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5/11/09 14:41:46
Name [NC]...TesTER
Subject [펜픽 공모] Color Of Love_YellOw
11월의 어느 날 난 은행나무로 가득 찬 길을 걸으면 내 눈에 비춰지고 있는 온 세상이 노랑으로 물든 풍경에 조금씩 조금 씩 작아지며 눈을 감는다.
이제는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에 남는 그때 내가 왜 그를 좋아했었고, 난 왜 그에 대해 알지를 못했을까라는 생각에 1980년대 후반으로 그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13살이란 나이. 어릴 수도 아니면 이미 어른 흉내 내면서 알꺼 다 알수도 있는 나이에 나에겐 불 같은 사랑의 느낌이 불어 닥쳤다. 같은 반에 N군. 외모, 공부, 집안, 성격 모두 A플러스인 그는 늘 나의 동경 그 자체였다. 학기 초 전학 온 나에겐 반 아이들은 모두 낯설었고, 그런 낯설음을 극복하는 데는 1달이 체 걸리지 않았다.
내 뒷자리에 앉은 H양. 나의 낯설음의 극복에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그녀와 난 급속하게 가까운 친구가 되었고, 늘 그녀와 난 하나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N군에 대한 나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채..

나는 늘 수업을 마치면 H양의 집에 가서 같이 음악을 듣고, 숙제도 하고, 맛있는 과자도 사먹고 수다도 떨기 시작했다. 우리 둘에 사이에 K양이란 친구도 끼게되어 둘에서 이제는 셋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게 되었다. 그 당시 우리 셋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던 이문세의 노래가 머릿속을 울린다. ‘가을이 오면’, ‘깊은밤을 날아서’….K양은 집이 굉장히 잘 사는 아이로 공부는 그러저럭 했지만 늘 밝고 숨김없는 성격의 소유자로 기억한다. 그녀는 늘 우리 셋중에 이야기를 리드했고, 때론 솔직하고 대담한 이야기에 우리 둘을 놀래키곤 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야 니네들 좋아하는 남자애들 없냐?, 나 요즘 무지하게 좋아하는 남자애가 생겼는데 어떻해야 할지 모르겠어. 말을 해야 할지 아님 말아야 할지..어떻했음 좋겠니?”
H양은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그렇게 좋아하면 고백해. 좀 창피하긴 하지만 몰래 편지를 쓰던가. 그런데 도대체 누군데 그래? 잘생겼어? 공부는 잘해?”
“당연하지. 지금 반에서 반장이고,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도했는데. 너희들도 잘 아는애고”
H양과 나는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서로의 눈빛으로 K양이 말하는 그를 우린 암묵적으로 공감했고, 놀란 내색을 애써 감추기도 했다. 내가 말했다.
“도대체 누구야? 그런 남자가 어딨지?” K양 눈치도 업이 “N군. 하하하. 니낸 어떻해 생각하니? N군 넘 멋지지 않니? 곧 있음 우리반에서 마니또 하잖어. 나 그때 걔 이름 쓸꺼다”
너무나도 간절히 원했던 K양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눈물이 나올 것처럼 스스로 감동에 젖은 그 눈빛을.

마니또를 하기 1주일을 남짓해서 나와 H양, K양은 늘 그랫듯이 셋이 모여 H양의 집에서 일상생활을 되풀이 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H양의 집에 전화가 많이 걸려왔고, H양이 지난번에 말한 중학교 다니는 오빠랑 사귄다는 말에, 그 오빠란 사람에게 늘 전화가 왔고, H양은 그 오빠와의 통화에 나와 K양은 둘만의 시간이 길어졌다. 옆에서 듣고 있노라면 편지를 매일매일 쓴다는 둥, 다음달에 크리스마슨데 무슨 선물 받고 싶냐는 둥 난 숙제보단 그의 입술에 더욱더 귀가 열려있었다. 한편으론 이번 마니또에 난 누구를 쓸까? 라는 생각에도 몰돌했다. N군은 누굴 쓸까?

마니또 하루 전날, 오늘도 어김없이 난 가장먼저 등교를 했고, 책가방에 책들을 책상 속에 넣는 순간 뭔가가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얀봉투. 크기는 카드만했고. 겉봉투엔 연필로 쓴 조금은 글씨체가 통통하면서도 귀여운 글씨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N군. 나에게 미리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라면서 이제 곧 중학교 가지만 그때까지도 친해지자는 그의 카드.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 가슴속은 너무나 뛰고 있어, 마치 폭발 직전의 다이너마이트를 가슴에 품고 있는 듯했다. 창가에 앉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고, 혹시 그의 채취가 남아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냄새를 맡아보고…난 내일 마니또에 쓸 사람을 결정했다.

창문 밖에는 은행나무들이 화려하게 잎들을 날리우고 있었다.

마니또는 이성간에 서로 맘에드는 친구를 비공개로 적어서 내고, 내가 쓴 사람에게 비밀리에 편지를 쓰거나 선물을 주는 그런 거였다. 난 N군을 마니또로 썻고, 그 다음날 바로 그에게 카드의 답장이면서 마니또로써 그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의 첫마디는..

