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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1/25 18:54:18
Name 번뇌선생
Subject 본격 e-sports 로망 활극 "내 꿈이 하늘을 나를 때" - 제 15 화 질 때 지더라도
제 15 화   질 때 지더라도


    주훈 감독은 휴식시간을 제안했다. 물론 임요환이 올 떄 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생각이었다. 작전타임이라면 6:00 팀에게도 문제 될 건 없었다. 인우 역시 임요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님 진짜로 임요환 옵니까?”
  “온다. 걱정 마라. 시간 끄는 거 보면 모르겠나?”
  “확실합니까?”
  “일마가 속고만 살았나. 내 거짓말 하드나.”
  “와 가끔 한다 아입니까?”
  “죽을라고..”
  “행님. 컵라면 하나 사 주세요.”

  쉬는 시간 6:00팀의 아이들은 컵라면을 사다가 물을 부었다. 관객들은 웃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면이 불기를 기다리면서 인우는 찬찬히 아이들을 살펴 보았다.

  ‘오늘은 이기기 힘들지도 모른다. 기운이 우리쪽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기든 지든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을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건 프로 상대의 2승이란 기록이다.’

  인우는 찬찬히 머리속으로 수를 짚어 갔다. 동수는 이미 전력에서 빠진 상태다. 그래도 동수를 1승으로 바꾸었으니 손해는 아니다. 상식이는 지금 실력으로 개인전은 무리다. 막내 태근이 역시 짜온 빌드가 없기에 내보낼 수 없다. 형근이를 이번 판에 내보낸다. 임요환은 분명히 온다. 이번 판을 잘 설계하면 어쩌면 희망이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운은 자기쪽으로 돌아오지 않을 듯이 느껴 졌다. 형근이에게 전수한 빌드는 들어 맞더라도 확신이 안섰다. 역시 아무생각 없이 자신을 만난 조규남 감독보다 방비를 철저히 한 주훈 감독은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질 때 지더라도 앞으로 간다. 물러서면 끝이다.’

  “아싸, 맛있겠따!”

  상식이는 채 익지도 않은 사발면을 뜯어 후루룩 면부터 집어 먹기 시작했다.

  “이노무 자슥아, 익으면 먹어야지. 꽈자 묵나!”
  “행님, 덜 익혀서 먹는 게 더 맛있어요. 맛을 모르네. 아싸, 맛있다.”
  “에이, 나도 그냥 묵으야지.”
  “모르겠다. 나도 그냥 묵을란다.”

  익지도 않은 면을 바삭거리며 씹어 먹는 그들을 바라보며 김성제도 약간 군침이 돌았다.

  ‘사발면 덜 익혀서 먹으면 열라 맛있는데. 우리도 먹자 그럴까. 먹자 그러면 박살 나겠지. 지고 왔는데.’

  성제는 말도 못하고 감독의 눈치만 흘끗흘끗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입속에 고이는 침을 주훈 감독은 놓치지 않았다.

  “성제야. 너도 먹을래?”
  “예....아니요..괜찮아요.”
  “얌마, 먹고 싶다고 얼굴에 적혀 있는데.”
  “그래도...지고 와서...낯짝이 있지...”
  “야, 질 때 지더라도 먹을 건 먹어야지.”

  주 감독은 피씨방 알바를 불러 귓속에 무어라고 주문 했다. 얼마 있지 않아 선수 수대로 사발면과 음료수가 전해 졌다. 게다가 몇십명이나 되는 경기를 보고 있던 팬들에게도 모두 음료수를 돌렸다. 팬들은 때 아닌 사발면에 의아 했지만 곧 자신들에게도 음료수를 선사하자 마음이 풀리며 선수들의 휴식시간을 기다 렸다.

  “어! 행님 먼데요! 내 가니까 사발면 사먹고!”
  “얼레, 얌마 너 어떻게 벌써 왔어?”

  동수를 데려다 주러 간 막내 태근이가 돌아 온 것이다. 태근이는 인우의 물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사발면을 먹고 있는 모습에 굉장히 분노 하고 있었다. 게다가 T1팀까지도 사발면을 먹고 있는게 아닌가!

  “꺄악!”
  “와아아!!”

  순간 태근의 모습을 보며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사발면에 정신이 팔려 있던 형근이는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었다. 모두 자기를 보며 손을 흔들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어어..이 뭐지? 내 인기가 이렇게 올라 갔나”

  “잠깐만 비켜 줄래요?”

