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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3/08/25 12:43:43 |
Name |
안개사용자 |
Subject |
[픽션] 폭투혈전! 틈을 노려라!!! 2부 |
<폭투혈전! 틈을 노려라!!!>
Chapter 2. Like The Deep Blu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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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늘을 날고 있다. 좁은 강을 건너 눈부신 미네랄덩어리로 이루어진 산이 펼쳐진다. 끝없이 펼쳐진 미네랄의 들판.....
"아름답다......"
하지만 이내 미네랄의 들판 끝 부분에 다다르고 눈앞에는 폐허가 되어버린 신전이 나타난다. 언제나처럼 그 신전 안에서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온 몸에 피를 흘리는 부상병들... 그들이 천천히 다가온다. 무서운 모습의 그들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임요황은 그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게임경기 때마다 죽어갔던 그의 유닛들이었다. 그들이 지금 임요황을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용서해 줘....... 다 내 잘못이야...... 아아악!"
임요황은 눈을 떴다. 가쁜 숨을 내쉬는 그의 옷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었다. 아직까지 꿈속에서 본 자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김동쓰와의 경기이후로 벌써 3년째 매일 같은 꿈을 꾸고 있다. 그의 컨트롤미스로 죽어갔던 유닛들이 다가오는... 그는 그 꿈에 대한 두려움으로 계속 게임으로부터 도망 다녔었다. 정신병원에서 치료도 받아보고, 원양어선을 타고 멀리 떠나보기도 했다. 강원도 외딴 산기슭의 움막집에서 완전히 외부와 차단한 채 생활하기까지 해보았다. 하지만 그 어느 곳으로 도망을 가도 악몽은 임요황을 놓아주질 않았다. 악몽은 이미 임요황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
"일어났니? 그럼 밥 먹자!"
움막 문을 열고 누더기 옷을 걸친 주감독이 들어왔다. 한때 임요황의 감독이었던 주감독(이름이 감독이다...-_-;)은 임요황이 폐인이 된 후부터 계속 그를 보살펴왔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임요황은 살아있지도 못했을지 모른다. 임요황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차마 주감독만은 따돌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들이 동고동락한지가 어언 3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임요황은 주감독이 들고 온 밥상에서 모처럼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았다.
"어....... 오늘은 고기 군요..... 그것도 오리고기?"
"그래..... 그것도 유황오리야... 우리가 고기 안 먹은 지도 벌써 2년이 넘어가잖니? 그래서 모처럼 고기를 구해왔다. 어서 먹자...."
"감독님.........."
임요황의 눈에 두 줄기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잠시 주감독에 대한 고마움에 훌쩍거린 임요황은 얼른 고기를 베어먹었다. 모처럼의 고기라서 그럴까? 꼴딱꼴딱 잘도 목구멍에 넘어갔고 금새 오리고기가 밥상에서 사라졌다.
"아......... 배부르다. 잘 먹었습니다."
"그래, 나도 잘 먹었다."
"감독님 정말 감사합니다. 보잘 것 없는 저에게 이런 요리도 해주시고..."
"아니야.... 요황아..... 내가 더 감사해야 하는걸...."
임요황은 너무나 착한 주감독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사실은 오늘 너에게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단다.... "
"누구를............?"
"어서 들어오세요."
잠시 후 인상 좋은 백발의 노인 한 명이 움막집안으로 들어왔다.
"황아. 이 분은 이 근처에서 오리고기집 '오리 옹(翁)'을 운영하고 계시는 사장님이시란다."
"아. 네...... 근데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사실 이번 게임리그에 너를 출전시키기로 오리옹 사장님과 계약을 체결했어. 사장님께서 차비 및 식비를 데 주신데."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임요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움막집을 벗어나려 했지만 너무나 오랜만에 고기를 먹은 탓일까? 아까 먹은 음식에 체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허억........... 주감독님.....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황아! 우리도 먹고살아야지. 난 언젠가 네가 게임리그에 복귀할 거라 믿고 있었어. 이번을 계기로 우리 한번 멋지게 부활해보자!"
"난 게임 못 한다구요! 계약 같은 거는 취소해버려요!"
"... 그게 곤란하거든.... 사실 방금 우리가 계약금을 다 먹어버렸어."
"네?"
"어제 너무 배가 고파서 내가 그만 몰래 오리옹 식당에서 오리 한 마리 훔쳐오다 들켜버렸어. 다행히 식당 사장님이 게임리그에 관심이 많더라구... 마침 네 이름도 알고 있고 해서... 계약을..."
"뭐예요!!!!!!!!!!! 오리 한 마리에 선수를 팔아 넘기다니!!!!"
이제껏 말이 없던 오리옹사장이 바구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주며 한마디했다.
"음.... 경기를 할 때는 이걸 입고 해주세요."
오리옹사장이 내민 쫄 티에는 오리가 윙크하는 그림과 함께 "오리고기의 터주대감! 오리옹 식당!"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난 절대 못해!!!!!!!!!!!!!!!!!!!"
