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관점.
매미는 보통 2~7년정도 땅속에서 유충으로 생활하다가 2~4주정도 성충이 됩니다. 수컷의 울음소리는 복부의 진동막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데, 옛부터 여름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되었고, 암컷은 울지 않습니다.
여름철 소리로 우리의 귀를 집중시키는 매미. 우리는 소리로서 매미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성충 수컷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대부분의 사이트의 백과사전을 검색했더니 대부분 성충 수컷에 대한 소개로 이루어져 있더군요.
저에게 매미는, 학창시절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서 화려하게 데뷔하는 이미지로 각인되었습니다. 나중을 위해서 지금은 공부할 때다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였죠. 2~4주동안 하늘을 날아다니며 세상을 울리기 위해 2~7년을 땅속에서 지내는 매미라고 가르침을 받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럴까요?
요즘들어 생각이 듭니다. 내가 매미라면, 자신의 일생을 곡해하는 해석에 웃음지을 것 같습니다. 죽기직전 짝짓기를 위해서 변신하는 모습을 자신의 전부인냥 착각한다면서요. 인간에 비유하자면, 대충 죽기직전의 반년정도를 위해 나머지를 희생한다는 것인데, 그럴것 같지 않습니다. 우리가 유충으로 부르는 관심갖지 않는 그 모습이 보다 진정한 매미의 모습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 판단하는 모든 것들은 이렇게 대상을 오해해서 보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조심스럽지 않은 판단들.
제게 여름동안 가장 영향을 끼쳤던 사건은 피랍사건이었습니다. 그동안 뉴스를 접하던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란은 클릭조차 어려웠고, 피지알도 제게 높은 벽이 되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나온 불만들은 차분한 판단들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웠기에 말을 아꼈지만, 너무나도 일방적인 말들과 조심하지 않은 언어들은 제 마음에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별로 관계자도 아닌 제게 말이죠.
요즘 피지알의 최고 이슈는 한동욱선수와 온게임넷 스파키즈 프론트간의 문제입니다. 누구의 말이 정답이든, 혹은 둘 다 정답이지만 어디로 무게추가 더 기울어 있던간에 관련된 규정들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고, 그것에 대한 보완이 필요합니다만... 주어진 정보에 비해서 너무 많은 말이, 너무 강하게 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한 사실이더라도 특정인이나 특정단체를 비판하는 일은 조심에 조심을 해야할 일일진데, 결국 알려지지도 않을 정확한 사실임에도 너도나도 여기저기 비판을 합니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판단할 자격, 그 누구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비판을 할 때는 정말 조심해서, 정말 많은 준비를 해서 해야하지 않을까요?
위에 언급한 두 일이 (전자는 큰판의, 후자는 작은판의) 정치적 냄새가 나는 일들이라면, 그렇지 않은 작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고민을 결정하기 위해서 조언을 얻기 위해 올린 글의 코맨트가 조심성을 잃으면서 글이 삭제되었습니다. 글쓴이가 삭제를 했던, 운영자가 코맨트들 때문에 삭제를 했던 간에 상처를 받고 조언과 위로를 얻고자 용기를 낸 한 사람에게 우리는 상처하나를 더 만들었습니다.
3. 조심스럽지 않은 말들.
조언을 얻는 그 글에 자주 나온 코맨트가 있습니다. "글쓴이가 잘 판단하세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말입니다. 코맨트를 하신분들의 판단은 결국 글쓴분에겐 조언이 되고, 그 조언들을 바탕으로 어짜피 글쓴이가 판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판단을 신중히하라는 뜻에서 코맨트를 단 분들도 있겠지만, 몇몇 코맨트들은 조언을 하신 다른 분들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을 높이려는 의도가 다분했습니다. 앞 선 코맨트들 중에 눈쌀 찌푸리게하는 코맨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신중하게 조언을 한 몇몇분들에겐 큰 실례죠. 입스타에서 따온 입연애라는 단어를 보면서,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마저 했습니다.
자신의 의견과 같지 않은 사람들을 섣불리 판단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이것이 토론을 막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주장을 하면, 어려서 잘못 판단하고 있는데 세상 나와보면 알거라는 코맨트가 달립니다. 제가 아직 어리지만, 그런 표현을 하신 분은 저보다도 몇살이나 어린 것을 보면서 뭔가 아리송 합니다. 군대문제에 대해 남자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시대감각이 떨어지는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특정선수의 팬이 아닌데도, 그 선수에 대해 몇마디 좋게 말하면 그 선수'빠'라는 소릴 듣습니다. 매우 불쾌합니다.