  태근의 어깨에 살짝 손을 대고 있는 사람을 뒤돌아 보았다. 많이 본 사람이 서 있었다. 임요환이었다. 태근은 순간 악수를 하려고 손을 꽉 잡으려다가 참았다. 지금은 상대이기 떄문이다. 태근도 임요환의 팬이었다.

  “비키 드리라. 손님 길 막고 뭐하노?”
  “예? 예.예.”

  태근은 엉겹결에 길을 비켰다. 마음속의 영웅과 대면이었이었는데. 너무나 아쉬웠다.

  “우와. 임요환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인데...”
  “와? 맘에 드나?”
  “악수라도 해볼 걸.... 어, 그런데 행님 임요환 갔댔잖아요?”
  “내가 다시 온다 캤잖아.”
  “왜요?”


  순간, 인우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무언가가 지나 갔다. 인우는 주훈 감독을 유심히 바라 보았다. 주훈 감독은 임요환을 반갑게 맞이 하고 있었다.

  인우는 그 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임요환은 감독 옆에 앉아 지시를 듣고 있었다. 주훈 감독은 장내가 시끄러움에도 조용조용 무언가를 지시 했고 임요환은 귀담아 듣고 있었다. 인우는 입을 읽으려고 애썼지만 불가능이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느껴졌다. 임요환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분명 감독의 지시가 못마땅 한 것이었다. 느낄 수 있었다. 한두번 고개를 젓던 임요환은 주훈 감독이 다시 무어라고 채근을 하자 이내 수긍하는 얼굴이었다. 분명 어떤 작전을 지시 한 것이다. 이번판은 그냥 끝나지 않는다. 인우는 직감 했다.

  “임요환이 왜 다시 온 줄 아나?”
  “왜요?”
  “태근이 니랑 붙을 라고 왔다 아이가. 니가 지 좋아하는 거 알고.”
  “예? 뭔소립니까?”
  “뭔소리기는 임마 일로 와봐.”

  인우는 태근이를 바싹 땡겨 앉혔다. 나머지 아이들도 귀를 쫑끗 세우고는 붙어 앉았다.

  “형근이 니 한테는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태근이가 나가야 겠다. 괜찮제?”
  “예. 괜찮아요. 이길 수 만 있으면 돼요.”
  “그래, 고맙다. 형근아. 그리고 태근이 니 일로 와봐.”
  “예.”
  “잘들어........”

  인우의 무언가 지시가 떨어지자 태근이는 깜짝 놀랐다.

  “머라캅니까? 진심이에요?”
  “진심이다. 니 잘 하잖아 한번 해봐.”
  “행님!”
  “니 맨날 임요환한테 그거 하고 싶다메? 절대 못막는다메?”
  “그래도......”
  “불과 일이초 차이지만 확실히 니 그거는 타이밍이 조금 빠르다. 한번 해 봐라.”
  “되까요?”
  “된다. 프로게이머들은 초재면서 연습한다. 일이초도 쟤들 한테는 일이십초다. 한번 해봐라. 될 거다.”
  “되는 거예요 아니면 될거 같은 거예요?”
  “일마가 진짜 속고 살았나! 행님이 해라카면 하는 거지 말이 많노!”
  “알겠어요. 알겠어요. 하꼐요.”
  “잘 해라이.”

  이윽고, 두 선수가 자리에 앉았다. 임요환을 상대로 한 꼬마가 나오자 사람들은 기대 반 실망 반으로 웅성거렸다. 진행자는 핸디와 맵을 선정하기로 했다. 인우가 재빨리 앞으로 나가 맵을 지정 했다.

  “맵은 아까 주훈 감독님께서 저희쪽에서 알아서 지정하라고 하셨으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실, 주훈 감독은 2경기의 맵을 지정하라고 했던 거였다. 2경기를 지고난 후 맵에 대해서도 생각을 한 바, 추첨을 통하려 했으나 저 어린 소년에게 또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지금 일어나서 그런 말을 했니 안했니 싸우는 것은 프로로서의 자존심 문제이다. 그래서 그냥 잠자코 있기로 했다.

  “맵은 레퀴엠으로 하면 좋겠네요.”

