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친구가 한국에 관광을 하러 왔습니다.

'천국의 계단'을 대책없이 좋아하는 여자 아이이고(24살이니 아이는 아니지만 20살때 만나고 처음보는 것이라 그 때 이미지 때문에 '아이'를 뗄 수가 없네요^^;), 한국 남자 연예인에도 관심이 참 많더군요(배용준, 권상우, 류시원, 이병헌, 원빈 등).

이 얘가 한국 관광한다기에 예전에 제가 게시판에서 '일본, 중국, 동남아 인들을 무분별하게 비난하지 말자' 란 요지로 글을 썼을 때 달렸던 댓글과 다른 글들에서 느껴지던 반일 감정을 읽었던 터라 조금 염려했으나 역시 기우였습니다.

롯데월드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뛰어가서 영어 일어 한국어가 섞인 복잡한 언어로 사진을 부탁하는데 다들 흔쾌히 찍어 주고, 길을 물어도 다들 친절하게 가르쳐주더군요. 그것도 약간은 당황해보였지만 그 속에 잔잔한 미소가 감도는 표정이었습니다.
(한국어에 능통한..이 아니라 한국인인 저는 무엇을 했냐하면, 이 얘가 정말 총알같이 튀어나가서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습니다)

'한국인 참 친절하구나' 하는 그 애의 말에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분위기는 바야흐로 '한국 너무 좋아' 까지 무르익을 무렵.. 이 밤 11시 30분이 넘었을 때였습니다.

슬슬 등장하는 발걸음 비틀 거리는 사람들과, 벤치에 쓰러져있는 사람, 벽 붙잡고 소변 보는 사람과 쭈그려 앉아 토하고 뒤에서 등 두드려 주는 사람, 시끄럽게 소리지르거나 공공장소에서 너무나 큰 소리로 대화하는 사람들, 결정적으로 이 친구를 소리지르게 만든 변태아저씨.

모두 술 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벤치에 사람이 쓰러져 자고 있자 이 얘가 다가가서 괜찮냐고 하는 것을 재빨리 나꿔챘습니다. 토를 했는지 쓰레기통 근처에서 자고 있는 사람이 있자 또 다가가길래 또 나꿔챘습니다.

저한테 묻더군요.

"저 사람들 저렇게 나둬도 돼?"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 시간 서울 도심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고, 평소에 '쯧쯧' 혀만 찼지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는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과연 그 사람들은 괜찮을까요?


술취한 변태 아저씨야 어느나라에나 있겠고 또 서울 하늘에 꽤나 있겠지만 왜 하필 이 날 하필 또 이 얘에게 나타났는지-.-;(이 때도 저는 무엇을 했냐면 얘가 싸다고 신기해하던 40엔짜리 즉 400원짜리 지하철 자판기 음료를 뽑고 있었습니다)

"한국 밤은 무섭구나"

"한국 너무 좋아" 에서 "무섭다"로 바뀌니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밤 12시 서울양과 길거리 술주정군 둘이 친하게 안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솔로부대원님들 제발 문제의 저 두 남녀를 떨어뜨려주세요.



저는 불가능하네요, 이유는 생존 본능에 의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