입대 전인 3년전만하더라도 까라는 용어조차 없었고, 안티라는 단어도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됐었습니다. 제대후에 처음 까라는 말을 접했는데, 너무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못해서 깐다는 말도 봤습니다. 대체 못하면 까도 된다고, 누가 말했습니까? 못하면 죄지은 건가요? 죄를 지었다고 해도 까도 될지 안될지 모르겠는데...
4. 오해에서 비롯된 예의의 무너짐.
피지알에선 선수나 팀에 대한 응원글들을 자주 봅니다. 그리고 선수나 팀에 대해 뭐라하는 글도 봅니다. 비판은 참 신랄한데, 아무런 근거도 없습니다. 간혹 그냥 싫다라는 코맨트도 봅니다.
당연히 호불호는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공적인 자리에서 표현하는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피지알 회원 및 눈팅만하는 비회원까지 모두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에, 피지알은 공적인 자리입니다. 공적인 자리에서 누군가를 비판한다면, 다수의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충분한 설득이 필요합니다. 근거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말이죠.
특정 단체나 개인에 대해서 애정이 묻어나는, 그 대상에게 뭐라고하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자주 봤습니다. 그 글을 봤을때는 분명 그 대상에게 비판하는 내용이었지만, 충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도리어 감동했었습니다. 그러나 몇몇 분들은 그 글들을 보면서 '아, 비판해도 되는구나'하고 오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비판글을 올리고, 삭제를 당하면 불공평하다며 운영진을 호도합니다.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비판하면 나쁩니다. 그 비판글도 비판이 없었다면 더 좋은 글이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예전에 피지알은 예의를 잃으면 안되었기에, 아주 화가나더라도 예의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이것은 비꼬는 것으로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땐 흥분하지 않으려고, 비꼬는 것처럼 보이는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덕에 피지알은 무협에서 내부에서 썩어버린 거대정파 취급을 받았지만, 착해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무런 노력없이 안착한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착한 것이 최선이겠지만요.
그런 분위기에서, 몇몇 글 잘쓰시는 분들이 빙빙돌리지 않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글을 써내셨고, 높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정말 속이 시원해지는 그런 글들은 제게 참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또 몇몇 분들은 오해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직설적으로 누군가를 비판하는 글들이 늘었습니다. 단, 위에서 말한 속시원한 글이 아닌 그저 짜증만 유발하는 그런 글들이 말입니다. 결국 또 삭제되고, 운영진의 불공정한 처사에 억울해 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피지알은 글솜씨있는 사람만 글쓴다고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읽어주는 사람들을 좀 더 배려하기 위해서 정성스런 글들이 환영받는 다고 생각합니다. 글솜씨는 그저 도움이 될 뿐이라 생각하구요. 솜씨와 정성을 착각해서, 정성없는 글들이 피지알에 올라오게 된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5. 말을 아끼자.
사람들 사이에도, 말을 아껴서 하는 사람들이 신뢰를 받습니다. 이것 또한 말이 적은 것과 오해하곤 하지만 말이죠. 그러나 말이 많은 자리에서는 신중한 사람의 귀한 한마디를 놓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저 좀 더 크게, 좀 더 많이 말하는 사람이 주목받죠.
게시판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신중하지 않은 판단의 글들이 자꾸 올라오고, 신중하지 않은 코맨트로 가득하게 되면서 신중한 글과 코맨트는 묻혀버립니다. 그러다보면 신중한 사람은 더 말을 아끼게 되고, 건질 것 없는 글과 코맨트만 가득하게 될 겁니다. 겉치레 예의뿐인 정말 그런 사이트가 되어 버릴 겁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 자신이 얼마나 신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정성을 드린 글은 폐를 줄일 거라 생각하며, 정말 오랫동안 고민하고, 글을 썼습니다. 혹시나 제가 신중하지 못해서 놓친 부분들은 제게 잘 말해주세요. 저도 제글에 부끄럽지 않게, 앞으론 좀 더 조심하며, 좀 더 신중하게 피지알을 느끼겠습니다.
PS. 글이란 것자체가 저의 생각이기 때문에, '생각합니다''무엇무엇 같습니다.'라는 말은 안쓰려했습니다. 그러나 자꾸 '뭘 그리 단정짓냐'라는 코맨트들을 보면서, 결국 저 단어를 다시 사용합니다. 글을 잘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고, 오늘도 작은 부분을 포기하게 되었네요...
* anista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9-06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