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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25 13:16:31
Name theo
Subject [완전 잡담] 뭔가를 먹으면서 행복하다고 느낄때.


먹는걸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뭔가를 먹으면서 행복하다고 느낀적은 여태 딱 2번 정도 있었던거 같군요.




첫번째는 98년도 쯤엔가? 가야 농장인가 하는 곳에서 나온 토마토 농장(당근 농장도 있었구....뒤로 포도농장.. 등등 온갖 농장류가 나왔던 기억이..)


뭐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먹었는데... 그때 저에겐 충격.


정말로 맛있더군요. 토마토 농장 작은거 말고 쫌 큰거 (한 500ml쯤 되나?) 그거 사서 마시고 있자니 "아~ 뭔가를 먹는것 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해 질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 맛있는 수준을 넘어서 그거 한병 마시는 동안은 감히 행복 하다고 말할수 있더군요.


한참 좋아하다가 군대를 갔었더랬죠.

자대배치 받고 얼마 안있자 고참들이 제 동기랑.... px에 데려가 주더군요(2등병들은 혼자 px를 갈수 없었습니다) 그리곤 자기 들이 산다고 뭐 먹고 싶냐고 그러더군요.

전 당연히 "토마토 농장 마시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고 제 동기는 초코파이와 냉동 만두를 이야기 했었습니다.




뭐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다 아시겠죠.

전 그날 토마토 농장 1.5리터 짜리 3개를 부여잡고 울어야 했고 제 동기 녀석은 냉동만두 3봉지와 초코파이 두박스 정도를 끌어안고..... 물론 기본품목인 과자는 산처럼 쌓여있었고 그 외에도 px에 있는 모든 군것질 류가 저희 앞에 깔려 있었죠. 둘이서 토하고 먹고 토하고 먹고.. 한 4번 정도 토하고 나니 대충 다 먹을수 있더군요.



그날 이후로 한동안 토마토 농장은 입에도 안댔습니다.






두번째로 행복감을 느꼈을때도 군대랑 연관이 되는데..


많은 분들이 그랬겠지만 100일 휴가 나오기 전에 "휴가 나가면 뭐랑 뭐랑 뭐 먹어야지. 아 맞다 그것도 먹어야지." 라고 이런저런 상상 많이 하죠.


다들 그러셨는지 까진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이런저런 먹을것 생각은 많았지만 정작 나오니 그다지 먹고 싶지는 않더군요. 그냥 집에서 어머니가 해준 밥이랑 반찬들 먹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


하지만 그런 저에게도 꼭 먹고 싶었던게... 새벽녁에 끓여 먹는 라면.

워낙에 제가 라면을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한끼는 꼭 라면으로 해결했고 고등 졸업 이후에도 상당히 라면을 자주 먹는 편입니다. 게다가 새벽 근무 다녀와서 고참들 라면 먹을때 혼자 담배만 빡빡 피다가 고픈 배를 달래면서 자리에 누워야만 했던 저로선... 반드시 먹고 싶었었죠.

일부러 거사일(?) 저녁은 간단히 먹었습니다. 밥 반공기 정도만 먹고 다른 군것질 거리는 입에도 대지 않았죠. 친구들이 놀자는것도 단호히 뿌리치고 집에서 소설책 보고 티비 보고 컴퓨터 뒤적거리면서 빈둥빈둥 놀았습니다.

11시 즈음 되니. 서서히 배가 고파 오기 시작하더군요. 조금 더 참았습니다. 12시가 거의 다되어갈 무렵이 되자 본격적으로 배가 고프기 시작했고.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시작하자. 하며 라면을 끓였죠.


딱히 뭘 더 넣지는 않았습니다. 어설프게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저에게 찾아온 이 기회를 형편없는 경험으로 바꾸어 버릴것 같아서요. 그냥 라면에 계란만 하나 풀었습니다.

