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6/16 02:36:53
Name 바람의언덕
Subject 나의 어린친구들을 위해...
게임을 오프라인으로 보러다닌지 이제 5개월 정도가 된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같이 보러다닐 친구도 없어서,
혼자서 휙하니 다녀오곤 했는데,
팬카페에 회원으로 얼굴을 내밀고 부터 친구도 하나 둘 생겨서,
함께 보러다니기도 하고,  꼭 함께 갈 친구들이 없어도 현장에 가면
아는 얼굴 한둘은 만나서 함께 보게되었습니다.

그렇게 오프를 다니다 저에겐 어린 친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전 그 친구들을 "아가들"이라고 부르는데...
놀리는 것 같다고들 하지만 제눈에 마냥 어리고 귀엽게들 보여서
그냥 "아가들"이라고 부릅니다.

오프를 자주 다니다 보면 점점 익숙한 얼굴들이 늘어갑니다.
인사 한번 한 적 없는 아가들이라도
멀리서 보면 어느 선수, 어느 팀 팬이란걸 알 정도로 익숙해지기도 합니다.
저 역시 꽤나 오프를 자주 다닌것 같죠?^^

전 나이도 있고, 성격도 그리 적극적이지 못한 터라
그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만도 꽤나 노력한 결과인데...
이 친구들은 제가 못하는 일들도 참 잘합니다.

전 좋아하는 선수에게 선물 전하는 타이밍도,
싸인 받는 타이밍도 못맞추는 박치인데
우리 아가들은 어떻게들 그렇게 잘 맞추는지 신기하게
선물도 잘 전해주고,
싸인도 잘 받아오고,
악수도 덥썩덥썩 잘하고,
사진도 잘 찍어 옵니다.


현장에 있다보면 선수들이나 해설자들 감독님들과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마주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전 어쩔 줄 몰라 고개를 돌리고 모르는 척 하는데
우리 아가들은 인사도 잘합니다.
심지어 카메라맨이나 방송국 스텝들과
친하게 말 나누고 사탕 한개라도 줄 수있으면 주는 예쁜 아가들입니다.
적어도 제눈에 만큼은 너무 예쁜 아가들입니다.


아가들과 친해지고 나서 나이를 잊고 철 없는 짓을 자주 하게 됐습니다.
쓸데없는 말들도 많고, 목소리 톤이며 크기가 잔뜩 올라가고 커져서
오버도 많이 하게되고, 우리 아가들도 입에 잘 올리지 않은
"오빠" 란 단어까지 입에 올리며 저 보다 나이도 어린 선수를 오빠란 호칭으로 불러데다
아가들한테 야단 맞기도 하지만, 그런 장난들이 재미나고 즐거워서
저는 아가들과 더 가까워지는 듯합니다.


저는 개인적인 사정상 화장을 짙게 못하는 편인데
아가들과 함께 놀다 보면 우리 아가들의 화장품을
빌려와서 그 어떤 화장 보다 생기있고 어려보이는 화장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 어떤 색조화장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예쁜 홍조(이단어 쓰려니 좀 난감해지네요^^;;)와 생기가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까지 들떠버리거든요.


보통 여성들이 쓰는 색조화장품은 사용할 수록 피부에 좋지 않은데
제가 아가들에게 빌려쓰는 화장품은 피부를 더 생생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오프를 다녀온 제 얼굴을 보면 화사해보인다고들 할 정도니까요.
오히려 비싼 마사지 크림 바른 것보다 더 멋지게 피부를 지켜주나 봅니다.


앞에서 제가 소극적인 편이라고 했는데
우리 아가들은 저더러 적극적이고 활달해보인다고 합니다.
덧붙여 나이보다 어려보인다는 이야기까지...^^;;
원래 그랬던게 아니라 아가들과 어울리다 보니 그렇게 된건데...
요즘 프로게이머들이 나이들어 보이지 않고 갈 수록 어려보이고,
멋지게 변태하는 것도 저랑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어린 아가들이 나누어 주는 무한한 사랑에너지 때문에...^^



그런데 이렇게 예쁜 아가들이...
놀림거리가 될 때가 있어 가슴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그런 놀림이며 이유없는 비난들은 가능한 보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끔 어쩌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보게 되면 정말 맘이 아파요.


