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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21 15:51:24
Name legend
Subject 신이 되어가는 구도자의 등선(登仙)인가, 승리를 갈구하는 승부사의 집념인가.
또 다시 리쌍. 2010년 이들이 가장 높은 자리에서 벌이는 싸움만 벌써 세번째다. 지겨울 법만도 한데 테란의 신과 저그의 군주는 숙명에 이끌리듯 자신의 라이벌이 올라오길 담담히 기다렸다. 좀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만드는 최고의 파트너로써, 승리를 거뒀을때 그 누구보다 희열을 가져다주는 최강의 적수로써 두 사람은 서로를 그리워했다.

이영호의 플레이에 근본을 이루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를 스타크래프트의 정점으로 만들게 하는 동력원이었을까. 그것은 날마다 새로운 경지에 올라서는 즐거움, 나 자신이 좀 더 강해지고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을 이해해가는 지적 욕구였다. 인터뷰에서 종종 득도했다는 표현의 이면엔 바로 이영호가 진정 원하는 것은 스타크래프트의 완전한 이해란 것을 알 수 있다. 스타의 진리를 찾아헤매는 구도자, 그렇게 깨닫고 깨달아 신이 되가는 것이 현재의 이영호다. 승부와 그것에서 얻어지는 것은 부산물일뿐. 테란의 신을 넘어 스타의 신이 되버리면 그런 자잘한 승리와 패배따윈 별거 아니지 않은가. 이 세상에서 스타크래프트를 가장 완벽하게 플레이하는 게이머, 그것이 이영호의 도(道)다.

반면 이제동은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달리는 타고난 승부사다. 그가 원하는 것은 승부 그 자체. 거기에서 얻어지는 승리의 희열이야말로 위대한 저그의 군주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싸우고 또 싸워 이기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는 만족할 줄 모르고 승리를 집어삼키지만 점점 희열은 줄어갔다. 시시한 상대는 더 이상 그에게 감명을 주지 못한다. 모든 이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감당하지 못할 거대한 적이 필요했고, 이영호는 그에 부합하는 최고의 사냥감이었다. 그래서 이제동은 이영호를 갈구한다. 오랜 기간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환상적인 승리의 맛이 필요했다. 그렇게 승부사는 구도자를 향해 이빨을 들어낸다. 한번은 이겼고 한번은 졌다. 이제 결판을 내야 할 때다. 자신에게 부족한 2%를 상대를 잡아먹음으로써 채울 수 있다.

원초적인 승부의 괴물을 무찌름으로써 구도자는 도를 구할 것인가.
당대최강을 넘어 신의 영역에 다다른 자의 숨통을 끊음으로써 승부사는 승리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남은 것은 일주일 후의 대전을 지켜보는 것뿐.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이 시대의 클라이막스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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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라벨
10/08/21 15:50
수정 아이콘
이야...싱크로율 100프론데요. 와닿네요.
RealWorlD
10/08/21 15:54
수정 아이콘
이제동도 신인데..나름 5연속 결승진출인데;; 다른한명이 너무 뛰어나 가려질뿐 ㅠ_ㅠ
하성훈
10/08/21 15:52
수정 아이콘
이 시대 최고의 저그의 군주와 또한 당대의 최강의 테란신이 이제는 정말 결판을 내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두 선수 모두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으면 하네요.
Gordon-Levitt
10/08/21 15:58
수정 아이콘
표현이 ... 선계 / 요계 느낌이네요 ;;
10/08/21 15:56
수정 아이콘
뻘플이지만 legend님 거진 7~8년 째 pgr에서 봐온 것 같은데 예전에 비해서 글솜씨가 정말 많이 느셨네요.
큐리짱
10/08/21 16:01
수정 아이콘
좋네요 두선수에 대한 느낌이 제대로 납니다
빅토리고
10/08/21 16:09
수정 아이콘
정말 딱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이영호와 어떤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승리를 쟁취하는 승부사 이제동 사실 맵도 그렇고 이영호 선수가 유리해 보이는데 승부사의 승부수를 믿어볼랍니다.
피트리
10/08/21 16:45
수정 아이콘
조지명식때 리쌍 뇌구조 이영호선수는 "게임", 이제동선수는 "게임 지기 싫다" 로 기억하는데 정말 공감되는 글이에요
10/08/21 16:55
수정 아이콘
승부를 아는 선수 두명이라서 예측불허 입니다. 그 옛날 임요환과 대적해온 홍진호 선수는 승부사 보다는 낭만을 추구하는 소년이었다면(그래서 승부의 세계에서 상처받은...) 이 둘은 철저하게 승부를 위해 다듬어진 검들이죠. 리쌍록이 임진록과 느낌이 사뭇 다른 이유입니다. 어느 한쪽도 승부에 있어서 한치의 심리적 빈틈이 없어요. 그래서 이 승부는 팽팽한 진검승부입니다. 의외로 결말은 한순간에 날듯 보입니다. 팽팽한 끈은 끊어 지는 것도 쉬우니까요. 스타1의 최후는 결국 리쌍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그게 이영호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라도 분명히 이제동이 보여주는 것은 저그 그 이상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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