냄새는 물론이고 보기에도 너무너무 좋더군요. 그러곤 라면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게 아주 기가 막히더군요. 토마토 농장 때와 비슷한 감각 이였는데 한층 더 강한듯한 느낌.


라면을 먹으면 먹을수록.. 나의 이 행복한 시간이.. 그러니깐 남아있는 라면의 양이 줄어든다는게 슬플 지경이더군요. 예전의 웃기지도 않은 농담으로 많이 쓰였던 말입니다만 그때 저에겐 절실했고 진지하게 느꼈던 감정이였죠 -_-

슬프긴 했지만 행복감을 최대한 느끼면서 라면을 다 먹고 조금의 밥도 말아 먹고. 남은 국물을 한번에 마시고 나니..... 세상엔 갖가지 행복이 있는 거구나.. 난 그중에 먹는 즐거움이란걸 지금 최대한 느끼고 있다... 라는 생각을 했었더랩니다.(그 뒤의 담배 한대도 빼놓을순 없었죠)




이정도..?


지금은 토마토 농장은 잘 안마시고 (요즘은 잘 팔지도 않는듯?) 라면은 여전히 좋아라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탕수육이라던가 삼겹살이라던가 육류를 좋아하긴 합니다만 그때처럼 감동적인 먹거리는 없더군요...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주절 주절..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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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알키리
04/10/25 13:34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네요...정말... 저도 새벽 1시쯤엔 꼭 무엇이라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요...근데 아무리 저녁에 많이 먹어도 체중의 변화가 없었는데 제대한 이후로 저녁에 뭘 먹으니까 먹는만큼 배가 살짝 나오고 있어요..후후... 그래도 12시를 넘겨 먹는 야식의 맛이란... 정말 양이 줄어들수록 슬퍼지죠....ㅜㅜ
눈시울
04/10/25 13:39
수정 아이콘
군대 갈 날은 얼마 안 남았는데.. 참 충격입니다(-_-;;;;)
고참들이 뭐 먹고 싶은 거 있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오렌지 주스 해야 하나-_-;;;;)
04/10/25 14:47
수정 아이콘
먹고문 때문에 고생하신분들이 많군요.. 저는 100일 휴가때 오징어짬뽕으로 뽀글이를 해먹어 봤습니다. 영내에서 구하기 힘든 레어급라면이죠..근데 의외로 맛이 별로더군요.. 먹고문중에 제일 무서운건 느끼함을 위주로 하는 냉동식품들입니다.. 너비아니,숯불바비큐,닭강정 주로 이런것들이죠..악몽이..ㅠ.ㅡ
홍승식
04/10/25 16:36
수정 아이콘
전 잘먹는 편이어서 고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먹고문때도 전 끝까지 꾸역꾸역 다 먹었거든요.^^ 제가 이등병때 우리 분대장은 px가서 초코파이 한상자를 사와 자기가 두세개 먹고 남은 것은 제 관물대안에 넣어두었죠. 그리고 건빵이 나오는 날이면 제 관물대 안에는 건빵이 최소한 5개가 있었습니다. 간혹 점호시간에 먹을 것이 남아있어서 혼나기도 했지만 행복했었습니다.
그리고 저때는 자대배치받고 한달이 지나야 면회/외박이 가능했었습니다. 그때 집안 식구들이 모두 오셨었는데 - 물론 먹을거 바리바리 싸들고 오셨죠. - 어찌나 많던지 1/3도 못먹고 그냥 다 남겼습니다. 아무리 근 석달만에 보는 아들이라지만 그렇게 많이 싸오시다니.. ^^
04/10/25 16:38
수정 아이콘
눈시울님// 요즘은 저런거 없을껄요?

그리고 군대에선 고참이 괴롭힐려고 마음 먹으면 빠져나갈 방법은 딱히 없는듯.. 그런거야~ 하는 프로에서 볼수있듯이 a라 그럼 a라고 한다고 뭐라 그러고 b라 그럼 b라 한다고 뭐라 그러죠..