“사랑하는, 아니 좋아하는 나의 N군..” 그 다음은 기억이 안난다. 내가 그 나이에 왜 N군에게 사랑이란 단어를 썼는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 단어 하나는 곧 우리반에 소문이 뻗치고, 급기야 K양과 H양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K양은 나를 바라보는 눈빛 자체가 틀리게 보였고, H양은 별 관심 없는 듯 아무런 반응도 안보였다. 그때부터 난 N군을 짝사랑하는 사람으로 낙인되었다. 그러나 N군도 그렇게 나를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였던 것 같다.
그 당시 왜 그 소문이 났는지는 난 그저 N군이 친한 친구에게 말을 했고, 그 친구들이 퍼뜨린걸로 밖에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전혀 생각 치 못한 곳에서 발생한 걸 말이다.

졸업 후 조금 먼 곳으로 이사를 갔지만 중학교 3년 동안 난 그와 전화 연락을 해왔고, 비록 만나지는 못했지만 꼭 대학가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정말 중학교 3년 내내 그와 통화를 하면서 그 순간 만큼은 즐거웠고, 늘 고마웠다. 그는 일부러 교회도 내가 사는 동네 근처로 다녔고, 종교가 없었던 나에게 교회를 나오라는 말을 건네주었다. 그럼 자기를 볼 수 있을꺼라고 하면서. 뜻하지 않게 고등학교 1학년 때 오직 그를 보기 위해 난 N군과 같은 교회를 3개월을 다녔다. 그러면서도 늘 그를 보고 싶었지만 그는 내 눈엔 나타나지 않고, 그렇다고 이 교회를 안다니는 것도 아닌데 늘 내 주위에서 나를 지켜보는 듯한 모습으로 내 눈에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참고로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난 더 이상 K양과 H양과는 연락이 안되는 사이가 되어벼렀다. 단지 학교가 틀린거였지만 그 둘을 볼 수는 없었다.

교회를 다니고서도 그를 볼 수 없게 되고, 다시 은행나무가 절정에 다다른 시기, 난 N군의 집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오로지 그를 보기위해 말이다. 그는 전화상으론 언제가는 보겠지 했지만 교회에서 그의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었기에 난 너무나 가슴이 답답했다. 그의 집에 가는 길은 은행나무들이 유독 많아서 마치 은행나뭇잎이 눈처럼 여기저기 날리며, 온 세상을 온통 노랑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의 집 근처까지 갔었을 때, 4년만의 N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본 순간 그라는 걸 알아 체릴 정도로 여전히 매력 있는, 키도 훌쩍 커 버린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옆엔 내 또래의 한 여자가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꽤 미인이었던 그녀. 긴 생머리에, 그 당시 긴생머리를 하기가 힘들었는데, 어찌되었던 긴생머리에 날씬한 몸매는 여자인 내가봐도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비록 안경은 썼지만 꽤나 지적인 모습에 그녀의 입술은 너무나 빨개 보였다. 온 세상이 노랑색으로 물들었는데 유독 빨간 그녀의 입술은 내 가슴 저 깊은 구석에 박혀버린다.

언제부턴가 난 N군과 연락이 끈키고 어떻해 사는지, 어찌 되었는지를 그냥 여기저기 친구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으면 난 대학에 갔고, 거기서 H양을 만나게 된다.

비록 전공은 틀렸지만 우연찮게 알게 된 그녀와 난 다시 친해지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그래서 우린 그렇게 친했나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야 너 남자친구 있니? 없으면 내가 소개시켜주고” H양은 뜬금없이 남자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게 남자에게 관심이 없던 저에게 H양의 말은 정말 뜬금없이 들렸다. 그녀는 자기 남자친구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진작 말했어야 하는데 말하지 못했다라는 말과 함께.


난 지금 나만을 사랑해주는 착한 남자가 있다. 그늘 늘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며, 나의 든든한 산처럼 변하지 않게 그 자리에 있다.
창문 밖으로 노랑잎들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을 때면 N군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매번 떠오르는 궁금한점은 왜 H양은 N군에게 오빠라고 했었던건지…

N군에 대한 나의 사랑은 색깔로 말하자면 노랑색이였던 것 같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uliett November
05/11/09 23:3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봤습니다! 건필하세요!
미이:3
05/12/07 01:16
수정 아이콘
이건 작가님의 이야기인건지^^
뭔가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아니시겠죠? 하핫;
이니셜로 된 인물들의 이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재밌었어요, 건필하십시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3 [팬픽] 용호상박 - 1. 기다림 [3] 라이포겐7439 05/11/13 7439
12 [팬픽공모]The Ring Finger 1부.. [8] Vocalist7899 05/11/11 7899
11 [공모] 다시 미친다는 것 [4] 부루마우스7242 05/11/10 7242
10 [팬픽 - 공모] 테란을 쓰다듬다... [3] Love.of.Tears.7826 05/11/09 7826
9 [펜픽 공모] Color Of Love_YellOw [2] [NC]...TesTER8036 05/11/09 8036
8 [공모-장편소설] 제 1화 - 프롤로그 [4] EzMura6553 05/11/07 6553
7 [공모-단편]아이우의 하늘 ver.2 [4] legend6715 05/11/07 6715
6 [공모-꽁트] 마우스 셋팅하던 노인 [15] SEIJI8649 05/11/07 8649
5 [공모-단편] Honesty [3] Point of No Return6746 05/11/07 6746
4 [공모] 마루 - 1 [3] Talli6973 05/11/06 6973
3 [팬픽-공모]PGM <1> [4] redtea7500 05/11/05 7500
2 [팬픽-공모] 윤무(輪舞) [15] kama8305 05/11/04 830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