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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8/12 22:49:23
Name edelweis_s
Subject [픽션] 빙화(氷花) 11
빙화(氷花)


-정면으로는 도저히 사파를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수많은 무사들과 엄청난 고수들에게 우리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허니… 정면으로 되지 않는다면 측면공격이라도 해야지요.


별동대(別動隊)…? 특공대(特攻隊)……? 뭐 딱히 지칭할 이름이 없다. 그냥 비양팔조(飛揚八組)라는 명칭의 정파 무인집단. 한 조(組)에 최정예 무사 각각 50명씩 여덟 개 조로 나누어 조직되고, 한 조마다 조장(組長)을 둔다. 맹주는 그 비양팔조의 구성을 위해 여덟 명의 조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능비강의 제자 혜휘(暳暉-이재훈)와 몽상가(夢想家-강민)를 우리 정파를 위해 주십시오.

맹주의 말은 날카로운 바늘로 허벅지를 콕콕 찌르듯 따갑다. 난 역시 아직 먼 것인가. 서지훈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지오장을 떠나면서 더 이상의 욕심은 버리기로 했다. 출호 한 이상 강해지는 것은 세월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묵묵히 열심히 하면 언젠가 강해질 날이 오겠지 생각했다. 강해지고 강해지다 보면 언젠가 존경하는 사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하여 나의 결심을 무너뜨리는 대사(大事)가 일어난 것인가.

“…….”

이름을 떨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석자 되는 이름, 알려져서 무엇 하겠느냐. 이름이 밥 먹여 주겠느냐. 그저 강해지고 싶었다. 강호에 그 위풍당당한 기세를 떨치며 한 점 구름처럼 자적하는 수많은 무인들을 동경했다. 장권(掌拳)에 산이 무너지고 격검(擊劍)에 경천동지(驚天動地)하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당대의 문가에서 태어나, 수많은 반대를 겪으면서도 결국은 무도(武道)를 닦기로 했다. 그래서 스승님이 좋았다. 사형들이 좋았다. 그저 좋았다. 그저 좋았었다. 예전에는…….

“…….”

스스로가 한심하다. 순수한 무(武)를 닦기로 한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고수들을 보면 질투가 난다. 고수들의 놀라운 이야기를 들으면 일부러 외면했다. 나보다 강한 무인들이 쌓이고 쌓였다는 중원 무림도 언제부턴가 경외의 대상이 아닌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해버렸다. 맹목적으로 강해져야 한다는 마음은 결국 나를 무너뜨리게 하고 도검의 날을 무뎌지게 했다. 악함에 물들어 썩어버린 마음을 알면서도 돌려놓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오장을 떠나며 어렵게 마음을 바로잡았다. 질투하지 않겠다고. 순수한 마음으로 무(武)를 닦고 협(俠)을 행하려 했다.

“…….”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무림맹 맹주라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이리도 흔들릴 수 있단 말이냐. 나란 놈은 정말 구제불능이구나. 스스로의 부족함을 탓하지 못하고, 그저 남만이 알아주길 원하는 욕심쟁이로구나. 자기 마음도 못 다스려서 어찌 무(武)를 다스리겠느냐.

“…….”

안다. 내가 얼마나 추악한지 안다. 허나 꼭 비양팔조라는 곳에 끼고 싶었다. 그 곳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을 하며 무뎌진 칼날을 갈고 무너져버린 내 마음을 다시 쌓고 싶다. 그리고 더욱 더… 더욱 더 강해지고 싶었다. 더욱 더…….

******

“아직 자리에 들지 않으셨습니까.”

잠이 오지 않아 걸음을 걷던 서지훈은 약간 의외라고 생각하며 달을 바라보고 있는 맹주를 보고 말했다. 맹주는 서지훈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곧 놀란 기색은 사라지고 웃음 지고 후덕한 얼굴로 돌아온다.

“아…. 잠이 오지 않아서 바람이라도 쐴까 하고.”

“…….”

“그렇습니까.”

서지훈은 조용히 맹주의 옆으로 몸을 옮겼다. 때마침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맹주의 옷자락이라도 붙잡고 부탁해 볼 생각이었으니. 그러나 그 것이 참 쉽지가 않아 입 밖으로 내기가 송구스럽다. 혹시 건방져 보이는 것은 아닐까. 어딜 감히 끼어드려는 게냐 호통이라도 맞지 않을까. 그냥 아무 말도 못하고 입술만 뻐금거릴 재, 갑자기 맹주가 먼저 입을 연다.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예에.”

