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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0/01 20:40:03
Name 설탕가루인형
Subject 삼황 오제 사천왕 -第二十三章-
[연합군 진영, 이른 새벽]


"밤이슬이 찬데 어찌 침소에 들어가시지 않으십니까?"

"재천검황(在天劍皇)........"

"내일, 아니, 오늘 일이 걱정되십니까?"

"허허....노부도 이제 나이가 든 모양이야"

"당치 않습니다. 그 연세에 아직까지도 꼬장꼬장 잘 살아계시지 않습니까"

"뭣이!!"

"하하... 이것 보십시오"

"자넬 처음 만난지도 어느덧 50여년이 다 되어가는구먼"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난 자넬 처음 본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 없었네"

"...."

"난 사실 자네를 질투했네"

"..."

"누구도 나만큼 무공에 대해 깊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네. 허나 자네를 만나고 나서야 알았지.

이해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과찬이십니다"

"자네는 무공을 타(他)로 생각하고 연구하려 하지 않았네. 게을러 빠졌지. 그러나 자네는 무공을 자(自)로 여겼네."

"그렇게 나와 다른 방법으로 극(極)을 향해 가는 자네가 정말 미웠네"

"... 지금은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지금은, 난 자네가 생사경(生死境)을 넘어섰으면 좋겠네. 내가 첫번째가 아니어도 좋으니까 말이야"

"..... 이제 제 얘기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지"

"저는 당신을 질투했습니다"

"후후, 재미있군"

"전 무공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늘 생각대로 움직였습니다. 늘 이겼구요. 검기, 검강, 어검술....

모든 것이 척척 이루어졌습니다"

"자랑인가?"

"그렇지만 늘 세인들은 저를 당신 아래로 여겼습니다"

"클클....그랬었지"

"그래서 당신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결국엔 그러지 못했죠"

"아니야, 자네는 이미 나를 뛰어넘었네"

"아주 오랫동안, 거의 20여년간 무공이 증진되지 않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제야 주위가 보이더군요"

"그래, 뭐가 보이던가?"

"저는 아주 오만한 녀석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왜 세인들이 아직도 당신을 최고로 여기는지도"

"..."

"무공을 자로서 여긴 저는 신검합일(身劍合一)의 경지를 넘어서자 더이상 나아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무공을 타로서 여긴 당신은 늘 연구하고, 또 이해하려고 들었습니다. 평생을 말이죠. 그 무공에 대한 열정,

집념, 허허, 제가 이제서야 보게 된 것을 사람들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거죠"

"후후, 그것도 이젠 아닐세"

"예?"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무공의 극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는 멍청한 놈이 나타났거든"

"..."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당최 잠을 잘 수가 없지 않습니까?"


바지춤에 손을 넣고 긁적거리면서 둘의 대화에 끼어든  몽중살제(夢中殺帝) 고아민(高芽敏)를 보며

비뢰검황(飛雷劍皇)이 말을 정정했다.


"아무리 무공에 미쳤어도 난 적어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방법도 연구했네."



"어이 춥다~ 영감쟁이들은 들어가서 화톳불이나 쬐십쇼. 뼈 상하면 붙지도 않을 어르신들이 새벽에

왠 궁상입니까?"


"..."

"..."



"아이, 그냥 해본 말입니다. 정색들 하시긴.... 저는 들어가 보겠습니다"


"..."



'그것도 아니오. 맹주, 정확히 말하면 이제 우리의 시대는 저문거요. 무(武)가 곧 미(美)였던 시절이 말이오....'


몽중살제는 천막에 누워서 홀로 중얼거렸다.







드넓은 평야에는 동도 일찍 텄다.

저 멀리 지평선을 뚫고 수줍은 듯 넘실거리던 불덩어리는 이내 눈부시게 단장을 하고 고운 얼굴을 들어올렸다.



"오늘 훈시는 몽중살제님께서 해 주실거다."

"풉!!!!!!!"


한가롭게 햇빛을 쬐며 차를 홀짝거리던 몽중살제가 입안에 머금던 차를 세차게 뿜어냈다.


대규모 결전이 있을 때마다 무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훈시를 하는 경우에는 보통 비뢰검황이나

농군도제(濃君刀帝) 가림토(價臨討)가 도맡아 왔기 때문이다. 삼황(三皇), 오제(五帝)중에선 자신이 배분이 가장

낮지 않은가.


비뢰검황과 농군도제는 늘 게으름을 피우기 좋아하고 공적인 업무를 극도로 싫어하지만 맡긴다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몽중살제가 가지고 있음을 알고 암암리에 그를 차기 연합군 지도자로 여기고 있었다.

때문에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그에게 예행연습을 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미리 합의를 본 터였다.


"뭐하는가? 어서 단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아, 예예..어이쿠."


