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내년이면 27세-_-가 되는 대학교 휴학생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화원을 운영하시는데, 오늘 일을 도와달라고 해서 나갔지요.

제 초등학교 은사이시기도하고, 아버지하고도 친분이 두터운 분이 교장 선생님으로 계시는,

인근의 초등학교 화분을 교체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일거리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날씨도 춥고 해서, 얼른 끝내려고 서둘러 일을 했습니다.

정문 부근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오후 1시 무렵,

카니발 한대가 와서 빵빵 경적을 울리고 있더군요.

저희집 차를 세워놓기는 했지만, 차가 교문으로 들어갈 공간은 충분했고,

그 앞에는 솜사탕 판매하시는 분이나 초등학생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장소를 이동하려 하는데, 카니발 운전석에서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시는,

분께서 아버지께 뭐라고 하시더군요.

아까부터 경적을 계속 울렸는데, 왜 차를 안빼냐고 짜증을 내시고 있더군요.

자기는 이 학교 교사인데, 수업을 해야 한다, 그러니 차를 빼달라고 하더군요.

아버지께서는 그럼 말로 차를 빼달라고 하면 되지,

왜 경적을 울리다가 이제와서 짜증을 내냐고 하셨죠.

그러자 그 사람이 차에서 내려서 아버지께 다가가 내가 잘못했다는 거냐고 따지더군요.

아버지께서는,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말로 하면 될 걸 왜 내리지도 않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짜증을 내냐고 하시더군요.

저는 두 분을 떼어 놓고 싸움을 말리려 했습니다.

그러자 제 뒤에서 그 교사분께서 그러시더군요.

"넌 이 학교에 납품 다한 줄 알아."

저희 가게에서 그 학교에 물건 납품하는 건 고작 일년에 20만원 정도 입니다.

한달 수입의 10분의 1도 안되는 금액이지요.

(자랑으로 오해하실 수 있겠지만, 저희 집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정도입니다.)

사실 인건비도 안나오지만, 아버지와 교장 선생님의 친분이 두터워,

거의 거저 해주다시피 하는 일이거든요.

안그래도 다혈질인 우리 아버지께서는 더욱 화가 나셨죠.

그래서 그 복잡한 점심시간 무렵 초등학교 정문에서 큰 소리의 말싸움이 났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동료로 보이는 여교사들도 나서더군요.

그때 참기 힘든 말이 나왔습니다.

"꽃이나 팔아먹고 사는 인간이 어디서 행패야!?"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잘못한 것도 아니고해서, 참고 참았던 저지만,

그 말을 들으니 못 참고 그 사람들을 노려봤습니다.

제가 원래 체격이 좋은데다가 인상도 강렬(?)하거든요..^^

그러다가 다시 참았습니다. 아직은 제가 젊은 나이고, 예의를 차려야 하니까요.

아버지를 진정시켜 차를 빼고, 그 분들이 차를 학교로 입장 시키더군요.

학교 운동장엔...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데, 여기저기 주차한 차들이 보였습니다.

운동장이 주차장도 아니고...들어가는 차들을 피해 아이들은 하던 놀이를 멈추더군요.

저는 기가막혀 지나가는 차의 열린 창을 향해 나지막히 말했습니다.

"사교육비가 괜히 올라가냐...."

그러자 맨처음 아버지와 말사움을 하시던 남자 교사분게서 와서,

공연히 아버지하고 또 말싸움을 벌이시는 겁니다.

그 내용인 즉슨,

어디 장사꾼이 교사에게 덤벼드냐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라면, 공무원으로 알고 있던 저에게는 놀라운 발언이었죠.

최근 공무원의 노조 파업을 그리 곱지 않게 바라보던 저는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공무원 노조 파업에 대해 언쟁이 벌어지긴 원치 않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이니까요)

평소 무슨일이 있어도 아이들은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저에게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운동장에 차를 주차시키는 그들의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고,

마치 교사가 일반 시민들은 상전처럼 모셔야할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교사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극히 일부의 교사들의 생각이겠지요...


하지만, 너무 씁쓸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