이 흐르자 박성준 선수는 홍진호 선수의 자리를 완전히 이

어받으며 저그의 한을 풀어줄 희망으로 떠오릅니다. 이윤열 선수에게 시련을 겪지만

2005 에버에서 이병민 선수를 꺽으며 처음으로 스타리그에서 테란을 꺽고 저그의

우승까지 차지하게 됩니다. 저그의 한이 풀린 것입니다!!!

근데... 무언가 아쉽습니다. 분명히 풀렸는데... 저그는 아직 테란이 밉습니다.

갚을 게 아직 남아있습니다. 더 갚아야 하는데... 더 갚아야 하는데...

이병민 선수는 테란이지만 저그에게 한을 안긴 선수는 아닙니다. 저그는 그가 그렇

게 밉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기고 싶은 선수들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저그 진영의 최강자 박성준 선수가 이윤열, 최연성 선수에게 셧아웃을 당한 것은

저그에게 또 다른 꿈을 꾸게 합니다. 진정한 저그의 한을 풀 수 있는 시나리오.. 바로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3본좌(임,이,최) 테란을 압살하는 저그의 탄생"



3. 진정한 구세주의 등장인가 : 마에스트로, 마재윤

                                                     "19:4"

이런 저그, 얼마나 기다려왔습니까... 3대 테란을 상대로 19승 4패랍니다.

게다가 MSL을 완전 평정하고 결국 양대리그 동시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저그 팬들은 그에게 완전 빠졌습니다. 지금의 마재윤 선수 자리에 홍진호 선수가,

박성준 선수가 앉아있지 않은 것이 아쉽지 않습니다. 떠난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몇년을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김태희가 사귀자고 나타난 꼴입니다-_-;;;;;;;;;;;

게다가 상대는 스타리그 결승에서 저그한테 한 번도 진적이 없는 이윤열 선수.

스타 역사상 최고의 커리어. 가장 롱런하는 본좌가 맞상대입니다.

그랜드 슬램할 때의 이윤열이 80년대~90년대 초반 마이클 조던이라면 지금의

이윤열은 은퇴 후 복귀하고 리그 3연패를 하던 때의 조던입니다. 파괴력은 줄어들었지

만 노련미가 늘었고 무엇보다 이기는 방법을 터득한 최강의 테란이자 저그로서는

정말 한 번 꺽어주고 싶은 테란입니다. 그리고 결승에서 더욱 강해지는 테란입니다.

맵도 불리합니다. 스케줄도 불리합니다. 여기서 마재윤 선수가 이기면

0. 주인공의 자격으로 (저그 유저들의 대동단결 사랑을 받고 있단 뜻입니다, 박성준

   선수가 첫 우승할 때는 홍진호 선수에 대한 그리움이 좀 많이 남아있었죠)

1.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말할 필요 없는 최고의 무대)

2. 최강의 상대이자 복수할 게 많은 상대에게 (온겜넷 결승전 저그 상대 1패도 없음)

3. 불리한 맵에서 (뭐 다들 아시죠?)

4. 불리한 스케줄에서 (더 이상의 스케줄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기게 되는 퍼펙트한 승리가 됩니다. 진정한 저그의 한이 풀리게 되는 것입니다.

저그 팬들은 더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너무나도 꿈꾸던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돌아오는 토요일... 저그의 꿈이 이루어 질까요?

----------------------------------------------------------------------

ps. 마재윤 선수의 우승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지만 이윤열 선수가 우승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윤열 선수는 그 동안 쌓아온 것에 비해 너무 초라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왠지 약자 같아서 더욱 응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승패를 떠나 선수들의 멋진 경기를 기대합니다.

ps2. 저그의 역사를 나름 풀어쓰다가 저의 필력 부족으로 무시;;당하게 된

      많은 저그 프로게이머들에게 사과드립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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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19 01:19
수정 아이콘
아하하~ 김태희씨 비유 재밌네요. 글의 대략적인 주제에 공감합니다. 정말 마재윤선수가 이긴다면 테란에 대한 저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가 되겠지요^^
07/02/19 01:22
수정 아이콘
네. 그렇죠. 이번에 저 천재라는 사나이를 꺾는다면,테란에게 할수있는 최고의 반격이죠.

