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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0/14 14:49:22
Name 고로록⌒⌒
Subject [연재6.] 이윤열선수 인터뷰 후기.
며칠 전.


점심 즈음하여 또 회사를 땡땡이 치고 (ㅁ나ㅓㅇ;라ㅓㅁ; 이러다 진짜 짤리는거 아닐까)

신대방역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회사가 상당히 바쁠 때라 윤열선수를 중간지점인 삼성역

정도까지만 보내줬으면 했는데 듀얼토너먼트 연습 때문에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는군요.ㅠ_ㅠ

임요환선수 인터뷰 이후로 두 번째로 IS의 새 사무실을 찾게 되었네요.

임선수 때는 IS사무실이 신대방으로 이사한 뒤로 처음 찾아갔던 데다

제가 탁월한 길치인 관계로 한 40분 길바닥에서 헤맸던 아픈 기억이 있지요-_-.

집들이도 못했는데 뭔가를 사가야 될 것 같아 근처 수퍼에서

이것 저것 줏어들고 이번에는 정확하게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사무실 문을 왈칵 열고 들어가는 순간, 추리닝에 쓰레빠를 찍찍 끌면서

하얗고 조그만(-_-부러워라) 얼굴로 사무실을 배회하는 윤열선수와

뒷머리에 환상적인 까치집을 짓고 아침부터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진호선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한밤중.



윤열선수와 얘기를 해보는 건 처음입니다. 그동안 경기를 쭉 봐오면서

겉으로는 저렇게 순진해 보여도 분명히 속에 무시무시한 독기-_-를 품은

독종일것이다! 라고 제멋대로 생각했더랬죠.

윤열선수 KPGA 우승하고 나서 여기저기서 '저런 테란을 어케 이기냐'

'사람같지가 않더라' '정떨어질 만큼 완벽하다' 라는 감상평이 가장 많았지요.

그것에 대해서 윤열선수는 "정말 이상해요. 전 전혀 완벽하지 않거든요?

연습할 때 맨날 지는데...이번 결승전도 백영민선수(프리즈 아쿠타)랑 15판 연습하는데

6게임밖에 못이기고 다 졌어요."라며 머리를 긁적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사무실까지 온 김에 게임하는 것도 봐야죠.

한 베넷 고수와 1:1을 붙었는데, 로템(-_- )에서 저그전이었습니다.

"전 컨디션에 따라서 게임이 정말 차이가 많이 나는데요,

손이 덜풀린다던가...피곤하다던가...하면 진짜 삽질 투성이예요.

특히나 테테전이나 플토전은 메카닉을 하니까 유닛이 큼직큼직해서 그나마 나은데,

저그전은 진짜 죽음이예요. 바이오닉 컨트롤 해야 되는데 마우스가 막 꼬인다니까요"

게임을 하면서도 아아 컨디션 배드해요 배드해...라며 불평을 해댔지만

한번 본진에 드랍했던 마메 8마리가 5분동안이나 살아남아서 럴커 반부대와 드론 십수기를

잡아낸 뒤에야 죽는 걸 보니 참-_- 난감하더군요.

마린이 두들겨 맞을 때마다 윤열선수가 내는 비명소리도 난감했습니다-_-

히드라가 와서 마린을 툭툭 때리면

"아! 아!"

럴커가 쫙 뿌려서 마린 한두기 죽으면

"아! 아파-_-"



-_-...



그런데 투바락에서 바락을 더 늘리지 않고 계속 팩토리를 늘립니다. 저그전인데-_-

왜 그렇게 탱크를 저글링처럼 뽑아대나요?-_-

"멋있잖아요.

탱크가 쏘면 펑펑 터지는것도 멋있고...시즈할때 소리도 멋있고...

또 시원하잖아요. 전 시원한거 좋아해요"



경기를 본 뒤에, 마무리 질문을 하려고 접견실로 돌아오면서

아까 사온 과자봉지를 하나 집어다가 테이블에 놓고 봉지를 뜯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전 과자를 집어 먹었죠.(안 먹더군요)

몇 가지 얘기를 더 하면서 (혼자) 한참 과자를 먹다가

"먹어요 좀 ㅇㅇ;" 하면서 봉지를 윤열선수 쪽으로 밀었더니

우웁쓰-_-

진짜 다람쥐가 도토리 채듯이-_-; 덥석 물고(-_-;) 튀는 겁니다.



테란의 황태자라는 별명은 어때요?

"별로요. 테란의 황태자...천재테란...(천재테란 얘길 할 때는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들며)

너무 부담스러워요. 전 토네이도 테란이 좋아요."

IS에 들어와 임요환선수의 전략을 어깨너머로 배우면서 너무 신기했다고 합니다.

와...저렇게도 하는구나. 저렇게 하니까 이기는구나.

"너무 많이 배웠어요. 팀이 있는게 이래서 좋은 것 같애요."



임요환선수와 이윤열선수가 다른 점은?

이윤열, 이것 저것 해 보다가 먹히는걸 하나 발견하면 끝까지 판다.

임요환, 자기가 전략을 하나 생각해내고 먹힐 때까지 연습한다.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위대해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어렸을 때 다 그랬겠지만, 윤열선수는 아직도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큰 사람입니다. 멋지고, 재밌고, 뭐든지 해내는.

이것 저것 손만 대기만 하면 신기한 걸 만들어내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란 때문인지

윤열선수의 장래희망은 "내 손으로 우주선을 만드는 것"이랍니다.

특별히 가고싶은 행성이 있는 것일까요?-_-

테란을 가장해 지구에서 살던 윤열선수가 저그행성으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_-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하늘도 화창했던 날,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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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돌리노
인터뷰 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윤열 선수의 천진난만함이 느껴지네요^^
수시아
02/10/14 15:38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사-_-기테란 이너뷰 ^^
황세웅
02/10/14 15:39
수정 아이콘
ㅠ.ㅠ
고로록님!! 너무 많이 기다렸습니다...^^
인터뷰하시고 연재까지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항상 건강하세요...^^
마치강물처럼
02/10/14 17:22
수정 아이콘
고로록님 미워요..
이제야 올리시다니.. 정말 기다렸는데..
항상 재미있는 이너뷰 감사합니다.(_ _) <-- 후니님 표절모드
김호철
02/10/14 17:32
수정 아이콘
임요환선수와 이윤열선수가 다른 점은?
임요환, 자기가 전략을 하나 생각해내고 먹힐 때까지 연습한다.

이 부분이 웃음이 나고 임요환선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네요.
여러 상황에 맞는 그때 그때의 전략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전략 하나 만든 다음에 그 전략에 맞게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에 옷을 맞추는게 아니라 옷에 사람을 맞추려고 하는....
특히 박정석선수와의 대결에서 그런 점이 두드러졌죠.
그러한 점이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임요환선수만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생글생글까꿍
아.. 님이 고로록님이셨군요.. 오늘 한시간 전에 님의 얘기를 들었어요..;
즐겁게 웃으면서 봤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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