“허허, 무엇을 그리 뜸 들이십니까. 무엇이든 말씀해 보시지요.”

“그 것이…….”

“……?”

“저도… 거두어 주십시오. 비양팔조에.”

“…….”

어렵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잘 못 말한 것이 아닐까 후회도 몰려온다. 그렇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맹주는 대답이 없다. 그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운 채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달을 쳐다본다. 그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려니 속이 다 탄다. 곧이어 맹주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내려놓고 서지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얼굴에 다시 웃음기가 어려 있다. 갑자기 맹주의 대답을 듣기가 두려워진다. 아무 불가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굳이… 조장으로 써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말단 무사로 들어가도 족합니다.”

“흐음…….”

“…….”

“그렇다면 굳이 안 될 것도 없겠군요.”

“……!”

맹주의 무덤덤한 대답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사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어도, 더욱 강해지고 마음을 다잡을 계기를 찾은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그러나 밀려오는 기쁨을 감추고 있던 서지훈에게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좋아하진 마시오. 아직 확답은 한 적이 없소.”

“아아, 예.”

대번에 얼굴이 씁쓸해진다. 뭐 그래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닌가. 아직 빛 한줄기 정도는 남은 셈이었다. 맹주는 다시 한 번 수염을 만지작거리다가 뜬금없이 말을 꺼낸다.

“아직 능비강의 답을 들은 건 아니지만.”

“…….”

“난 꼭 혜휘와 몽상가를 데리고 갈 셈이오.”

“…….”

“그 때, 그대도 함께 따라오게.”

“… 저, 정말이십니까? 정녕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단.”

맹주가 금방이라도 부딪힐 듯이 얼굴을 드미는 서지훈의 눈앞에 검지를 들어보였다.

“나를 이기면 말이야.”

조건부 허락인가. 이런 상황 강 사형과의 대련에 이어 두 번째구나. 그러나, 저번과 같이 수이 쓰러질 수는 없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여기서 이기지 못하면 영원히 강해질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기회다. 갱생(更生)의 기회다. 반드시 이긴다.

“…….”

말은 하지 않고 눈빛으로 대답을 했다. 그 뜻을 알아챈 맹주가 먼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에 찬 보검(寶劍)을 뽑는다. 발검(拔劍)을 능숙하게 해내는 폼이 역시 무림맹의 맹주답게 흠을 찾을 곳이 없다. 웃음기를 잔뜩 머금은 얼굴도 어느새 진지해져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냈다. 빛나는 안광은 달빛과 더불어 어두운 밤을 환하게 비출 듯 하다. 웃는 얼굴 뒤에 저런 이면을 숨기고 있던가. 서지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발도(拔刀)했다. 상대가 누구든 얼마나 무서운 놈이든 절대 질 수는 없다. 온힘을 쏟아서 이긴다.

“지오장의 서지훈입니다. 부탁드립니다.”

“무림맹 맹주, 김창선입니다. 부탁드립니다.”




******

왜 맹주가 김 창선이냐구요? 그건 제 맘입니다-_- 허허허;;;

황형준 PD님의 이름을 빌려 쓰라고 한 분도 계셨는데

그냥 김창선 님의 이름을 빌렸습니다.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요;;;

<전격 예고 빙화 12>

무림맹 맹주 김창선과 대결을 하던 서지훈.

그러다가 가슴에 칼 맞고 사망한다.

고로 다음회가 최종회.

신빙성 : 마이너스 294796639576937%. 믿으면 edelweis_s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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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12 23:46
수정 아이콘
재밌게 보고 있다가 마지막 무림맹주의 한마디에 쓰러진;;;;;;;파하하하~~~~~~~!!!!!무림맹주 김창선~~~~~~푸하하하!!!!!!!!!
...............김창선 해설님 죄송합니다;;;;
04/08/13 00:21
수정 아이콘
하하^^
저도 김창선에 아주 쓰러졌다는^^
개인적으로 제일좋아하는 해설자^^
SayAnything
04/08/13 05:14
수정 아이콘
와우~ 김창선 해설위원님이라니- 왠지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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