뭐 그건 제가 군대있을때 기준의 이야기이고 요즘은 엄청 많이 변했다고 하니 다를겁니다. 너무 걱정 마시길~
04/10/25 16:57
수정 아이콘
모래 군대 가는데... 먹고싶은거 몽땅 먹어놔야겠군요 -_-a
마음속의빛
04/10/25 17:59
수정 아이콘
01년 극초 군번인 제 군대생활에는 먹고문이 없더군요...은근히 기대했었는데..아무도 안 사줬다는.. -_-;; 별 생각없이 주말에 TV보며 건빵을
즐겨먹었는데, 당시 간식으로 종종 배급되던 [맛스타]음료와 함께
꾸역꾸역 건빵 먹다보니 혼자 건빵 3봉지쯤을 소화해냈습니다.
그 후로, 저는 부대내에 대세가 되어버렸다는... ^^;;
로망 프로토스
04/10/25 18:29
수정 아이콘
먹고문 당할 때는 일단 가장 비싼 음식을 부르는게 최곱니다. ㅡㅡb
안전제일
04/10/25 18:34
수정 아이콘
동태찌게 먹고싶어~ 노래를 부르며 다녔는데
집에 갔더니 어머님께서 동태찌게 해놓으셨을때..ㅠ.ㅠ
'너 온다 해서 했지~'으으..엄마 사랑해요오!!!

뭐..이렇게 먹는게 제일 행복하죠..으하하하!
(비록 그전에 늦은 점심이 체해서 토하고 왔을지라도......먼산)
Lucky_Flair
04/10/25 20:13
수정 아이콘
흐음...갑자기 군대 이야기가 줄줄이....

저는 훈련소에서 조교가 가끔씩 작업 따라가면 주던 88한가치가...

최고였던 것 같던^^(피고 나면 어질어질-_-저는 99년도 8월 군번-_-)
never end
04/10/25 23:37
수정 아이콘
저두 첫 휴가때가 생각이 나는 군요...
97년도 9월 군번이라서 저는 첫휴가가 일병 정기 휴가였습니다...
휴가 나갈 때가 다가오니까 정말 먹고싶은 게 많이 생각나더군요...
짜장면, 떡볶이, 순대, 김밥, 탕수육등등 사무실에(행정병이라서) 혼자 앉아서 종이에다가 이것저것 적어놓고 나가면 뭐부터 먹어야지 혼자 상상하면서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휴가 나가서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나니까 아무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안나더군요...
정말 그냥 엄마가 해주는 밥, 반찬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뭐 그담부터는 술로 지새우는 휴가가 되었지만요...
근데 도대체 왜 군대에서는 초코파이가 그토록 맛있는 걸까요...
요즘도 군인들은 초코파이에 혹하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잘 이해가 안 되서요...
군대 가기 전에도 제대한 후에도 초코파이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원래 단 음식을 싫어하는 편이라서...
근데 군대 있을때는 정말 없어서 못 먹었거든요...
나름대로 힘든 시간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살짝 그립기도 하군요...
내년이면 예비군도 끝납니다...(앗싸)
동글콩
04/10/26 09:26
수정 아이콘
새벽녁 야참이라니..

전 SI 업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종종 주말 야간에 시스템 작업을 합니다.
간단한 작업이면 밤 9시 ~ 새벽 1, 2시 정도에 끝이구요,
큰 작업이면 다음 날 아침 7시 정도까지 하는데 새벽 3, 4시쯤 야식을 먹게 되지요.
이 때! 다른거 다 필요없습니다. 떡볶이랑 순대.
새벽 3시에 떡볶이에 찍어먹는 순대 맛이란..
가끔 이거 먹고 싶어서, 작업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버리면 아쉬울 정도라지요 ^^;

아, 다음 달까지는 작업이 없어요. 잠 잘 수 있어서 행복하긴 한데 순대 생각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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