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0/08 03:59:57
Name 네로울프
Subject 실수 또는 약해짐에 대한 보고서

그건 단지 실수였다.
담배를 꼬나물고 옹색한 자세를 최대한 가다듬으며
신문을 쫙 펼치는 순간 부스럭 거리는 그 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제길...휴지를 안가지고 오다니....
이미 직장으로 보내진 신호는 다시 회수하기엔 너무 늦었다.
어쨌든 때로 쾌의 절정이라 생각되는 한 지점을 통과할 땐
여타의 것은 중요치 않다. 일단 적절히 수축과 이완을 조절
하는데 전념한다. 한 순간 섬전같은 무의식의 누수를 즐기며
무아경을 자처하는것 까지는 좋았다.
괄약근의 긴장도가 급속히 감소하는 것을 반쯤 감은 눈으로
흡족해 하며 깊은 탄성을 토해낸다.
허나 문제는 지금 부터다. 스멀스멀 불안이 기어올라 온다.
막막한 다차원 방정식의 해법을 두고 제어되지 않는 수많은
수열이 머리를 종횡한다. 저려오는 다리를 (반수세식이다.)
새삼 확인하며 수만가지의 고차원적 해결책을 외면하고 땅에
발을 딛기로 한다. 다른 부위보다 몇결은 연약한 내 은밀한
살갗에 도포된 반점액성의 물질을 두고 물아일체를 상정하여
그 또한 나의 일부로 흡수해내는 일은 솔직히 몇십 갑자의
공력을 요하는 것이라 혹여 있을 주화입마를 경계해 차마
시전치 못함을 스스로에게 납득 시키며 현실적 대한을 모색해
본다.
목소리를 높여 우리 사무실에 구원을 요청하기란 그 녹녹치
않은 거리와 그 사이에 지뢰처럼 놓인 다른 사무실의 이목을
염려치 않을 수 없으므로 일찌감치 경우의 수에서 제거한다.
전음입밀을 수행하지 않았음을 가슴 깊이 통탄한다.
거기에 더해 자연의 은근한 풍화작용에 몸을 맡기는 것도
이미 견딜 수 없을 만큼 팽창하기 시작한 허벅지의 근육을
고려해 재빨리 해법의 수에서 제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아주 과다한 시간을 요하므로 해서 신체적 한계성을 제쳐
두더라도 여타 대기자들의 수많은 원성을 감내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나중에 온도와 습도 조건에 따른 수분 증발의 시간을
계량화 해봐야겠다는 학구적 호기심을 습득한 것으로 마음을
달래기로 한다.
결국 아주 현실적 대안에 내 의식은 접안한다. 의복의 기능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래로 부터
방한, 방서 및 외부의 물리적 충격과 치부의 은폐 등의 기본적
기능외에도 아주 다양하고 유용한 부수 기능들이 이용돼 왔던
것을 기억해 낸 것이다. (가끔 난 공원 벤치 등에서 그 것을
걸레로 사용하기도 한다.) 더구나 지금 사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 의복은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은밀한 곳에 위치
하므로 잠시간의 면피로는 아주 적당한 도구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내 그 가능성을 접고 말았다.. 밀린 빨래들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었다.
자...이제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오직 한가지 가능한 경우의
수를 받아들이자. 그 것은 사실 아주 오래 전 내가 강호에
출두하기 전엔 상용하던 방법이기도 하지 않은가. 이십여년 전
가난하고 작은 어촌 마을에서 보드라운 종이란 기실 흔한 것이
아니었음을... 더구나 우리는 적절하게 그 것의 경도를 감소시
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며 또한 우리의 피부 또한 잘 단련돼
있었었다.

신문을 치켜들었다.

한장을 세등분 하고 다시 각각 이등분을 하세요.
그 다음 섬세하고 치밀하게 구겨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고르게
잘 비벼주세요. 이 부분이 아주 중요하죠. 때때로 접힌 부분등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당할 정도로 경도가 감소되어졌다 싶으면 그
때 필요한 정도의 너비와 두깨로 접어 나가세요. 그리고 필요한 부위에
조심스럽게 사용하시면 됩니다.

통증이 느껴졌다. 아주 오랜만의 시전이라 준비에 있어서 몇가지
부족함이 있었던 것이다. 몇 군데 접힌 부분이 있었으며 전체적으로
고르게 비벼지지도 않았던 게다. 허나 더 이상 이 한증막과 저려오는
다리를 견딜 수는 없었다. 대강 갈무리 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 곳을 탈출한다. 그리고 어기적거리며 사무실로 가서 뽀삐 화장지를
들고 다시 화장실로 돌아가 세심하게 뒷처리를 다시 했다.

그것은 단지 실수였을 뿐이다. 정신이 없다보면 가끔은 저지르게 되는
흔한 실수인 것이다.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난 어느새 아주 약해져버린 내 똥구멍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며
아주 깊은 비애에 젖어든다. 부드러운 화장지에 길들여져 무척이나
약해져 버린 내 똥구멍 처럼 나도 부드러운 여러 유혹에 속살 곳곳
깊이 약해져 버린 것은 아닐까?


................z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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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규이
02/10/08 09:23
수정 아이콘
아하하...;; 진짜 우끼다~ 와아 이글보고 느낀점과, 동감되는 점이 많네요~ 크하하하~
Michinmania
02/10/08 11:17
수정 아이콘
네로님 큰 곤욕을 치르신듯...^^
음..저도 이런 경험이 있죠..(누구나 한번쯤은 있을듯..)
전 그때 신문지도 없어서 결국 신체은밀한 부위의 의복을 사용해야만 했던 아찔한 기억이...-_-;;;
그 의복...당연히 버렸습니다..

ps) 요즘 채널에서 뵈온지가 오래되었네요.. 바쁘신가 봅니다..
리오스
02/10/08 12:49
수정 아이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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