마에스트로의 우승을 기원합니다.
07/02/19 01:22
수정 아이콘
글쓴님 말씀대로, 저그를 완벽한 종족처럼 보이게 만드는 신기한 선수인 마에스트로 마재윤의 양대리그석권이냐, 이를 결코 허용하고 싶지 않을 테란의 천재 이윤열이냐..기대가 되네요.
DynamicToss
07/02/19 01:39
수정 아이콘
이글은 말없이 추게로~ 한번보고 두번 더 봤습니다 ^^
이글 을 보고 그시절이 생각났어요 홍진호 선수의 아쉬움과 메이저리그 결승에서 매번 만나야 했던 극강 테란 져서 매번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던거 또 콩탈 돈탈이라고 불리면서 홍진호 선수 뮤탈컨에 대한 비난도
에이스 게시판 가더라도 에이스 게시판 거쳐서 추게로 꼭갔으면 하는 소망이 이글은
달빛한스푼
07/02/19 01:40
수정 아이콘
와 추게로~
07/02/19 01:50
수정 아이콘
정말.. 홍진호 선수 화이팅입니다.
07/02/19 01:51
수정 아이콘
오~굿!! 저도 추게 한표..
홍진호 선수 이후로 유일하게 응원하는 저그유저가 마재윤 선수입니다.
이렇게 긴장하면서 경기 응원해본지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확 불타오르고 있는중....
마재윤 화이팅..
더불어 홍진호도 화이팅...
오름 엠바르
07/02/19 02:08
수정 아이콘
저도 김태희 비유에 한참 웃었습니다. ^^
나름의 징크스가 있어서 이번 결승에 올라온 어느 한 선수를 응원하는 말은 하지 못하지만...
홍진호 선수는 완전 소중 합니다. ㅜ_ㅜ
토마토
07/02/19 02:17
수정 아이콘
완전공감 ^^ 스갤에도 이런말이 있죠. 홍진호선수의 우승이야말로
스갤폭발 1순위라구..
Den_Zang
07/02/19 03:30
수정 아이콘
종족의 패러다임을 이끄는 선두에 섰던 게이머들이 모두다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마재윤 선수만큼은 시대의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는거 같습니다.. 속칭 본좌 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포스를 아주 사정없이 풍기고 있죠.. 포스가 절정일때 우승하지 못한 선수는 없는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재윤 선수가 우승할듯 합니다만.. 테란 팬으로서 이윤열 선수가 우승한다해도 기꺼이 박수를 ;;
새로운시작
07/02/19 09:52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xx 리그 부터 스타봤냐 라는 말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오랫동안 스타를 봐온 사람 중에 홍진호선수의 과거 테란전 능력을 무시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겁니다..지금은 테란전 잘하는 선수가 워낙 많아졌고.. 그들에 비해 홍진호선수가 그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해 주춤하고 있지만.. 과거의 최고의 테란을 상대한 유일한 선수가 홍진호였습니다..
유일하게 테란을 견제했다고 하는게 맞겠죠...
그리고 역시 저그는 점점 진화한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드네요
홍진호......... 박성준............. 마재윤........... ???
그다음엔 누가 될지...
07/02/19 10:06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에서 저그의 한은 말도안되는 억지밸런스의 맵들이 많이 작용을 한듯 싶습니다. 홀오브 발할라, 라그나로크 부터 815, 개척시대, 구 백두대간, 현재의 리버스템플까지... 이런맵에서 정상적인 저그가 테란을 이길수 있는 확률은 2.69%보다는 높아도 10%도 안될거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박성준선수가 진짜 대단한거죠...
Pride-fc N0-1
07/02/19 10:22
수정 아이콘
와 멋진 글입니다..!!! ^^
오우거
07/02/19 10:46
수정 아이콘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선수를 결승에서 저그로 무찌를때까진
저그의 한(恨)은 결코 씻어낼 수 없습니다......
일단은 이윤열 선수부터......
펠릭스~
07/02/19 10:53
수정 아이콘
김태희싸 비유 완전 공감입니다.
정말 딱 그래요..