그 아이들이 놀림받고 미운 털이 박히는 이런저런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건 바로 자리맡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미운 털이 박혀 다른 것에서도 더 비난을 받는 듯합니다.
물론 저 역시 처음에 "자리있음신공" 이란 걸 당했을 땐 불만도 생기고 화도 났는데,
이미 제 눈엔 그 아이들이 예쁘게 보이는 콩깍지가 씌였기 때문일까요?
이젠 그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조금더 가까이서
조금더 크게
응원하고 싶은 그 맘 이해해주고 싶습니다.

어른들이나 소극적인 사람들이 멀리서 맘으로만 선수를 지켜봐 준다면
그 아이들은 좀더 적극적으로 선수에게 직접 눈으로 보여주고 싶은거 아닐까요?
우리가 이 만큼이나 당신 가까이에 있다고...
그렇게 선수들 가까이에 가기 위한 그 아이들의 노력이
선수들에 대한 더 큰 사랑이고, 응원의 힘이니까요.


그 아가들도 그 자리를 맞추기 위해
얼마나 발을 동동 굴리고, 맘을 졸였을지...
그리고 그 많은 비난과 눈치를 참아가며 꿋꿋히 지켜가는지...
그런것들 생각하면 전 오프현장에서 자리란 것에 미련을 버립니다.


일찍 갈 시간적 여유가 되지도 않지만
요즘에 아예 느긋하게 갑니다.
그까짓거 뭐 이 튼튼한 다리로 서서보면 되지...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만 보여주면
그땐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보게 될테고,
쉬는 시간이면 자리에 얽매이지말고
답답한 현장 밖에 나와서 편하고 자유롭게 쉬면서 즐기자...
이런 다짐으로 보러갑니다.


그 아이들을 비난하는 많은 에너지들이
그 아이들이 그렇게 눈치받고, 비난과 놀림을 받아가며 선수들을 응원해야하는
지금의 환경을 뜯어 고칠 수 있는 쪽으로 에너지를 쏟아졌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물론 제가 이뻐하는 아가들을 놀리는 많은 에너지들이 어른들 쪽에서 보다는
그 아가들 또래의 또 다른 어린 친구들 쪽에서 더 많이 나오고 있단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또 다른 어린 친구들 또한 그런 쓸데없는 것이나 비난하도록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프 현장을 열기와 생기로 가득 채워주는 나의 어린 친구들,
그 아이들이 늘 즐겁고 유쾌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어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저 처럼 나이 많은 게임팬들도, 그 아이들이 밉게 보이지 않고,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그런 오프 현장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오프를 다녀가시는 많은 분들이 짜증과 원망 같은 스트레스 대신,
즐거움으로 저 처럼 남들 보이에도 화사해보일 정도의 에너지를 잔뜩잔뜩 받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E-스포츠의 관람 환경은 어떻게 개선되어야할지...
사실 제머리 속에는 그려지는게 하나두 없네요.
그냥 장소만 넓어져서 될 것 같지도 않은데...
좋은 방법이 없나 모르겠습니다.

물론 지금의 환경도 팬들의 인내심과 게임에 대한 사랑 그리고
고통을 잊게 해주는 그 어떤 진통제보다 효능이 뛰어난 선수들의 플레이만 있으면
참아낼 수 있을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P.s. 피지알에서 글 쓰는것 참 망설여졌는데...
     제 머릿속에엔 좋은 해결책 생각해 낼 이성은 없고,
    그저 제가 이뻐하는 아가들...그리고 아마 몇달 후 , 몇년 후면 더 늘어날
    아가들 고생하지 말았으면 하는 소심한 걱정들 뿐이라...답답한 맘에 글을 써봤씁니다.
    그런 머리로 쓴 글이라 쓸데없이 많이 길어진 듯하네요.
    그리고 우리 아가들 정말 예쁩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카이레스
05/06/16 03:09
수정 아이콘
피지알 첫 글이시네요. 아가라는 표현이 약간 읽기 힘들었지만(어색했다는 뜻이에요^^;) 멋진 글이네요.
하지만 지나친 자리맡기 문화는 개선되야겠죠. 제 생각으로는 온게임넷이 규제를 하지 않으니 여러 펜카페에서 스스로 변화해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어린 중고생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더 키워가면서 자리 맡기의 폐해는 줄일 수 있는 묘책이 있었으면 하네요^^;
카이레스
05/06/16 03:10
수정 아이콘
그런데 자꾸 나이드셨다고 하니까 중년같잖아요-0-; 훨씬 젋으신데;;
05/06/16 03:12
수정 아이콘
글쓴 님 스스로 자신의 선을 그어버리시네요.
나이도 많지도 않은(!!) 편이신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같은 노땅(!!)들 섭섭합니다.
바람의언덕
05/06/16 03:25
수정 아이콘
^^;; 제가 그렇게 나이 많은 것 처럼 표현이 됐나요?
흠...그런데 제 나이 정도면 많은 편쪽에 속하지 않나요?
적어도...오빠라 부를 프로게이머가 없네요...^^;;
아테나
05/06/16 04:2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애정과 진심이 묻어나는...^^ 좋은 글에 예의없는 댓글이 달리지 않길 바랍니다....
Baby_BoxeR
05/06/16 04:56
수정 아이콘
저보다 훠얼씬~ 젊으신데요? 나이가 무슨 대숩니까... 나이 먹고도 XXX 화이팅~ 같은건 잘 한답니다.
Peppermint
05/06/16 12:43
수정 아이콘
글을 읽는 순간 제 얘기인줄 알았습니다..;;
저 역시 오프에서 만난 어린 친구들을 "애기들"이라고 부르거든요..공용어인가요..^^