허둥지둥 단상위로 올라가다가 계단을 밟고 넘어지는 몽중살제를 보며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지휘부에서는 여기저기서 한숨섞인 탄식이 새어나왔다.


'도대체 저 자는 어떤 깨달음을 얻어서 화경의 경지에 오른거지?'


매사에 진중한 사막호협(士漠狐俠) 선비(宣費)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늘 엉성하다, 뭔가 허술해보인다.

사람이 신뢰가 없다. 가볍고 경망스럽다.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몽중살제에 대한 감정이었다.



"흠..에헴...여러분, 마음껏 싸워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1)

"........"

"우와와!!!!!!!!!!!!"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연합군 진영이 함성으로 가득찼다. 언변의 달인인 농군도제나 비뢰검황의 훈시는

사기진작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최후의 결전을 앞둔 무사들에겐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넘어지고 구르면서 웃음을 유발하고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훈시를 끝낸 몽중살제의 방식이 지금은

많은 무사들의 호응을 얻고 있었다. 계단을 밟고 내려오면서 몽중살제의 눈매가 잠시 매섭게 번뜩이는 것을 본

비뢰검황이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역시, 내 짐작이 맞았어. 저녀석, 참 대단하단 말이야....'


'가만, 내가 어제 꼬불쳐 놓은 술병을 어디에 뒀었지?'

몽중살제의 빛나는 눈빛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리 없는 비뢰검황이었다.




[중간 지점]



넓은 평야를 두고 길게 도열해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마다 병장기를 쥐고 있으면서도 갑옷 따위는 걸치지 않은 것을 보니

무림인인 것이 확실하다. 잠시 그렇게 대치하던 양 쪽의 중앙에서 사람의 막이 걷히면서 몇몇 사람이 나온다.

아마도 지도자인 모양이다.



"지금이라도 모든 비급을 넘기고 무공을 폐한다면 목숨을 붙여줄 수도 있느니라!!"

"클클....정파의 개나부랭이 놈들이 뭐 얻어걸릴것이 있다고 겁없이 적우의 영역에 들어와서는 개소리를 해대는 거지?"

"아직 육신이 썩지 않고 잘도 나불거리는구나!! 애수지검(哀秀支劍) 2)의 비급을 몰라서 하는 소리냐!"

"클클... 저것들이 뭐라 지껄이는지 본좌에게 일러주겠나?"

"그야말로 개가 짖는 소리입니다."

"클클....본좌가 무공을 익힐 때 젖먹이였던 것들이 간뎅이가 부어서 이리도 날뛰는구나!

본좌는 너희들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느니라"

"귀는 썩어 문드러진 모양이로구나"

"그 버릇없음, 본좌가 고쳐주겠노라"


양측에서 서로에게 악담을 퍼붓던 대마황(大魔皇)과 농군도제가 분을 못 이기고 서로에게 달려드는 것을 시작으로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를 향해 질주해나가는 연합과 적우였다.



"이기어검(以氣馭劍) 두랍십(頭拉拾)"


흰색의 빛무리가 파공성을 울리며 허공을 가르면 어김없이 십수명의 목이 날아갔다.

비뢰검황의 독문절기, 이기어검 두랍십은 마치 살아있는 양 꿈틀거리면서 적우무사들의 목을 베어나갔다.



"폭풍노시(爆風爐矢)!!!" 3)




화신검군(火神劍君) 보엄(甫儼)은 어이가 없다는 듯 멀리서 악귀와도 같이 싸우고 있는 폭풍마제(爆風魔帝) 호지농(胡持濃)을

바라보았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피가 튀었다.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신법에 패도적이며 강맹한 장법.

벌써 그에 의해서 수십의 고수들이 죽어나갔지만, 보엄의 발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떨고 있는 건가?"


보엄이 적을 베면서 자신에게 반문하는 사이, 또 세명의 고수의 몸이 터져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는 보엄이었다.






"호호호.... 내가 무섭나? 무기를 거꾸로 들고 벌벌 떠는 꼴이라니" 4)


정말로 눈 깜빡할 사이였다. 횡재로만 여겼던 그날이 횡사하는 날로 바뀐 것은.

수많은 무사들 중에 여자가, 그것도 너무나 아름다운 여성이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찰랑거리는 연검을 들고

웃으며 걸어올 때만 해도 음흉한 생각에 기뻐하던 적우의 무리들이 있었다.

그러나 곧 기쁨은 경악과 공포로 바뀌어 버렸다. 아니, 감정이 변한 자들은 행복한 자들이었다.

한 무리의 적우무사들이 기쁨이 공포로 변하기도 전에 목없는 귀신이 되었다.


"너너....넌....컥!!!"


