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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2/21 17:26:38
Name AhnGoon
Subject [클래식 이야기? 게임 이야기!] Maestro에 대해서....
안녕하세요... ( _ _)

마재윤 선수의 별명이 화두가 되어서 이렇게까지 게시판이 들끓고 있는 와중에...
자칭 클래식 애호가로서 글 하나 남기고 싶은 충동이 들어 글을 씁니다.
노파심에서 미리 언급하지만, 제 클래식 지식 수준은... 말하자면 배틀넷 승률 4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랄까요? 아주 일천합니다. 그러니, 조예가 깊으신 분들은 제 글이 맘에 안드는 구석이 있으시더라도 살살 해 주세요 ^^;;

일단 마에스트로의 뜻은 뭐냐...
mae·stro〔〕〔It.=master〕 n. (pl. maestros, -stri[];fem. -stra[])
1 대음악가, 명지휘자
2 [Maestro] 1에 대한 경칭
3 (예술의) 명인, 거장
[출처 - 네이버 영어사전]

네, 이런 뜻입니다. 음.. 무지 간단하군요.;;;
마재윤 선수의 별명인 마에스트로는, 지휘자의 뜻을 많이 내포하고 있지만, 사실 예술계에서 위대한 업적을 쌓은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음악, 미술, 무용 등등 모든 분야에서 말이죠. 하지만, 일단... 지휘자로서의 마에스트로에 빗대어서 이야기를 진행시켜 보기로 하죠(사실 다른 분야는... 자신없습니다 - -;;)

저~기 밑에 제가 댓글로 달기도 했지만, 우리나라가 낳은 걸출한 지휘자인 정명훈씨, 금난새씨는 사실 마에스트로 축에 끼지도 못합니다. 좀 자존심 상하지만 말이죠. 제 생각으로 두 분은 마이스터(大家)급은 된다고 봅니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지휘자들이고, 나름대로의 음악 세계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교향악단을 지휘해도 그 교향악단의 역량을 100% 끌어낼만한 능력을 가진 분들입니다.

하지만, 마에스트로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이 정도 수준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뭔가 다른게, 뭔가 더 뛰어난게 있기 때문에 그런 칭호를 받는거지, 마에스트로라는 칭호는 아무한테나 주는게 아닙니다;;

클래식 음악을 전혀 모르고, 그냥 졸리기만 한 음악 정도로만 생각하는 분들도 그 이름은 한두번쯤 들어봤을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주빈 메타', '로린 마젤' 같은 분들이 바로 그 마에스트로의 계보를 잇는 지휘자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원래의 악보와, 자신이 지휘하는 교향악단의 역량을 뛰어넘는 연주를 해 낸다는 점입니다. 사실, 지휘자의 역할은... 그냥 그 무대 앞에 나와서 지휘봉을 휘젓는데서 끝나는게 아닙니다. 교향악단의 악기 구성을 맞추고, 함께 연습하면서 곡을 만들어 가고, 어떤 악기를 어떻게 연주하여 어떤 소리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며, 심지어는 마이크의 위치나 연주장에서의 자리 배치에까지도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멋진 턱시도를 입고 나와서, 지휘대에 서서 등을 보이며 지휘봉을 흔드는 모습만을 기억하죠. 진짜로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 아니면, 왜 그 지휘자가 위대한지, 왜 대단한지, 저 지휘봉을 휘두르는 솜씨가 훌륭해서 그런건지... 정도 밖에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마에스트로 급이 되면, 같은 곡을 연주해도 완전히 다른 자신만의 곡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가장 대중에게 잘 알려진 심포니라고 할 수 있는 베토벤의 '운명'만 해도, 카라얀이 연주한 것과, 번스타인이 연주한 것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이건, 클래식을 잘 몰라도 비교해서 한번만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여긴 게임 게시판이니까, 게임 얘기를 해야겠죠?

한없는 공방양민인 제 눈으로도, 마재윤 선수의 저그는 다릅니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발끈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여타의 저그 선수들이 보여주는 '저그'와 마재윤 선수의 '저그'는 다르다는 거죠. 어디 시립 교향악단이 연주한 '운명'과, 베를린 필이 카라얀의 지휘로 연주한 '운명'이 다른것과 같은 이치로 말입니다.