자리맡기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무조건 자리를 못맡게 한다는 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 같구요.
경기시간대별 좌석표 배분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
또 그 좌석표를 언제 배분하느냐 그것도 문제이고..
온라인 좌석신청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무료인 이상 펑크낼 확률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고..

빨리 이스포츠 전용경기장이 생기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네요.

뱀다리) 근데 님을 잠시 스토킹해보니까 제가 아는 분이네요..^^ 그래서 같은 말을 썼던 거였군요..;;
pgr 첫글 축하드려요!! 그리고 반갑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66 나는 당신이 그에 비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8] S의 독언..5164 05/06/16 5164 0
13765 오늘 최연성 대 이재훈 3경기를 보고.. [26] 크워어억6044 05/06/16 6044 0
13764 최연성... 팩토리는 나의힘 (스포일러 유) [133] Mr.머8034 05/06/16 8034 0
13763 한화, 그리고 장종훈과 함께한 프로야구 [24] SEIJI5619 05/06/16 5619 0
13762 [후추펌] 또 다시 눈앞의 승리에 영웅을 빼앗길 것인가? [70] 낭만드랍쉽6477 05/06/16 6477 0
13761 sbs 스포츠 뉴스에서 온겜넷 준결승전 이야기 하던데.. [23] 한인6484 05/06/16 6484 0
13760 삭제게시판을 공개해주십시요 [45] 스머프5675 05/06/16 5675 0
13759 레이드 어설트에서 테란의 해법 [46] 폐인5355 05/06/16 5355 0
13758 [OSL이야기] 올인하는 자가 승리한다. [7] 청보랏빛 영혼5751 05/06/16 5751 0
13757 저주받은 시청자(?) 이리 모이세요.. [15] 네오크로우4340 05/06/16 4340 0
13756 [MSL이야기] 살아남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11] 청보랏빛 영혼5148 05/06/16 5148 0
13754 [2005 네덜란드 청대] 대한민국 2 : 1 나이지리아 [31] 티티5549 05/06/16 5549 0
13753 [축구]뭐 이런 일이.. [20] anti-terran4347 05/06/16 4347 0
13752 플토대 테란의 잘못된 고정관념에 대한 생각 [17] 밥달라고꿀꿀4693 05/06/16 4693 0
13751 Beautiful Morning....(대한민국 청소년대표팀) [35] Ace of Base4687 05/06/16 4687 0
13750 [잡담]힘들어서 간 사람을 왜 또 힘들게 하는지... [17] Daviforever4083 05/06/16 4083 0
13749 과연 이재훈선수를 온라인 강자라 부를 수 있을까요? [18] Sulla-Felix5397 05/06/16 5397 0
13746 나의 어린친구들을 위해... [7] 바람의언덕4118 05/06/16 4118 0
13743 만화 1001 [20] 마리아9644 05/06/16 9644 0
13742 [초보들의 잡다한 팁] [13] 2초의똥꾸멍4879 05/06/15 4879 0
13741 To Themarine..아직 갈길이 먼 그의 이야기 [13] ggum3374172 05/06/15 4172 0
13740 MSL 패자준4강 - "당신은 최고수준의 테란대토스전을 볼 수 있습니다." [94] 호수청년7723 05/06/15 7723 0
13739 읽어서 느끼는 감동과 보고 들어서 느끼는 감동, 글과 영상물 [3] 마음속의빛3949 05/06/15 394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