임요황의 비명소리가 강원도 산골에 울려 퍼졌다. 임요황은 온힘을 다해 움막집 지붕을 부수고 뛰쳐나왔다. 그는 숨이 턱까지 올라오는 것을 참으며 강원도의 깊은 산 속을 달리고 또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해가 져서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그의 눈앞에 푸르디푸른 동해바다가 펼쳐졌다. 임요황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으으으..... 으으..... 이제 멈춘 거니.?"
"하악!! 감독님?"
임요황은 뒤를 돌아다보고 깜짝 놀랐다. 피투성이가 된 주감독이 그의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주감독은 임요황의 허리에 줄을 묶어 자신의 허리와 연결시켜놓았었다. 그 때문에 그는 이제껏 달려온 임요황에 의해 바닥에 질질 끌려왔던 것이다.
"언제든지 너를 쫓아갈 수 있게 이렇게 묶어놓았지... 헤헤.."
임요황은 슬픈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애써 외면했다.
"이제 그만해요. 왜 저의 곁을 떠나지 않는 거죠? 전 이제 다시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 내가 너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너때문이 아니야.... 그건 언젠가 해변가에서 본 한 꼬마 때문이야."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예요?"
주감독은 바위에 몸을 기대고 시선을 해가 지고 있는 바다로 향했다. 그의 눈은 꿈꾸는 듯 몽롱해 보였다. 이마에서 한줄기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10년 전 이맘때였던가? 해변 가를 걷다가 커다란 바위에 앉아 작은 돌 하나를 손에 쥔 채 바닥에 열심히 움직이며 놀고 있던 한 꼬마를 만났지. 난 다가가서 물었어. 꼬마야... 거기서 뭐하고 있니?"
"..........."
"그 꼬마가 그러더군.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놀고 있다고. 처음엔 황당했지. 난 다시 물었어. 꼬마야. 넌 컴퓨터, 키보드와 모니터, 마우스도 없지 않니? 그런데 어떻게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가 있니? 그랬더니 꼬마가 나에게 그 작은 손에 꼭 쥐어진 작은 돌을 보여주며 그러더군. 제 손에 쥐어진 것은 돌이 아니라 마우스예요. 그리고는 이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말 한마디를 내게 던졌어."
주감독은 그때가 눈앞에 떠오르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는 눈으로 보는 것만 믿나요? 전 눈을 감으면 저를 둘러싼 모든 어려움이 사라져요. 그리고 제 눈앞에는 제가 상상하는 즐거운 화면이 펼쳐지죠. 그 화면을 보며 전 게임을 하는 거예요. 그래. 정말 그랬어. 놀랍게도 그 꼬마는 마음의 눈을 가지고 있었던 거였어. 순간 난 깨달았지. 내 인생을 걸어서라도 그 꼬마를 게이머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것을..."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아니.... 난 알아. 그 꼬마, 아니 너란 녀석은 반드시 다시 게임을 할거라는 것을... 어쩌면 너보다 더 잘 알아.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다고 하지. 나는 그 운명 같은 무언가를 너에게서 보았던 거야."
"후우... 당신이란 사람......"
임요황이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어 보였다.
"..... 정말 구제불능이란 거 알아요?"
"음... 잘 알아. 하지만 어쩌겠어? 나란 인간이 이런 것을......."
임요황은 여전히 능청스럽게 미소짓는 주감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바다 속으로 사라져 가는 석양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마음의 눈... 어렸을 때에는 그토록 잘 보곤 했었지... 그런데 왜 지금은 못 보는 걸까?'
갑자기 임요황은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두려움, 명예 따위는 없었던 그 순수했던 그 시절로... 그에 대한 강한 갈망이 온 몸에 끓어오르는 혈기를 불러 일으켰다.
'게임..... 게임을 하고 싶다.'
문득 그는 게임이 하고 싶어졌다. 손가락이 부러질 때까지, 눈알이 튀어나올 때까지 게임이 하고 싶어졌다.
"요황아.... 내가 미안했다. 네가 하기 싫다면 안 해도 돼. 경기 출전 안하고 대신 섣달동안 내가 설거지를 하면 되거든. 굳이 무리할 것까지는 없어. 그러니까..."
"감독님...."
"응?"
"출전하겠어요. 오늘 당장 서울로 가겠습니다."
"너.......... 정말로 갈거니?"
"그렇다니 까요. 제 마음 바꾸기 전에 그렇게 하라고 해주세요."
"너의 마음이 그러하다면, 내가 더 고맙지."
주감독은 임요황의 말에 감동 받은 듯 훌쩍이며 눈가를 훔쳤다. 이어 그는 주머니 속에서 소중히 손수건에 싸여있는 무언가를 꺼내 임요황에게 건네주었다. 마우스였다.
"아...... 제 마우스군요. 계임계를 떠나던 날 제가 호수에 던져버리라고 감독님에게 주었던..."
"그래. 버리지 않았어. 미안해. 하지만 언젠가 네가 이 마우스를 다시 잡을 날이 올 줄 알았어."
"감독님......"
잔뜩 상처가 난 마우스의 겉 표면에는 임요황이 손톱으로 직접 새겨 넣은 주옥같은 명언 '나 자신에게 충성하자...'가 새겨져 있었다. 임요황은 그 마우스를 정성스럽게 만진 후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감독이 입을 열었다.
