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역사도 참 오래되었습니다만, 벙커링만큼 논란이 되는 전술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빠른 선배럭에 사기일꾼 SCV, 그리고 HP350에 수리가능한 철갑이나 마찬가지인 벙커..
테란이 요 몇년전의 테란크래프트의 영광을 잃어버린지 오래이지만, 이 벙커링 만큼은 아직도 논란거리가 됩니다.

임진록 3연벙사건이나 나도현 선수의 예고 벙커링 사건 때도 말이 많았고
심지어 전상욱 선수의 희대의 명언 "가까우면 벙커링 멀면 더블"도 엄청난 논란이었죠.
벙커링이 사기니 반칙이니 하는 소리도 종종 나오고는 했습니다.

뭐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것입니다.
"(대 저그전에서)벙커링은 상당히 강력한 전술이다"

물론 이후 저그선수들의 기량향상으로 벙커링이 '예고 벙커링' 시절만큼이나 강력한 모습은 잃어버렸습니다.
일단 드론 다수를 동원하여 마린을 끊어먹는 플레이가 저그들 사이에 보급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한 때는 '그래도 벙커링은 안 통해도 저그가 손해&테란이 이득'이라고 까지 불렸으나
마재윤 선수를 위시한 운영형 저그의 극을 이룬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초반의 약간의 손해를 감안하고서라도 운영을 통해 레어를 거쳐 하이브 단계로 끌고가는 능력이 일취월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으로 인하여 실상 벙커링은 테란조차도 안 통하면확실히 이득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라는 인상을 주기 시작,
예전에 기본 빌드처럼 성행했던 것에 비하면, 다시 날빌류로 분류가 되면서 여간해서는 잘 쓰이지 않게 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특히나 이제동 선수처럼 극강의 피지컬과 컨트럴을 가진 선수에게 무턱대고 벙커부터 지었다가
쉽게 막히고 저글링에 휘둘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테란들에게 생겼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문제는 이영호가 이 벙커링을 자신의 무기로 틀어쥐었다는 점입니다.

크리스마스 리쌍록 매치, 한상봉 선수와의 4강전, 그리고 김윤환 선수와의 일전에서
이영호 선수는 전진 7배럭 벙커링을 시전하였고, 실수가 있었던 MSL 4강전 2차전을 제외하곤 전부 성공하였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상대선수의 벙커링을 대비하지 못한 점과 그로인한 자잘한 실수들이 겹치기는 합니다만,

실제로 프로토스인 진영화 선수와의 결승에서도 한타이밍 늦은 벙커러쉬를 다수도 아닌 SCV와 머린을 컨트럴하여 다수 프로브와 질럿, 이후 드라군까지 잡아내고 기어코 성공시키는 극악의 컨트럴을 보면서..
  
소위 '벙커링시대'라고 불리는 시대의 테란플레이어들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컨트럴 능력을 바탕으로
이영호가 '벙커링'을 날빌에서 꺼내와 자신의 노멀한 공격패턴 하나를 추가시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정찰을 하여 벙커를 짓는 타이밍, 드론이 내려올때 벙커짓는 SCV를 뺀 뒤 달려오는 추가 SCV와 마린과 함께 드론을 잘라먹는 플레이 그리고는 벙커를 완성시키는 것들, 그리고 일정정도 타이밍에 전진한 배럭을 본진으로 불러들이고 SCV 블로킹과 벙커건설로 역러쉬또한 완벽하게 방지합니다.
해처리를 파괴하거나 취소시키면 완승, 그러지 못하더라도 높은확률로 드론피해주고 이후 게임을 유리하게 이끄는 능력..

다른 플레이어가 아니라 요새 이영호의 벙커링은, 단지 예상만 하면 막을 수 있는 날빌로 두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야말로 실패해도 내가 유리한' 벙커링이 이영호의 손에의해 다시 돌아온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벙커링만 대비하자니, 벙커링과 함께 요새 가장 잘 쓰고 있는 째는 식의 더블에 정확하게 대척점에 있게 되구요.

다가오는 리쌍록 결승전에서는 이 점이 주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빌드의 상성도 뒤집는다는 이제동이라면, 뭔가 하나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이영호가 포석을 정말 무시무시하게 깔아놓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다시금 돌아온 벙커링의 시대.
이영호의 작정한 벙커링을.. 이제동은 혹은 그 누군가는 막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