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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5/26 02:25:53
Name 파란무테
Subject [잡담] 문득 생각난 옛 고등학교 친구 이야기
오늘 고등학교 한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 보따리를 풀다가,
문득 잊고 있었던 옛 친구 한 명이 기억났다.


이름은 현일(가명).
키는 160을 조금 넘길 정도로 약간 작은 체구에
얼굴에는 아직 농익은 여드름이 꽤 있었다.
머리는 항상 중학교의 까까머리 스타일이었고,
통통한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는 그런 아이였다.

중학교에서 3년 내내 전교 1등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는 학생이기도 했다.


그는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착한 학생이었다.

수업시간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곧잘 질문하는 학생이었다.
또한, 수업시간에 잠이 오면 자리에서 일어서서까지
졸지않고 수업을 들으려 하는 보기 드문 열정을 가진 친구였다.

언제나 그의 노트는 간단하고도 완벽히 정리되어 있었고,
그 노트를 빌려달라고 할 때에도 망설임 없이 빌려줄 줄 알았다.
그는 교과서나 프린트, 체육복 등 무언가를 빌려달라고 하면
아무런 주저함 없이 자신의 것을 빌려주곤 했다.

청소당번이 되면 언제나 먼저 빗자루를 들고
가장 열심히 청소를 하는 학생이었다.

또, 수업시간이 끝나면 주번이 아니더라도 칠판을 닦고,
칠판지우개를 털어오며 분필을 준비하는 친구였다.

언제나 집채만한 가방에
교과서나 공책을 꽉꽉 채워넣고 다니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가 간혹 교과서나 준비물을 챙기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그것은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친구들이 놀랄 정도로
희귀한 일이었다. 그만큼 그는 매사에 철저했다.


반장선거에 나갔을 때 권력이나 돈이 없이도
엄청난 몰표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멋진 학생이었다.
하지만, 획득한 반장이라는 자리를
정말 반장자리를 원했던 친구에게 기꺼이 양보하고
부반장자리에서 반장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자청하기도 했다.



고3, 한창 월드컵으로 들떠있을 무렵,
야자시간에 모든 친구들이 축구경기를 보러 집에 갈 때에도
학교에서 집으로 귀가하라는 방송이 없었다며
야자시간 내내 끝까지 교실을 지키는 친구였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도 축구를 사랑한 아이였고,
체육시간에는 최종수비수 자리를 묵묵히 해내는 친구였다.

야자시간에 도망간 친구의 이름을 당당하게 칠판에 적어놓고도,
도망간 친구들이 그에게 함부로 항의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친구이기도 했다.

시험치는 날, 자신의 공부하기도 바쁜데
모르는 문제를 물어오는 친구들에게
전혀 싫은 내색 없이 끝까지 그 친구가 알아들을 때까지
자신이 아는 모든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설명해주는 친구였다.


매점에서 무엇을 먹다 만나면 언제나 나눠줄 줄 아는 친구였고.
자신을 귀찮게 굴어도 끝까지 웃으며 상대방을 대할 줄 알았다.

잘못이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인정하고 고칠 줄 아는 친구였다.
또한, 남의 잘못이 있으면 기분이 나쁘지 않게
간접적으로 그 잘못을 알게끔 알려주는 친구이기도 했다.


그는 학교규정에 어긋나는 일을 하려고
계획하지도 않으며, 도리어 철저히 지킬 줄 알았다.
그래서 두발검사나 복장검사에 한 번도 걸리지 않는 친구였다.


그렇다고 그는 순진하고 바보 같은 친구는 더더욱 아니었다.

옆반이 시끄러울 때에는 자신이 당당하게 가서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달라고 권고할 수 있는 학생이었다.

또한, 부반장으로서 우리가 불평하거나
우리가 바라는 것을 즉각적으로 알고,
선생님들에게 조리 있게 설명할 줄 아는 최고의 친구이기도 했다.

야자시간에 교실이 시끄러워질 때 즈음,
교탁 앞으로 나가 우리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공부를 할 수 밖에 없게끔 설득시킬 줄 아는 친구였다.

반 전체적으로 맞아야 하는 일이 있으면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먼저 맞겠다고 나서는 친구였다.


또한, 놀 때에는 빼거나 하는 아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노래방에서는 박진영의 "honey"라는 곡으로
노래뿐만 아니라 춤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어
우리를 뒤집어 지게 할 정도로 끼가 있는 친구이기도 했다.

그리고 수학여행 같은 곳에서는
우리 반 대표로 노래를 부를 정도로 대담함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아주 뛰어난 천재는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노력파였다.
그래서 반에서 1등 자리와 전교 상위권을 항상 유지하는 친구였다.
그러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현일이는 포항공대를 그토록 가고 싶어했지만 결국은 가지못했다.
하지만, 그는 불합격소식에도 전혀 아쉬운 내색 없이
도리어 우리를 위로해 줄줄 아는 친구였다.

어느덧 수능 시험이 다가왔고,
항상 좋은 성적을 유지했던 그는
무난하게 성균관대에 합격했다..

----------------------

나에게 많은 친구가 있지만,
단점이 딱히 생각나지 않는 친구는 몇 없다.
그가 그랬다.

지금도 그의 단점이나 나쁜 행동은 기억이 나지않는다.


내가 진심으로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닮고 싶어했던 친구..

그와는 졸업식 이후로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문득 오늘은 그가 더 그립다.

-----------------------------------------



덧글.
그 친구의 이름을 밝힐 수 없어 가명으로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제 일기장에 있던 내용이라, 높임말을 쓰지 못했습니다.
너그럽게 양해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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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26 02:54
수정 아이콘
파란무테//엥?
중학교에서 3년 내내 전교 1등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는 학생이기도 했다
그래서 반에서 1등 자리와 전교 상위권을 항상 유지하는 친구였다
Return Of The N.ex.T
04/05/26 03:23
수정 아이콘
그런 친구.. 꼭 있죠..^^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중에 한번은 만나게 되는 친구인것 같습니다.^^
루시퍼
04/05/26 03:39
수정 아이콘
저런 친구들 꼭 있죠..저도 중학교때 친구중에 전교1등하는 놈이 있었는데 반장인데다가 공부 잘하고 운동잘하고 인간성도 좋고 싸움까지 잘했
던...ㅡㅡ 지금은 카이스트에 있더라구요...
이런거 보면 신은 불공평해요..ㅡ,.ㅡ
황제는 아무나
04/05/26 05:16
수정 아이콘
루시퍼님// 신은 공평합니다....
왜냐고요?
마지막에 쓰신 "지금은 카이스트에 있다" 라는 한마디로 결정 났습니다...
이나라 이공계가 괜히 암울기가 아니죠.....
BackStep
04/05/26 09:35
수정 아이콘
지방에서 공대다니는 저는..윽.
위에댓글 보면 너무나 암울합니다.
고양이버스
04/05/26 17:53
수정 아이콘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공계 즉 과학기술 없이는 아무것도 없는 나라 입니다..지금은 법대 의대 공무원등 안정적인 직장들이 각광받고 있지만...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과학기술 발전입니다...결국은 바뀔꺼예요...이공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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