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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7/03 15:25:14
Name VAN
Subject 박성준 vs 최연성 - 5 경기 앞마당 난입시점 집중분석
노스텔지아는 1, 5 경기 맵.
두 선수 모두 가장 연습에 주력했을 맵입니다.
이에 최연성 선수가 거듭 앞마당 확장을 우선시했던 것은 '필승카드' 였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 맵에서 테란이 앞마당 미네랄을 확보했을 때 얻어지는
무한 마린의 힘은 과거 여러차레 증명된 바 있습니다.
나도현 vs 박태민, 한동욱 vs 마재윤 등...
저그로서는 제 2 가스를 갖추고도 우글거리는 업마린에 해처리폭죽을 관람해야했습니다.
(덧붙여 최연성 선수에게는 vs 성학승전에서 보여주었던 퉁퉁퉁 무한탱크 카드도 있죠.)

결국 화두는 '앞마당' 이었습니다.

박성준 선수가 이에 대비한 카드는 투햇 저글링 럴커로 선공격입니다.
아에 앞마당을 돌리지 못 하도록 밀어치는, 본인의 스타일에도 부합하는 카드입니다.
초반 병력을 잃으면 필패로 몰리는 아슬아슬한 카드이지만,
그에겐 악어입처럼 갈라져 파벳을 덮치는 저글링이 있기에 선택한 것이겠죠.

1 경기에서 이 전략이 확실히 먹힙니다.

시청자도 해설자도, 아마도 최연성 선수도 들어올거라 생각은 못 했을 겁니다.
옆길로 마치 견제하는듯한 저글링럴커 공격-
그 쪽으로 벙커병력을 일부 빼자 순간 ! 다리를 건너 제 2 부대 돌격-
어찌 보면 막았습니다.
최연성 선수 마린이 한부대 약간 안 되게 살아남고 박성준 선수는 럴커 넷.
하지만 순간적으로 입구에 겹쳐박힌 럴커둘, 바렉에 붙어버린 럴커둘.
S급테란에게 중앙싸움 후라면 별 거 아닌 럴커 넷이지만
테란의 속살을 파고들어 심장 한가운데에 박혀버린 럴커는 결국 그렇게 게임을 끝냅니다.
이 패배가,
최연성 선수에게 각인됩니다.

5 경기에서도 초반흐름은 같았습니다.

대각선임에도 다시 투햇 저글링럴커.
최연성 선수는 다시 빠른 앞마당,
다만 대각선이라는 점에 초반 압박을 가지 않고 마메파는 앞마당을 견고히 합니다.
박성준 선수의 성난 저글링들은 최연성 선수의 다리 앞에서 전선을 형성.
동시에 옆언덕켠에선 두마리의 럴커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럴커가 완성되자, 다리편에 있던 저글링들은 신경을 끌기 위해 앞마당으로 달려듭니다.
이에 벙커를 호위하던 마메파는 스팀 한 번 마셔주고 다리건너편까지 저글링을 쫓아냅니다.
그리고 그순간, 언덕으로 저글링 반부대가량과 함께 럴커가 파고듭니다.
이를 예측한듯 파벳한마리가 배치돼있었지만 순간적인 투럴커 원촉수에 가스통 터지고
전진했던 마메파가 돌아와 쏘기 직전에 럴커가 미네랄 사정거리에 박힙니다.

최연성 선수의 고민. 투스캔으로 잡을 것인가.

1 경기에서의 패배가 그를 짓누릅니다.
다리편의 벙커와 본진입구에 병력을 배치하며 SCV 를 내보내봅니다.
럴커가 있습니다. 저글링이 있습니다.

들어올 지도 모른다 -!

어떻게든 참고 병력을 모읍니다.
3,4 경기에서 그랬듯 난입하는 병력을 막아내면 승리한다는 믿음 하에.
혹은 병력손실을 줄이고 앞마당을 확보하면 최연성 관광타임이 온다는 가정 하에.
그 틈에 박성준 선수의 투럴커는 1cm 씩 전진 전진 커맨드 센터를 사정권에 넣습니다.
그럼에도 부동자세로 전방병력을 견제하는 마메파.
마치 너 럴커 아직도 살아있잖아, 들어와, 유혹이라도 하듯이 숨죽이며 기다립니다.

들어가느냐 마느냐... 들어오느냐 마느냐...

그러나 이미, 박성준 선수의 멀티 해처리에선 드론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1 경기, 멀티해처리에서마저 병력을 뽑아내며 사납게 몰아치던 박성준 선수가
최연성 선수의 심리를 간파하고
하이브를 향해 숨가쁘게 테크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최연성 선수가 마린을 산개하며 앞마당 럴커를 쏘지만
이마저도 럴커컨트롤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됩니다.
옆언덕으로 병력을 진출시키려 하지만
저글링을 이끌고 언덕위에 박힌 단 한기의 럴커가 그를 막아섭니다.

이후 방구왕 디파일러, 괴성의 울링으로 이어지는 하이브 웨이브.
저그 유닛들의 위풍당당한 어택땅 행진와 함께
투신(鬪神) 박성준 선수는 결승으로 나아갑니다.

결국 화두는 '앞마당' 이었습니다.
앞마당이 들린 시점의 심리전에서 경기는 기울었습니다.
최연성 선수의 판단, 그의 판단은 경기결과에 따라 정확한 판단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방패를 눈가에까지 올려들자 시야는 너무나 좁아졌습니다.
본진에 묶여있던 마메파, 럴커를 위해 아껴둔 스캔이 그의 맵을 어둡게 했습니다.

