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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2/10 19:46:29
Name skzl
Subject 김명운 선수를 보면서..
저그 유저임에도 불구하고, 임요환/최연성 선수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재기넘치고, 박력넘치는 경기를 펼쳤으니까요. 이때만 해도 보는 경기와 하는 경기가 좀 분리되는 경향이 있었지요. 테란이 저그를 이기는 경기가 재미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재윤선수 이후로, 원래 정체성 대로 저그를 좋아하게 되었고 마재윤 선수 이후에는 이제동 선수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유독 본좌라인에 가까운 선수들이었군요

본좌라인에서 벗어나 있다고 하더라도, 제가 좋아한 또 다른 선수는 박경락 선수 정도가 있군요. 정말 좋았습니다. 박경락 선수의 다양한 별명 중 저는 '아트 저그'라는 말을 정말 좋아했어요. 아주 유연하게 상대를 궁지로 몰아 넣어버리는, 제기 넘치고 센스있는 모습들을은 경악스러울 정도였지요. 홍진호 선수는 조금 무난하게 좋아하는 편이었고, 조용호 선수는 사실 시간이 좀 많이 흐른 이후에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홍진호, 임요환, 조용호 등의 선수는 선수생활을 비슷하게 시작했다고 하지요? 방송세대로써는 그들이 1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그 유저 중에 방송 1세대로써 마지막까지 버틴 선수가 조용호 선수가 아니었나 싶어요. 마재윤 선수 등장 이후에, 조용호 선수가 도도하게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격세지감 비슷한게 느껴지더군요. 이제 세대가 확연하게 바뀌었구나. 하는 그런 생각들 말입니다.

오랜시간 동안 꾸준하게 뭔가를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감동을 받을 때가 있지요. 끊임없이 자기를 갈고 닦으며, 세월과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랄까요.

근래 김명운 선수를 보면서, 과거 조용호 선수와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우직하고 꾸준하게 자기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사람. 그러니까 장인과 같다는 생각 말입니다. 어제 토스 전 14연승이 끊겼을 때, 연승에 대한 부담감이라기 보다는 박세정 선수가 잘 해서 졌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런 느낌이 참 좋습니다. 오늘 저그전을 어렵게 2연 승 하고, 인터뷰를 할 때도. 그냥 깊게 몰입했다가 아직 몰입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그런 느낌도 꽤 좋구요. 이미 충분히 잘 하는 선수이지만 더 크게 성장할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역시 걱정인 것은, 김명운 선수가 조용호 선수가 그랬던 것 처럼. 빛을 보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아닐지 하는 것입니다. 조용호 선수는 데뷔 이후 거의 5년 만에 본좌 마재윤 선수를 이기고, 자신의 커리어에 '우승'이라는 빛나는 한줄을 그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생각하면, 조용호 선수의 마지막 우승은 아주 감동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오래전에 '우승할'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었고, 자신이 실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게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더 강한 승부욕을 발휘하는 것도 프로의 한 조건이긴 하지요. 조용호 선수가 가지지 못한 단 한가지 단점은. 눈 앞에 상대를 씹어먹을 듯한 기세. 이제동 선수가 보여주는 그런 기세가 아니었나 싶어요.

김명운 선수가 좀 더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높게 올라갔으면 좋겠고, 지금 같은 느낌으로 오랫동안 강한 선수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실력에 대한 검증은 끝난 것 같아요. 꼼꼼하고 알뜰한 경기 운영, 세련된 컨트롤, 강한 승부욕.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조금 더. 조금 더 강한 기세로 치고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최고 성적이 4강이지요? 어떤 이들에게는 평생 오지 않는 기회입니다. 그건 김명운 선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김명운 선수에게 4강은 그리 멀지 않은 곳 같은 느낌이 들지만, 한차례 또 한차례 기회를 잃고 나면. 그 자리가 멀어져서 까마득하게 느껴지게 될지도 모르지요. 프로의 세계는 누군가를 기다려주지 않으니 말입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우리는 사소한 마음의 벽, 습관 하나가 선수들의 경기력을 해치는 사례를 너무 자주 보아왔습니다. 하나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김명운 선수가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제동 선수 이외에, 또 다른 저그의 강자가 스타계의 한 켠에서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었으면 좋겠군요.

지금까지 하던데로, 하지만 더 간절하게. 화이팅 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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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10 19:50
수정 아이콘
전혀 생각치 않았던 부분인데, 읽으면서 공감이 팍팍 되네요.
김명운 선수 경기력은 분명히 개인리그 결승가서 우승까지도 할 수 있는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독기 품고, 물 올랐을 때 우승해내길 저도 바래 봅니다. ^^
좋은 때를 놓치지 마시길 !
Psy_Onic-0-
09/12/10 19:52
수정 아이콘
저도 김명운 선수 보면서 조용호 선수의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토스전 연승 기록은 아쉽지만, 이번 스타리그의 건승을 기대합니다!
09/12/10 19:53
수정 아이콘
김명운선수가 이제동 선수에게 부족한점이 아직 그만큼 독기가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쉽기도하지만 너무 좋습니다.

김명운 선수로 인해서 저그가 또 한단계 진화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퀸의 재발견(오늘 말고 예전부터요) 그리고 토스전심시티도 그렇구요...

독기가 부족한거 같아서 조용호선수가 더 생각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호선수가 유하고 매너좋은선수 님께서 쓰신것처럼 우직한선수
그리고 그만큼 실력도 있었던 선수로 기억되는것처럼...