분명히 같은 유닛(같은 악기)으로, 같은 맵(같은 곡)에서 하는데도 다르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왜 다른지, 왜 뛰어난지는 도대체가 알 수가 없습니다. 진짜 저그 고수분들이 아니라면 어쩌다가 게임이 이 모양이 됐는지, 승기가 언제부터 마재윤 선수 쪽으로 넘어왔는지 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마치, 지휘자가 손을 흔드는 것보다, 바이올린 독주자의 연주가 훨씬 더 눈에 잘 들어오듯이 말입니다. 그 순간 지휘자의 역할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죠.

저 역시 저그유저이기 때문에 마재윤 선수의 리플레이를 보면서 이것저것 연구도 해 보고, 따라해보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봐야 실력도 안 늘고, 오히려 승률이 떨어져버리더군요. 따라할게 못됐습니다. 그런겁니다. 시립 교향악단이 번스타인의 연주를 흉내내보겠다고 해 봐야 오히려 역효과를 내 버리는 겁니다.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자신들의 스타일로 연주를 하는 쪽이 오히려 더 좋은 연주가 될 겁니다.

마재윤 선수는, 모든 저그가 손사래를 치던 롱기누스2와, 리버스 템플(그것도 12시 2시)에서 자신만의 운영과 전술로 승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맵에 대한 해석을 완전히 다시 해 버린거죠, 여태까지의 다른 저그들이 해 오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해석. 마에스트로의 제 1 조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이번 결승전에 아주 많은 기대를 겁니다. 마에스트로는,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찬사이긴 하지만, 유일무이한 존재를 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마재윤 선수는 또 한명의 마에스트로라 할 수 있는 이윤열 선수와 일전을 치뤄야 합니다. 한사람은 '저그'라는 곡으로, 한 사람은 '테란'이라는 곡으로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릴겁니다. 우리는 그저 객석에 몸을 기대고 앉아서, 두 거장이 들려주는 최고의 연주를 감상하면 되는거죠. 연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누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따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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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즐이
07/02/21 17:35
수정 아이콘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
무지의 주춧돌로 함부로 써서 두렵기까지 하군요;;
클래식 CD라도 좀 들어봐야겠습니다. 덜덜덜. 막귀에도 잘 들리도록 거장들이 알아서 잘 도와주시겠습니다만;;
너른들녘
07/02/21 17:38
수정 아이콘
글 읽어보고 카라얀과 번스타인의 운명을 찾아서 들어봤는데.. 저같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다르게 들리는군요.
07/02/21 17:45
수정 아이콘
마재윤의 저그가 '마에스트로'급이라는것.
대단한 찬사가 아닐까 하네요. 정말,

같은 유닛을 쓰더라도 그가 쓰면 다르다는 말이니 말이죠.
전장의 지휘자라는 닉넴을 기본으로한 , 이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이 알면 알수록 그 권위가 새삼 더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더이상, 판타지, 무협소설등에서 볼수 있는 캐릭터들의 별명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예술하고도 결합해서 은유될수 있다는것. 참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AstralPlace
07/02/21 17:49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 비유입니다.
이렇게 음악과 관련된 설명을 들으니 더더욱 '마에스트로'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과연 한 시대를 풍미한,그리고 다시 시대를 이끌어가려 하는 천재테란과의 대결에서 어떠한 교향곡이 나올지 정말 기대됩니다.