"근데, 왜 갑자기 네 생각이 바뀌었는 지 물어도 될까?"
"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 두려움에 쫓기며 사는 것이 제 운명일까 하는 생각이.... 그래서 한번 그 두려움을 거스르고 그와는 다른 운명을 찾아보고 싶어졌어요. 그 답을 찾기 위해선 게임에 부딪쳐야 하겠죠. 설사 그로 인해 제 목숨이 다한다하더라도...""
임요황은 오랜만에 주감독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 어쩌면 저도 감독님처럼 그 꼬마에게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보고 싶어진 것일지도 모르죠."
이미 완전히 해가 져서 어둑어둑 했지만 하늘에는 아름다운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여기 '아드레날린 업그레이즈' 한잔 더!"
"그 독한 술을 또? 너 무리하는 거 아니야?"
"내가 먹겠다는 데, 형이 무슨 상관이야...... 빨리 줘요....."
칵테일 바 '대마왕'의 지배인 강도갱은 아드레날린 업그레이즈를 한잔 갖다주며 홍진풍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홍진풍은 변했다. 홍진풍은 아마추어시절 게임계에서 가장 순수하고 멋진 매너를 가진 게이머로 알려져 있었다. 오죽했으면 이윤혈과 더불어 KTF (Kind Tournament Fighters : 친절한 승자진출전 격투가들... -_-;)라고 불려졌을까? 하지만 그는 KTF라는 애칭을 버리고 지금은 어느 사업가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너무나 순수했기에 빨리 타락할 수 있는 걸까? 게임계에 정식으로 데뷔한 때부터 그는 무언가에 고통스러워하며 매일 밤, 술을 들이키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강도갱으로써는 홍진풍의 이러한 변화가 그 사업가에 의한 것일 거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진풍아.... 또 여기서 술을 먹고 있는 거냐?"
홍진풍의 후견인 이블K가 술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강도갱을 비웃는 듯이 바라본 후, 홍진풍을 부축했다. 그리고 거의 끌고가다시피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홍진풍을 잡고 '대마왕'을 나서서 홍진풍의 숙소로 데려갔다. 천천히 홍진풍을 의자에 앉힌 이블K가 손수건으로 자기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풍아! 내일 아침 9시 대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내일은 스페셜 1:2 핸디캡매치로 대결을 펼치는 날이다...."
"저... 이젠 좀 쉬고 싶어요....."
"으으음... 이러는 거 아니야~ 넌 무조건 내 명령에 따라야 해,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 네.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번 주말엔 네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하던 사람과 이벤트 전을 벌이도록 해놨다."
"..........."
"임요황이 돌아왔어."
"!!!!"
홍진풍의 얼굴에 경악에 가까운 표정이 펼쳐졌다. 놀랄 줄 알았다는 듯이 이블K는 태연스럽게 시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한 모금 연기를 홍진풍의 얼굴에 뿜어내고는 말을 이었다.
"오리고기 홍보 쫄티를 입고 서울역을 방황하던 것을 발견했다. 내가 특별히 인심을 써서 이번 주말에 너와의 경기를 마련해주었지."
"왜... 왜 저를 요황이 형과 싸우도록 하시는 거죠?"
이블K는 특유의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홍진호의 머릿결을 쓰다듬어 주었다.
"뭐랄까? 한마디로 말해 과거 너의 절친한 형이었던 그를 네 손으로 끝장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네게 주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 녀석이 영원히.... 다시는 게임을 할 수 없도록....."
"무슨 짓을...? 제발... 이제 그만 절 놔주세요.."
"그럴 수는 없지. 그냥 널 놔주기엔 넌 너무 매력적이란 말이야. 아무튼 푹 자둬라. 내일부터 바빠질 테니..."
이블K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홍진풍의 방에 자물쇠를 채우고 그 곳을 떠났다. 홍진풍은 의자에 앉은 채 쇠창살이 쳐진 창가를 바라보았다. 복잡한 네온사인으로 가득 찬 야경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머리가 어지러워져 그는 눈을 감았다.
"요황이 형.........."
홍진풍은 이 구속 같은 삶을 벗어나 자유로웠던 임요황과의 바닷가 옥탑방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웠던 그 때로 돌아가 다시 한번 미래를 꿈꾸고 싶었다.
잠에 취해 서서히 의식을 잃어 가는 그의 귓가로 그 시절의 파도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 Ending Title - 패닉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내 바다 속에는 깊은 슬픔과
헛된 고민들 회오리치네
그 바다 위에선 불어닥치는
세상의 추위 맘을 얼게해
때론 홀로 울기도 지칠 때
두 눈 감고 짐짓 잠이 들면
나의 바다 그 고요한 곳에
무겁게 내려가 나를 바라보네
난 이리 어리석은가
한 치도 자라지 않았나
그 어린 날의 웃음을 잃어만 갔던가
초라한 나의 세상에
폐허로 남은 추억들도
나 버릴 수는 없었던 내 삶의 일분가
<2부 끝>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12-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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