김명운선수도 최강자로 기억되진 못해도... 훌륭한선수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7할8할의 승률은 보여주지 못해도 멋진 경기를 자주 만들어내는 선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09/12/10 20:01
수정 아이콘
greysea님// 뭐랄까. 어쩌면 이제동 선수와는 전혀 다른 타입의 선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기'라기 보다는, '간절함'이라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싶은데. 묘하게 다른 뉘앙스이네요. 저는 김명운 선수가, 조금 더 잘 해서. 7할, 8할 승률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기는 합니다. ^^
09/12/10 20:06
수정 아이콘
박태민과 조용호가 적절히 퓨전됬다고 느껴집니다.
손세아
09/12/10 20:08
수정 아이콘
skzl님// 개인적으로는 '갈구'라는 말이 어감상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우승에의 갈구.
아, 조용호.. 스타 역사상 목동 체제만큼 초기 포스가 극악이었던 체제가 있었을까요. 이윤열 선수만 없었다면..

김명운 선수는 정말로 잘할 겁니다. 오늘 경기 보면서 참 재미있었습니다.
09/12/10 20:10
수정 아이콘
토스에게 절망을 가져다 주는 큰 진보를 이뤘다는 점에서도 조용호 선수와 비슷한 점이 있군요.
조용호 선수의 소울류... 김명운 선수의 극악의 심시티..;;
09/12/10 20:11
수정 아이콘
손세아님// 그렇군요. 갈구라는 말이 적절한 듯 합니다.
09/12/10 20:13
수정 아이콘
AhnGoon님// . 심시티도 그렇고, 퀸도 그렇고. 자기만의 스타일이 명확하면서도, 무리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나가는 재주가 있는 선수인 듯 합니다. 지금은 토스가 어려워도, 조만간 토스들도 극복을 하겠지요. 토스에도 걸출한 선수들이 많으니 말이에요
09/12/10 20:21
수정 아이콘
조용호 선수를 닮긴 했지만,
플레이 스타일이나 게임 외적인 성향을 보면 '쥬인배'라는 말이 괜한게 아닌 것 처럼
정말 김준영 선수가 생각나게 해주는 선수죠.

거기에 자신만의 색깔 (퀸,두부대 뮤짤 등)을 가미까지 했고요.
율본좌
09/12/10 22:12
수정 아이콘
이미지는 조용호
운영은 박태민
王天君
09/12/10 22:18
수정 아이콘
와. 이런 응원글 좋습니다. 조용호 선수를 간만에 보니 반갑고 기쁘네요.
김명운 선수 제가 저그 유망주로 점찍어 놨던 선수인데, 실력도 실력. 포스도 포스. 기록도 기록. 거기다가 경기까지 재미있게 하니..
이제 성적만 따라주면 제대로 뜨는 겁니다. 엠본부에서 큰 거 한번 터트려 봅시다!!
카르마2
09/12/10 22:41
수정 아이콘
거기다 김명운 선수는 말도 잘하더군요. 성적만 된다면 호감이미지인 웅진소속에 귀여운 외모에 언변도 되니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09/12/10 23:10
수정 아이콘
김명운선수..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하던 신인시절
방송경기 최초 2부대 뮤탈 뭉쳐컨트롤을 시전하는 것을 보면서 경악스러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었죠.
그 때부터 이 선수 분명히 대성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빛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compromise
09/12/10 23:17
수정 아이콘
김명운 선수 많이 성장했네요. 테윤환 선수와의 데뷔전 때만 해도 부족한 점이 많았고 힘들게 올라간 MSL도 광탈하고 프로리그에서도 계속 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이제는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주는 웅진의 에이스 저그가 되었군요. 앞으로도 건승하길 바랍니다.
드림씨어터
09/12/11 00:21
수정 아이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김명운 선수는 선수보다는 코치나 감독의 역량이 더 커보이는 선수인거 같습니다.

선수로는 A급이지만 코치나 감독을 한다면 S급이 될듯한..
YounHa_v
09/12/11 01:57
수정 아이콘
추게로 고고
공상만화
09/12/11 06:44
수정 아이콘
김명운 선수에게 필요한거 운입니다.
라구요
09/12/11 10:42
수정 아이콘
문성진과의 저저전은 제가본 금년 최고의 전율이었습니다.
하품나는 저저전에서 이야 소리가 날줄은.
09/12/11 11:00
수정 아이콘
공상만화님의 의견에 동의 합니다. 대진이 항상 너무 안좋아요,.
이재균
09/12/11 11:07
수정 아이콘
이런 응원글 너무 좋습니다 (2)
드림씨어터님// 헐.. 김명운 요새 나를 보는 눈빛이 심상찮았는데.. 이노옴;;
skzl님// 좋은글 감사 드립니다. ^^
09/12/11 11:48
수정 아이콘
어헝...이거슨...감독님소환글...
09/12/11 12:24
수정 아이콘
감독님 소환....
09/12/11 12:35
수정 아이콘
험.. 감독님이 소환되셨군요.
09/12/11 12:37
수정 아이콘
감독직을 바라보는 퀸의 눈빛에 감독님 소환!
09/12/11 15:09
수정 아이콘
아! 감독님께서 오셨군요.

이거슨 가문의 영광입니다. ^^
09/12/11 16:18
수정 아이콘
이재균님// 서..성지순례....가 아니라 사..사랑합니다+_+
목동저그
09/12/11 18:21
수정 아이콘
확실히 조용호 선수가 오버랩되긴 하더군요.
운영 잘하고, 경기력에 비해 커리어는 좀 부족한 듯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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