하지만 본문을 읽다가 문득 느낀건데
박태민 선수가 당골왕 결승전에서 4:2로
이윤열 선수를 이기지 않았나요?????
그리고 저그 입장에서 임팩트가 가장 컸던 경기는
싸이언배에서 마재윤-최연성 선수의 2번의 접전
그중에서 백미는 발키리에서 200:200 싸움이였죠...
이번 결승전이 한이라는건 좀 그렇군요...

맵때문에 맵부커 아니냐 하면서 분노를 느끼는게 크지
궂이 한이라고 보기엔 그렇네요...

이번경우는 이윤열 선수나 테란에게 느낀다기 보다는
주로 억지스런 환경에 대한 분노에 가깝죠...한이라기 보다는 분노..
이번 결승은 이겨도 져도 조금 논란이 남을듯..

코크배가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남았지만
진짜 저그의 한은 라그나로크,바랄라 같은
너무도 불리했던 조건에 있었지요...
박성준 선수가 준우승한 2번의 경기도 그렇구요..
이번에 느낀게 한이라고 본문에 말씀하셨지만...그건 아닌거 같네요
(글쓴분이 OSL 주로 보신거 같지만 OSL보단 MSL이
밸런스나 대진 방식 때문에 우승자의 권위가 더 크다고 보는 입장이라..)
이번 온겜 결승에 대해서 느끼는게 주종이 저그인 제 입장에선..
절대 한은 아닌것 같습니다...
엘런드
07/02/19 12:02
수정 아이콘
펠릭스~님// 네 박태민 선수가 MSL에서 이윤열 선수를 이겼었죠.
그래서 온게임넷 스타리그로 주제를 한정했던 것이었구요^^.
확실히 OSL을 그냥 '스타리그'로 표시하니까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07/02/19 14:33
수정 아이콘
그렇죠 ;; 그당시에는 테란들은 홍진호에 대한 해법만 발견하면 되었고, 홍진호는 모든 테란을 홀로 상대해야 했죠. 홍진호가 요즘 같은 세상에 등장햇다면 어떻게 됬을지 모르겠네요..
S&S FELIX
07/02/19 20:47
수정 아이콘
이미 박태민 선수가 임,이,최 중 이윤열 선수를 상대로 그 한을 풀었습니다.
이번 osl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테란본좌가 아닌 '방송국'을 상대로 하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홍진호가 무릎을 꿇은건 절대로 홍진호 선수의 기량이
딸려서가 아닙니다. 그시절 맵밸런스만 봐도 승리자는 이미 나와있었고
오히려 홍진호 선수의 기량이 엄청나게 뛰어났기 때문에 박빙의 승부가
나온 것이었습니다.

반면 박성준, 박태민 선수는 그래도 45:55안쪽의 밸런스 맵에서 했기때문에
공정한 결승전이었구요. 마재윤의 임무는 그것입니다. 저그를 조연으로
전락시키려는 부커진을 짓밟고 지존의 자리를 재확인할수 있는가.
난 저그만 하는
07/02/20 00:17
수정 아이콘
정말 추게로 보내야 할 글인듯 싶군요~~
불멸의저그
07/02/20 03:16
수정 아이콘
추게로 추천입니다. 홍진호선수 정말 좋아하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혼자 뛰어다녔습니다. 홀어브발할라에서 원햇처리 패스트 러커로 변길섭선수에게 이겼던 경기,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부터 폭풍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던 것 같습니다. 라그나로크에서 김정민 선수상대로 유일하게 저그로 1승을 올렸던 기억도 나고요..
저그도 한이 많습니다. 마재윤선수, 이번에 꼭 우승하시기를 바랍니다.
저그 화이팅~~ 마재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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