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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25 10:08:42
Name 추억공유
Subject 추억공유
안녕하세요.
사랑과 군대의 고통속에는 언제나 추억도 함께 하는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추억이 많아 행복한건 아닌것 같고요. 왜냐하면 추억의 일부는 떠올릴때마다 가슴이 아파올지도 모르거든요.^^
자 그럼 이야기 시작합니다.
제가 대학 3학년때 일이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끼,말빨등이 없어 3학년이 되도록 여자친구 하나 없던 전, 친구소개로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이름도 아름다웠죠. 미(아름다울미)해(바다해) 란 이름도 아름다운 그녀는 저보다 2살이 어렸습니다. 우린 첫 만남부터 뭔가 달랐죠. 친구의 무책임함으로 서로의 나이도 모른채 만난 우리는 만나자마자 서로의 나이를 물어봅니다. 제가 먼저 물어보았고 그녀의 대답은
"21살이다. 넌 몇살이야?" 라는 그때의 저로써는 황당할수밖에 없는 그런 대답이였습니다. 남자 선배,후배들만 만나왔던 저는 순간 욱하며 굳은얼굴로 제 나이를 밝혔더랬습니다.(22살) 그녀는 20살이였습니다...

처음 만난 날, 저희는 술을 마셨습니다. -_- 그때의 전 여자와의 데이트란 개념은 알지도 못했고, 누군가와의 만남=술,운동 이란 개념이였습니다. 여자와의 첫 만남에 운동은 할수 없어서 이른 저녁 술을 마시자던 저의 제안에 흔쾌히 따라와 주었던 그녀. 술을 마시며 자꾸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쓰는 겁니다. "미해야, 그냥 반말해라" 라고 여러번 말했지만 '야! 오빠!' 를 섞어 쓰더군요. -_- 그러다가 제가 "야 반말 안하면 나도 존댓말 쓴다" 라고 했더니 알았다며 마치 등산을 하다 정상에서서 고함을 지르듯 술집이 떠나가게 제이름을 부르는 겁니다. "지~~~~~~~~~민~~~~~~~~아~~~~~" (가명)
아무튼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가까워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후 바로 먼 거리에 있는 회사로 취업을 나갔던 그녀라 자주만나기는 힘들었습니다. 한달에 일주일정도만 만남을 가졌었죠. 어느날 그녀와 함께 공원을 갔습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질때쯤 벤치에 앉아서 별말도 없던 그녀와 나. 손도 잡아보지 못했던 그녀가 제 볼에 살짝 입을 맞춥니다. 그 후 그녀와 키스도 해봤던 저이지만 아직도 공원에서의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텅 빈것 같고 아려옵니다.
그렇게 그녀와 6개월쯤 만났을 때, 그녀가 아닌 내 친구로부터 그녀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 충격이였죠. 항상 그녀가 오는날을 기다리며 가슴떨리게 했던 그 설레임은 고백을 하지못한 아쉬움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힘들고 가슴아프게 지내다가 전 모진 마음을 먹고 해병대에 지원했습니다.

