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과 지금 야권 및 그 지지자들의 가장 큰 차이는 포용력이고 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삼국지나 김성모화백의 만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그릇"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야권의 가장 큰 숙원인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정권 교체라는 큰 뜻을 위해 정말 오래 참고, 굴욕도 이겨내었고, 절대 손잡을 수 없던 적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본인이 살아남을 수 없다면, 야권으로의 정권교체도 있을 수 없기에 치욕을 무릎쓰고 전두환 전대통령에게 앙망함을 표하였고,

이회택씨로서는 정권교체의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에, 거짓말쟁이에 기회주의자라는 욕을 먹고서도 정계 복귀를 선언하였고,

자기에게 씌여진 친북 이미지를 벗겨내기 위해 도저히 손을 잡을 수 없었을 것 같았던, 김종필씨와 손을 잡았고,

결국은 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루어 내었습니다.


DJ가 대단한 건 권력을 잡은 다음에도, 장기적으로 잡은 그 권력을 잘 행사하기 위해서, 통합을 지속했다는 겁니다.

YS가 잡아 넣었던, 전직 대통령들을 사면하였고(여기에 있어서 사면의 주체가 YS인지 DJ인지 명확한 fact의 확인은 controversial하지만, 여기선 DJ가 YS 임기동안 건의하였다는 의견을 따랐습니다.)

박정희 전대통령 기념관 건립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서전을 통해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한 박근혜씨에게 "구원"받은 거 같다며 고마움을 표하였습니다.



지금 많은 야권 인사 및 그 지지자들이 박정희 전대통령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본다면, 정말 대단한 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재인씨가 후보로 당선되고나서, DJ, 노무현 전대통령 후보의 묘역에만 참배하고 다른 전직 대통령 후보의 묘역은 무시해버린 데서, 그의 그릇의 한계는 드러났다고 보입니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아래 글 쓰신 분들의 말씀 대로, 이념대결+세대대결+지역대결 구도였다면,
2012년의 현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야당이 이길 수 없었던 구도였다면, 과감히 그 구도를 깨고 DJ처럼 포용으로 가서 반대쪽 표를 끌어모아왔어야 하는데, 문재인후보는 그럴만한 그릇이 못되었고,

나꼼수와 문재인닷컴..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당은 야권의 단단함을 이끌어냈지만, 동시에 여권의 단단함도 이끌어내 버렸습니다.

애초에 여권의 표가 더 많은 상황(경상도유권자>전라도유권자, 5060유권자>203040유권자, 보수이념유권자>진보이념유권자)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둬 버린 것이 가장 큰 패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참고로 역사에서 배우겠다는 안철수씨는 이승만전 대통령, 박정희 전대통령 모두에게 똑같이 참배했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이에 대해 오히려 "아쉽다."라며, 안철수씨에게 유감 아닌 유감을 표하였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80742

현야권 지지층의 작은 그릇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였다고 보입니다.

장담컨데 DJ였다면 안철수씨가 표한 예 이상의 예를 표했을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문재인씨는 좋은 사람이었을 지는 몰라도, 대통령이 될만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것이 나쁜의미에서든, 혹은 좋은 의미에서든 말이죠.


----------------------------------------------------------------------------------------------------------------------------------------------------
20일 11:12. 제목이 너무 자극적인 듯하여 수정했습니다.
본문 수정하려다가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예의가 아닌 듯하여 그대로 두었구요.
대신 첨언을 하자면,

1. 다른 분들 말씀 듣고 보니, 문재인을 단순히 김대중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시간의 부족 및 지지자의 성향 차이 및 당내 입지 라는 변수가 있기에 그 점에서 그릇 이야기를 꺼내든 제 글의 표현이 적절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