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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7/19 17:51:28
Name OrBef
Subject 방향 상실
지금 고등학생들은 미리미리 인생 계획도 짜는 모습 종종 봅니다만.. 전 예전에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에는 칼세이건(영화 '컨택트'의 원작자죠)의 코스모스 한권 보고서는 천문학자가 되겠다고 결심아닌 결심을 했다가, 정말로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사람들은 공학자라는 말을 듣고 항공우주공학쪽으로 생각을 바꿨었죠. 정작 진학할 무렵에 와서는, 한국에서 우주선 공학 전공하면 실업자되기 딱좋다라는 유언비어에 홀려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뭐 옛날로 돌아간다고 해서 천문학과로 진학할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굳이 틀린 전공선택이었다고 자학할 마음은 없습니다만.. 문제는 공부가 너무너무 재미없다는거죠. 학부때까지만 해도 수학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물리학과 강의 수강하고, 전자기파가 신기해서 전자공학과 강의 청강하고.. 그게 너무 당연했는데..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 그런 공부가 아니게 되더군요.. 뭐랄까.. 예전에는 이 학문의 한계가 무궁무진해보였는데, 지금와서 현실을 알아갈 수록 시시하고 구질구질하달까요?

공부가 재미없다는 사람이 대학 나오고 대학원 나오고 전문연구로 병역마친 다음에 유학까지 와있습니다만.. 사실 해본사람은 압니다. 관성에 따라서 대충 달리면, 그 궤도에 올라있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제법 열심히 사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여기까지 와서 '나 안해 배째'라고 드러누울 수도 없는거고, 그럴 생각도 없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이런 식의 권태기가 3년정도 주기로 이전에도 찾아왔었고, 그때마다 강력한 데미지를 커리어에 남겼었다는 기억이네요. 고3때 모의고사 성적 40점정도 떨어진 경험, 대학교 4학년때까지 학점 관리 잘 하다가 놀겠다고 5학년 연장해서 1년동안 C 로 도배한 경험, 대학원 말기때 작성한.. 라면 받침이외에는 용도를 찾을 수 없는 논문, 등등등

학부생 후배님들.. 대학 왔다고 공부가 끝이 아닌 것 아시죠? 10년 뒤 금방 옵니다. 미리미리 준비들 하세요 ^^

삼십대 중반을 넘기신 선배님들.. 시시하고 지루하다고 느끼면 안되는 상황 - 당장 학점관리 못하면 장학금 끊어지고, 당장 논문 제출실적 떨어지면 RA 에서 제외돼죠.. - 에서 자꾸만 느껴지는 이 미칠듯한 시시하고 지루함.. 어떻게 대처할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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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모자라.
05/07/19 17:56
수정 아이콘
몸이 피곤하면 스르르 눈이 감기듯 마음이 피곤하면 의욕이 떨어지죠.
엉뚱한 책들을 보세요. 만화책도 좋고 소설도 좋고 인문사회쪽도 좋고 전공과는 상관없이 말이죠. 어느 천문학자는 천체의 아름다움 자체가 시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천체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장엄한 시를 감상하는 거라고 했죠. 기계공학은 한편의 잘짜여진 추리소설쯤 되지 않을까요?
도니..
05/07/19 18:09
수정 아이콘
아.. 현재 전자공학과 대학원생인 저는.. ㅠㅠ 글쓴 님 말에 정말 동감합니다.. 지금도 해야할일 제껴두고 pgr을 돌고 있으니.. 원..
어디든 다르겠습니까만, 대학원에 들어오면 다 겪는 일인것 같습니다. 실험실 선배들 조언에 따르면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리듬을 잃지 말라고 하더군요. 글 쓴님도 힘내시길 바랍니다..
카탈리
05/07/19 18:17
수정 아이콘
와.. 이거 제가 그대로 밟아가고 있는 것 같네요 ㅡㅡ;;
My name is J
05/07/19 18:45
수정 아이콘
배째-하고 드러누운중입니다.
이러고 있는거 어머님께 걸리면 그대로 반죽음인데 말이지요..흐흐....
05/07/19 19:25
수정 아이콘
저는 방향은 잡아놓았는데 그방향에 '군대'라는 걸림돌이... 지금 고민하고 있는건 걸림돌을 인생의 머릿돌로 되게 만드는것인데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군대라는 곳이 제 머릿속에 있는것처럼 돌아가게 될지 확신이 없기에...
Rational_Rose
05/07/19 19:30
수정 아이콘
대학원생 출석 함 해봅시다.. --; 꽤 많군요.
항즐이
05/07/19 21:42
수정 아이콘
저는 유학갈만큼이라도 열심히 했으면 후회가 없을 것 같은데 흐흐.
학부때 학점이 영원히 발목을 잡을 것 같은 ㅠ.ㅠ 취직 못할 학점은 아니지만 영 창피하네요.

대학원와서도 강의, 프로젝트, 자격증 시험이 논문 연구보다 더 많은듯.. 큰일입니다;; 이래가지고 어찌 박사 논문 쓸런지 ㅠ.ㅠ
05/07/20 00:00
수정 아이콘
아.. 사실 크게 리플 기대 안하고 푸념삼아 쓴 글이었는데 따뜻한 리플들이 달여있군요 ㅜ.ㅡ 감사합니다.

사실 많이들 하는 고민 같습니다. 다만 유학나와있다보니 같이 술먹고 이런 푸념 같이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제법 큰 난점이더군요.

네 다같이 열심히들 합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랏!
05/07/20 01:20
수정 아이콘
아...진정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는 힘든것인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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