결국-
방패를 치켜들 수 밖에 없게 한 박성준 선수의 예리한 단도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글래디에이터에서 황제의 목을 찌른 단도처럼,
그의 폐부를 깊숙히 파고드는 공격의 예리함이 결승에서도 빛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방패뒤에서도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이며
마침내 한방의 도끼를 찍어내리던 최연성 선수의 포효도 계속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ps:
'단검' 과 '도끼' 의 비유는 파이터포럼 '정우진' 님의 글에서 인용했습니다.
이 분 글 정말 너무 잘 쓰시니깐 꼭 한 번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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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7/03 15:32
수정 아이콘
멋진 분석이군요...

분명히 럴커 2기가 와서 농성을 벌이고 있을때, 최연성 선수는 1경기때 생각이 나면서

갈등때렸을 껍니다. 그 럴커를 잡으려고 전방에 마린을 빼는순간, 정면으로, 옆 언덕으로 언제 치고 들어올지 모르는

저글링 럴커가 무서웠겠죠... 1경기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터라,

최연성선수로서는 최대한 침착한 판단이였던 겁니다.
코러스
04/07/03 15:39
수정 아이콘
글 잘쓰시네요 특히 '방패를 눈가에까지 올려들자 시야는 너무나 좁아졌습니다.' 이 부분 정말 멋진 표현입니다^^;
Aim.Dream.
04/07/03 15:4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
정우진님의 글도 읽고왔는데, 그분역시 제대로 분석해주셨네요.
04/07/03 16:41
수정 아이콘
1,2,3,4경기 모두.. 초반 공격만 짜왔다는 박성준 선수에 심리전 아닐까요?
전 그렇게 느꼈습니다만....
04/07/03 16:41
수정 아이콘
맘속으로만 생각하고 표현을 못하던것들을.....이처럼 모두 글로 표현할수있다는 것이 대단해보이네요
Mr.세이커
04/07/03 17:0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저도 글을 조리있게 쓰고 싶은데.. 속으론 할말이 많은데 막상 글을 쓸려고 하면 몇줄밖에 안되는데 ㅠㅠ 부러워요.
안티테란
04/07/03 17:54
수정 아이콘
옆길도 분명한 입구이고 길임을 감안했다면 최연성 선수는 그곳에도 벙커를 지었어야 합니다. 다리쪽 입구에만 벙커를 지은 건 좀 의아한 사실입니다. 또 그 옆길위쪽... 즉 왼쪽다리를 방어하기 위한 벙커가 있었는데 러커에게 쉽게 파괴되었죠. 그 상황에서 함부로 스캔을 썻다면 러커와 저글링은 뒤로 빠졌을 거고 결과는 더 안좋았을 것이므로 터지게 놔두고 뒤에 다시 지은건 좋았습니다. 하지만 앞마당 미네랄 밑에 러커두기가 난입했을때! 최연성 선수는 자신의 본진 언덕을 십분 활용했어야 합니다. 그곳에 터렛을 짓는 것도 좋고 벙커를 짓는 것도 좋고 그 러커를 잡기 위해 마린 몇기가 언덕위로 올라오는 것도 죻겠죠. 그 아래쪽도 분명 자신의 진영이었음을 감안하면 최연성선수의 오늘 경기는 실망스러운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Return Of The Panic
04/07/03 18:1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읽었습니다.
3,4 경기 모두 박성준 선수의 전략이 아니었을 까요.. 아무래도 좀 불리한 맵이다 보니 이기면 좋은 거고 두 경기 모두 지더라도 심리적인 압박감을 줌으로써 해볼만한 5 경기에서 최연성 선수가 심리적으로 위축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앞마당 먹어서 테크 느린 테란, 드랍쉽도 없고 베슬도 없고 탱크도 없으니 그 강력해 보였던 최연성 선수의 바이오닉도 별 힘을 못 발휘했던 것 같네요..
04/07/03 18:31
수정 아이콘
오옷! 정말 완벽한 분석이네요^^
근데 옆길로 온 럴커가 부순건 가스통이 아니라 벙커였죠^^;;
앞마당엔 가스가 없으니까요~
그 벙커가 럴커 난입 이전에 완성되었다면.. 경기는 또 모르겠죠..^^
04/07/03 18:38
수정 아이콘
Dizzy Nim // 아마도 파이어뱃이 등에 메고있는 가스통을 말씀하신듯 합니다. 그때 파뱃한기가 샛길언덕위에 있었지만 러커2마리와 저글링에 의해 사망하셨죠. 'Nim아'는 사용하기에 적절한 단어가 아니라네요 -_-;
04/07/03 20:01
수정 아이콘
Justice님//'Nim아'란 말은 다른 곳에서도 사용하지 말기를 부탁합니다. 사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느낌상으로 썩 기분 좋은 말은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말씀하셨기를 'Nim아란 말은 존댓말을 가장한 비속어'란 말이 생각나네요.
냉장고
04/07/03 22:47
수정 아이콘
랩교님......위에 저스티스님이 nim 아 라고 쓰려고 했던게 아니라 님 뒤에 '아마도'가 오면서 본의아니게 필터링에 걸리신걸 말씀하시는 겁니다 ^^ 기계의 한계죠..

참 좋은 글이네요. 예리함이 세련된 형식속에 단정히 자리잡고 있는 글입니다.
04/07/03 23:03
수정 아이콘
제대로된 분석이네요 감사합니다^^
04/07/04 10:53
수정 아이콘
으아아아 그런 거였군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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