  주훈감독은 다시 인우를 쳐다 보았다. 내심 이번 판의 전략을 위해 레퀴엠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그걸 선택 해 주다니. 속으로 감사 했다. 하지만 되돌려 생각 해 보면 이것은 무언가 꼼수가 있는 것이다. 레퀴엠이야 말로 평가가 엇갈리는 맵인데다가 멀티가 위쪽인 지형탓에 아마츄어들이 프로를 상대로 한다면 백발백중 패배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레퀴엠을 선택했다는 것은 저쪽이야말로 커다란 꼼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안심하고 있었다. 이번 카드는 확실했기 떄문이다.

  임요환은 레퀴엠이란 말에 다시 한번 얼굴 색이 좋지 못했다. 인우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주훈 감독은 분명 어떠한 전략을 그에게 지시 했고 그것을 떠보기 위해 인우는 일부러 전략적인 레퀴엠을 선택 했다. 임요환은 얼굴이 더 좋지 못했다. 분명 둘중 하나다. 주훈이 지시한 전략이 전략이 아닌 힘싸움으로 가라고 한 지시였던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사용할 전략에 딱 맞는 맵이 나오니 더더욱 내키지 않는 것이었던가. 인우는 후자에 걸었다. 그러나 레퀴엠을 선택한 것은 비단 임요환만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태근이만의 필살기가 있기 떄문이다.

   5, 4, 3, 2, 1 걍기 시작. 맵은 레퀴엠.

12시 테란 임요환, 3시 저그 염태근.

  입가에 번개처럼 스치는 주감독의 미소를 인우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 얼굴에 스미는 백만분의 일의 미소 역시 놓치지 않고 감추었다.

  죽고 사는 것은 이번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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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소년
04/11/25 19:01
수정 아이콘
번뇌선생님 항상 2주마다 올려주시네요..기다리는 고정독자들은 어찌하라고..ㅠㅠ
신멘다케조
04/11/25 19:06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조금만 속도를 내주심이....
료코/Ryoko
04/11/25 19:16
수정 아이콘
3시라면.. 설마 44444?
아케미
04/11/25 19:18
수정 아이콘
'내 꿈이 하늘을 날을 때', 드디어 정해진 제목인가요? ^^
늘 기다리다 보니 이제 제목만 보여도 두근두근합니다. 대체 다음 편에는 어떤 전략이 나올지… 기대하겠습니다!
HASU-N-ZERG
04/11/25 19:30
수정 아이콘
번뇌선생님 소설탓에 PGR 자게에 들어옵니다^ㅡ^
언제 올라오나 언제 올라오나~ 했는데 춤추는소년말씀대로라면 2주마다 올리는거네요? 아아...너무 오랜 기다림입니다..ㅡ_ㅠ
항상 건필하시길 빕니다^ㅡ^/ 오늘짜로 고정팬 한명 생긴것도 잊지 말아주세요~_~//
춤추는소년
04/11/25 19:37
수정 아이콘
앗..료코님말대룽..4드론인감.. !!
HASU-N-ZERG
04/11/25 19:45
수정 아이콘
4드론이면! 너무 뻔한대요!! 요환선수의SCV로 충분히 막을수도 있겠고!! 음...@_@;
pgr눈팅경력20년
04/11/25 20:05
수정 아이콘
2주...ㅠㅠ 정말 기다리기 힘든시간
한번말할때천
04/11/25 20:05
수정 아이콘
님들의 4드론 리플을 보고 4드론쓸려다가 바꿀지도;;
pgr눈팅경력20년
04/11/25 20:21
수정 아이콘
저기...혹시 제목이 오타난건 아닌가요?
료코/Ryoko
04/11/25 21:48
수정 아이콘
저는 4444를 연타한죄밖에 T-T
CosmicBirD
04/11/25 21:58
수정 아이콘
이거 정말 중독성 심하죠 ㅠ_ㅠ
한번 보면 눈을 뗼수 없는 소설 ..
04/11/26 00:17
수정 아이콘
2주가 지난건가요?? 전.. 이 소설 잊고 있었어요..ㅡ.ㅡ; 한 두 달 지난것 같다..헐.. 번뇌선생님.. 좀더 스피드를....
번뇌선생
04/11/26 02:19
수정 아이콘
모든 것이 wow 때문입니다. 제 탓이 아닙니다. 저는 포세이큰의 일원으로서....휴...
영웅의물량
04/11/26 18:45
수정 아이콘
우어어;; 자게를 안본지 시간이 상당히 된 듯..
하하, 그래도 두편이 같이 올라와있으니 기분은 좋네요. 좋은건가?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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