운동을 좋아했었던 전 해병대에 무사히 합격했고, 훈단시절 운이좋아 해병대수색대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운동을 잘했던 저이지만 훈단시절은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매일 맞았고 매일 다쳤습니다. 그러나 수색대의 훈련에 비하면 참을만 한 것이었습니다. 수영을 잘 못했던 저는 파도속에서 헤엄을 칠수 있을때까지 배가 터지도록 물을 마셨고 기름,오물,분뇨가 섞인 까만 하천에서 구르며 하천의 밑바닥에 있는 오물로 양치질을 했습니다. 배고픔을 달래기위해 온갖 초목들과 살아있는것들을 그대로 먹어야 했고 겨울엔 맨몸으로 눈밭에서 구르고 얼음을깨고 호수 밑바닥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해병님들은 아실겁니다. 저렇게 힘들고 매일 맞으면서도 견딜수 있는 이유는 해병이란 자부심때문이란걸 말입니다. 해병중에서도 수색대였던 저 역시 휴가 나올때마다 자부심과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베레모를 쓰면 정말 안하무인이였죠.
그런데 그녀는 남자친구가 아직도 있었습니다. 꼭 만나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멀리 있었기에, 날 보러 이곳까지 오지 않을것 같아서, 그래서 만나지 못했습니다. 상병때 입니다. 외박이 떨어져서 먼 길을 기차타고와 고향친구들을 만났습니다. 한참 재밌게 술을 마시다 친구녀석이 취기가 좀 올랐는지 무게를 잡으며 얘기를 합니다. 미해가 약혼을 했다고 말입니다. 기껏 20대초반인 여자가 약혼을 한답니다. 웃기지도 않고 프로포즈를 했을 남자를 생각하니 속이 쓰렸지만, 제가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군바리가 뭘 하겠습니까 ㅜ.ㅜ 결혼 날짜는 아직 안남았으니 제대후 시간이 남아있다면 그 남자를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만약 저보다 못났다면 실컷 패줄 요량으로 말입니다. 그리곤 달라진 나를 보여주며 그녀의 맘을 돌려볼생각으로 말입니다.
아무튼 시간은 흘러흘러 마지막 휴가가 왔습니다.(군대에선 영창도 한번갔다왔고, 역시 힘들게 지냈습니다 -_-)  휴가를 나오자마자 후임들과 술을 한잔 한후 고향에 가서 모두 군대가고 마지막으로 남은 친구녀석을 만났습니다. 근데 이녀석 왠지 표정이 안좋아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누구 죽었냐?" 그런데 이녀석 대답을 안 합니다. 순간 저는 누가 죽었구나! 생각했지만, 정말 그게 그녀일줄은 몰랐습니다... 모든 비밀을 공유했던 내 친구였기에 그 날은 밤새 술을 마시며 저대신 눈물을 흘려줬습니다. 저 역시 마음으론 무지 울었습니다.
제대를 할때가 왔습니다. 정말 시간 금방 가더군요.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생각했습니다. '이 베레모를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더이상 기회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허탈했습니다. 제대를 하니 홀가분하긴 한데 휴가때의 그 설레임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렇게 저의 군생활은 끝이 났습니다. 그리곤 그녀도 점점 잊혀져 가는줄 알았습니다.

제가 취직을 할때 말입니다. 대기업에 원서를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연락이 왔습니다. 합격했다고 말입니다. 정말 기뻐서 부모님께 연락을 하고 잠을 못자고 있는데, 그 날이 바로 그녀의 기일이더군요. 제 첫사랑이였던 그녀는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렇게 제 가슴에 많은 흔적을 남기고 갔습니다. 지금이야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임신했지만, 아직도 제 볼에 입을 맞춰오던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오곤 합니다.
재미없는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해병(선,후배)님들 저의 과거가 들어나면 곧 죽음이기에 실명을 밝히지 못한점 정말 죄송합니다. 저를 알아보신 해병님들은 입 꾹 다물고 제게 귀뜸 주시면 술한잔 거하게 사겠습니다. 필~~~~~~~~~~~~~~~~~~~~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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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미
05/03/25 11:18
수정 아이콘
................................. 첫사랑 ... 아........
05/03/25 12:36
수정 아이콘
첫사랑이란 남자에게는 죽을때까지 잊지못하는 그런 것 이라고 하더군요....
깜밥두개
05/03/25 13:2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첫사랑은 참 잊기가.. 생각 하면 기분이 좋고 재미있고 그런 추억 같습니다..
마음의손잡이
05/03/25 16:38
수정 아이콘
첫사랑도 그렇지만 옛날군대는 정말 '개'를 기르는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드네요.
어른들이 '야 예전보다는 훨씬 편한데 뭘...' 이 말씀한마디에 아직도 할 말이 없는건 이런분들이 직접 증명해주시는거 아닌가 싶네요
i_random
05/03/26 00:12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애틋하네요.....
앞으로 행복하세요..
격정천
05/03/26 01:53
수정 아이콘
우쒸...
해병대 2번지원해서 떨어지ㅡ는 바람에
22살에 군대갔었더랬지요...친구들 대부분은 해병대 갔다왔더만.....

읽어보니 기분이 쐬하네요...
양정민
05/03/26 05:52
수정 아이콘
이제 첫사랑은... '첫사랑' 이 세마디로 모든게 표현된다 생각합니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까요...'나의 첫사랑이다' 이것만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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