P.S. 그리고 온게임넷 내부에 이렇게 예술에 대해 아는 분이 있어서 제발 마에스트로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07/02/21 17:49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교향곡에, 그리고 거장의 세계에(^^) 입문하시려면 카라얀이 지휘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추천합니다. 도입부만 딱 들어봐도, 툭하면 TV나 라디오등에서 효과음으로 나오는, 또는 클래식 전집 CD 100개에 10만원(...) 짜리에 들어있는 그것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확! 올겁니다.
07/02/21 17:51
수정 아이콘
추억1)어릴적에 캬라안의 베르린필하모니의 연주 영상을 본적이 있었는데 어릴때라고 해야 20대초반이었겠지만 ^^;; 그때 보면서 감동을 느꼈던게 음악을 물론 귀로도 듣겠지만 전 그때 캬라안의 지휘봉끝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듯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보면서 내내 우아아아하고 속으로 감탄사만 연발하고;;;
아직도 그 첫충격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답니다.. 마에스트로의 지휘란 그런것이겠지요
추억2) 고등학교시절 반대항 합창대회가 있었는데, 우리반 지휘자가 지휘할때는 꾸역꾸역 넘어가던 소절들이 음악선생님이 지휘하면서 아주 쉽고 부드럽게 넘어가는것을 경헙한적이 있었죠;;; 지휘자의 힘이 어떻게 음악에 반영되는지 몸으로 느꼈던 체험이었습니다. ^^
마재윤 선수의 경기를 볼때도 늘 같은 감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재윤선수 (마봉자 *^^*) 양대리그 우승을 믿습니다
[법]정의
07/02/21 18:07
수정 아이콘
마에스트로급의 연주자라고 지금 평가받는 사람중에도 아직 과분하다는 평가논란이 계속될정도입니다. 후에 세인들이 인정을 해줘야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지요. 그만큼 이 명칭은 아무나 가질수있는게 아닙니다. 이 멋진 별명을 놔두고 안그래도 많은 '신'을 꼭 붙여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마신은 특히 네이버 대문에 뜨면 걱정입니다. 남들이 뭐라 할지..개인적으론 우수워 보입니다. 남이 아니라면 할말 없지만요.
07/02/21 18:07
수정 아이콘
또 한명의 마에스트로라.. 멋있네요. ^^
rebirth4
07/02/21 18:24
수정 아이콘
<노다메 칸타빌레>에 나오는 슈트레제만도 마에스트로입니다.
07/02/21 18:25
수정 아이콘
클래식 음악에서의 마에스트로의 의미를 안다면 마재윤에게 마에스트로가라는 별명이 얼마나 대단한것인지 알수있죠.

사실 클래식계에서도 언론이나 팬들이 마에스트로 라고 부르는 지휘자가 있기는 하나 현재 생존해 있는 지휘자중에 진정 마에스트로라 부를수 있는 지휘자는 정말 극소수입니다. 어떤 시각에서는 현재에는 마에스트로는 존재 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작 생존해있는 지휘자중에도 마에스트로라고 불려지는 사람이라 해도 정작 당사자 자신이 마에스트로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마에스트로라는 호칭의 무게감이 엄청나기 때문이죠.

마에스트로.... 정말 그의미를 알고보면 단순히 '신'을 뒤에 가져다 붙이는 별명들보다 더 대단하고 엄청난 별명이란걸 알수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재윤 선수는 그 무거운 별명이 어울리는 선수라는거... ^^
카이레스
07/02/21 18:28
수정 아이콘
호미님, 항즐이님 글에 이어서 또 좋은 글이네요^^
마에스트로라는 칭호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마재윤 선수에게 잘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
리히트
07/02/21 18:48
수정 아이콘
오늘은 무슨 날인가요.
너무 멋진 글때들이 러쉬를 오는군요 @.@
07/02/21 18:52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마재윤과 마에스트로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쉽게 이해할수 있게 만들고, 또 마에스트로란 명칭이 얼마나 대단한건지도 알게 해주는 글이네요. 엄재경 해설을 비롯한 온겜넷 관계자분들은 제발 쓸데없는 논쟁 만들지 말고, 이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명칭을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넥서스엔프로
07/02/21 19:44
수정 아이콘
저는 '마에스트로'하면 은퇴한 지네딘지단의 별명이었던게 딱 생각나던데요
중원의 지휘자 '마에스트로' 지단...
저그의 지휘자 '마에스트로' 마재윤...
다른 영역에서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혹은 자랑했던 두 선수...
에인셀
07/02/21 20:1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마에스트로의 깊은 의미에서 감탄하고
마지막 문단에서 다시 한 번 감탄했습니다.
김광훈
07/02/21 20:25
수정 아이콘
진영수 선수와의 데저트 폭스 3경기에서 이승원 해설 왈,

"진영수 선수가 분명 마재윤 선수의 멜로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마재윤선수가 그걸 기준으로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어냈습니다."

왜 마재윤이 마에스트로와 어울리는지 정말 와닿는 해설이었습니다
林神 FELIX
07/02/21 21:2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에게로.
아레스
07/02/21 21:29
수정 아이콘
이런글 사랑합니다
07/02/21 21:3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이 강렬하지는 않지만 마재윤선수에게 잘 어울리는 좋은 별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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