목이 잘려나가며 피가래가 끓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주변은 잠시 조용해졌다. 살아남은 자들은 무기를 거꾸로 들고

최대한의 경공을 발휘해서 그 장소를 달아나버린 것이다.


"정파의 동료들은 나를 연화검후(演花劍侯)라고 부르지. 어머? 벌써 죽어버렸네?"




"큭.........."

"아니 이거 왜 이리 힘이 없으십니까?"


영웅도제(英雄刀帝) 등작(鄧綽)은 목까지 차오른 피를 다시 삼켰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울리잉(鬱罹剩) 5). 이미 수십번도 더 겪어봤지만 마동살제(魔童殺帝) 어린희(魚麟熙)의 울리잉은 정말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벌써 몇번이나 그것에 당했던가.



"힘든것 같은데 그냥 누워있지 그러십니까?"

"아직도 나란 사람을 모르겠나?"


이마에서는 피를 흘리는 채로, 상의는 찢겨져 나간 채로, 풀린 다리를 한자루 도에 의지해서 일어나는

영웅도제가 한쪽 입꼬리를 울리며 웃으며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마동살제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양측의 기세는 비할바 없이 날카로웠고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어느덧 태양은 하늘꼭대기까지 솟아 올라 무심히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시작입니다"

"예"

"갑시다"

"예"



註)

1) 은하영웅전설의 양웬리의 축사부문 인용. 사실 군대가기 전에 은영전을 패러디한 소설을 기획했을 때 양웬리의 역할이
강민선수였습니다. 삼황오제사천왕에서의 이미지도 비슷하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2) SG길드원이었던 신주영선수를 이르는 말
3) 강력한 기탄을 동시에 계속해서 날리는 가상의 술수. 막대한 내공이 소모된다.(=폭풍러쉬)
4) 방송사에 길이 남을 사건의 패러디. 모 선수에게는 전혀 악감정이 없습니다.
5) 한손으로는 강력한 장을, 다른 한손으로는 날카로운 권을 동시에 사용하는 극상승의 마공(=울트라저글링)
==========================================================================================

오늘도 수요일에 한편 올리고 갑니다~

사실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구상해 놓은 부분은 여기까지라...머리를 좀 싸매야 할 것 같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밤 보내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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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01 20:46
수정 아이콘
지영훈 선수 등장과 동시에 죽음 ......
headstong
08/10/01 20:46
수정 아이콘
설탕가루인형님........ 소설 너무너무 잘보고 있습니다.

한가지 부탁이자 말씀드리고 싶은건
퇴저록도 피지알에 조금 바꾸셔서(안바꾸셔도 됩니다.)
올리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좋아할테니까요....... ^^

그리고
'자네는 무공을 타(他)로 생각하고 '에서 '자네'가 아니라 '나는'이 아닐까요.
(설탕가루인형님 설명을 보니 잘못써서 다시 수정했습니다 -_-;)
박대희
08/10/01 20:49
수정 아이콘
근데 연화검후는 서지수 선수인가요???

헤드폰 뒤짚어 쓴 지영훈 선수랑 서지수 선수랑 붙은걸로 아는데, 유래가 뭘까요 -0-

그리고 적우쪽에도 여(?)무사가 나옴 좋겠군요. 가을이횽 -_-;
08/10/01 21:02
수정 아이콘
울리잉 적절한데요. 큭

근데 진짜 어린히는 어디로 갔을까요..
설탕가루인형
08/10/01 21:08
수정 아이콘
headstong님// 글쟁이 입장에서는 너무나 감사한 말씀입니다만 연재라는 게 생각보다 참 힘들어서요;;;
시기도 많이 지났고 말이죠. 무엇보다 제가 다시 읽어봐도 너무 유치합니다 ㅠㅠ
또, 지적해주신 부분은 맞는 것 같습니다. 비뢰검황은 무공을 타인으로 생각하여 연구하였고
재천건황은 무공을 스스로와 동일시했다고 말하는 부분이니까요.

박대희님// 서지수 선수가 맞구요, 김가을 감독님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네요.
등장하기엔 너무 늦어버렸.......ㅠㅠ
정현준
08/10/01 21:17
수정 아이콘
김가을 감독님도 강도경 코치처럼 등장하면... 저그의 숨겨둔 고수가 또 튀어나오는 격이라 어려울까요? 이종미 선수도 있고... 찾아보면 좀 더 있는데 이제 저도 기억이 안 나네요 ^^;
설탕가루인형
08/10/01 21:42
수정 아이콘
정현준님// 이제 말미라서....항상 꾸준한 관심 감사합니다.
compromise
08/10/01 22:16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신우신권
08/10/02 08:56
수정 아이콘
사실 저그의 숨겨진 무사중에 나올만한 사람은 봉준구,국기봉...이정도가 아닐까요??
앗!!변성철도 있네요...
암튼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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